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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로이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탐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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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로이
작품등록일 :
2015.11.27 09:19
최근연재일 :
2016.01.30 10:08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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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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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8,724

작성
15.12.0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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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대련

DUMMY

마차 밖으로 보이는 달빛이 매우 밝다. 2개의 달. 내가 태어났을 때는 저 2개의 달이 겹쳤었다고 들었다. 일명 그랜드 문. 태어나는 아이에게 다른 세계의 기억을 눈뜨게 해주는 현상. 전생에 대해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저 평범한 중산층의 평범한 소녀였다는 것. 특별한 특기도 없고 그렇다고 머리기 좋지도, 예쁘지도 않는 그저 그런 여자아이.


“아가씨 또 달을 보고 계십니까?”

“아아 세실리. 달이 밝지 않아?”

“솔직히 저는 이 원정에 아가씨께서 따라가시는 것에 반대입니다. 전설의 괴수이니 아가씨께서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그렇다고 평생을 저택 안에만 갖혀살고 싶지는 않아.”

“던전에 들어가시는 것 말씀이십니까? 그건 지금은 위험합니다. 백작님의 정적들에게...”

“다른 귀족들도 취미 삼아서 던전에 들어가는걸. 사냥이랑 뭐가 다르다고.”


사실 이해하고는 있었다. 나는 특별하다. 말 그대로 공작님과 일부 동격의 가문들을 제외하면 내 위에 설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많은 것들을 가지고 태어났고, 아버님께서 백작을 계승하신 이상 앞으로도 그 이상의 것들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많은 것들 중 내가 직접 이뤄낸 것은 얼마나 될까?


그렇기 때문에 검술에 관심을 가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 라비린스에 있는 던전에 탐색자로서 도전하고 싶었다. 물론 아버님께 원하고 원한 결과 얻어낸 것이 겨우 이 토벌대에 참석하는 것뿐이었지만.


“이번 엘리네스의 신관들 중 던전에 들어간 적이 있는 신관이 있을까? 있다면 한번 이야기 해보고 싶은데.”

“휴... 네 알아보겠습니다. 에밀리아 아가씨.”




“뭐 백작님께서도 이번 일을 무시하긴 어려웠을 거야. 그랑비스트 사냥 자체가 5대 백작님의 업적 중 하나였으니 아무래도 백작가의 정통성에 관련되지 않겠어? 거기다가 전설의 괴물을 휘하 병력이 사냥했다는 것 자체가 동격의 귀족들이 무시할 수 없는 명예가 되니... 물론 기사단을 전면 동원할 수는 없었지만 기사단원 몇 명쯤은 내려보내실 수는 있으셨겠지. 백작님의 대리로서 백작영애께서도 오신 것을 보면....”

“에밀리아 아가씨... 예쁠까요?”

“어이”


하루 종일 말을 타고 가자니 자연히 주변 기사들 하고 잡담을 하게 된다. 덕분에 존더라는 중년 기사와, 릭이라는 어린 기사와도 금방 친해질 수가 있었다.


“에 그럼 자네는 약혼녀도 없다는 거?”

“저같이 신규로 들어오는 가문소속이야 주변에 소개시켜줄 인맥이 있어야 말이죠.”

“우훗!”

“어이 릭 너는 항상 바람필 준비만 하면서 그런 일로 우쭐되지 말라고!”

“두 분이 정말 친하시나 보죠?”

“뭐 예랑은 사촌지간이니까. 나이 차가 나지만, 이 녀석 성격이 모난 것도 아니고.”

“에헤헷”

“그나저나 몬스터들 습격이라도 안하나 가만히 말타고 있자니 몸이 쑤시는데.”

“형님도 던전도 아닌데 몬스터가 이 대 인원을 습격하겠어요?”

“하긴. 아 그래. 로이드 넌 던전에 다닌다고 했지. 그쪽 몬스터 싸울만 하냐?”

“음... 제가 들어간 곳까진 몬스터는 약해 빠졌는데, 어두운거랑, 함정, 길찾기 때문에 별로 진행이 안 되서요.”

“에잉 그럼 당장은 기대할 순 없겠네.”


오늘은 이만 야영이다. 윌슨 마을은 앞으로 하루를 꼬박 더 이동하면 저녁 무렵에야 당도할 수 있다고 한다. 가벼운 야영지를 만들고 쉬려는데, 병사가 나를 찾아온다.


“마이어 기사님이시죠?”

“응? 내가 마이어인데?”

“아가씨께서 찾으십니다. 따라오시죠.”

“엥?”



-세실리-

아가씨께서는 그 레나라는 여사제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셨다. 마지막에 등장하여 구해주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아가씨께서는 상당히 만족하신 모양인지 린이라는 여용병까지 불러서 같은 이야기를 다른 관점에서 다시 듣고 계셨다. 그렇지만 이건 좋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백작님의 정적들이 아직 남아있는 이 위험한 시기에 던전에 들어가시고 싶어 하셔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런 동경까지 불러일으킨다면... 아가씨께서 던전에 대해 가지시는 환상을 깨줄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그 기사는 지금 토벌대에 속해있다고 한다. 린이라는 여용병을 보니 그 나이 대에 비해서는 제법이지만 그것뿐이다. 마력을 움직이는 비전도, 체계적으로 쌓아올려진 검술도 없어 보인다. 그런 시각에서 비교적 제대로 배운 기사를 봤으니 대단해 보였겠지.


“아가씨께서 보고 싶으시다면 불러서 저와 검술을 겨뤄보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세실리? 설마 호승심이 생긴거야?”

“설마요.”


병사의 안내를 받아 그 남자가 걸어온다. 20대쯤 되어보이는 남자. 역시 익스퍼트는 아니다. 하긴 제대로 된 비전도 없을 자유기사 출신이 그 나이에 익스퍼트에 오를 수 있을 리가 없지. 우리가문처럼 쌓아올려진 비전속에서 각고의 노력을 하여도 나처럼 20대 중반에야 겨우 익스퍼트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비전의 차이를 탐색자들은 던전 깊이 들어가면서 마력에 노출되는 것으로 매운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 남자도 그런 이유 때문에 던전에 도전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2층 정도만으론 어림도 없는 이야기지만.


“...라는 이야기로 세실리가 호승심을 느끼는 것 같아서 한번 대련해 주었으면 해.”

“호승심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한번 겨뤄 보고는 싶습니다.”

“에.... 예. 저야 고명하신 여기사님과 검을 섞을 수 있다면 영광이죠.”

“저 저기 죄송..”


뭐 여용병이나, 여사제 그리고 저 남자 입장에서는 황당하기도 하고 무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양보할 수 없다.


“그럼 무기는...”

“사관이 잠시 검을 맡아두었던가? 사관! 마이어 경에게 무기를 돌려주도록. 그리고 이 앞에서 세실리와 대련이 있을 것이다. 준비하도록 해.”


대련을 위해 급히 마련된 공터에 나온다. 참관인은 아가씨와 만일을 대비한 사제들 그리고 그 여용병 뿐. 무슨 일이 있어도 저 기사의 명예는 지켜줘야 한다. 적어도 영문도 모르고 휘말리게 된 것은 확실하니까.


“방패는 서로 사용하지 않는 걸로 하죠. 가벼운 검술대련이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대련을 시작하자 서로 정해진 기수식을 취한다. 이제 압도적으로 제압하는 일만 남았다. 비전의 방법으로 마력을 운영하여 온 몸의 능력을 증폭시킨다. 그리고 화살처럼 남자의 앞으로 쏘아져 들어간다. 그러나 눈앞에서 남자는 왼발을 축으로 회전하여 몸을 비튼다.


‘피했어?’


남자가 피한 방향으로 일격, 일격 강격을 넣는다. 그러나 남자는 모든 공격을 다 막아낸다. 분명히 속도는 내가 더 빠르다. 거기다 마력에 의한 증폭으로 일격 일격이 강격에 준하게 강화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녀석은 합을 맞춘 듯 모든 공격을 흘려내고 있다. 놈은 분명 나보다 느리다. 그러나 내가 노리는 방향을 읽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예상치 못한 일격을...


휘잉

‘큭!’


예상치 못한 일격을 쏘아내기 위해 연속성이 끊어진 순간을 정확히 노려 반격이 들어왔다. 파격을 노려 요행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아니 검 기량만은 확실히 나보다 우위에 있다. 그렇지만 이번 대련만은 아가씨를 위해서라도 질 수는 없다. 비겁하게 여겨질지 몰라도 여기에서는 검기를 이용해 한번에 승부를 가린다.


“타앗”


검이 마주치려는 순간 검기를 폭출시킨다. 이를 이용해 상대의 검을 꺽어버리고 단숨에 승부를 가리려는 순간


상대가 내 앞으로 한발을 내딛었다.


한발을 내딛음으로서 검끼리 마주치는 것이 무효로 돌아갔다. 동시에 가슴 쪽으로 들어오는 어깨치기. 검기를 내리치려는 동작중이어서 이를 회피할 수는 없다. 가슴 갑옷에 둔탁한 충격을 느끼며 몇 걸음을 정신없이 물러난다.


“대련이 너무 격해진 것 같군요. 대련은 여기까지로 하는게 어떨까요.”


방금 전은 치명적이었다. 나라고해도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자신을 추격하여 그 자리에서 대련을 마무리 지을 수도 있었다.


익스퍼트의 신체증폭 능력을 사용했다. 거기다가 검기마저 사용했다. 그러나 인정해야 한다. 자신은 진 것이다. 상대방은 모든 불리한 조건을 검술만으로 완전히 뒤집어 버린 것이다.


“제... 제가 ㅈ”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몰입할 만큼 즐거운 대련이었네요.”

“.....”




-로이드-

“저 저기 죄송해요.”

“아니 괜찮아. 신경 쓸 필요 없어.”


레나가 사과해 온다. 뭐 귀족들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자기 휘하에 있다면 보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거기다 나로서도 이 정도의 실력자와 대련을 하는 일은 쉽게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다. 던전 탐색이 무력 이외의 요건으로 정체되어 있는 지금은 더욱 더.


상대방 여기사의 일격 일격은 빠르고 강력했다. 그렇지만 모든 공격이 나를 향하는 이상 최소의 움직임만으로 흘려낼 수 있다. 결국 그녀는 이런 교착상황을 끝내려는 듯 공격방식에 변형을 주려 했다.


‘그렇지만 안 그래도 읽히는데 그렇게 틈이 드러나 버리면 찌르지 않을 수도 없다고.’


모든 방식이 막히자 공격의 흐름이 바뀐다. 이 전까지는 한번에 압살하려는 듯 했다면 지금은 강력한 한 방을 준비하는 듯한... 그리고 이때다 싶은 순간 여기사의 검에 막대한 기운이 몰려든다. 동시에 들어난 빈틈을 향해 오른 발을 디디며 어깨치기를 감행한다. 정신없이 물러나는 여기사. 여기서 추격하여 끝을 낼 수는 있지만 상대방의 명예를 꺾으면서까지 감행할 필요가 있을까?


“대련이 너무 격해진 것 같군요. 대련은 여기까지로 하는게 어떨까요.”


대련을 종료하자는 나의 권유. 실질적인 자신의 패배라는 것을 느낀 세실리라고 불리는 여기사의 얼굴에 어두운 기색이 깃든다.


“제... 제가 ㅈ”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몰입할 만큼 즐거운 대련이었네요.”

“.....”


아니 아무리 봐도 ‘큿 죽여’가 어울리는 얼굴 표정으로 눈 가에 물기를 띠고 있으면 이쪽이 더 미안해진다고.



“우훗 그 기사X 어떠냐 내 안목이!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고!”


대련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자, 린이 기분이 좋은 듯 말한다. 뭐 아까 일로 약간 스트레스 받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조금은 자중하는 편이.


“어 어이 대련한 것은 난데...”

“언니께서 정말 기분 좋으신가 봐요. 후훗”



-에밀리아-

솔직히 생각 이상의 대련이었다. 자유기사 출신이 24살에 익스퍼트에 든 천재인 세실리와 대등하게 겨룰 수 있을 줄은 기대도 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물론 나에게서 던전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려는 세실리의 의도임은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라도 다른 탐색자의 솜씨를 구경하고 싶었다는 것이 본심이었다.


“세상에는 숨은 기인들도 참 많구나.”

“죄송합니다. 사실 그는 저 이상의 실력이었습니다.”

“에이 뭘 세실리도. 봐 줬다는 것을 알고 있어.”

“아니 저는.... ”

“뭐. 뭐. 겸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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