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실전 전투 훈련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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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화. 실전 전투 훈련 (7) >
모든 훈련 참가자가 모인 자리.
지리한 회의의 결과 새롭게 훈련의 방향이 결정됐다.
“좋습니다.”
“합의된 것 맞지요?”
“예! 그럼 이대로 발표하겠습니다.”
합의된 상황은 이랬다.
구속된 포로에게도 식사와 화장실을 제공할 것.
구속자의 석방은 식사 전 한 시간 일찍 진행할 것.
가장 큰 변화는 모든 참가자를 포로로 잡아 승리하는 승리 규칙이 깃발을 빼앗는 깃발 전의 형태로 바뀌었다는 것.
깃발 전은 오전과 오후 두 번씩. 새로운 깃발이 제공되는 것으로 정리했다.
깃발의 위치는 고정이며, 전투가 시작되기 30분 전에 운영진이 깃발을 거는 것으로 합의했다.
깃발 전이 시작되는 시간에는 세이브 존의 개념도 사라졌다. 깃발의 위치는 세이브 존의 가장 앞쪽이었다.
“마지막 날을 제외하고 남은 7일 동안 누가 더 많은 깃발을 모으느냐가 승리 조건입니다.”
“알겠습니다.”
여러 가지 잡다한 설정이 추가됐지만, 어쨌거나 결과는 각 지역을 중심 거점으로 방어를 해야 하며, 식사 전 한 시간만 깃발 전을 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또한 깃발을 뽑아 든 순간 승패가 갈리는 것으로 깃발을 들고 복귀하는 부대를 뒤에서 치는 일은 금지되었다.
즉, 깃발을 뽑아 든 순간이 공수 승패의 끝이었다. 하지만 반대쪽도 마찬가지인 상황인지라 누가 먼저 뽑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럼 7일 후 저녁 6시까지! 깃발을 가장 많이 모은 쪽이 승리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동의합니다.”
회의를 마치고.
신성과 영웅의 헌터들이 모이자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니까 가장 좋은 방법은 공격대가 최대한 빨리 상대 깃발을 뽑고 남은 인원으로 방어를 돕는 거라니까?”
“깃발 하나 뽑는게 뭐가 어렵다고, 모두 올 수비하고 S급이랑 A급 최정예 몇 명만 가서 깃발만 따오면 되는 거지!”
“어허! 자네는 머릿속으로만 전투하나? 그게 될 거 같아?”
“야! 내가 그래도 이쪽으로는 플레티넘이야!!”
“똥 브론즈 새끼가 어디서 구라를!”
왁자하게 떠들던 자리를 빠져나온 태훈과 감규석 및 오크 대항팀.
감규석은 난처한 표정으로 태훈을 보며 말했다.
“이거···, 우리로서는 난감한 룰인데?”
“아닙니다. 우리는 한 번만 제대로 막으면 이깁니다.”
“자네 이야기는 우리가 언제든 저들의 깃발을 빼앗을 수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 맞는가?”
“가능하리라 생각하는데요.”
“흐음. 그 말 참 마음에 드는군먼.”
“저들은 무조건 팀을 둘로 나눠야 할 겁니다.”
“그렇지.”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절반만 상대하면 되겠죠.”
감규석이 씁쓸하게 웃었다.
“가끔 내가 스포츠를 하고 있나 착각할 때가 있단 말이야?”
“이 훈련은 상업 길드가 잇권을 따내기 위해 벌이는 경쟁일 뿐이죠. 공정한 대결을 원했다면 서로 똑같이 120명으로 인원수를 맞춰야 했습니다.”
“자네 말이 맞아. 굳이 그걸 논할 이유는 없지.”
“같이 제주도 가셔야죠.”
“그렇지. 이겨봐야 한 번의 트라이 기회지만, 놈들의 코를 납작하게 하기엔 그 한 번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태훈과 감규석이 앞을 바라봤다.
그 앞에는 늠름한 38명의 오크 전사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성영웅은 두 길드의 책임자를 앞에 두고 말했다.
“상대도 어쩔 수 없이 찢어지겠죠. 그들의 전력상 수적으로는 우리가 월등히 우세합니다.”
“그럼···. 어떻게···.”
“한 부대가 방어하고 두 부대가 공격합니다. 공격대를 새로 재편할까요? 아니면 기존대로 길드 단위로 움직일까요?”
“아직 분위기는 여전합니다. 섞으면 오히려 불화만 커질 뿐입니다. 명령체계도 없는 상황에서 타 길드의 요청을 수용할 헌터가 몇이나 있을까요?”
“그럼 어쩔 수 없군요. 길드 단위로 움직이겠습니다. 방어는 누가 맡으시겠습니까?”
“첫 방어는 저희가 진행하겠습니다.”
대현 길드였다.
대현의 공격팀장은 굳은 표정으로 둘의 눈치를 살폈다.
“좋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
신성과 영웅, 80명의 공격대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상대 진영을 바라봤다.
“저건 또 뭐 하는 짓거리야?”
“저놈들 언제 저런걸···.”
오크 진형은 작지만 튼튼하게 생긴 성을 쌓고 있었다.
열 평도 안 되는 작은 크기였지만 바윗돌과 숲에서 베어 온 나무를 목책으로 쌓아 만들어진 성은 꽤 높아서 사람 키는 훌쩍 넘을 듯 보였다. 그리고 그 성은 6마리의 가고일 덕분이었다. 전투 상황이 아니니 숲과 바위산에서 나무와 돌들을 집어 부지런히 날아 옮겼다. 40명의 헌터들은 그 바위와 나무를 엮어 성을 쌓기만 하면 되었다.
성은 기이하게 벽이 빙글빙글 돌며 올라갔다.
“어떻게 된 노릇이지?”
파상적인 원거리 공격으로 놈들을 쓸어버리고 여유 있게 깃발을 챙기려던 원계획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어쩔 수 없는 공성전. 부유 마법이 있는 한둘이 하늘 높이 날아올라 정찰부터 진행했다.
그들은 성영웅에게 이렇게 보고했다.
“놈들. 성안에 꽉 들어차 있어요. 깃발 앞에 모여 농성입니다.”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저 성을 쌓은 걸까요?”
“깃발 전을 하자고 의견을 냈던 것은 우리 쪽입니다. 그들이 먼저 대비했다고 생각할 수는 없어요.”
“하아. 진짜 오크처럼 구는데? 지금이 석기시대야 뭐야?”
“뭐 별일 있겠습니까? 오히려 한곳에 뭉쳐있으니 도망칠 기회도 잃은 겁니다. 화력으로 밀어붙여 보죠. 정문으로 정공법으로 한번 붙어보겠습니다.”
“좋아요. 다 날려버립시다.”
콰과과과광!
퍼벙! 펑! 펑!
“으헛!”
급조해서 만든 성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졌다.
나무들이 불타며 벽이 허물어지자 쉽게 근접 헌터들이 방패를 앞세워 오크 대항군을 밀어붙였다. 거기에 비행능력을 갖춘 마법 헌터들이 공중으로 침입하자 쉽게 깃발을 빼앗겼다.
놈들은 기분 좋은 표정을 하며 깃발을 챙겨갔다.
“똥고생 했다만, 어쩌냐!”
“크하하하하. 뭐야! 별것도 없구먼.”
“오늘은 깔끔하네! 큭큭큭!”
“저딴 걸 뭐하러 쌓아? 금방 무너질걸··· 크하하하”
“자. 깃발 챙기셨으면 돌아가시죠.”
“빨리 돌아가서 방어해야 하는 거 아니야?”
“가봐야 방어는 대현이잖어. 대현 도와줄 일 있어? 됐으니까 그냥 가. 분명히 또 빼앗겼을 테니까.”
잔뜩 비아냥 거리며 깃발을 챙겨가는 헌터들을 바라보며 오크 대항군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일어서며 말했다.
“자! 그럼 다시 공사를 시작합시다.”
“예!”
***
허허벌판에 깃발 하나.
깃발 방어를 맡은 대현 길드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사주 경계에 임했다.
그리고 저 멀리 뚜벅뚜벅 걸어오는 여섯 마리의 가고일을 발견했다.
“으어억! 역시. 예상대로 가고일입니다.”
“방패 앞으로!”
“깃발을 빼앗기더라도 한 놈이라도 가고일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다들 아시죠?”
“하아. 저 등치는 정말 볼 때마다 끔찍하군.”
“어?”
“왜 그러시죠?”
“우리 깃발 어디 갔어요?”
“예?”
뒤를 돌아본 대현 길드의 헌터들은 뭉뚝 잘려 나간 깃대를 보며 황당한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에서야 아주 작게 공기 터지는 소리가 먹먹하게 들렸다.
***
“후우.”
태훈은 깃발을 갈무리하며 납작 엎드린 자세로 천천히 기어가기 시작했다.
‘크으. 이게 되네.’
방금 것은 실험적으로 해본 점멸과 확장(擴張)의 조화.
태훈은 자신이 뛰어들 위치에 먼저 확장 마법을 투사했다. 공간이 묶이며 만들어진 효과는 이후 펼친 점멸을 소리 없게 만들었다. 그 팡팡 터지던 폭발음이 차단되어버린 것. 무한의 공간을 달리던 소리의 울림이 찰나의 순간 사그라지는 느낌이었다.
‘마나만 충분하면 소리 없이 접근하는 건 일도 아니겠는데···, 그렇지만 둘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건 절대 안 되네···.’
아직은 마력석에서 마나를 흡수해 다시 방출하는 훈련은 덜 된 상태. 그리고 용기(龍氣)로 구성된 태훈의 마력은 이상하게도 마력석의 마나를 뽑아 심장에서 소모된 마나를 채우거나 두르기가 쉽지 않았다.
‘아쉽지만, 마나 자체의 성격이 다른 것일 수도···.’
눈에 띄지 않는 곳까지 기어간 태훈은 아공간 창고에 넣어두었던 오크의 갑주를 다시 착용했다. 적당한 거리에서 빙 돌아 가고일을 타곤 훌쩍 본진을 향해 날아올랐다.
***
“크흠. 가고일 6마리의 공격이면··· 대현 길드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겠군요.”
“커흐흐흠. 부상이 없었던 것만으로도 많이 발전한 것이지요. 한 마리는 잡을 뻔했습니다만, 아쉽게도···”
“알겠습니다. 오후엔 신성이 방어를 맡겠습니다.”
그와 같은 상황은 매일매일 비슷하게 반복되었다.
문제는 하루가 지날 때마다 적의 기지 아니 오크의 성이 점점 커지고 튼튼해진다는 것. 특히 하룻밤을 지나고 나면 그 높이가 눈에 띄게 바뀌어 있어 헌터 공격대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도··· 이거··· 성을 쌓아야 하는 거 아니야?”
“지금 와서? 우리가 무슨 장비가 있다고 여기서 그런 성을 쌓아?”
“야! 뭔 상관이야? 그깟 성 마력석 한두 개 더 챙겨서 날려버리면 되는 거지.”
“그야 그렇지만, 오늘도 그 새끼들 밤새워 그거 다시 쌓고 있을 거 아니야···, 그게 눈덩이 불어나듯 점점 처치 곤란하게 바뀐다니까?”
“그놈들만 발전하냐? 우리도 요즘 손발 맞는 거 보면 장난 아니잖아. 언제 A급이 구령 따라 움직이는 거 본 적 있어? 우리도 그냥 놀고 있진 않으니까 너무 걱정 말어. 아까도 일 점에 마법 뭉쳐 쏘는 거 멋지더라.”
“하긴, 나도 오늘 손발 맞는 거 보니 살짝 전율 오더라.”
“씹새끼들. 진짜 오크 코스프레를 오래 하더니 대가리가 진짜로 오크같이 변한 거 같지 않아?”
“크하하하하. 진짜 그렇네.”
“난 맨날 몰래 깃발 따가는 그 새끼만 한 번 잡았으면 소원이 없겠다.”
“잘못하면 무승부야. 그럼 87억 날아간다.”
“씨발. 여기다 쏟은 마력석 값이 얼만데. 당연히 다시 찾아와야지!”
“내 말이이!!”
헌터들의 걱정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훈련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
오전의 전투 결과도 1:1
이상한 것은 아침 전투에선 오크 부대가 성을 버리고 죄 나와서 평지 전투를 진행했다는 것. 헌터 팀은 어느 때 보다 손쉽게 깃발을 빼앗을 수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든든하게 점심을 챙겨 먹은 헌터 팀의 마법사 하나가 마력석 자판기 앞에서 자판기를 두드렸다.
“어? 아니 이게 왜 이러지?”
“왜요? 무슨 일인데요?”
“자판기에 마력석이 없어요!”
“어? 진짜네. 매진이네?”
헌터 공격대가 난리가 났다.
운영진들을 붙잡고 갖은 성질을 부려댄다.
“야! 씨발. 이러려고 이때까지 피 빨아먹듯 마력석 팔아먹었냐?”
“내놔! 내놓으라고!! 돈은 원 없이 쳐줄 테니까!!”
성영웅까지 나서서 운영진을 붙잡고 호출한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마력석은 원하는 만큼 지원하기로 했잖아요. 지원도 아니고 제값 주고 사고 있는데 진짜 이러깁니까?”
그 모습에 구하린이 난처한 얼굴로 설명한다.
“저··· 이런 말씀 드리긴 뭐하지만, 정말로 저희가 아침에 자판기에 마력석을 가득 채워 넣었거든요. 의심되시면 영상으로 확인해드릴 수 있어요.”
그러면서 손짓으로 부르자 주조령이 쪼로로 달려와 노트북에서 영상을 보여준다. 성영웅 자신이 마지막 날 전투의 포부를 밝히는 인터뷰의 화면 뒤로 자판기를 채우는 운영진의 모습이 보였다. 분명 2박스의 마력석을 빼곡하게 자판기에 넣는 모습이었다.
“허!”
“아니··· 어떻게···.”
자신이 아침에 떠들던 모습 뒤로 마력석 채워지는 상황을 목도한 성영웅은 입을 다문 채 눈만 끔뻑거렸다. 초점이 맞지 않은 화면에는 줄을 서서 마력석을 사는 헌터의 모습도 분명하게 보였다.
“저희는 분명히 채워 넣어드렸거든요.”
“그럼 무슨 상황입니까?”
“저희야 모르죠. 예상에는 누군가가 사재기를 하지 않았을지···, 아니면 다들 구매를 한 후에 시치미를 떼고 있는지도 모르죠. 오늘이 정식 훈련 마지막 날이잖아요. 그리고 이 마력석은 시중에는 살 수가 없는 상품이고요.”
“······!!”
증거가 명확한 영상이니 빼도 박도 못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 더 채워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연락을 드려보긴 하겠지만, 제공해주시는 쪽도 오늘 출하량은 모두 우리 쪽에 넣었다고···. 아침에 전량 이곳에 보내시거든요.”
“하아. 알겠습니다.”
지금까지의 깃발 전 결과는 13대13
식사 후 마지막 결전에서 87억을 따내느냐 제주도 던전 첫 트라이를 양보하느냐의 결과가 걸려있었다. 성영웅의 눈이 대현 길드의 인원들에게 쏠렸다.
‘하아. 씨발···. 끝까지···.’
요 며칠 깃발 방어는 대현의 몫이었다.
오늘 아침의 방어전도 마찬가지.
‘저 새끼들이 설마 양수겸장으로 저쪽에 줄을 댄 거 아니겠지?’
분명 내부의 적이 있었다.
성영웅의 눈이 분노로 불타올랐다.
***
깃대의 방어를 맡은 대현 길드. 공격은 역시 신성과 영웅이 맡았다.
어쩔 수 없는 것이 7일간 축성된 오크의 성은 이젠 쉽게 함락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점점 규모와 모양이 갖춰진 적의 성은 신성과 영웅의 A급 헌터들이 총동원되어 공격해야 겨우 함락시킬 수 있었다.
그나마 헌터들이 손발이 맞고 있는 것이 희망이라면 희망이랄까. 신성과 영웅 길드는 마지막은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있었다. 이것은 길드를 떠나 A등급 헌터로서의 자존심의 문제였다.
그 분위기는 대현 길드도 마찬가지.
매일 깨지는 그들에게 마지막 한 번의 방어는 승리의 주역이 되는 유일한 길이었다.
“오늘은 제발 꼭 좀 막아보자.”
그렇게 매일 귀신처럼 깃대를 빼앗아가는 그 헌터를 막고자 고심의 전술을 짜고 있을 때, 그 가고일과 해골의 투구가 아닌 상대 팀의 대장으로 알고 있는 감규석이 홀로 대현 길드를 찾았다.
“어쩐 일이십니까 선배님.”
“긴히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지.”
“무슨 말씀 말입니까?”
“우린 이 판을 이기고 제주 던전의 첫 트라이를 할 생각이네. 그리고 제주 던전을 먹을 거야. 그러니 우리와 함께한다면 제주 던전의 지분 중 몬스터 부산물 100%와 광산 채굴권 49%를 보장하겠네.”
선작과 좋아요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겁게 보셨다면 부탁드려요.
- 작가의말
황녀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훈련이 곧 끝나갑니다. 공선전만 마무리 지으면 어서 하고 싶은 사업이야길 진행해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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