81. 코모도 귀국 축하파티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81. 코모도 귀국 축하파티
“야~ 이거, 훈제칠면조보다 훨씬 맛있네! 쩝쩝.”
고문도가 잘 익은 숯불칠면조 살점을 씹어보더니 감탄을 한다.
“맛이 괜찮으세요, 고 사장님? 호힝.”
잔뜩 긴장한 얼굴로 문도의 평가를 기다리던 주영란이 활짝 웃으며 안심 어린 표정을 짓고 좋아한다.
“이거 진짜 맛있네요. 닭갈비는 저리 가라고, 웬만한 숯불 돼지갈비보다 더 맛있는데. 내 입에는. 하하. 축하해요, 영란씨!”
문도가 진짜 맛있는지 우물우물 씹어 삼키며 목젖의 느낌도 함께 맛본다.
“야, 고 사장! 영란씨가 뭐야? 주 사장님이지!”
영란과 함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최근상이 버럭 고함을 지른다. 말소리만 컸지 얼굴표정은 아주 흡족한 모습이다.
“어? 아, 그래 맞다. 하하, 습관이 돼서 실수했네. 예~ 축하합니다, 주영란 사장님! 맛이 아주 좋네요. 참 잘~하셨습니다. 하하.”
문도가 진심으로 축하를 해준다.
그도 그럴 것이 맛도 있지만, 이 숯불칠면조의 원재료인 생 칠면조는 문도의 진주 비행칠면조 육가공공장에서 공급하기 때문이다.
김세희가 스탠드바 `바-붐`을 접고 삼통사 본부에서 단장으로 중국 파견대를 지휘하면서 잠시 쉬던 영란이 근상의 제안과 지원으로 이 숯불칠면조 가게를 차렸던 것이다.
칠면조 대가리와 발, 내장을 제외한 나머지 부위를 큰 뼈는 발라내고, 날개 살, 가슴살, 다리 살 별로 구분하여 얇게 저미고 다져서 뷔페처럼 차려놓고, 손님들이 기호대로 접시에 담아가서 직접 숯불에 굽거나 볶아서 먹게 만들었다.
양념과 소스도 여러 가지를 만들어 준비해두고 손님들이 알아서 선택하고 무한정 사용하도록 했다.
가격은 살코기 내용에 관계없이 무게를 달아서 1Kg당 1만원을 받는다.
직원은 영란의 고향 친척 아주머니 두 명에게 주방을 맡기고 영란은 젊은 남자직원 한 명과 함께 서빙과 카운터를 본다.
영업시간은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인데, 손님은 주로 네댓 명씩 몰려오는 젊은 층과 중년층이다.
시화공단도 불경기의 여파로 손님들이 예년의 절반수준으로 줄어들어서 문을 닫으려고 가게를 내놓은 음식점이 많다.
임대보증금 1억5천만원짜리 30평 가게는 영란이의 사양에도 불구하고, 이 숯불칠면조 가게를 하라고 제안했던 근상이가 5천만원을 억지로 보탰다.
30평 중에 10평은 주방으로 사용하고 입구 카운터를 포함한 나머지 20평에 원통형의 탁자 10개를 놓았다. 원형탁자에는 한 가운데 숯불을 피워 넣는 화덕이 있다.
주변에 없던 생소한 숯불칠면조라서 그런지 가게를 차린 지 두 달도 안 됐는데 손님이 제법 들어와서 북적거린다.
하루에 적어도 50~60명은 된다고 하는데, 한 명이 1Kg만 먹어도 주류를 포함하면 한달 매출이 2000만원은 넘으니까, 처음 시작한 사업치고는 빨리 자리를 잡은 셈이다.
“터키 바로 밑에 시리아가 있어서 난민들이 터키를 경유해서 유럽으로 건너간다면서요? 얼마 전에 터키의 이스탄불에서도 IS테러가 있었다던데, 터키에 붙어 있는 이란은 위험하지는 않나요?”
근 두 달 만에 만나서 모처럼의 회식자리에 나란히 앉은 윤지은차장이 걱정스런 얼굴로 문도에게 물었다.
“예, 뭐 그렇기는 하지만 이란 쪽은 안전합니다. 우리 훈제칠면조 가공공장이 있는 `고르간`시는 이란의 중북부에 치우쳐 있어서 터키국경에서는 아주 멀어요. 하하.”
좋아하는 지은의 염려에 기분이 좋아진 문도가 안심하라며 웃음을 짓는다.
지은이는 모르고 있지만 사실 문도는 `창원터키` 칠면조 가공공장 운영 외에, 창원 신창원사장의 대도정밀에서 만든 터키의 흑표전차 `알타이` 엔진용 부품을 한 달에 한 두 번씩 중동으로 밀수입하고 있다.
창원해운 소속 1만톤급 원양화물선 창원-03호로, 창원시에서 가까운 가덕도 해안 등대 근처에서 드론 4대로 날라온 가로세로 높이가 1m인 100Kg짜리 나무판자포장박스 화물을, 7Km거리의 공해상에서 옮겨 받아 싣고 온다.
털보 심천보선장이 모는 창원-03호는 페르시아만(걸프만) 입구, 이란 남쪽 파키스탄 국경에 인접한 `차 바하르` 항구에 입항해서 정박한다.
낮에는 배에 싣고 온 중고자동차와 고철을 하역하여 정식으로 통관시키고, 야밤에 드론을 이용하여 한 개당 100Kg인 엔진용 부품 포장박스 12개를 이란 육지의 안전한 장소로 실어 나른다.
이 작업은 이란에 파견된 신창원의 심복 남창선전무가 대장이 되어 9명씩으로 구성된 2개분대 18명의 대원들이 수행한다. 물론 이 밀수출 사업의 총괄책임자는 `창원터키`회사의 공식직함이 사장인 고문도 이므로, 조직폭력배 창원파 두목이었던 49살의 남창선전무도 33살인 문도의 지휘를 따라야 한다.
터키 흑표전차 `알타이` 제조회사 `오토카(사)`가 있는 터키 내륙까지의 육로를 통한 밀수 운송작업은 그야말로 작전을 방불케 하는 험난한 작업이다.
이란의 육군은 약 35만명 정도인데, 이와는 별도로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13만명이나 된다. 이 IRGC의 창설 목적은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을 반대하는 과격무장단체 IS를 격퇴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 이란에 이슬람혁명이 일어났을 때, 10만여명이 넘는 쿠르드인들이 학살당한 전례가 있다.
흩어진 쿠르드인들은 이란 서북부에서 독립군을 창설하고 게릴라전을 벌려왔고, 이란은 이들을 잡으면 모두 다 교수대로 보내버렸다.
2006년까지 이란과 쿠르드 사이에 전쟁이 있었는데, 결국 이란이 승리하면서 독립운동이 잠시 사라졌었다. 그러다 시리아에서 집권당인 시아파의 `바샤르 아사드` 정부에 반대하는 IS가 준동하면서 쿠르드가 다시 뭉치게 되었고, 지금도 이란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란은 그 동안 시리아에 정규군 대신 민병대인 IRGC를 파견해서 시아파인 시리아 정부를 도와, 사우디 등 수니파의 지원을 받고 있는 IS에대한 격퇴 전투를 벌려왔다. 전체 병력은 몇 명인지 몰라도 작년 10월중순 전사자가 늘었을 때 1500명을 추가로 파견했다.
금년 2월말까지 이란군 사상자가 200여명에 이르며 그 중에는 IRGC소속 해군특수부대 장성도 포함되어 있다.
IRGC는 정규군처럼 육군, 해군, 해병대로 나뉘어 있으며, IRGC 육군은 북한의 지원으로 이란이 작년 2015년 10월에 시험 발사하면서 보유한 장거리탄도미사일 `에마드`를 국방부로부터 인도받아 12월 말부터 직접 관리하고 있다.
이 들은 지하 500m에 있는 대형 미사일 기지의 모습을 언론을 통해 내보내면서 “최고지도자가 명령만 내리면 언제든지 발사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 내에서 IRGC의 위상이 이렇게 높다 보니까, IRGC에 의한 부조리한 일도 많이 벌어지고 있다.
`이란혁명수비대` IRGC의 사업영역은 운송과 건설, 수출입, 석유와 가스, 기간산업 등에 관여하며 특히 이란에 밀수입된 상품들이 거래되는 지하경제를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고 사장! 터키 국경은 `고르간`시에서 멀어도, 너네 칠면조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수입해 온다며? 그것도 인접한 투르크메니스탄을 지나서 국경을 두 개나 넘어갔다 오는데 어려움이 많지 않아?”
듣고 있던 이정훈이 문도가 너무 어려움 없이 쉬운 일인 것처럼 지은에게 얘기하며 안심시키는 것 같아서 일부러 나서서 한마디 해준다.
정훈이는 문도가 터키에 대도정밀 제품을 밀수출하는 내용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다.
“어머나!~ 고 사장님이 국경을 두 개나 넘나들어요? 너무 힘드시겠네요! 안 그러니 지은아?”
정훈의 옆에 앉아있던 세희가 함께 나서서 장단을 맞춰준다.
“어머, 참 그렇죠! 칠면조를 우즈베키스탄에서 들여온다고 하셨죠? 그쪽도 사막처럼 허허벌판에 민가도 드물게 있는 곳 아닌가요? 치안은 잘 되고 있어요?”
그제야 지은이 깜짝 놀라서 미간을 찌푸리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문도를 쳐다본다.
“아, 예. 뭐 황량한 벌판이기는 하지만 도로가 고속도로처럼 포장이 잘 되어 있어서 별 어려움은 없어요. 제가 직접 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 대원들이 트럭 타고 갔다 오니까 걔 네 들이 고생이 많기는 하지요. 하하.”
“트럭으로요? 몇 명이 몇 대나 타고 갔다 오는 데요?”
문도가 직접 가지 않는다고 해도 그가 `창원터키`의 책임자인 사장이니까 지은은 안심이 안 되는 모양이다.
“예, 하루에 6명이 트럭 3대에 나눠 타고 갔다 옵니다. 우즈벡에서도 한 군데가 아니고 시골 칠면조농장 몇 군데를 들러서 싣고 와야 되니까, 낮 12시에 출발하면 다음날 아침 8시까지 공장에 도착하지요.”
문도가 별거 아니라는 듯 웃음을 띠고 대답해준다.
“어마나!~ 그럼 6명이 매일 그렇게 먼 거리를 20시간이나 걸려서 갔다 와요?”
숯불칠면조 가게 차려서 사업하느라고 돈 계산 실력이 늘어난 영란이가 낮 12시에서 다음날 아침 8시까지의 20시간을 금세 계산하고는 끼어든다. 사람은 제 밥줄 걸린 일을 직접 하게 되면 없던 능력도 생겨나는가 보다.
“하하, 아니에요. 전부 9명인데, 나머지 3명은 하루씩 쉬고 교대로 근무합니다.”
“그럼 그 대원들은 한 밤중에 돌아오는데, 아무 무장도 안 하고 그냥 갔다 오나요?”
대 북한 작전 단장인 세희 생각에 아무래도 맨손으로 갈 것 같지는 않은 느낌이 드는가 보다.
“아, 예. 만일을 대비해서 무기는 휴대하고 갑니다.”
“어머, 무기를 갖고 가요? 무슨 무긴데요, 고 사장님?”
지은이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예, AK-47이라고, 러시아제 소총이에요.”
“옴마야, 소총이면 진짜 총알 나가는 총이에요?”
영란이 총을 가져간다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토끼 눈을 한다.
“하하, 그럼요. 총알은 나가야 총이지요. 그 AK-47은 이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반군들도 거의 다 그 총을 사용하고 있어요.”
“아마, 그 총은 모래 속에 파묻었다 꺼내도 사용할 수 있다던데, 진짜 그런가?”
정훈이 한마디 거들고 나선다.
“응, 맞아. 그래서 반군들이 특히 제일 선호하는 것 같아. 자자, 한번도 전투한 적은 없으니까, 안심들 하시고 다른 얘기나 합시다. 뉴젠은 잘 돌아 가는 거야? 하하.”
문도가 모든 사람의 시선이 쏠리는 것이 부담스러워 화제를 바꾸며 맥주 컵을 들고 함께 마시자고 권한다.
“어머.. 이란도 아주 위험한 곳이네요. 고 사장님, 몸조심하셔야 되겠어요!”
문도가 너털웃음을 지었지만 지은은 걱정이 되어 얼굴을 펴지 못한다.
문도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로 이란에서 어렵고 힘든 일은 우즈벡 칠면조 운반이 아니고 밀수입한 터키 흑표전차용 엔진부품의 운송작업이다.
다행이 뇌물 좋아하는 IRGC 영관급을 지역별로 몇 명 포섭해서 통행증을 받아 움직이므로 이란 내에서의 이동에는 별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이라크와 함께 국경을 마주하는 이란 서부방면의 터키국경은 경계가 삼엄하여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경계가 허술한 터키 북동쪽 아제르바이잔을 경유하여 터키로 들어간다.
이란 동남쪽 끝인 `차 바하르` 항구에서 이란 북쪽 중간지점인 `고르간`시까지 운송하는 데만 거리가 대략 3000Km나 된다.
`고르간`시에서 이란국경을 넘어 아제르바이잔 내륙을 통과하고 다시 터키 국경을 넘는데도 2600Km나 되며, 터키에 들어가서도 흑표전차 제조회사인 `오토카(사)`가 지정한 장소까지 400Km나 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약 400Km이다.
`차 바하르` 항구에서 `오토카(사)` 까지, 도합 6000Km나 되는 엄청난 거리를 한 개의 포장박스 무게가 100Kg이나 되는 밀수품 12박스를 트럭으로 분산해서 국경을 두 번이나 넘으며 실어 나르는 일은 절대로 보통 일이 아니다.
조직폭력배 두목이었던 남창선이 이란에 데려와 6개월간이나 강하게 단련시킨 2개분대 18명의 전투요원이 중무장을 하고 실행하고 있으니까 그나마 가능한 일이다.
“아, 참. 최 소장! 거, 대도정밀에서 요청한 터키 드론 관계는 어떻게 검토되고 있나?”
문도가 갑자기 생각나서 ㈜뉴젠 연구소장인 근상에게 물어본다.
어제 진주에 간 김에 창원 대도정밀에 잠깐 들러서 신창원사장에게 인사를 했는데, 터키에서 한국 내 드론 생산업체를 소개해 달라고 해서 뉴젠에 검토를 요청했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이란에 나가있는 `창원건설`에서 뉴젠의 드론으로 건설현장의 자재를 나른다는 소문을 듣고 아마 터키의 어느 군수용 산업체에서 대도정밀에 수소문해왔던 모양이다.
“응, 그건 터키 군용 드론이라서 우리도 함부로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야! 검토는 해봤지만, 이 실장 얘기도 우리는 배터리만 제공하고 드론 본체 제작은 터키 업체에 맡기는 게 좋겠다고 하네.”
근상이 대답하며 결정권자인 정훈에게 바통을 넘긴다.
“아, 군용 드론이었어? 요구하는 스펙이 까다롭던가?”
문도가 정훈을 쳐다보고 웬만하면 해보지 그러냐 하는 표정을 짓는다.
“응, 뭐 드론이야 만들 수는 있는데, 미사일도 장착하는 완전 전투기 수준이야!”
“뭐? 미사일도 장착해? 대단한 드론이네! 그래도, 미사일이야 터키에서 달면 될 거고 우리는 비행체만 만들어 주면 되지 않냐? 가격이 엄청날 것 같은데 신중히 검토해보지 그러냐?”
문도가 넌지시 돈 욕심이 나는지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응, 맞아. 터키도 군용 드론은 이미 지난 4월말에 `바략타르`라는 자국산 무장 드론을 만들어서 시험비행에도 성공했대. 그런데 체공시간이 미국산 고고도 무장 드론 `MQ-9 리퍼`에 못 미치는 모양이야. 그 리퍼는 가격이 200억원가량 하고 터키가 2009년부터 구입하려 했는데, 미국에서 판매하지 않기로 해서 터키도 자체로 군용 드론을 제작했다고 하네.”
“아, 그래? 미국에서는 군용 드론이 7년 전부터 있었구나! 그럼 잘됐네, 우리는 그냥 최 박사가 개발한 배터리만 공급하고 비싸게 받으면 되겠네 뭐. 크크.”
민망해진 문도가 웃으며 근상과 좌중을 둘러본다.
이 사업도 만약에 성사된다면, 그 공은 대도정밀 신창원사장의 신임을 받고 중동 달러벌이 사업에 뛰어들게 된 코모도 섬의 왕도마뱀 고문도의 공이 제일 크다.
앞으로 반군과 IS들의 테러와 전투가 빈번하게 벌어지는 중동 땅 이란에서, 훈제칠면조 공장에 사용할 칠면조를 우즈베키스탄에서 구입하고 동시에 흑표전차 `알타이`의 엔진부품을 밀수입해서 터키로 운반하는 총 책임자 고문도의 활약이 어떻게 펼쳐질지, 상당한 기대가 되는 바이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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