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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차 님의 서재입니다.

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설차
작품등록일 :
2024.07.16 15:48
최근연재일 :
20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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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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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청정

DUMMY

대리청정(代理聽政)이 시작되면서 진나라의 국정을 주관하는 인물이 부소로 교체되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이어지던 철권통치는 끝났다.


많은 변화가 벌어지겠지.

그동안 황제를 중심으로 형성된 정치체제에 급격한 변화가 뒤따르리라.


사람들마다 생김새가 제각각이듯 성품과 성향에 따라 가치관이 다르기 마련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시황제와 부소는 부자관계였음에도 성품과 성향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가.


부소가 태자에 책봉되면서 본격적으로 대리청정이 실시되었다.


조회에 참석한 조정대신들은 의젓하게 대전회의를 이끌던 부소의 총명함에 큰 기대를 보냈다.


“대장군 풍겁을 파하고 상장군 몽염을 새로운 대장군으로 임명하려 하오. 그리고 몽염에게 대사마의 관위를 더하여 진나라의 병권을 맡기겠소.”


대장군(大將軍)은 군부에서 병권을 관장하는 최고위의 무관직이며, 대사마(大司馬)는 조정에서 군사와 국방을 총괄하는 삼공(三公)의 문관직이다.


다시 말해 대장군에 더하여 대사마를 겸임시킨다는 것은 진나라의 모든 병권을 맡기겠다는 의미였다. 지금까지 전례가 없던 전폭적인 기용이었기에 부소의 발표에 조정대신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무성후 왕리를 상장군에, 농서후 이신을 사도에 임명하겠소.”


정치적 후견인이자 거병의 일등공신인 몽염과 왕리가 기용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대규모 원정에서 결정적인 전공을 세운 이신이 지금의 무관직에 더하여 삼공에 임명되었다.


몽염과 왕리의 부장들에게 군부의 무관직이 주어졌다. 척박한 변방에서 묵묵히 종군했던 역전의 용사들에게 그동안의 공적을 참작하고자 대장군을 보필하는 요직을 내렸다.


“태자 전하, 부디 재고해주십시오! 어찌하여 제가 대장군에서 물러나야 한단 말씀입니까! 분명 폐하께서 허락지 않으실 겁니다!”

“지금의 나는 폐하를 대신하여 국정을 수행하고 있소. 그대들을 어디에 임명하고 어떻게 쓰느냐는 황제 폐하의 직권이지 않나. 내 명령이 폐하를 대신하여 내리는 황명임을 명심하게.”


군부를 관할하는 대장군에서 삼사의 태보(太保)에 임명된 풍겁이 격앙된 목소리를 터트리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태보가 어떤 벼슬이던가?


실권이 없는 명예직에 불과한 삼사(三師)의 관직이다.


사실상 한직으로 물러나서 얌전히 봉록이나 타먹으라는 의미였다. 진나라의 명망 높은 명문가 출신이었던 풍겁은 본인과 가문을 향한 치욕으로 받아들이면서 낯빛에 노기를 드러냈다.


“그동안 환관들에게 뇌물과 향응을 제공했던 필부가 아닌가? 솔직히 태보의 벼슬도 아깝지.”

“군부가 제대로 소임을 다했다면 조고 따위가 반란을 일으키지도 못했을 게요.”


도움의 손길을 구하고자 조정의 원로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원로들은 그런 풍겁을 삭탈관직이 마땅한 필부 따위로 취급했다.


“표기장군의 무관직을 상설하여 이신을 임명하겠소. 표기장군 이신은 관서군을 이끌고 반란의 무리들을 조속히 평정하시오.”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조고의 심복들이 일으킨 관동의 반란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항우와 유방을 비롯하여 천하의 수많은 군벌들이 거병할 터.


반란 진압을 총괄할 총사령관이 필요했다.

그래서 표기장군(驃騎將軍)이라는 새로운 무관직을 상설하여 이신에게 맡겼다.


“폐하께서 승하하셨다는 악랄한 유언비어가 만천하에 횡행한다는 소식을 들었소. 부디 경들께서는 하찮은 낭설 따위에 현혹되지 말고 충성을 다하여 황실과 조정을 보필해주시오.”


부소가 하교하자 조정의 문무백관이 예를 취했다.



* * *



아침과 저녁마다 열리는 조회에서 조정대신들과 국정을 의논했다.


그리고 하루에 120근에 달하는 공문들을 모두 처리해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

학문의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는 박사(博士)들과 문답을 나누면서 강연까지 들었다.


살인적인 시간표가 아닐 수 없었다.


역사의 수많은 황제들 중에서도 의심 많은 일중독으로 유명했던 시황제는 매일 살인적인 시간표를 소화했다. 즉위한 이후부터 모반의 위험을 수차례 겪으면서 생긴 의심증 때문이었다.


모든 사무들을 직접 처리하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중앙과 지방의 모든 고관들을 감찰하고 감시하면서 모반을 경계했다.


황제는 지독한 의심병을 앓고 있었다.

전권을 이어받아 국정을 주관하게 되면서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폐하께선 박사들과의 강연만큼은 과감히 생략하셨습니다. 매일 점심마다 여는 강연이라도 줄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부족하고 모르는 게 많으니 어떻게든 배워야 하오.”


이사의 제안에 부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족하고 모자라다.

본인의 미흡하고 우둔한 점을 알기에 더욱 노력을 기울였다.


대규모 원정을 위해 기마술을 배웠으며 독무대의 자객들을 대적하고자 검술을 단련했다. 그리고 지금은 완벽한 지배자가 되고자 제왕학을 비롯한 학문들을 배우려 했다.


모르면 알아야 하고, 부족하면 채워야 한다.


부소의 말에 이사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승상에게 부탁이 있소.”

“천하를 호령하는 황제가 되셨으니 신하들에게 부탁이 아닌 명령을 내리셔야 합니다.”

“크흠. 그럼 명령을 내리겠소.”

“하명하십시오.”


고지식하고 완고한 가정교사를 대하는 기분이다. 시험에서 낙제점을 받으면 일말의 망설임 없이 회초리를 들어올릴 듯한 깐깐함마저 느껴졌다.


부소는 헛기침을 하면서 목소리를 가다듬은 이후에 입을 열었다.


“천하를 다스리기 위한 법률을 만들어주게.”

“······.”

“지금의 법률로는 천하를 다스릴 수 없네. 진나라의 법률로 어떻게 6국의 백성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겠나. 통치와 교화가 아닌 처벌과 차별만을 강요한다면 선황께서 이룩하신 대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을 터.”

“명을, 받들겠습니다.”


진나라는 오랫동안 법가의 사상을 받아들였기에 치세를 받아들였지만 6국의 백성들은 수백 년 동안 제각각의 통치이념을 따랐던 터라 통일제국의 법률에 적응하지 못했다.


각국마다 풍습이 달랐고 전통과 사상이 달랐다.

그런 6국의 백성들에게 진나라의 법률만 강요했으니 통치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하고 불과 10여 년이 흘렀을 뿐이다.


수백 년에 걸쳐서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싸웠던 여섯 나라들이 진나라를 천하의 유일한 사직으로 인정할 리가 없었다. 가혹한 숙청에서 살아남은 6국의 후예들은 저마다 대의명분을 준비하면서 부흥운동을 계획하고 있으리라.


“전하께선 언제쯤 태자비를 들이실 생각이십니까? 내일이 되면 조정대신들이 합심하여 상소문을 올릴 겁니다.”

“흐음···. 나도 모르겠소.”

“선황의 적장자임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예로부터 진나라는 왕손이 귀한 국가였습니다.”

“왕손이 귀하다고 말하기엔 이복동생들이 많은데.”


국문에서 처형당한 호해를 제외하고도 열여섯 명에 달하는 남동생들이 있다.


또한 시황제의 동생인 장안군(長安君) 영성교의 아들도 있지 않은가.


본래의 역사대로라면 영성교의 아들인 자영이 삼세황제(三世皇帝)로 즉위하게 된다. 그저 시운이 불행했을 뿐이지, 삼세황제 자영은 어리석고 방탕했던 이세황제 호해와는 정반대로 어질고 총명한 인재였다.


사촌동생이 되는 자영을 후계자로 삼는 것은 어떨까, 라고 잠시 생각한 적도 있었다.


“장안군은 선황을 도모하려 했던 역적입니다. 비록 봉호는 거두지 않았지만··· 감히 황위를 찬탈하려 했던 역적임은 분명합니다. 어찌 역적의 아들을 후계자로 삼으려 하십니까.”

“그냥 해본 소리였소.”


당장 자영을 후계자로 삼았다면 상소문 폭탄으로 덤볐겠군.


두 눈을 살벌하게 번뜩이는 이사의 모습에 조용히 포기하기로 했다.


“아무튼 알겠소. 그럼 내일 조회에서 봅시다.”

“소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이사는 물러나면서 대장군 몽염의 여식을 태자비로 간택할 것을 당부했다.


스물다섯의 노처녀를 섣불리 태자비로 간택했다간 조정대신들이 상소문 폭탄을 날릴 텐데. 어쩌면 노산(老産)의 위험을 운운하면서 결사반대를 외칠지도 모르지.


몽염도 바라는 눈치는 아니었다.


아무리 양심이 터진 소인배라도 반오십을 훌쩍 넘긴 노처녀 여식을 태자비로 삼으려는 생각만큼은 하지 않을 테니까.


“태자 전하? 무슨 연유로 소녀를 빤히 바라보시는지···.”

“크흠! 아무것도 아닙니다.”


마침 우연히도 몽연화를 만나게 되었다.


거병한 이후부터 만남이 소원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사가 태자비의 후보로 몽연화를 추천했기 때문일까.


부소는 몽연화를 마주하고선 잠시 머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녀의 부친을 중용해주신 태자 전하의 국은에 미약하게나마 감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대장군께선 척박한 변방에서 묵묵히 활약했던 진나라의 충신이지 않습니까. 대장군을 중용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이제 소녀에게 경어를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태자가 되지 않으셨습니까?”

“누님은 제 은인이십니다. 앞으로도 깍듯하게 예우할 겁니다.”


고개를 숙이면서 예를 취하자 몽연화는 얼굴을 붉히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강직한 성격에 반응이 솔직하신 누님이라 계속 놀려주고 싶달까.


부소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몽연화에게 동행을 부탁했다.


“오늘 기가 막힌 상소문을 읽었습니다. 누님,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궁금하옵니다. 들려주십시오.”

“형산군과 구강군에 한 달 동안 비가 내리지 않는 이유가 노처녀들이 한을 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혹시 누님께서 우천을 막으셨는지요.”

“······.”


푸하하.


경박한 웃음소리가 울렸다.


그에 몽연화는 뺨을 바르르 떨면서 울화를 억누르는 반응을 보였다.


“농담입니다.”

“예, 정말 재밌는 농담이군요.”

“설마 저를 두들겨 패고 싶은 건 아니겠죠?”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만약 황제의 적장자가 아니었다면 괴력난신을 자랑하는 몽씨 가문의 여식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겠지. 몽연화와 자주 목검으로 대련했던 부소는 그녀의 괴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재밌다.


노처녀에게 노처녀라고 놀리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면서도 재밌는 장난이 또 있을까.


“그런데 은 환관이 보이지 않는군요.”

“지금쯤 다 타버린 남궁을 순찰하고 있을 겁니다. 언젠가 재건해야 될 테니까요.”


부소와 은리는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붙어다녔다.


몽연화는 그런 은리가 보이지 않자 궁금했는지 고개를 들어 물었다.


“전하께서는 은 환관을 특히 총애하시는군요.”

“저 때문에 여태껏 모진 풍파를 겪지 않았습니까. 지금까지 표현한 적은 없지만 적지 않게 은리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소녀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다른 이유요?”


부소가 반색하면서 물었다.


하지만 몽연화는 고개를 조용히 내저으면서 대답을 회피했다.


“날이 늦었사옵니다. 어서 침소에 드시옵소서.”

“아, 그렇군요. 시집도 안 간 처녀를 너무 오래 붙잡아뒀습니다.”


하늘을 바라보자 둥글데 떠오른 보름달이 중천을 향하고 있었다.


너스레를 떨면서 농담을 건네자 몽씨 가문의 노처녀가 날카롭게 도끼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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