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우즈베키스탄 칠면조 운송작전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58. 우즈베키스탄 칠면조 운송작전
“어? 저건.. 조교님? 아니, 보스님 아니야?”
경비조장이 깜짝 놀라서 어쩔 줄 모른다.
공장 정문 앞에 서서 양팔을 벌려 든 채 입에 문 호루라기를 불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그들의 창원파보스 남창선, 바로 그 사람이다.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이야? 응? 혹시, 대항군 침투훈련? 맞네! 이런, 큰 일 났다!`
경비조장은 즉시 손에 잡고 있던 마이크에 대고 고함을 지른다.
“아니다! 모두 우리편이다! 사격하지 마라! 모두 우리 편 대항군이다, 사격중지!~ 사격중지!~”
경비조장은 숨 넘어갈 듯이 사격중지 하라고 계속 고함을 질러댔다.
마침 서쪽 망루초소에서 도살장건물 쪽으로 달려오던 두 경비대원이 방송을 듣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
손에 들고 겨누고 오던 M-16 총구를 아래로 내리고, 경비실과 도살장건물을 번갈아 보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대항군이래! 우리 편 침투조가 들어왔나 봐!”
“뭐~야 이거! 대항군 훈련한다는 얘기 없었잖아?”
대항군은 같은 대원들이 가상의 적으로 위장하고 동료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작전지역에 침투하는 실전대비 훈련 시의 침투조를 말한다.
침투조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든지 경계를 뚫고 침투해서 지정된 지점에 모의폭약을 설치하고 안전하게 철수하면 임무완수가 된다.
반면 경계조는 미리 고지된 훈련이기는 하지만, 통상 2박3일간의 기간 중에 언제 쳐들어 올지 모르니까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철저하게 경계를 서서 침투조의 침입을 막아내야 임무완료가 된다.
뚫느냐 뚫리느냐, 창과 방패의 모순이 바로 이 훈련이다.
잠시 후 정문경비실 실내.
디지털무늬 군복차림에 빨간 유격대 조교모자를 쓴 남창선 창원파보스 앞에 대원 8명이 두 팀으로 나뉘어 열중쉬어 자세로 서있다.
검은색 전투복 차림으로 얼굴에 검정색 위장크림까지 바른 5명은 대항군으로 침투를 시도했던 대원들이다.
무기는 소지하지 않고 철조망절단기만 들고 온 이들은, 침투는 했지만 폭약설치 후 퇴각 전에 발각되어 임무에 실패한 때문인지 모두 얼굴이 굳어서 불안해하는 표정들이다.
바닥에는 도살장 안에 설치하다 남은 시한폭약인 연막탄이 서너 개 보인다.
`창원터키` 작업복 차림으로 근무했던 3명의 경비대원들은 일단 침투조가 퇴각하기 전에 발견해서 적절하게 조치를 취하고는 있었다.
그러나 울타리가 뚫린 후에 누군가 SUV차량에서 경적을 울려줘서 발견했기 때문에 완벽히 방어했다고 볼 수는 없어 역시 불안해 보인다. 다만, 예정되었던 훈련이 아니고 기습적인 침투여서 다소 안심하는 표정이기는 하다.
`만약에 내가 경고방송 없이 곧바로 사격을 가했으면 어쩌려고 그랬을까?`
경비조장은 그것이 몹시 궁금하다. 보스가 때맞춰 나타나서 별다른 불상사는 없었지만, 자기가 사격을 가하고 뒤이어 달려온 서쪽초소 대원들도 사격에 합류했으면 자칫 큰 사고가 날 뻔도 한 상항이었다.
물론 대항군은 위급 시에 아군임을 알리는데 사용하는 야광탄 발사용 권총을 지니고 있기는 하다.
그래도 예고도 없이 이렇게 보스인 자기의 호루라기 소리 하나에 침투조원들의 생목숨을 걸고 들여보낸 것은 아무래도 이해가 안 된다.
물론 오늘 투입된 이 5명은 중동에 파견된 창원파 대원 36명 중에서도 특급대원들로 제1분대 소속이다.
남창선의 중동파견 창원파대원 36명은 9명씩 1개분대로 조직되어 모두 4개분대로 나뉘어 있다.
1개분대는 다시 3명씩 조를 이루어 3개조로 나뉘고, 1조의 조장이 분대장을 겸한다.
여기 이란의 `고르간`시 외곽에 위치한 `창원터키` 가공공장에는 며칠 전부터 가장 약체인 제4분대가 파견되어서 공장경비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대원들, 수고 많았다! 예정에 없던 훈련인데도 침투조나 방어조 모두 임무수행을 제대로 한 것으로 평가하겠다. 이상! 10분간 휴식.”
“10분간 휴식!~”
잔뜩 긴장했던 대원들이 보스의 짤막한 훈련평가에 이은 휴식 선처에, 큰 목소리로 복창은 하면서도 서로 의외라는 눈짓을 보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모르긴 해도 이정도 결과면, 유격훈련 PT체조 중에서도 제일 힘든 `몸통 받쳐 온몸 비틀기`를 50회는 실시했을 것이다.
`흠. 지금쯤 나타날 때가 됐는데.. 어떻게 알았지? 역시 대단한 놈이야!`
창선이 경비실 바깥 공장정문입구 쪽을 몰래 눈여겨본다.
누군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경비실로 걸어오기를 기다리는 눈치인데, 아마도 SUV차량에서 클랙슨을 울려댄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기다리는 것 같다.
내년에 50살이 되는 창선은 오늘 밤 어떤 계획을 가지고 침투작전을 지시했던 것이다.
자기보다 3살 많은 신창원을 오야붕으로 모시고, 창원파 중간보스로 10년 넘게 험한 일은 다 처리해왔다.
특히 아사리판인 이 건설업계에서 창원건설이 전국구를 추진하면서부터, 남들은 모르는 무지막지한 일도 서슴지 않고 저질렀었다.
그래서 자기 나름, 신창원의 개인적인 오른팔로 사실상 자기가 신창원 왕국의 제2인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중동에 진출하면서 50여명의 기존 대원 중에 12명을 추리고, 24명은 전문대를 나온 20대의 젊은 녀석들로 충원해 넣었다.
정예화된 36명을 이란에 데려와 6개월간 혹독한 훈련으로 단련시켰고, 지금은 중동의 어떤 무장세력들과 맞붙어도 이길 수 있는 전사로 키워놨다.
그런데 한 달 전에 고문도가 등장하면서 자기는 완전히 문도의 시다바리로 전락하고 만 꼴이 되었다. 나이도 16살이나 적은 33살짜리의 뒤치다꺼리나 하게 된 것이다.
“남 보스! 앞으로 우리가 중동의 달러를 쓸어 담기 위한 확실한 교두보를 이란에 구축하게 될 거요. 훈제칠면조 가공공장을 차려서 전국체인점을 운영할 거니까, 그 사업의 총책임자인 고문도보스를 적극 지원해 주도록 하시오!”
단호하고도 서릿발 같은 오야붕 신창원의 지시였다.
그래서 창선은 전투력을 고려해서 강한 차례로 순번을 매긴 4개분대 중에, 제3분대를 `창원터키`에 사용할 칠면조 생 닭 운송작업에 투입했다.
“너희 3분대는 앞으로 `창원터키`에서 사용할 우즈베키스탄 수입칠면조 운송작업에 투입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고문도 사장의 지시를 따르도록 해라! 그러나,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우리 `창원파` 대원임은 잊지 마라!”
남창선은 쓰라린 가슴을 자제하며 애써 키운 1개분대를 문도 밑으로 보냈다.
`창원터키`에서는 매일 1천마리 정도의 칠면조가 소요된다. 그래서 남창선의 제3분대 대원 9명을 인수받은 문도는 치밀한 운송계획을 세웠다.
한 트럭에 칠면조 300~350마리까지 실을 수 있는 4톤트럭 3대를 동원해서 한 트럭에 두 명씩 한번에 6명이 동원된다.
보안상 별도의 현지 이란인 운전수를 두지 않고, 같은 트럭에 탄 두 명의 대원이 직접 교대로 운전하게 했다.
분대원 9명중 나머지 3명은 하룻동안 휴식을 취하고 다음날 교체 투입되어, 이틀간 연속으로 우즈벡 칠면조 운송작업을 수행한다.
우즈베키스탄에는 칠면조를 수만 마리씩 대규모로 사육하는 농장은 없고, 시골에서 몇 천 마리씩 소규모로 기르는 농장은 많다.
따라서 우즈벡 내에서도 일정표에 따라 여러 지역의 시골농장을 순회하면서 칠면조를 실어와야 한다.
`창원터키` 공장이 있는 `고르간`시에서 북쪽에 있는 우즈베키스탄으로 가려면 중간에 있는 `투르크메니스탄`을 지나야 하므로 국경을 두 번 넘어야 한다.
`투르크메니스탄`은 남북의 폭이 대략 800Km정도인데, 우즈벡까지의 도로사정은 비교적 좋은 편이다.
“낮 12시에 이곳 `고르간`을 출발해서 다음날 아침 8시까지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공장 정문 앞에 칠면조를 싣고 와서 도착해야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조금 후에 한충석 공장장한테서 듣도록 하고 단 한가지, 이제부터 여러분은 `창원파` 대원이지만 이곳에서 근무하는 동안은 내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점을 절대 잊지 말도록 당부합니다!”
고문도가 남창선의 제3분대원을 받은 첫날 환영인사로 남긴 말이다.
창선은 보내면서 `창원파` 대원임을 잊지 마라고 했고, 문도는 자기 지시에 절대복종 하라고 했다.
우즈벡 칠면조 운송작업은 예상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곳 이란은 여러 민족이 섞여서 살고 있는데, 약 8천만명인구의 절반이 넘는 `페르시아족` 이외에도 거의 4분의1을 차지하는 `아제르바이잔`족이 있다.
이들은 이란과 국경을 인접한 모국인 `아제르바이잔`의 지원을 받아 언제든지 분리독립운동을 요구할 수 있는 민족으로, 이미 그 지하세력을 이란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란의 육군은 약 35만명정도인데, 이와는 별도로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13만명이나 있다.
`이란혁명수비대`의 사업영역은 운송과 건설, 수출입, 석유와 가스, 기간산업 등에 관여하며, 특히 이란에 밀수입된 상품들이 거래되는 지하경제를 장악하고 있다.
이들의 세력이 막강해서인지 이란의 치안은 잘 유지되는 셈이며, 국경을 인접한 동쪽의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에서 활약하는 과격테러단체 `탈레반`의 이란 내 침입과 준동도 아직은 없다.
그러나 험준한 산악과 광활한 사막지대를 뚫고 조성된 `투르크메니스탄`의 인적도 뜸한 도로를 수백Km나 통과하며 우즈벡의 칠면조를 트럭으로 실어 나르는 작업은 결코 안전한 운송작전은 아님이 분명하다.
내일이라도 당장 어떤 불순세력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위험한 운송작전임에 틀림없다.
“여~ 이만하면 우즈벡 칠면조 수입은 안심해도 되겠네요! 내가 어제 남창선 전무 만나서 우리공장 경비 설 다른 대원 몇 명, 얼굴도 보고 왔습니다. 내일부터 제4분대 9명을 보내준답니다. 저는 흑표전차 문제로 사나흘 터키에 좀 다녀 올 테니까, 경비대원들 오면 한 공장장님이 논의된 수칙대로 잘 좀 관리하도록 하십시오.”
이틀째 우즈벡 칠면조가 차질 없이 순조롭게 도착하자, 안심이 된 문도는 경비대원 문제를 한충석 공장장에게 맡기고 터키의 흑표전차 `알타이` 제조회사인 `오토카(사)`에 출장을 다녀왔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 밤 늦게 도착하여 숙소인 아파트에서 한국 진주에 있는 자기의 `비행칠면조` 가공공장 공장장인 함거창으로부터 전화로 보고를 받았다.
`대도정밀`의 흑표전차 엔진부품인 실린더와 피스톤 12포장박스를 드론으로 들어 날라서 공해상에 떠있는 창원해운소속 원양선박에 안전하게 선적완료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문도는 이어서 이란으로 항해하고 있는 창원해운의 1만톤급 원양화물선 창원-03호 심천보선장에게 전화를 걸어 1주일후에 이란에 도착한다는 일정도 확인했다
마침 이란 `창원터키` 칠면조 가공공장에서 첫 생산한 훈제칠면조를 시식하라고 들고 온 한충석과 만나 경비대원들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문도는 처음 경비를 서는 대원들을 불시 점검도 할 겸 격려도 해주려고,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공장으로 오다가 울타리를 침입하는 괴한들을 발견했던 것이다.
핸드폰도 없고 호신용 레이저건도 안 가지고 나섰던 문도는 마침 길가에 괴한들이 세워둔 SUV차량에 들어가 비상등을 켜고, 클랙슨을 마구 눌러서 경비초소의 대원들에게 괴한들의 침입을 알려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눈치 챈 경비조장이 서치라이트를 켬과 동시에 비상사이렌을 울렸고, 다른 초소의 경비대원들이 괴한들이 침입한 도살장건물로 달려가는 도중에, 갑자기 정문 앞에 남창선이 나타나서 호루라기를 불었던 것이다.
창선은 터키에 출장간 문도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줄 알고 제 나름 잔머리를 굴려서 잔꾀를 내었었다.
불시에 대항군 침투작전을 벌여서 자기 새끼들인 제4분대원들에게 아직도 내가 너희들의 생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보스임을 잊지 마라는 경각심을 확실하게 심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문도가 나타나는 바람에 산통이 다 깨어지고 말았다.
이제 1주일 후면 이란 남쪽에 있는 `차 바하르` 항구 근처로 심천보가 몰고 오는 밀수선 창원-03호가 도착할 것이다.
이 흑표전차 엔진용 밀수품은 창선의 제1분대와 제2분대가 하역하고, 광활한 이란 내륙을 거쳐 서쪽의 터키까지 안전하게 밀반입 운송해야 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뭐는 누가 챙기고 있으니, `창원터키`회사 공식직함이 사장인 고문도에 비해 고작 전무인 남 전무, 남창선의 심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겠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작가의말
아프가니스탄에서 준동하는 과격테러단체 `탈레반`의 발생배경에 대해서는 이 글 도래인의 15화 `이슬람국가 IS`의 후반부를 참조해 주시기 바람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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