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차 님의 서재입니다.

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설차
작품등록일 :
2024.07.16 15:48
최근연재일 :
2024.09.16 18:00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708,906
추천수 :
20,087
글자수 :
286,232
유료 전환 : 1일 남음

작성
24.09.04 18:00
조회
11,180
추천
373
글자
12쪽

사면령 선포

DUMMY

이세황제가 되자마자 시작한 일은 시황제의 사망으로 인해 촉발된 혼란을 수습하는 것이었다.


절대적인 힘과 권력의 상징이었던 시황제가 죽었다.


그로 인해 진나라 백성들의 불안과 동요가 증폭되었다.


관동(關東)이 도적떼들의 손아귀에 넘어갔다.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 시황제가 사망했으니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했다.


즉위식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대전에서 황제로서의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우선 관중(關中)과 관서(關西)의 지방관들을 소환하여 충성서약을 받아냈다. 그리고 파촉(巴蜀)의 지방관들에게는 서한을 보내어 이세황제의 즉위를 알림과 동시에 본연의 직무를 다할 것을 당부했다.


“전국 36개 군을 13개의 주에 편입시키고, 각 주마다 감찰관을 두어 다스리려 하오.”


여러 군(郡)들을 하나의 주(州)에 편입시킨다.


그리고 황제의 직속인 가진 주자사(州刺史)를 파견하여 지방관들을 감찰한다.


황제가 단독으로 36개 군들을 모두 관할하는 것은 살인적인 부담이다. 대리청정을 실시하면서 극한의 과로를 경험했던 부소는 본인을 보좌해줄 감찰관들을 만들기로 했다.


“내란을 진압할 사진장군을 신설하겠소. 이제부터 군부의 장수들은 반란군의 토벌에만 집중하시오.”


사진장군(四鎭將軍)은 대규모 반란이 발생한 전시에만 병설된다. 진승과 오광을 위시한 관동의 반란군을 토벌하기 위해선 독립적인 군대를 이끄는 사령관이 뽑았다.


다른 장수들보다 먼저 장한을 진동장군(鎭東將軍)으로 임명했다.


장한은 조고와 내통하던 장수들을 신속하게 체포하고 군부를 장악하는 공적을 세웠다. 반란을 진압한 일등공신들 중의 한 명이었기에 조정대신들이 모두 찬성했다.


“장한, 영천군과 동군의 병력을 맡기겠소. 상장군과 연계하여 반란군의 확산을 막으시오.”

“존명.”


영천군(潁川郡)과 동군(東郡)은 옛 위(魏)나라와 한(韓)나라의 영토였다.


6국의 부흥운동은 천하를 정복했던 시황제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많은 잡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왕실의 후예와 귀족들이 거병하면서 성을 점령하고 관아를 습격하기에 이르렀다.


장한이라면 믿을 수 있겠지.


아니, 장한이야말로 최고의 적임자였다.


본래 역사에서 장한은 오합지졸이던 여산(酈山)의 죄수들을 병력으로 동원하여 진승과 오광의 반란을 진압하고 6국의 부흥운동까지 박살내버린 진나라의 명장이었으니.


‘휴우···. 밤낮으로 방에 틀어박혀서 삼국지 시리즈를 돌렸던 보람이 있네. 설마 진나라로 회귀해서 한나라의 지방행정과 관직을 사용하게 될 줄이야.’


세상에 쓸모없는 지식은 없다.


어떤 지식이라도 배우면 도움이 된다.


그것을 증명하듯 지방행정을 개편하고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비책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대장군, 중앙군의 편제는 어떻게 되었소?”

“당장이라도 출진할 수 있도록 5만의 병력을 추려두었사옵니다.”


표기장군 이신과 상장군 왕리로 하여금 관동을 포위하고 대장군 몽염이 지휘하는 중앙군이 진공하여 반란군을 궤멸시킨다. 비록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었지만 파죽지세를 거듭하는 반란군에게 반격할 준비가 마련되었다.


또한 민중봉기에 참전했던 백성들에게 사면령을 내리는 유화책을 실시했다.


반란을 진압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역도로 규정된 백성들의 대부분은 진나라의 가혹한 법률에 희생된 피해자일 뿐이니까.



* * *



빌어먹을 폭군이 죽었다.


함양에서 시황제의 국상을 치른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민중봉기에 참전했던 백성들은 병장기를 치켜들고 함성을 내지르면서 기뻐했다.


하늘로부터 천벌을 받은 것이리라.

폭군은 그토록 헤매던 영생을 누리지 못하고 쉰 살도 안 되어 사망했다.


수많은 고을들을 순식간에 점령하면서 관동을 종횡했던 진승과 오광의 반란군은 진성(陳城)까지 함락시키면서 기염을 떨쳤다. 수만 명의 병력을 비롯하여 전차와 군마들을 모두 노획한 반란군은 대초(大楚)라는 국호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초나라.


단순히 진승과 오광이 초나라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부하들도 대부분 초나라 출신이었기에 만장일치로 국호를 결정했다.


“형제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네. 폭군이 죽으면서 마음속의 울분이 가라앉기 시작한 게야.”

“젠장! 우리들의 대업은 이제부터 시작이거늘···!”


폭군의 사망으로 폭정이 사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솟구쳤다. 게다가 진나라의 황제를 계승한 적장자 부소는 어질고 선한 성품으로 유명한 위인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어질고 선한 적장자라면 당연히 성군이 될 터.


이세황제로 즉위한 부소가 사면령을 선포하면서 진승과 오광을 전폭적으로 추앙했던 백성들의 민심이 다소 가라앉기 시작했다. 가마솥의 끓는 물이 빠르게 식어버리듯 말이다.


“늙은 환관의 반란이 성공해서 시황제의 포악한 막내아들이 황제가 되었다면 계속해서 백성들에게 지지를 받았겠지만··· 부소가 반란을 진압하면서 어그러졌네!”

“······.”


백성들의 민중봉기가 이어지려면 대척점인 폭정의 상징이 필요했다.


하지만 시황제는 죽었다.


그를 대신하여 성군의 자질로 평가받는 부소가 이세황제에 오르게 되었다.


민심이 꺾이는 것은 당연했다.

산불처럼 맹렬하게 타오르던 백성들의 증오와 울분이 점점 누그러졌다.


지금까지 백성들이 진승과 오광에게 가세하여 진나라에 항거했던 것은 활로가 보이지 않는 극단적인 폭정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무거운 세금과 노역을 부담하지 못하면 진나라의 잔인무도한 법률에 따라 사형에 처해질 수밖에 없었기에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민중봉기에 합류했다.


이세황제가 사면령을 내렸다.


지금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가면 어떤 죄도 묻지 않겠노라고 천명했다.


병사들의 사기와 의욕을 꺾어서 반란을 진압하려는 진나라의 반간계가 분명하다. 진승과 오광은 군세가 와해될까 우려하여 두령들을 단속했지만 민중들의 동요를 막을 순 없었다.


“어리석고 나약한 작자들 같으니라고! 부소가 폭군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나라에 시황제처럼 포악한 폭군이 나오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장담한단 말인가? 만천하의 백성들이 왕후장상의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거늘!”


출신과 신분 따위에 상관없이 본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왕후장상이 될 수 있는 세상.


그것이 바로 거병의 명분이자 이상이었다.


진나라에 이대로 굴복한다면 ‘왕후장상의 기회가 만천하의 백성들에게 허락되는 세상’은 덧없는 꿈처럼 흩어지고 말겠지. 이세황제가 사면령을 선포하자마자 사기와 전의를 상실해버린 군중들의 모습에 환멸이 치밀었다.


“장 선생! 진 선생! 어서 비책을 알려주시오!”


이대로 군막에 틀어박혀 성토해봤자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그렇게 여긴 오광은 조나라 출신의 명사이자 군대의 참모였던 장이와 진여를 호출했다.


“장군께선 천하의 영웅호걸들과 함께 초나라를 천명하셨습니다. 이제부터 폭정에 대항하는 민중봉기가 아닌 초나라를 부활시키기 위한 부흥전쟁이 되어야 합니다.”

“진나라의 야욕에 마지막까지 항거했던 국가가 바로 초나라이지요. 장군께서 거병하자 초나라의 유민들이 모여들어 군세에 합류하지 않았습니까?”


초나라는 결코 진나라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 수 없다.


13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초나라 백성들이 가진 복수심은 건재했다.


그를 증명하듯 진승과 오광이 출진할 때마다 초나라 출신의 장졸들이 매번 선봉을 맡았다.


진나라를 멸망시켜라.

초나라의 고토와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


장이와 진여의 진언에 진승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초나라의 새로운 왕이 된다면 어떻겠소? 초왕이 되어 귀감을 보인다면 휘하의 병사들도 왕후장상이 되고자 목숨을 초개처럼 내던지면서 싸울 거요.”

“안 됩니다. 장군께서 왕을 지칭한다면 초나라 부흥의 대의가 무너집니다!”


산야에 숨은 초나라 왕실의 왕손을 수배하여 새로운 왕으로 삼도록 권유했다.


그러자 진승은 불만을 내비치면서도 마지못해 의견을 받아들였다.


“진승 장군과 오광 장군에게 천거하고 싶은 인물이 있습니다.”

“지금 말인가? 크흠! 어서 들어오라고 하시오.”


장이와 진여는 조나라를 멸망시킨 시황제가 현상금과 함께 수배령을 내렸을 정도로 많은 기대와 명망을 떨쳤던 명사였다.


그런 명사들이 천거한 인물이라면 분명 뛰어난 인재일 터.


진승과 오광은 의복을 정돈하고서 둔영으로 발걸음한 인재를 맞이했다.


“소인은 한나라 출신인 장량이라 하옵니다.”

“반갑소. 어서 오시오.”


회음군에서 항백과 헤어진 장량은 은거를 끝내고 진승에게 의탁하고자 찾아왔다. 망국의 귀족으로서 많은 공통점이 있었기에 장이와 진여는 기꺼이 장량을 천거해주었다.


창해역사와 한나라 출신의 협객들을 이끌고 시황제를 암살하여 했던 충의지사였다.


소식을 들은 진승과 오광은 반색하면서 장량에게 상석을 양보했다.


“박랑사에서 폭군을 도모했던 충의지사가 바로 그대였단 말이오?! 이 진승이 어리석고 몽매하여 당대의 충의지사를 알아보지 못했소이다!”

“과찬이십니다. 소인은 그저 한나라의 부흥을 위해 거사를 계획했을 뿐입니다.”


서로 담소를 나누면서 회포를 푼 뒤,


분위기가 무르익었음을 느낀 장량이 본론을 꺼냈다.


“초나라 왕실의 현손이신 웅심 공자께서 은거하고 계신 장소를 알고 있습니다. 진승 장군께서는 기병들을 이끌고 웅심 공자를 초나라의 새로운 대왕으로 옹립하십시오. 대왕을 옹립했다는 소식과 함께 초나라의 깃발을 세운다면 육국의 후예들까지 진승 장군을 지지할 것입니다.”

“으음···!”


망국의 왕족을 대왕으로 추대하는 것은 모든 이들에게 왕후장상에 오를 기회가 허락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본인의 이상과는 반대되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세황제 부소가 사면령을 선포하면서 세력을 와해시키려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고 장군께선 한단으로 병력을 보내어 조나라를 부활시키십시오.”

“갑자기 조나라를···?”

“조나라는 초나라와 마찬가지로 진나라를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것은 장군들께서도 잘 알고 계실 테지요.”

“물론 알고 있소.”


진나라는 장평에서 대승을 거둔 이후에 무려 45만 명에 달하는 조나라의 포로들을 계곡에 파묻어버리는 대학살을 저질렀다.


또한 조나라를 멸망시키고자 무려 다섯 차례나 침공하여 수십만 명에 육박하는 병력과 백성들을 도륙하기까지 했다.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목숨을 잃었던가.

조나라의 백성들 중에 가족이 진나라에게 살해당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장군!”

“무슨 일이냐! 지금 장량 선생께서 백년대계를 알려주고 계시거늘!”


초나라에 이어 조나라까지 일어선다면 사태를 관망하던 다른 후예들도 거병을 선택할 터.


6국의 부활이 진나라의 몰락으로 이어지리라.


장량의 계책을 경청하던 진승은 난데없이 군막으로 들어온 부하에게 불호령을 내렸다.


“그, 그것이··· 패현을 점령했던 패공이라는 인물이 부하들과 함께 장군에게 합세하겠답니다.”

“패공?”


본인의 고향인 패현(沛縣)을 점령하고 패공(沛公)을 자칭한 인물이 있다는 소문을 언젠가 들었던 적이 있다.


반란군의 수령인 유방이 수천 명에 달하는 무리들을 이끌고 달려왔다.


이유는 간단하고 명료했다.

진나라 황실의 사면령이 선포되자마자 부하였던 옹치에게 본거지인 패현을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추석 연재계획 + 유료화 공지 +6 24.09.15 750 0 -
공지 제목 변경 안내. +20 24.09.09 909 0 -
공지 연재주기 변경 안내(8월 31일) +2 24.08.31 1,237 0 -
공지 연재주기 변경 안내. +1 24.08.03 17,136 0 -
53 몽필은지(蒙筆殷紙) +19 24.09.16 5,411 279 12쪽
52 한신, 배수진을 펼치다. +30 24.09.15 7,073 292 14쪽
51 항가군 +26 24.09.13 8,357 316 11쪽
50 민중봉기의 쇠락 +26 24.09.12 8,734 320 12쪽
49 삼천(三川)이 피로 물들다. +34 24.09.11 9,157 348 11쪽
48 황제 무쌍 +49 24.09.10 9,443 352 12쪽
47 형양대전의 서막이 오르다 +25 24.09.09 9,753 331 13쪽
46 황제가 친정하다 +24 24.09.07 10,552 361 12쪽
45 양손의 꽃 +26 24.09.06 10,690 360 12쪽
44 6국의 부활 +35 24.09.05 10,885 384 11쪽
» 사면령 선포 +35 24.09.04 11,181 373 12쪽
42 이세황제 즉위 +29 24.09.02 11,733 399 12쪽
41 6국 최대의 적 +20 24.09.01 11,975 375 13쪽
40 멸진흥초(滅秦興楚) +36 24.08.31 12,271 394 12쪽
39 대리청정 +26 24.08.29 13,036 429 11쪽
38 폭풍은 또 다른 폭풍으로 +40 24.08.28 13,297 397 12쪽
37 평온한 죽음 +29 24.08.27 13,546 415 12쪽
36 교차점 +29 24.08.26 13,880 439 11쪽
35 인과응보 +23 24.08.25 13,659 427 12쪽
34 재회 +21 24.08.23 13,823 411 12쪽
33 역풍 +24 24.08.22 13,430 398 11쪽
32 폭풍이 함양을 휩쓸다 +22 24.08.21 13,659 398 12쪽
31 폭풍전야 +20 24.08.20 13,677 389 12쪽
30 떠나기 전에 +26 24.08.18 13,953 415 12쪽
29 사람을 쓰는 것도, 버리는 것도. +38 24.08.17 14,029 430 12쪽
28 집행 +47 24.08.16 13,814 38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