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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차 님의 서재입니다.

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설차
작품등록일 :
2024.07.16 15:48
최근연재일 :
20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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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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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죽던가. 죽이던가.

DUMMY

부소를 독살하려 했던 몽씨 가문의 의원은 진나라의 명장이자 몽염의 부친인 몽무의 주치의를 담당했을 정도로 신임을 받는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조고가 심어둔 하수인으로 밝혀졌다.


상대를 단숨에 즉사시키는 극독이다.

독살시도의 전말이 밝혀지자 두 눈이 멀어버린 의원은 그대로 감옥에 수감되었다.


대체 어디까지 교활한 늙은 환관의 마수가 뻗혀있단 말인가. 소식을 접한 몽염의 장수들은 황망함을 금치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자를 대할 면목이 없습니다. 소녀가 어리석고 무능하여 사악한 무리들을 미리 판별하지 못했사옵니다. 부디 공자께선 이 몽연화에게 엄벌을 내려주십시오.”

“고개를 드십시오, 누님. 늙은 여우가 그만큼 교활하고 치밀했을 뿐입니다.”


몽연화가 창백한 낯빛을 한 채로 백의종군이라도 할 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부소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했다.


‘지난번 급습은 몽염의 휘하로 숨어든 세작들이 주도했지. 그리고 이번 독살미수는 몽씨 가문의 신임을 받던 의원이 범인이었다. 설마 몽염에게 누명을 씌울 생각인가?’


사실을 위조하고 거짓을 덮어씌운다.


지금까지 조고가 자신을 적대했던 수많은 정적들을 교살해온 방법이다.


본래의 역사에서도 시황제의 유서를 위조하여 부소와 몽염을 한꺼번에 제거하지 않았던가. 음험한 모략으로 진나라 조정을 장악한 괴물을 상대하고 있음을 재차 각인하면서 마른침을 삼켰다.


“이번에도 암살이 실패했으니 자객들은 재차 새로운 시도를 해올 겁니다.”

“그렇겠지요···. 아버님과 소녀가 반드시 공자를 지켜드리겠습니다.”

“아뇨, 오히려 반대입니다. 쥐새끼처럼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조고의 심복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도록 일망타진의 기회를 마련해주십시오.”

“예···?”


수차례의 암살시도가 모두 실패했다.


반드시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조고의 심복들로선 당연히 안달날 수밖에 없을 터.


더욱 대담하고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겠지.

그렇게 되면 당연히 쥐구멍에 숨기고 있던 몸통과 꼬리가 동시에 드러나리라.


‘하지만 놈들도 바보는 아니지. 정체가 발각될 위험을 최대한 피하려고 할 텐데.’


놈들의 목적은 동귀어진의 각오로 표적을 암살하는 것이다.


재봉사로 위장한 노파가 그러했다.

또한 의원으로 위장했던 의원도 죽음을 각오하고 극독을 바쳤다.


임무의 완수를 위해서라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세뇌처럼 각인된 놈들의 맹목적인 충성심을 이용할 방법이 없을까. 세작과 자객들을 계속해서 붙잡아봤자 끊임없이 보충될 뿐이기에 어떻게든 역전승을 거둘 무대가 필요했다.


“조고와 심복들은 여전히 저를 허약한 백면서생으로 알고 있습니다. 암살을 시도했던 모든 흉수들을 참살하고 붙잡았으니까요.”

“불가합니다. 설령 성공한다고 한들··· 공자께서 저들에게 참변을 당하신다면 본말전도의 결과이지 않습니까.”


범부만도 못한 허약한 샌님이다.


그런 샌님을 척살하는 것은 무엇보다 쉬울 터.


무대만 마련되면 달콤한 사탕을 발견한 개미떼처럼 줄줄이 모여들겠지. 번번이 실패하는 굴욕을 겪었기에 더더욱 맹렬하게 모여들 터였다.


몽연화가 사색이 된 낯빛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부소가 연이어 간청하자 난감하다는 반응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 * *



열흘이 넘도록 주먹조차 못 휘두르는 샌님을 죽이지 못했다.


치욕이다.

두 번 다시 없을 망신이자 수치였다.


수많은 표적들을 암살해온 우리들이 어찌하여 이런 치욕을 겪게 되었단 말인가.


한낱 백면서생에 불과한 애송이가 진나라 황실의 수호자이신 어르신을 능멸했다. 함양에서 소식을 들은 조고의 심복들은 반드시 놈을 죽이겠다며 증오심을 불태웠다.


“대체 뭣들 하고 있는 겐가! 아직도 부소를 죽이지 못하다니, 그러고도 자네들이 독무대의 필두라고 할 수 있겠나!!”


실패. 실패.


암살에 실패했다는 결과만 연이어 함양으로 보냈다.


얼토당토않은 낭패가 계속되자 조고의 심복이 현장에 들이닥쳤다. 황궁에서 엄윤(閹尹)의 직책을 맡고 있는 위철이었다.


“엄윤 어르신께서 직접 행차하시다니요···! 혹시라도 들킬까 염려스럽습니다.”

“자네들이 매번 실패를 거듭했던 탓에 중거부령 어르신의 심려가 실로 깊으시네! 대체 어떻게 이 불충을 해결할 텐가?”

“놈에게 천운이 붙은 모양입니다. 매번 간발의 차로 암살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고작해야 백면서생이야! 칼도 못 휘두르는, 지금까지 주먹 한 번 휘둘러본 적도 없는 약골이라고! 설령 그놈에게 천운이 들러붙었다고 하더라도 신속하게 암살을 완수하는 것이 자네들의 역할이지 않나!!”


위철의 노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러자 독무대의 심복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빌어먹을! 어째서 실패했지?’

‘현장에 동원된 인원들을 몽염이 죄다 붙잡아갔으니···!’


천운으로 불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천운으로 노파가 암살자임을 간파했으며, 천운으로 탕약에 극독을 섞었음을 알아차렸다.


말이 되지 않는다.

이토록 하늘이 한 사람을 편애한단 말인가?


들끓는 굴욕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완벽을 자부하는 독무대의 실력이 한낱 천운에 무너졌다는 사실에 원통함마저 느껴야 했다.


“첨탑에 숨어들어 부소를 노렸던 저격이 실패했습니다···!”

“백발백중의 살수를 파견했을 텐데? 설마 도중에 붙잡히기라도 했단 말이냐!”

“활은 제대로 쏘았습니다. 그런데 화살이 닿기 직전에 고개를 숙이면서 피했습니다. 현장에서 붙잡힌 살수는 그대로 목이 잘렸다고 합니다.”

“또 천운으로 피했다고? 빌어먹을 천운 같으니!”


안 되겠다.


직접 놈의 배때기에 칼을 꽂아야 직성이 풀리겠다.


믿지 못할 결과를 다시 접하게 되자 이를 빠득 갈면서 소리쳤다.


“급보입니다! 부소가 함양으로 향한다고 합니다!”

“함양? 놈이 함양으로 간단 말이냐! 황제에게 목숨을 구걸할 생각이로군!”


빌어먹을 천운과 함께 부소의 목숨을 끊어낼 방도를 궁리하고 있었을 때,


부소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세작으로부터 급보가 도착했다.


함양으로 떠나려 한다.

연이은 암살시도에 지친 부소가 황제의 비호를 받으려는 수작이 틀림없었다.


궁궐을 수비하는 중랑장(中郞將) 몽의가 부소에게 가세하면 사태가 복잡해진다. 게다가 전국순행을 떠난 황제가 이제 함양으로 돌아오고 있었기에 부소와 마주칠 가능성이 높았다.


“막게! 어떻게든 막게!”

“놈이 고변하더라도 결국엔 몽염이 뒤집어쓰게 될 겁니다. 암살을 시도했던 자객들이 모두 몽염의 부하로 위장하지 않습니까?”

“부소를 지지하는 조정대신들이 어르신을 의심하겠지. 어르신을 곤혹에 빠트릴 셈인가?”

“······.”


황제의 명령으로 함양에서 추방된 죄인이다. 다시 함양으로 돌아가려면 반드시 황제의 윤허가 필요했다.


함양에 들어가면 그 순간부터 대역죄인이 된다.


당사자인 부소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자신을 버린 황제에게 자비를 구하고 싶을 정도로 궁지에 내몰렸다는 증거인가.


아니면-.


“부소를 호위하는 병력의 규모를 파악하게! 그리고 어느 방면을 지나갈 것인지를 알아야 돼!”


위철이 격앙된 목소리로 재촉했다.


독무대의 심복들도 다들 동의하는 눈치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 * *



옛 조나라의 수도인 한단(邯鄲)에 당도했던 시황제의 전국순행 행렬이 바쁘게 움직였다.


제(齊)나라의 영토까지 둘러보겠다.

황제로부터 명령이 하달되자 모든 병력이 동군(東群)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본래 한단을 마지막으로 귀환할 예정이었지만 황제의 변덕으로 일정이 차질이 빚어졌다. 그럼에도 중랑장 몽의와 근위대는 묵묵히 명령을 받들었다.


‘부소 형님만 없었어도! 부소 형님만 없었어도 부황의 총애를 독차지했을 텐데!’


까득-.


말에 올라탄 비대한 몸집의 청년이 이를 빠득 갈면서 질투심을 토해냈다.


신진군(新秦群).

부황께서 친히 작명하신 새로운 군현의 이름을 들은 이후부터 분노가 극에 달했다.


보름이 넘도록 온갖 고역을 무릅쓰고 전국순행을 보필했다. 그럼에도 부황께선 옆에서 보좌하는 자신보다도 머나먼 변경으로 추방된 형님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세황제는 내가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내가 부황의 총애를 독차지해야 마땅했다.


진나라의 후계자가 되겠다는 야심과 이복형을 향한 질투심이 뒤섞였다. 그리고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악랄한 본성이 더해지면서 기괴하게 망가진 악성이 만들어졌다.


‘어차피 형님은 함양으로 못 돌아오잖나! 아니, 만약에 부황께서 노여움을 풀고 형님에게 함양으로 돌아오라는 교지라도 내린다면···!’


맏아들이 황위에 오르면 열여덟 번째 아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한낱 짚신만도 못한 취급을 받겠지.

손바닥처럼 작은 봉토를 하사받은 채로 황궁을 나가야 할 것이었다.


부황을 보필하면서 날카로운 위엄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저 어머니를 따르면서 막연하게 욕심을 품었던 호해는 이번 전국순행을 통해 이세황제가 되겠다는 야심을 품으면서 진심으로 부소를 증오하게 되었다.


“마차의 속도를 높여라! 오늘까지 원양현에 도착해야 한다!”


쿵-

쿠웅-.


다섯 대의 어가(御駕)가 빠르게 움직였다.


눈부신 황금으로 장식된 마차들은 동전을 찍어낸 듯한 동일한 외견을 자랑했다.


자객들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거기에 동일한 숫자의 환관과 궁녀들이 각 마차마다 배치되어 있었다.


황제를 시해하려는 무리들이 다섯 대의 어가를 마주하면 혼비백산하는 반응을 보이겠지. 외견을 살피는 것만으로는 어느 어가에 황제가 타고 있는지 알아낼 수 없을 테니까.


“중랑장, 제법 험준한 산기슭입니다.”

“상서롭지 못한 곳이다. 서둘러 빠져나가야 한다.”


원양현을 통과하여 박랑사(博浪沙)에 이르렀을 때,


매복을 당하기 쉬운 험준한 지형임을 간파한 몽의는 강행군을 명령했다.


하지만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화살세례가 좌우에서 날아들었다. 황제의 행렬이 길목을 통과하리라 예측한 복병들이 일제히 공격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황제를 죽여라!”

“조상들의 나라를 멸망시킨 원수가 산기슭에 들어왔다!”


병력의 규모는 알 수 없다.


장대비처럼 세찬 화살세례가 가해지면서 전열을 어지럽혔다.


어가를 뒤따르던 환관과 궁녀들이 화살세례에 쓰러졌다. 그를 목격한 몽의는 칼자루를 뽑아들면서 근위대 병력에게 응전을 명령했다.


“우오오오오!!”


날벼락처럼 매서운 괴성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무려 120근에 달하는 철추(鐵椎)가 떨어졌다.


꽈드득──!!

휘황찬란한 기염을 자랑하던 어가가 단숨에 으스러졌다.


상상을 초월하는 괴력이다.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을 것처럼 우락부락한 역사(力士)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사가 양손으로 사슬에 달린 철추를 붕붕 휘두를 때마다 무거운 파공음이 울려퍼졌다.


“으, 으아악!!”


호해가 비명을 내지르면서 말에서 굴러떨어졌다.


순간적으로 온몸에 힘이 풀렸는지 바지가 흥건해질 정도로 오줌을 지려버렸다.


“진나라의 폭군은 어디 숨었느냐! 어서 썩 나오지 못할까!!”


한 대를 파괴했다.


이제 남은 어가는 네 대.


신속하게 전열을 갖추는 근위대 병력의 움직임을 보건대 안타깝게도 지금 파괴한 어가는 아닌 듯했다. 창해(倉海)의 역사는 철추를 크게 휘두르면서 다음 어가를 향해 달려들었다.


작가의말

암살시도가 일상으로 벌어지는 진나라 패밀리. 부전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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