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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차 님의 서재입니다.

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설차
작품등록일 :
2024.07.16 15:48
최근연재일 :
20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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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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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오래 걸린 만남

DUMMY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독무대의 자객들이라면 머지않아 부소의 수급을 가져올 것이다.


그렇기에 조고는 낙관하면서 결과를 기다렸다.


“어르신, 급보이옵니다!”

“현장에서 위철과 부하들이 몽염에게 붙잡혔습니다!”


암살시도의 연이은 실패로 누적된 불안감이 마침내 폭발했다. 심복들이 다급한 목소리로 비보를 전하자 눈앞이 어지러울 정도의 충격에 휩싸였다.


독무대가 실패했다.

그것으로 모자라 붙잡히기까지 했다.


부소를 암살하려 했다는 증거들이 몽염의 손아귀에 넘어갔겠지. 세작과 자객들은 어떤 고문에도 입을 열지 않겠지만 허약한 환관에 불과한 위철은 모든 정보를 뱉어낼 것이었다.


함양으로 압송되기 전에 놈들의 입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분명 몽염의 부하들이 밤낮으로 감시하고 있을 것이기에 쉽지 않았다.


“천하의 독무대가 한낱 백면서생 따위를 못 죽였단 말이냐! 이런 쓸모없는 놈들!”


악에 받친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늙은 환관의 앞에 부복하던 환관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 그것이··· 부소가 뛰어난 검술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고 합니다.”

“부소에게 죽은 자객들이 20여 명에 달한다고 하옵니다!”


환관들의 보고에 조고는 무슨 얼토당토않은 개소리냐며 책상 위에 있던 죽간더미를 뒤엎었다.


암탉이 새끼를 낳았다는 말을 믿겠다.

잠시 뜀걸음을 하는 것조차 못하던 말라깽이가 검술 고수였다고?


부소가 젖먹이였을 때부터 감시해온 조고였기에 사실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돌아온 자객들의 생생한 보고가 더해지면서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다.


“허약한 약골이던 모습도, 우유부단하던 백면서생의 모습까지도 우리들을 일거에 기만하기 위한 속임수였단 말이냐? 모두 이 때를 위해서···!!”


두렵다.


폐부를 관통하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어떤 권력자도 이토록 음험하진 않았다.

밑바닥을 알 수 없는 기만술에 숨통이 막혀오는 듯했다.


불과 열세 살의 나이에 즉위하여 반란을 진압하고 왕권을 강화했던 지금의 황제를 떠올리게끔 만들었다. 자신의 목숨과 권력기반을 위협하는 최대의 정적을 마주한 조고는 본인이 일생일대의 궁지에 내몰렸음을 깨달았다.


‘놈을 변방으로 치워버리는 것이 아니었다! 함양을 떠나자마자 죽였어야 했어!’


뒤늦게 후회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한낱 애송이에 불과했던 놈이 최대의 정적으로 성장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여 자신을 뒤흔들겠지. 독무대가 자객들을 파견하여 부소를 암살하려 했음을 은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될 터였다.


“폐하께선 언제쯤 돌아오시느냐?”

“동군으로 행차하였으니 족히 한 달은 소요될 겁니다.”


한 달.


그 안에 어떻게든 불리한 정세를 뒤집어야 한다.


편두통을 호소하는 관자놀이를 짓누르면서 새로운 묘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어르신! 지금 조정의 늙은이들이 궐문에 눌러앉아 시위하고 있습니다!”

“뭐라?”


잠시의 여유조차 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변수가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황제를 대신하여 국정을 처리하던 조정대신들이 태정(怠政)을 시작하자 수레바퀴처럼 돌던 직무수행이 멈췄다.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만약 태정이 보름, 한 달 동안 이어지게 된다면 군현제(郡縣制)가 마비될 터.


군현제는 진나라의 심장이다.

조정대신들의 태정은 진나라의 심장이 멈췄음을 의미했다.


“탁상공론이나 지껄이던 늙은이들이 되도 않는 위세를 부리는구나! 황제가 함양으로 돌아오면 벌벌 떨면서 입조할 놈들이다!”


하지만 황제가 귀환하려면 족히 한 달은 소요된다.


한 달 동안 심장이 멈춘 채로 살 수 있을까?

아니,

보름도 안 되어 진나라의 국정은 파탄에 이를 것이다.


군현제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황제는 조정대신들의 강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대죄를 수차례 범했음에도 매번 면죄의 대상이 되었던 늙은 환관도 이번만큼은 피할 수 없으리라.



* * *



죄인들을 모두 안읍(安邑)으로 압송하라.


과거 위나라의 수도였던 안읍에 국문장이 세워졌다.


동군을 통과한 전국순행 행렬이 함양으로 복귀하는 길목에 세워진 도시였으며, 함양과도 거리가 가까웠기에 조정대신들을 불러내기에 편리했다. 또한 안읍은 상군과 도로가 연결되어 있었던 터라 암살시도에 연루된 죄인들을 빠르게 압송할 수 있었다.


폐하께서 중거부령 조고의 심문을 윤허하셨다.


그에 조정대신들은 황명을 받들면서도 국정에 복귀하는 것은 보류했다.


“안읍이라···. 지금은 하동군으로 불리고 있지 않소?”

“당시 위나라의 수도였던 안읍을 함락시킨 이후에 하동군이라 지명을 고쳤지요.”


부소와 몽염은 황제의 부름을 받들고자 안읍으로 죄인들을 호송했다. 독무대의 습격에 대비하여 5천의 병력이 뒤따랐다.


다행히도 안읍에 도착하는 동안에 어떤 습격도 벌어지지 않았다.


성이 보이기 시작하자 부소는 한숨을 내쉬었다.


“부황을 알현하게 되겠구려. 또 호통을 들을까 두렵소.”

“분명 폐하께선 공자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겁니다. 소장이 장담하겠사옵니다.”

“위로해주어 고맙소만···. 장담까진 하지 마시오.”

“······.”


옥좌에 기대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호령하던 황제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비록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었지만 당시를 회상할 때마다 진절머리가 났다.


또 길길이 날뛰는 모습을 보게 되겠군.


몽염에게 맡기고 돌아갈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황제가 부름을 내렸기에 불가능했다.


극형을 선고하는 재판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빠질 순 없지. 우선 피해자의 진술이 끝난 이후에 암살시도에 동원된 죄인들의 고문이 시작되리라.


“부소 공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변방에서 참으로 큰 공적을 세우셨사옵니다.”


성문에 들어서자 함양에서 도착한 고관대작들이 공손하게 예를 취하면서 환대했다. 폭군을 상대로 파업을 선언한 원로들을 바라보면서 멋쩍은 쓴웃음을 흘렸다.


오늘로 1주일째인가.

군현제를 시행하는 진나라에서 파업이 벌어지다니.


조고를 추종하는 환관 세력은 고관대작들이 선언한 대규모 파업의 배후에 부소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부소는 전혀 무관한 입장이었다. 함양에서 날아든 소식을 듣자마자 당혹감을 내비쳤을 정도였다.


“조정과 사직을 심려하는 경들의 마음을 어찌 모르겠소? 하지만 이제 부황께서 국문을 결정하셨으니 경들도 이만 노여움을 푸시오.”

“하지만 폐하께선 매번 조고가 대죄를 범하였어도 용서하셨사옵니다. 이번 국문에서도 대역죄를 범한 조고에게 면죄를 주진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결코 그럴 일은 없을 거요. 나를 믿으시오.”

“···함양으로 서한을 보내어 조정의 관료들에게 복직하도록 이르겠사옵니다.”


만약 황제가 지금의 광경을 보았다면 “네놈들은 대체 누구의 신하냐!” 라며 난폭한 고함을 내질렀겠지. 조정의 원로들은 반평생을 보필했던 황제보다 부소를 더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다.


환관들을 총애하는 황제와 반목하면서 골이 깊어진 탓이다.


또한 부소의 명성이 단기간에 하늘을 찌를 정도로 급상승한 영향도 컸다.


황제의 슬하에 수많은 아들들이 있었지만 후계자의 재목은 부소가 유일했다. 그렇기에 조정대신들은 벌써부터 부소를 다음 황제로 확정하기에 이르렀다.


“폐하께서 옛 제나라 영토를 시찰하시던 도중에 자객들의 습격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 그게 사실인가?!”


창해 역사(滄海 力士).


다섯 대의 어가들 중에 두 대가 파괴.


전국순행 행렬을 습격했던 자객들은 멸망한 한(韓)나라 출신으로 밝혀졌다.


조정대신들로부터 암살시도 소식을 접한 부소는 혼란을 금치 못했다. 전국순행 행렬을 습격한 배후가 분명 장량일 것이기 때문이다.


장량.


한삼걸(漢三傑)의 일원이자 협객의 상징.


유방의 휘하에서 전략을 제시하고 방침을 이끌었던 왕좌지재(王佐之才)였다.


한신이 병마를 이끌었다면 장량은 유방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호탕하면서 오만한 성격의 유방이 그릇된 결정을 내리려 했을 때마다 간언하여 최후의 승자로 추대하지 않았던가.


참으로 아쉽다.


장량을 휘하에 두었다면 두려울 것이 없었을 텐데.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장량을 영입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가산을 모두 탕진하면서까지 자객들을 고용하여 진나라의 황제를 암살하려 했던 장량의 복수심은 항우에 비견될 정도였다.


“공자, 소장은 중랑장의 부장이옵니다.”

“무슨 일인가?”

“앞서 중랑장에게 분부하신 대로 동해군 회음현에 거주하는 한신들을 모두 데려왔습니다.”

“아···!”


한신.


유방을 보필한 한삼걸의 필두가 도착했다.


임무를 완수하고자 함양에 도착했다가 안읍으로 향하는 살인적인 강행군을 거쳤다. 부소는 그런 무관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전폭적인 포상을 약속해주었다.


“한신···. 한신들은 어디에 있나?”

“객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사옵니다. 놈들을 냉큼 불러오겠습니다.”


길고 길었던 기다림을 해소할 때가 왔다.


버선발로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체통을 지키기 위해 조급함을 억눌렀다.



* * *



부소 공자께서 너희 촌뜨기들을 부르셨다.


평화롭게 살던 한신들을 강제로 압송했던 진나라의 무관이 그제야 이유를 밝혔다.


부소?

그게 대체 누구지.


관중(關中)에서 멀리 떨어진 동해군의 촌부들이 황제의 적장자를 어떻게 알겠는가? 이름을 들은 촌부들은 “그게 누구야?” “어느 명문가의 도련님인가.” 라는 반응을 보였다.


‘촌뜨기라고 무시하는 것도 정도껏이지···. 생각 같아선 턱주가리라도 날리고 싶은데.’


한낱 촌부에 불과했던 다른 사내들과는 다르게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발걸음을 내딛은 한신은 자신을 멸시하는 무관을 노려보았다.


주먹을 날리자마자 바로 반격이 들어오겠지.


그럼 칼자루를 뽑을까?


아니,

바로 참살당할 것이 분명했다.


상대는 황실을 호위하는 진나라의 무관이다. 자신이 아무리 무식한 시정잡배라도 승산을 가늠할 줄은 알았기에 옹졸한 분노를 억눌렀다.


“따라와라. 공자께서 네놈들을 찾으신다.”


촌락을 떠난 이후부터 수개월 동안 이어졌던 의문을 해소할 순간이 왔다.


부소.


자신을 똥개 취급하듯 관중까지 부른 당사자를 만나게 된다.


무지렁이에 불과한 동명이인들과는 달리 한신은 한나라 출신인 부호의 후예였다. 지금은 부귀영화 따위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몰락한 상태였음에도 기본적인 학식은 갖추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신은 무관들의 언행을 통해 부소가 황제의 적장자임을 알아차렸다.


“소인은 여기 있겠사옵니다···!”

“저, 저도 돌아가면 안 되겠습니까?!”


안읍의 중심부로 향하는 관문을 통과하자 진나라의 검은색 군기들이 좌우에서 펄럭였다.


촤아악-.


바람이 불 때마다 수많은 군기들이 위압감을 과시했다.


시골에서 평화롭게 살던 촌부들이 위압감을 버텨낼 리가 없었다. 천하를 종횡무진한 검은색의 군기를 목격한 촌부들은 저승사자라도 마주한 것처럼 벌벌 떨었다.


“뭐요? 안으로 들어가라면서.”

“검을 차고 들어설 생각이냐. 검은 내려두고 가라.”

“알겠수다. 잘 보관하고 계시오, 내 유일한 재산이니.”

“끝까지 목숨을 보존하고 싶거든 그분 앞에선 천박한 언행을 삼가는 게 좋을 게다.”


검집과 함께 검을 건넸다.


그러자 관문을 호위하던 병사들 중의 한 명이 건네받았다.


“크흠!”


위압감에 압도당한 모습을 최대한 숨기기 위함일까.


관문을 통과한 한신은 헛기침을 늘어놓았다.


늙은 표모에게 밥이나 얻어먹는 잡배에 불과한 몸이지만 진나라 놈들에게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망국의 백성에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할까? 그래서 허장성세를 부리듯 당당한 발걸음으로 내부에 들어섰다.


“네가 한신이냐.”


숨이 막힌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목을 움켜쥔 듯했다.


만근에 달하는 철종(鐵鐘)이 어깨에 올려진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가 없다.

그에게 무릎을 꿇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왕(大王)···. 아니, 과연 황제(皇帝)의 재목이란 것인가.


천하를 호령하기에 일말의 부족함이 없는 오만한 위압감이다. 전쟁을 경험하고 암습을 겪으면서 성장한 풋내기는 어느덧 패자(覇者)의 면모를 보이는 인물이 되어있었다.




작가의말

주기적으로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 하는 불세출의 인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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