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조우 (6) - 도래인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23. 조우 (6) – 도래인
“대체, 도인 조상님은 어느 별에서 오신 겁니까?”
정훈이 백발도사를 간곡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머리만 허옇지 약간 붉은 기운이 감도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도인이다. 매끄러운 피부와 수려한 용모를 지녀서 볼수록 신비한 기운이 감도는 얼굴이다.
“-우리 별은 지구에서 14광년 거리에 있다. 우리 별의 위치가 얼마 전에 지구의 천체망원경에 관측되어 이미 노출이 되었다.”
“어? 14광년 밖에 안 떨어져 있다고요? 이미 알려진 별이라고요? 그런 별이..”
너무 가까운 데 존재하는 별이라는 얘기에 정훈이 기억을 더듬어 본다.
우주에 관심이 많아서 생명체가 존재할만한 골디락 존의 행성에 관한 웬만한 정보는 거의 다 파악하고 있다.
“-여기 지구의 이름으로 `울프 1061c` 라고 발표되었는데, 들어 봤느냐?”
“아! 울프 1061c 말씀입니까? 예, 그럼요. 잘 알고 있습니다! 설마 그, 그 행성에서 오셨다고요?”
정훈이 너무 놀라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백발도인을 바라만 본다.
그도 그럴 것이 울프 1061c는 불과 작년 12월17일에 칠레에 있는 유럽남반구관측소(ESO)에서 공식적으로 그 존재를 발표한 극히 최근에 발견된 행성인 것이다.
울프 1061c는 지금까지 관측된 지구 2.0에 해당하는 14개의 행성 중에서 지구에 가장 가까운 행성이라, 정훈이도 무척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지구유사 행성이다.
나머지 13개의 행성들은 470~1,400광년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한다. 설령 지구와 같은 환경이 존재한다고 해도, 빛의 속도로 날아가도 수백, 수천 년이나 걸리는데, 현존 인류는 찾아가볼 엄두도 못 낼 까마득히 먼 거리에 있는 행성들이다.
그러니, 불과 14광년의 거리에 있다면, 다른 별들에 비해서 바로 이웃에 있는 가까운 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만약 광속으로 날아갈 수만 있다면, 갔다가 다시 돌아와도 28년이면 되니까, 살아생전에 두세 번은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거리임에 틀림없다.
물론 14광년은 무려 126조 Km나 되는 천문학적인 거리로, 지구에서 화성까지 거리의 약 50만배나 되는 엄청나게 먼 거리다.
`아! 우리 한반도 백의민족의 조상님들이 살고 있는 곳이, 바로 그 태양 별 1061의 혹성 중 하나인 행성 1061c 라는 말인가?`
정훈은 너무 감격스러워 눈시울이 붉어진다.
생전에 우주선을 타고 화성 식민지에 가서 토마토재배 체험여행이나 다녀오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목전에서 14광년이나 먼 별에서 온 외계인을 마주대하고 있다니.
그것도 한민족을 탄생시킨 조상 별에서 살고 있다는 자칭 선조님을 배알하고 있으니!
“-후손아! 자네는 우리 별에 대해서 어느 정도나 알고 있느냐?”
정훈의 감격스러워하는 모습을 지긋이 지켜보던 백발도인이 말문을 연다.
“예, 조상님! 항성 울프 1061은 우리 지구 천문도에서 땅꾼성좌에 있는 적색왜성 별입니다. 우리 태양의 표면온도가 5천도가 넘는데, 울프 1061은 3천도 정도로 낮다고 들었습니다. 혹성은 모두 태양을 중심으로 a, b, c, d, 4개가 돌고 있는데, 그 중에 1061c 만 태양에서 적당한 거리에 위치해서 우리 지구와 흡사한 암석과 단단한 지표면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훈이 기억하고 있던 항성 1061에 관해 아는 내용을 거침없이 되뇌어 대답했다.
“-그래 맞다. 잘 알고 있어 고맙구나. 우리 1061c의 크기는 지구의 4배정도고 중력은 1.8배로 좀 높지만 그 정도는 지구인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우리 행성의 태양과의 거리가 여기 지구와 태양간 거리의 10분지 1정도로 매우 가깝다. 그래서 태양을 도는 공전주기가 지구의 365일에 비해 무척 빠른, 불과 18일에 불과하다. 1년이 18일인 셈이지!”
백발도인이 차분하게 조상 별 1061c에 대해 상세히 가르쳐준다.
“예? 공전주기가 18일 밖에 안 된다고요? 아하, 그래서 아까 19일을 전후한 소수일에만 교감이 가능할거라고 하신 이유가 그것과 상관이 있는 거군요!”
정훈의 머릿속에 태양 별 1061 뒤에 바짝 붙어 가려버려, 지구에서 직선거리로 볼 수 없게 된 행성 1061c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 맞다. 금세 알아채는 구나. 그리고 우리 1061c는 공전과 자전주기가 같아서 항상 한쪽 면만 태양을 향하고 있다. 여기 지구와 달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되겠지? 지구에서는 달의 뒤쪽을 볼 수가 없는 것과 똑 같다.
그래서 지구처럼 사계절도 없고 이렇게 아름다운 산천경관도 없다. 나중에 네 리스틀릿을 사용해서 살펴보면 그렇게 볼만한 환경이 아니라서 조금은 실망스러울 게다.”
“아, 그렇습니까?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고 하니까 좀 섭섭하긴 합니다. 그곳의 환경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가 보죠?”
“-그렇다. 이미 지구 시간으로 7만년 전부터 우리의 항성 1061이 조금씩 식어가고 있다. 원래는 제일 바깥쪽에 있는 울프 1061d 행성이 문명이 가장 발달한 행성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차가운 행성이 되어버렸다.
일부 기술이 발달한 강대국가는 아예 은하계의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나버렸고, 부실한 약소국가만 남아서 태양에 더 가까운 우리 1061c 행성으로 이주해 와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아, 울프 1061d 행성에는 예전에 여러 나라가 살고 있었군요!”
“-그렇다. 1061d는 크기도 지구의 5배나 되고 공전주기도 67일로 길다. 지금 지구의 국가 숫자 200여개를 생각해보면 쉽게 비교가 되겠지?
물론 대부분 지표면을 암벽이차지하고 지구처럼 거주가 가능한 면적이 넓지 않아서 국가는 수십 개 정도였고 인구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거기 1061c 행성에 물은 충분히 있나요? 식물이나 동물 같은 건요?”
정훈이 제일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지구처럼 대기권이 있어서 대류순환에 의해 비는 내리고 개울도 흐른다. 지구의 바다 같은 건 없고 여기의 조그만 호수와 습지 같은 게 많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게다. 물론 동식물도 지구와는 좀 다르게 생겼지만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럼 그곳에도 지구인처럼 피부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종족들이 함께 살고 있나요?”
“-우리 1061c 행성의 인류는 단세포 동물에서 오랜 기간을 거쳐 인간으로 진화해 탄생한 것이다. 종족은 달라도 생김새나 피부 색깔은 거의 다 비슷한 모습이다. 지구에서 인류가 자연진화로 탄생하려면 아직 수백 만년은 더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예? 그 말씀은.. 우리 한민족 외에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다른 인종도, 지구에서 유인원이 진화해서 발생한 인종이 아니고 우주에서 온 외계인의 후손이라는 말씀입니까?”
정훈이 깜짝 놀라서 어리둥절해진다.
한반도 백의민족은 울프 1061c 행성의 인류가 지구에 뿌린 후손일지 몰라도, 아프리카 흑인이나 서양의 백인들은 고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후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후손아! 지금 백인들 중에 백계 러시아인은 우리 1061d 행성에서 이주 온 백색 피부의 인류가 수만 년 전에 지구에서 변종으로 탄생시킨 지구인종이다.
다른 모든 지구의 인종들도 모두 외계의 다른 태양계에서 도래한 고대문명 인류가 그 무렵에 앞다투어 만들어 놓은 식민지 후손들이다!”
정훈은 갑자기 머리가 띵하니 어지럽고 현기증이 난다.
지구상의 72억 인류 모두가 외계 문명인들이 도래해서 만들어 놓은 지구식민지의 변종 인종들이라니!
어쩐지 불과 5만년만에 흑인이 황인종과 백인종으로 변종 되었다고 할 때부터 아니다 싶었다.
그리고, 원숭이나 침팬지에서 인간으로 진화가 되었다면, 왜 아직도 다른 수많은 유인원들은 진화도 안하고 동물원에서 같은 종족인 인간들의 구경거리가 되어 갇혀있는가 말이다.
이 조상님 말씀이 사실이라면 황당하긴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논리적으로 납득할만한 설명이 된다.
“아, 그렇게 된 거군요! 그럼 지구에 도래한 외계인들이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살기 시작한 건가요? 그렇다면 지구에도 진작에 대단히 발달한 문명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렇지가 않다. 우주에 흩어져 자연발생적으로 진화한 각 행성의 인류는 외모는 비슷비슷하지만 생리적인 구조는 다 다른 것이다. 빵 먹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쌀밥을 먹을 수 없는 거나 마찬가지 이치지. 지구에 정착해서 살아남아 후손을 남기는 게 우선 순위였지, 오자마자 문명세계를 만들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느냐?”
“아, 지구의 동식물로는 당장의 식생활 해결방안을 찾을 수가 없었겠네요. 그래도 지구까지 우주선을 타고 올 정도의 기술을 갖춘 문명인이라면 음식 같은 건 화학적인 합성방식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을까요?”
“-물론 그런 정도의 생명유지를 위한 당분간의 음식섭취문제는 해결할 수가 있지! 그러나 전혀 새로운 기후와 토양과 환경에 금세 적응해서 지속적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당장은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바이러스가 문제가 되는 거야. 풍토병이라고 알지? 순식간에 전원이 전멸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
“아, 예. 그랬겠네요. 그럼, 그 여러 종류의 외계 도래인 들이 어떻게 지구에 정착해서 인구도 늘리면서 새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나요? 행성마다 적어도 수천 명씩은 날아 왔겠죠?
정훈은 들을수록 점점 알고 싶은 의문만 늘어난다.
“-아니다. 많아야 수백 명, 적은 행성은 수십 명이 고작이었다. 생각보다 초 광속의 우주 비행체 제작이 그렇게 만만하고 쉬운 기술이 아니다.”
“고작 수십 명 내지 수백 명 수준으로 왔다고요? 그럼 도래한 인종을 다 합쳐봐야 수천 명도 안 되는데 어떻게 1만년 전에 지구의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 섰대요?”
정훈은 뭔가 숫자적으로 아귀가 안 맞는 느낌이 든다
“-후손아, 오늘은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구나. 자세한 건 다음에 천천히 알려주도록 하마. 나도 이제 너와 작별을 해야 한다. 다음 소수 날짜에 여기서 이 시간에 다시 만나도록 하자.”
백발도인이 갑자기 뭔가 시간에 쫓기는 느낌으로 서둔다.
“아, 예 선조님! 그러시면 어디로 가시는가요? 무얼 타고··· “
정훈이 혹시 비행접시라도 내려앉는가 싶어 하늘과 어둑해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핀다.
어디에도 아무런 기척은 보이지 않는다. 설마 공중을 그냥 날아서 갈 건가?
“-아니다! 나는 지금 여기 울프 1061c 행성에 있다. 내가 지구까지 가려면 지구 시간으로 50일은 걸린다.”
“예? 지금 울프에 계신다고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지금 저하고 여기 지구에 있지 않습니까?”
정훈이 다시 한번 놀라서 백발도인 선조님을 멍하니 쳐다본다.
지금까지 손목에 차는 스마트 워치도 선물로 주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연습도 시켜주고는, 지금 여기에 없고 14광년이나 떨어진 머나먼 우주 저 멀리 1061c 행성에 있다니!
그리고 지구까지 오려면 5년도 아니고, 50일이면 된다니 그건 또 무슨 뜻인가?
광속보다 백배나 빠르게 날아다닐 수 있는 비행체라도 있다는 말인가?
지금 분명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데 도대체 이 노인네, 아니지 조상님은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
그럼 코앞에서 나랑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 백발도사님, 자기는 뭐란 말이냐?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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