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중동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33. 중동
“예, 맞아요. 우리나라의 원유수입은 사우디가 약 3억 배럴로 1위이고 의존도는 32%나 돼요. 이란 원유도 수입하지만 4천만배럴 수준이고 의존도도 6위로 5%가 채 안됩니다.”
정훈이 기억을 되살리며, 한국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하면 이란과 종교적으로 적대관계인 사우디에서 석유를 수입해오는 우리나라와 사우디 사이에 무슨 문제가 없겠느냐는 지은의 질문에 차분히 대답을 해준다.
“어머, 원유 수입량만 비교하면 이란은 잽도 안 되는데, 한국이 이란과 친교를 맺으면 수입량 많은 사우디가 가만히 있을까요?”
지은이뿐만 아니라 모두 다 같은 생각이 들어 정훈을 바라본다.
“물론, 사우디는 상당히 반발을 하겠죠. 한국이 우방국이라 믿었는데, 사우디의 사실상 적국인 이란과 친해지면 화가 나서 뭔가 조치를 취하겠지요. 당장은 한국에서 수입하는 물량에 브레이크를 걸 수도 있겠지요. 가시적인 효과가 제일 빠르니까, 우리도 일본하고 가끔씩 그러잖아요. 하하. 한국이 사우디로 수출하는 물량 즉, 사우디가 한국에서 수입하는 물량의 금액이 95억달러로 11조원 정도됩니다. 이란은 한국에서 수입하는 량이 37억달러로 4조원도 채 안 되고요.”
정훈이 뇌 속의 기억세포를 자극하는지 눈동자의 초점이 허공을 헤맨다.
“그래요? 이란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제법 있네요! 이란에는 우리가 아무것도 안 파는 줄 알았는데.”
지은이 예상외로 이란과 한국의 교역량이 많은 것에 놀란다.
이란이 북한과 손잡고 핵무기보유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란은 그 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로부터 북한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고립 제재조치를 받아왔었다. 당연히 미국의 우방국인 한국도 그 이란 제재조치에 적극 동참한 줄로 다들 알고 있다.
“사우디가 보복조치를 한다면, 수입규제보다는 한국으로 수출하는 원유를 당장 중단시켜버리지 않을까? 기름 없으면 자동차도 못 굴러가고 난리가 날 텐데, 그게 더 신나는 보복 아니야? 크크.”
무댓보 문도가 제 수준의 사우디 보복조치를 추정한다.
“어머나, 원유수입이 안되면 주유소 기름값만 다락같이 오르겠네요? 큰일 아녜요, 실장님?”
마음에 둔 남자, 문도의 얘기를 들은 지은이 부창여수하며 일부러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정훈을 바라본다.
“너무 염려 마세요, 윤 차장. 우리 여왕벌께서 그런 정도 문제를 사전검토도 안하고 이란으로 행차하셨겠어요? 한국의 수출금액은 그런 정도고, 우리가 사우디에서 수입하는 물량 즉, 사우디가 한국에 수출하는 물량은, 물론 원유가 대부분이겠지만, 약 200억 달러로 24조원정도 됩니다. 이란의 한국 수출량은 24억 달러로 3조원이 채 안 되고요.”
정훈이 어려운 수치를 일일이 기억해 내느라고 진땀이 나서 설명을 잠시 멈추고 맥주를 들이켜 마신다.
“어머나, 우리나라 정부예산이 400조원이 채 안 되는데, 사우디 원유수입으로 24조원이 나가면, 사륙은 이십사, 국가예산의 약 6%나 되는 돈이 사우디 원유수입비용으로 지출되네요? 너무 많이 나간다! 기름 좀 아껴 써야 되겠어요. 호호.”
지은이 정훈의 친절하고도 상세한 답변에 보답하는 의미로 우매한 백성들에게 경각심을 고취시켜주는 발언을 대신 해준다.
“우리 바붐은 그래서 진작부터 기름 들어가는 석유난로 안 쓰고 전기난로 쓰는데요, 윤 차장님 언니! 히힝”
골치 아픈 숫자 나오는 얘기에 머리가 띵하고 입이 간질거려 겨우 참고 있던 영란이 이때다 하고 불쑥 튀어나온다.
“영란씨, 전기도 아껴 써야 돼요! 강물을 댐으로 막아 수력발전소 세웠는데, 우리나라에 있는 강은 이제 더 막을 데가 없어요. 광산에서 석탄 캐내서 연탄도 만들고 화력발전소에서 전기 만들어 썼는데, 이제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탄소를 많이 방출하면 `교토의정서`에 의한 탄소 `배출권 거래 제도`에 의해서 전기보다 더 비싼 벌금을 물어내야 돼요.
탄소배출 감소방안으로 환경오염 안 되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치중해 왔는데, 5년 전에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난 이후에는 전세계적으로 더 이상 원전을 짓지 않아요. 그러니 이제는 전기를 무슨 방법으로 만들 거요?
바람개비 달아서 풍력발전소니, 바닷가에 댐 막아서 조력발전소니 하고 자연 친화적인 발전수단들을 강구하고는 있지만 그 발전용량이 새 발에 피고 코끼리 발에 비스킷 수준이에요.
이제 한 여름에 에어컨 신나게 돌리다가 과부하 걸려서 발전소에서 강제로 단전되면 바-붐, 깜깜 밤 되고 어둠 속에서 어떻게 할 거요? 하하.”
영란이 주책없이 자꾸 튀어나오자, 옆에 앉은 영란의 박사오빠야 근상이 민망해져서 영란에게 전기 아껴 쓰기 교육을 시키며 영란의 입에 자물쇠를 채워본다.
“박사야오빠야, 걱정 말아요! 우리는 정전되면 촛불 켭니다! 온 천지 환한 촛불 켜 놓으면, 분위기 얼마나 끝내주는지 알아 예? 아~ 지금 정전 좀 안되나? 우리 박사오빠야하고 무드잡고 술 좀 먹었으면 좋겠는데.. 히힝~”
못 말리는 영란씨다.
“영란이 너는 지금 무슨 촛불타령하고 있니? 우리 여왕벌님은 백성들 먹여 살리러 `히잡` 쓰고 뜨거운 열사의 나라 이란에 출장 가신다는데! 콱 고마 뜨거운 촛농으로 지져버릴까 보다. 호홍.”
세희가 눈을 흘기며 영란을 꾸짖는데, 둘이 함께 철없는 촛불잔치 벌이고 있다.
“옴마야~ 우리 대통령도 이란에 가면 `히잡` 써야 돼요? 히잡 쓴 여왕벌님 어떤 모습인가 보고 싶어요. 히힝.”
“그렇지, 이란 여성들은 외출할 때 `히잡`을 쓰는 고유문화가 있으니까, 대통령이라도 로마에 가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되는 거야, 영란씨! 물론 우리 대통령은 머리와 목, 가슴을 가리도록 입는 전형적인 `히잡` 대신에 머리카락과 목만 간편하게 가릴 수 있는 스카프처럼 생긴 `루사리`를 머리에 두르고 가시지.”
근상이 영란을 달래면서 `루사리`를 설명해준다.
로마법 따라서 `루사리`를 걸치는 건 아니고, 이란과 1962년에 양국이 수교한 이래 처음 이란 땅을 밟는 한국대통령이라서 마침 여자대통령이기도 하니까 예의상 머리를 가리는 천인 `루사리`를 착용하기로 한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할 때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루사리나 히잡이나 머리에 둘러써야 되잖아요? 나는 머리에 그런 거 쓰는 건 딱 질색이에요. 난 그런 로마법 있는 이란에는 안 갈래요 잉~”
영란이 입을 삐죽 내밀고 혀를 날름거린다.
연설하던 정훈이 목말라 맥주 한 컵 마시는 사이에 청중들 분위기가 영 엉망이 되어버렸다.
다시 말을 하려던 정훈이 잠시 뜸을 들이자,
“실장님, 사우디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과의 교역이 수입 11조원에 수출이 24조원으로 무역수지가 13조원이나 흑자네요. 당장 수입과 수출을 금지시키고 무역을 중단하면 자기들이 13조원 손해 보는 결과가 되는데요. 호호.”
영리한 지은이 얼른 나서서 조금 전에 정훈이 설명한 복잡한 내용을 요점정리 해준다.
옆에서 듣고 있던 문도도 이런 지은이가 더더욱 마음에 들어, 사우디가 원유수출 중단이라는 보복조치를 할 거라고 말했던 자기의 예측은 벌써 잊어버리고 만다.
“그래요? 역시 우리 윤 차장님 암산속도는 알아줘야 해요. 하하. 음.. 그래서 결국 사우디도 함부로 원유수출 중단 같은 무리한 결정은 내리지 못할 거라는 계산을 우리 여왕벌을 보좌하는 경제전문 수벌들이 이미 다 보고했을 거라는 겁니다. 음흠.”
수벌 정훈이 머리를 좌우로 꺾으며 세희를 바라보고 웃는다.
“네, 잘 알아 모시겠습니다, 수벌 실장님!~”
세희가 능청을 떨고 머리를 조아려 허리를 굽힌다.
“사우디가 그래서 가만히 있는다 쳐도, 이란은 무역규모도 적고 한국이 4조원 수출에 3조원 수입으로 꼴랑 1조원 흑자인데, 여왕님은 무슨 메리트가 있어서 이 화창한 봄날에 삼천리 금수강산 봄나들이 대신 그 멀고도 뜨거운 사막의 땅 이란을 택해서 비행을 하신대?”
이미 정훈과 이 문제도 잠깐씩 대화를 나눠서 대충은 알고 있는 근상이, 문도와 지은이 패거리의 적대국인 영란이 패거리 멤버 됨을 포기하고, ㈜뉴젠의 성실한 연구소장 자리로 돌아와, 오랜 친구 겸 CEO인 정훈의 다음 연설을 리드해준다.
“응, 그렇지. 이란의 방문 목적이 제일 중요한데 정치적인 것과 경제적인 두 가지 측면이 있겠지.
우선 경제적인 측면은 이란이 산유국으로 부유한 나라이면서도 14년간이나 경제제재 조치를 당하다 보니까 국내의 인프라가 너무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거라.
고속도로도 만들어야 되고, 철도, 공항, 발전소, 정유공장도 지어야 되는 등 주로 건설분야에 모두 합하면 수십 조원 규모의 시장이 열려 있는 거야. 다른 나라에서도 기를 쓰고 달려들겠지?
그래서 이미 중동의 다른 산유국에서 그런 건설공사로 오일달러를 많이 벌어들인 경험이 있는 우리 건설회사의 수벌들이 여왕벌을 모시고 부웅~ 이란 꽃으로 날아가서 꿀 달러를 쪽 쪽 빨아먹자는 거지!
건설공사 수주만 되면 국내의 건설업 종사자들 일자리가 중동에 다시 생겨나니까, 70년대처럼 우리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한 이치지. 하하.”
정훈이 자기가 무슨 경제관계 전문가라도 되는 것처럼 으스댄다. 고작 뉴스에 난 보도기사 자주 읽어본 결과 가지고.
“우리 여왕벌님 연세가 어떻게 되죠? 아직 미스라서 그런지 별로 안 많아 보이던데요. 호호.”
세희도 좋아서 덩달아 웃으며 도사 같은 정훈에게 물어본다.
“금년에 만으로 64살이야, 세희야.”
돌싱 지은이 냉큼 정훈이 대신 대답해준다.
“어머, 너는 대통령 나이까지 외우고 있니? 이 실장님 보좌하더니 너도 보살님 다 된 거야? 호홍.”
세희가 너무 우스운지 깔깔거린다.
“그래 맞아! 실장님이 전에 가르쳐줬는데 이제 기억이 났어. 여왕벌님이 실장님 아버님하고 동갑이랬어. 예전에 비서로 모시고 있을 때는 알고 있었거든. 대학은 달라도 전공도 전자과 나와서 같다고 하셨고.”
지은이 얘기하면서 옛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대를 이어 보좌하는 건 문제가 없는 건가?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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