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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차 님의 서재입니다.

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설차
작품등록일 :
2024.07.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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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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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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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을 급습했던 비장(飛將) 염락과 함께 2천의 병력이 궤멸되었다.


환관 세력의 거병이 실패했다.

대장군(大將軍) 풍겁은 급보를 접하자마자 군부의 병력을 동원하여 진압에 나섰다.


“역적 조고를 붙잡아라!”

“절대로 놈을 놓쳐선 안 된다! 모든 민가들을 샅샅이 수색하라!”


군부를 지휘하는 장수들이 반란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본인에게도 의심의 칼끝이 향할 터. 풍겁은 조고와 연관된 인물들을 체포하면서 진나라 황실의 충신임을 자청했다.


관문들이 모두 봉쇄되었다.

군부의 포위망이 서서히 목을 옥죄는 듯했다.


염락과 2천의 결사대가 진압되었기에 우유부단한 성정의 소인배가 움직였겠지. 심복들과 함께 은신처에 숨은 조고는 쓴웃음을 흘리면서 거병이 실패했음을 깨달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어선 안 되는 일이야!”

“어떻게 부소와 몽염이 거병을 간파하고 함양에 당도했단 말인가···!”


북방의 정예군단이 전속력으로 남하하여 함양을 포위했다.


황명이 없었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다.


선수를 빼앗겼다.

황제는 거병이 시작되기 전에 부소와 몽염에게 밀지를 전했으리라.


하루만 더 빨랐다면,


아니, 반나절만 서둘러 거병했더라도.


산송장에 불과한 황제에게 패배했다는 울분과 굴욕감이 뇌리를 뒤덮었다. 그리고 하늘의 의지가 반평생에 걸쳐 백년대계를 준비했던 본인이 아닌 애송이에 불과한 부소를 선택했다는 생각에 모멸감마저 들었다.


“하늘이 이 조고를 돕지 않는구나.”

“어르신?”


하동군(河東郡)과 하내군(河內郡)의 병력이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일말의 승산도 보이지 않았다.


상대는 상장군(上將軍) 몽염이 이끄는 북방의 정예군단이다.


함양으로 접근하던 관동의 병력은 몽염의 공세에 패주를 거듭하고 있으리라. 북방의 정예군단이 제때 당도했을 때부터 사실상 거병은 실패한 것과 다름없었다.


“거병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하여 안배를 마련해두었다. 하지만 나는 오늘 죽게 되겠지.”

“어, 어르신!”

“천하를 거머쥐겠다는 꿈이··· 결국 이렇게 끝나는구나.”

“크흑!”


조고가 회한을 토해내면서 심복들과 함께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을 때,


콰앙-!


군부의 병력이 은신처를 급습했다.


날카로운 칼끝을 늘어트린 군부의 무관들이 사방에서 들이닥쳤다. 그리고 반란의 수괴들을 향해 격앙된 고함을 내질렀다.


“조고는 무릎을 꿇고 황명을 받들라!”

“모조리 체포해라! 황궁으로 압송할 것이다!”


반역을 획책했던 조고와 일당들을 은신처에서 붙잡았다. 현장에서 보고를 접한 풍겁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누구보다도 빨리 조고를 붙잡았다.


반란 진압의 일등공신의 영광은 본인에게 주어질 터.


현장에서 붙잡은 모든 죄인들을 황궁으로 압송하도록 지시했다. 혹시라도 포박된 죄인들이 달아날까 최대한 압송을 서두르는 다급함을 보였다.


“대장군, 그간 참으로 격조하였구려. 잘 지내셨는가? 풍씨 가문이 수년 동안 제공했던 금은보화는 참으로 요긴하게 썼다네.”

“닥쳐라! 반역을 꾀한 역적 따위와 말을 섞을 생각은 없다!”


보릿자루처럼 병사들에게 질질 끌려가던 조고가 클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러자 풍겁은 대경실색하는 반응을 보이면서 버럭 소리쳤다.


“폐하께서 나를 애타게 찾으실 테지. 그러니 어서 안내하게나, 대장군.”

“끝까지 뻔뻔한 작자 같으니라고···!”


반역에 실패한 대역죄인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상전처럼 행동하는 오만방자한 모습을 보였다.


끝까지 야욕을 꺾지 않겠다는 건가.


그에 풍겁은 진심으로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 * *



진나라 황실을 위협하던 반란이 극적으로 진압되었다. 병력을 동원하여 궁궐을 포위한 부소는 궐내에 고립된 역도들을 모두 추살하면서 불온한 전운을 종식시켰다.


반란은 진압되었다.


그를 보여주고자 염락과 변절자들의 수급을 궐문에 효시했다.


“괜찮으십니까?”

“저는 무사해요. 다른 비빈들도 모두 무사하고요.”


혹시라도 다시 떠나갈까 쌍둥이 공녀들이 고양이처럼 부소에게 매달린 상태였다. 딸들의 그런 필사적인 애정을 지켜보던 세부(世婦) 공씨는 미소를 살포시 지었다.


오랜 이별 끝에 성사된 재회였다.


또한 끔찍한 변란이 진압된 직후이기도 했다.


사나운 고함소리와 날카로운 창검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궁중에서 곱게 자란 공주님들이 처음으로 겪는 죽음의 공포였을 터였다.


“비다!”

“하, 하늘께서 도우셨어!”


툭. 투욱-.


함양을 게걸스럽게 삼키던 불길이 도저히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었을 때,


기적이 벌어졌다.

짙은 연기로 가득하던 하늘이 비를 쏟아낸 것이다.


수많은 병력을 투입했음에도 더욱 확산되던 화염이 기세를 잃고 사그라졌다. 그리고 불바다로 변모했던 함양의 시가지도 마찬가지였다.


“공자! 비가 오고 있습니다!”

“천운이라는 말은 함부로 쓰면 안 되겠지만···. 뭐, 오늘만큼은 써도 되겠지.”


쏴아아아아-.


시원한 빗소리와 함께 빗줄기가 굵어졌다.


아무래도 잠깐 내리다가 그칠 소나기는 아닌 듯했다.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왕리가 돌아와선 상황을 알렸다. 함양을 집어삼키던 불바다가 빠르게 종식되고 있음을 보고하자 수많은 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라버니를 납치한 사람이야!”

“안 돼! 또 오라버니를 데려가려고 그러지!”


부소의 옷자락을 꾸욱 붙들고 있던 대현과 소현이 왕리를 보고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순식간에 납치범으로 매도된 왕리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빈들께선 일단 동궁으로 피하시지요. 공자와 공녀들도 잠시 동궁에 머물러라. 무성후가 병력을 이끌고 동궁을 방위하게.”

“알겠습니다.”


본래의 주인이 함양에서 오랫동안 추방된 상태였기에 동궁(東宮)은 빈집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참화를 겪었던 황족들을 일단 동궁에 머물도록 했다.


세부 공씨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딸들을 이끌었다.


그러자 대현과 소현은 아쉬움을 토로하듯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도 발걸음을 움직였다.


“폐하께선 여전히 침소에 계신가? 승전을 보고해야 하는데··· 도통 만나주질 않으시는군. 설마 아직도 노여움이 덜 풀리셨나.”


역도들을 참살하고 반란을 진압했으니 황제에게 승전보를 고해야 했다. 하지만 침소에 틀어박힌 황제는 중랑장 몽의와 근위대를 제외한 어느 누구에게도 알현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토록 병세가 위중하단 말인가.


지금쯤이면 악화일로를 거듭하던 건강이 더욱 위독해졌을 터.


부소는 긴장감이 감도는 표정을 지으면서 황제의 침소를 바라보았다.


“공자, 법궁에서 대역죄인들의 국문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대역죄인? 아···. 호해와 호부인 말인가.”


반역을 주도했던 호씨와 호해가 현장에서 붙잡혔다고 들었다. 그들을 심판하고자 국문이 열린다는 말이로군.


중랑장 몽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도 참석해야 하는 건가?”

“아닙니다, 공자께선 그대로 궁궐의 방위를 맡아주십시오. 어느 누구도 국문에 개입하지 말라는 황명이 내려졌습니다.”


호씨는 가장 총애하는 총비였으며, 호해는 전국순행에도 참석했던 막내아들이었다.


사형을 내리진 않겠지.


아무리 냉혈한이라도 단번에 육친의 정을 끊어낼 순 없을 테니까.


반역을 꾀했음에도 사형만큼은 회피한 황족들의 경우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기에 부소는 호씨와 호해가 험준한 변방으로 추방되는 선에서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 * *



유배(流配)를 추측했던 부소의 예상은 철저하게 빗나갔다.


황제는 반역을 획책했던 모자(母子)가 끌려나오자마자 자결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제 손으로 목숨을 끊어라.

진나라의 황족으로서 최소한의 명예만큼은 지키게 해주겠다.


근위대의 무관들이 대역죄인의 신분으로 전락한 호씨와 호해에게 예리한 단검을 내밀었다. 어서 단검으로 목숨을 끊으라는 뜻이었다.


“부, 부황···! 제발 목숨만큼은 살려주십시오! 소자가 어리석어 역적들의 회유에 그만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한 번만 자비를 베풀어주시어··· 변방을 다스리는 제후로 살게 해주십시오!”

“너에게 제후의 신분은 적합지 않다.”

“그럼 고을을 다스리는 지방관으로 살겠습니다!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면서 그동안 부황에게 받았던 국은을 갚겠습니다!”

“안 된다. 너는 지방관의 신분도 적합지 않다.”

“사,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지금부터 변방의 백성으로 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은을 베푸시어 어리석은 아들을 살려주십시오, 부황!”

“자결하라. 그것만이 네가 국은에 보답하는 길이다.”


본인의 최후가 눈앞에 다가왔음을 직감한 걸까.


말더듬이로 유명하던 호해가 처음으로 유창하게 말했다.


“자결을 거부한다면 곧바로 목을 베겠다!”

“흐아아악···!”


황제의 쩌렁쩌렁한 고함소리가 자비를 바라던 아들의 간절한 부탁을 찢어발겼다. 애처로운 비명을 흘리면서 온몸을 벌벌 떨던 호해는 결국 단념했는지 단검을 들어올렸다.


바들바들-.

곱게 자란 도련님임을 증명하듯 엉성한 솜씨로 칼자루를 쥐었다.


“호해야!”

“끄악!”


호씨가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호해는 칼끝으로 자신의 목을 찔렀다.


“끄억! 끄으윽··· 꺼허어억!”


문외한에 불과했던 호해가 제대로 급소를 찌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칼끝이 관통한 채로 핏물을 토해내면서 한참 동안이나 흙바닥을 나뒹굴었다.


“폐하께선 처음부터 초나라 계집의 자식에게 황위를 물려줄 생각이었겠지요!”


비대한 몸집이던 호해가 절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눈앞에서 아들이 처절하게 발악하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했던 호씨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두 손으로 아들의 시신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저주와 원망을 토해냈다.


“초나라 계집은 진나라 황실을 배신했던 대역죄인의 여식이지 않았습니까! 어찌하여 폐하께선 대역죄인의 딸년을 잊지 못하시고··· 더러운 핏줄에게 황위를 물려주려 하시는지요! 제가 대체 무엇이 부족하여 초나라 계집에게 번번이 밀려났단 말입니까!!”

“혀를 뽑고 입을 찢어라.”


근위대 무관들이 호씨의 어깨를 붙잡으면서 고개를 짓눌렸다.


그럼에도 호씨는 저주를 쏟아내면서 발악을 이어나갔다.


혀를 도려내고 입을 찢었다.

그럼에도 호씨는 핏물을 토하면서 괴성을 토해냈다.


턱뼈까지 으스러트려야 비로소 괴성이 멎어들겠지. 피를 토하면서 고함을 연신 내지르는 호씨의 처참한 모습에 국문을 집행하던 무관들의 낯빛이 공포로 물들었다.


“이제 됐다. 몽둥이로 때려죽여라.”


죽는 그 순간까지도 광념을 버리지 못하겠지.


황제의 명령에 무관들은 둔기를 들어올렸다.



* * *



조고와 심복들이 궁궐로 압송되었다.


심판을 앞둔 대역죄인들은 궐문을 넘자마자 부소를 마주했다.


“앉은뱅이가 되었으면 조용히 불구로 지낼 것이지, 어찌하여 욕망을 버리지 못하셨소? 아무래도 중거부령께선 남은 팔까지 분질러야 정신을 차릴 듯한데.”

“부소···!”


최악의 정적.


백년대계를 박살낸 원흉.


부소가 어깨를 으쓱이면서 조롱하자 조고는 이를 빠득 갈았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했던 본인이 한낱 애송이에 불과했던 놈에게 무너지다니. 반평생에 걸쳐 쌓아올린 모든 것들을 한순간에 상실한 조고는 살의를 담아 부소를 노려보았다.


“중거부령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탁하겠소. 최대한 처참하게, 최대한 형장에서 발악하다가 죽어주시오. 그동안 빌어먹을 권력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으니··· 중거부령도 마땅히 제물이 되어줘야겠소.”

“네놈이 정녕··· 부소란 말이냐? 아니, 네놈은 부소가 아니다! 그럼 네놈은 대체 누구냐! 부소의 얼굴을 뒤집어쓴 귀신이 틀림없다!!”


부소이되, 부소가 아니다.


대체 눈앞에 있는 놈은 누구란 말인가?


온몸을 타고 공포가 밀려들었다.

지금까지 부소의 거죽을 뒤집어쓴 괴물에게 농락당했다는 것에 울분마저 느꼈다.


섬뜩한 눈빛과 목소리에서 무언가를 느낀 조고는 온몸을 비틀면서 괴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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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삼천(三川)이 피로 물들다. +34 24.09.11 9,154 34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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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멸진흥초(滅秦興楚) +36 24.08.31 12,269 39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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