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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 던전 재벌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22.03.21 08:56
최근연재일 :
2022.07.0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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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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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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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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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6화. 공사 중에 발견한 것 (3)

DUMMY

< 16화. 공사 중에 발견한 것 (3) >




“3분 53초요.”

“예? 그럼 나는···?”


태훈은 자신의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시간을 읊었다.


“제 건 12분 35초인데요?”

“헐!!”


정확하게는 233초 대 755초

3.24배의 차이였다.

옆에있던 정대표가 소리부터 질렀다.


“와우!!”


그러니까 저 던전 안의 시간이 3.24배 빠르게 흐르고 우리 현실 세계가 3.24배 느리게 가고 있다는 이야기.


‘아이고···, 할아버지··· 무슨 실험을 하신 겁니까···.’


구하린이 뭔가 짐작이 간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 그래서 그 정기태란 헌터 얼굴이 시뻘게졌군요!”

“정말 여기가 그 말로만 듣던 ‘시간차 던전’이로군요.”


그걸 알아차린 정기태는 이곳을 A급 던전으로 묶어버려서 자신의 길드가 이곳을 구매하게 하려고 수를 쓴 것이 분명했다.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이 뭐가 좋을까요?”


태훈의 독백에 구하린은 딱 한마디로 정리했다.


“저 유물 감정사 시험 지금 딱 일주일 남았거든요. 근데 저기 들어가면 그게 3주가 되는 기적?”

“오!!”


할아버지 던전과의 연결고리보다 머릿속에 이 던전의 활용도에 대한 발상이 폭죽처럼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은 [공간 마법], 언제고 할아버지의 교과서만 다 깨우치면 그 던전의 비밀도 알아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들렸던 메시지는···


‘던전과 던전을 연결해···?’


[차원능력과 차원문의 이해]. 어서 빨리 할아버지의 교과서부터 공부하고 싶어졌다.




***




점심 약속이 있다며 정대진 대표는 먼저 자신의 회사로 자리를 피했다.


그래서 식사는 구하린과 단둘이 오붓하게 국밥으로.

또 국밥이냐는 투정에 ‘그건 여기 걸 먹어보고 나서 이야기하시오!’로 짧게 대응했다.


그 결과는


“후루루룹촵촵촵!”

“아니! 다이어트한다는 사람 어디 가셨나?”

“후루룹! 뭐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고 했어요!”

“큭큭큭. 그럼 어디 한번 건드려 볼까요? 아줌마! 여기 순대 한 접시에 부추전, 공깃밥 추가요!”

“크허헙.”


끄어어억-!


부른 배를 두드리며 돌아와 저 아래 신규 게이트가 보이는 구덩이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둘이 오붓하게 쭈쭈바를 빨고 있던 때, 검은색 밴 여러 대가 나타났다. 검은 정장의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왔다.


“음?”

“저기다!”


밴에서 가장 먼저 나온 사람은 이 던전의 등급을 평가했던 강남 길드의 A급 헌터.


‘이름이 정기태였던가? 뭐라더라? 별호가 염화비랑?’


그가 성큼성큼 태훈을 향해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어째··· 또 오셨네요?”

“하하하.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혹시 저 없는 동안 던전에 특이사항이 있었나요?”

“아니요?”

“그럼 누구라도 혹 저곳에 들어가 봤나요?”

“···나니요?”

“아. 그랬군요. 설마 했는데 다행입니다. 저곳은 정말 위험한 곳이거든요.”


‘위험하긴 개뿔···.’


주위를 둘러보니 몰려온 헌터는 총 16명.

정기태의 옆에 서 있던 뱁새 눈의 땅딸막한 인물이 앞으로 나선다.


“안녕하십니까? 전 강남 길드의 길드 마스터 강호섭입니다.”

“아. 예. 반갑습니다.”

“저. 우리가 사회봉사 차원에서 이 위험한 던전을 매입하고자 하는데, 혹 이 땅을 파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값은 톡톡히 쳐서 보상해드리겠습니다.”


‘얼씨구?’


태훈은 빙긋 웃으며 물었다.


“그럼 얼마 생각하고 오셨는데요?”


그 모습에 강남 길드의 마스터 강호섭도 똑같은 표정으로 환하게 웃는다.

그가 고민 없이 말을 이었다.


“30억 어떠십니까? 여기 등기를 확인해보니, 강태훈 씨가 이곳 5천 평을 한 달 전에 25억에 매입하셨다 확인되더군요. 한 달 만에 5억. 그 정도면 충분한 보상 아니겠습니까? 저희는 강태훈 씨가 구매하신 오천 평 중에 오분의 일, 딱 천 평만 구매하면서도 그 금액 30억을 모두 지급하겠습니다.”

“오. 좋네요. 천 평에 30억!”

“그렇죠? 그럼 지금 바로 계약하시겠습니까?”


손가락을 딱딱 신호를 보내자 뒤쪽 헌터 하나가 달려와 검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준다. 그 옆으로 다른 헌터들이 007 가방 셋을 나란히 세웠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가방을 열어 보이자 잘 정돈된 5만 원권 현금이 가방에 가득 들어있다.


“오호!”

“이 가방 하나에 10억입니다. 여기 계약에 서명하시면 바로 가져가셔도 됩니다. 계약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세금 문제없도록 금액은 적당히 다운된 계약서입니다.”

“좋네요···!”


태훈은 그 계약서를 받아들고 눈을 가늘게 떴다.

작은 글씨들을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흐음.”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매매 계약서.

이상해 보일 조항은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알아냈는지 태훈의 개인정보가 빼곡하게 적혀있다.


‘오호. 요놈들 봐라?’


태훈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입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만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제 개인정보는 어찌 아셨나요?”

“에이. 저희 정도 되면 그 정도는 기본이죠.”

“그래요? 요 부분 오타가 있네요.”

“네? 그럴 리가요?”

“방금 저에게 한 달 만에 그 정도면 충분한 보상이라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네. 그랬죠.”

“여기 두 글자가 잘못 찍혀 나와서요.”

“설마요. 그건 우리나라 최고의 법무법인에서 여러 번 검증한 계약서입니다. 저도 다시 확인해보겠습니다만. 어디가 틀렸나요?”

“여기! 이 두 글자요. 매매!”

“예?”

“한 달 임대에 30억이라면 저도 충분한 보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여기 이 계약서는 ‘매매’네요?”

“네? 이이이···. 임대요?”


놈의 뱁새 같은 두 눈이 멧돼지처럼 커다랗게 떠졌다.


“저기 던전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회오리치고 있는데, 누굴 바보로 알고 이딴 걸 계약서라고 들이밉니까?”

“하!”

“한 달 월세 30만··· 아. 씨! 이게 입에 붙었네. 한 달 월세 30억! 그거 줄 거 아니면 관심 없습니다. 그만 가보세요.”

“이봐요. 강태훈 씨!”


파지지직.

놈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강남 길드의 마스터 강호섭의 눈은 충혈되다 못해 붉은 안광에 휩싸였다.


[용왕 엘비가르엘의 가호가 위험을 감지합니다.]

[능력 【심안(諶眼)】이 상대의 변이(變異)를 알아챕니다.]

[심장의 용의 기운이 신룡 파르데나안의 갑주에 마력을 투사합니다.]

[갑주의 방어력이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음?”


놈이 마력으로 부풀어 올랐다.

입에서 범접하지 못할 사자후가 터져 나왔다.


“지금 장난해?”


귀가 쩌렁쩌렁 울렸다.

그를 바라보고 있자 헌터 강호섭의 이마가 불뚝 튀어나왔다.


각성 【변이(變異)】


“크어어어어!”


강호섭의 등에서 우지직 소리가 나더니 신사복이 북 찢어졌다. 그의 몸이 공기를 주입하듯 시시각각 커졌다.


“원숭이로 변신이었나?”


백색 괴물이 태훈의 앞에 서서히 일어섰다.

하얀 냉기가 입에서 폭포처럼 뿜어졌다.


“지금 네놈이 날 놀리는가!!”


쾅!


시작은 흔한 발 구르기였다.

하지만 그 충격은 범상치 않았다.

땅이 움푹 파이며 거대한 폭발의 충격이 주위로 둥글게 퍼져나갔다.


“어이쿠! 놀래라!”


태훈은 뱉어낸 말과는 다르게 한 발 나서서 구하린을 보호하듯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기껏 한다는 게 헌터가 일반인 상대로 변신해서 위력행사야? 몰려와서 하는 꼴이 딱 깡패네? 그런다고 쫄 거 같아?”


목소리에서 태훈의 분노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잠깐의 침묵.

먼지가 서서히 가라앉는다.


눈앞에 보인 괴수의 크기는 대략 4m. 어깨가 태평양만큼 넓었다.


거대한 괴물로 화한 강호섭은 태훈을 죽일 듯 노려보며 서 있었다. 커다란 이빨과 날카로운 발톱. 하얗고 긴 털은 누가 봐도 고대 전설에 나오던 설인의 모습이었다.


강호섭은 낭패감에 휩싸였다.


이쯤 했으면 덜덜 떨면서 무릎을 꿇고 싹싹 빌고 있어야 했다.

어디 땅에 묻히거나 쥐도 새로 모르게 쓱싹 던전 어딘가에서 사라질 걸 상상하며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하며 울고 있어야 맞았다.


하지만 맞은편의 대상은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언덕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 기운을 이겨내다니···. 네놈, 각성자냐?”

“아니? 여기 집주인인데?”


태훈도 상대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압박의 수가 너무 강하다.

이 정도면 협박을 넘어 폭력이다.


이건 못 참지.

그래도


‘할아버지가 주신 신룡 갑주를 입어서인지 완전 깡만 늘었네?’


무서울 줄 알았는데 하나고 겁이 안났다.

아니 쿵쿵거리며 뛰어야 할 심장은 차분하게 용의 기운만 맹렬히 돌고 있었다.


앞에 서 있는 자도 꼴에 길드 마스터라고 함께 온 동료 헌터들은 합을 맞춰 진을 짜며 전투 모드다. 다들 낭패한 얼굴이지만, 맡은 역할이 있으니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무기를 빼 들고 있었다. 뒷줄은 뭐든 쏘아낼 것처럼 손에 불꽃이나 얼음 화살을 들고 준비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요놈들 봐라?’


딱 봐도 완력으로 해결하려는 느낌.

아니 그런 느낌만으로 협박을 실현하려는 의도.

그 선두엔 비릿한 표정으로 정기태가 서 있었다.




***




‘그래도 이 길드는 평소에 훈련은 잘하나 보네···.’


태훈이 돌아보며 구하린에게 말했다.


“든든한 친구가 지켜줄 테니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어요.”


그녀의 커다랗게 떠진 눈은 그래도 여유가 비쳤다.

그나마 자신을 확실하게 믿는 느낌.


“알겠습니다. 대표님.”


태훈의 손짓 한 번에 땅이 불쑥, 거대한 숲의 건설자가 나타났다. 구하린을 보호하듯 감싸며 천천히 일어난다. 그 모습에 놀란 헌터들이 한 발 물러나며 소리쳤다.


“헉! 뭐야? 저건!”

“정령? 돌 정령이다!”

“저놈! 정령 술사다. 모두 주의해!”


‘아니거든? 난 차원 술사고, 쟨 그냥 골렘이거든?’


숲의 건설자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주위의 흙과 돌들이 몰려왔다. 그리고 태훈의 막연한 의지에 따라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구현된 것은···


‘아. 그거··· 혹시 관람석이냐?’


첨성대 같은 탑 위에 큼지막한 의자가 자릴 잡았다. 그곳에 자동으로 구하린이 앉혀졌다.


“아··· 무슨!!”


놀란 구하린.

태훈은 그런 그녀를 올려보며 물었다.


“그때처럼 시작해도 되겠죠? 거 높은 데에서 핸드폰 꺼내서 잘 좀 찍어 봐요.”


태훈의 뜻을 알았는지 구하린이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시작하세요. 대표님.”

“오케이!”


태훈은 돌아서서 놀란 강남 길드의 헌터들을 쏘아보며 물었다.


“어이. 아저씨들.”

“뭐? 아저씨?”

“세일즈를 완력으로 관철하려는 걸 보니 딱 봐도 깡팬데··· 강남에서 왔다며? 거기 조폭 많잖아? 너희 무슨 파야? 생긴 거 보니 북곰파야? 코카콜라라도 사줄까?”


하얀 털의 설인, 강남 길드의 마스터 강호섭이 눈썹이 꿈틀 떨렸다.

몸을 부르르 떨더니 털을 부풀어 올렸다.


“감히!”


쿵!


또 한 번의 발 구르기.

이번엔 뭔가 달랐다. 발 구르기 안에서 마력의 기운이 상당히 느껴졌다.


“어허이!”


[신룡 파르데나안의 갑주가 설인의 마력 공격 【공포】에 저항합니다.]

[능력 【심안(諶眼)】이 발동합니다.]


< 『변신 술사 강호섭』 >

- 능력 【변이(變異)】를 이용하여 고대 설인으로 변신합니다.

- 변이 시 각성자의 신체 능력과 회복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합니다.

- 고대 설인의 능력 【공포】, 【자가치유】, 【냉기폭풍】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랬다 이거지?”


대충 어르고 달래는 협상은 지나갔다.

완력을 꺼냈으니 갚아준다.

맞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함무라비의 국룰이다.


‘어디···, 발 구르기라.’


태훈이 뒷짐 진 손으로 아공간 창고를 열어 공간을 더듬었다.

그러자 보이는 메시지.


[착용한 장비와 바로 교체하시겠습니까?]


‘엉? 이게 된다고?’


아공간 창고에 이런 기능이 있었나?


‘정말 무슨 게임 같네.’


태훈은 거침없이 Yes를 선택한 채 훌쩍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장비가 교체된 순간 자신이 방금까지 서 있던 자리를 향해 섬전 같은 점멸(Blink)을 시전했다.


콰-앙!


“여기 내 땅이야! 이 씹새끼들아!”


우뚝 선 그 자리.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장비 【드워프 카와란 브로드얀의 드레이크 가죽 장화】를 교체 착용하였습니다.]



***



휘이이이잉.


꿀꺽.

뒤에서 구경하던 정기태는 마른침부터 삼켰다.


‘이거··· X 되는 거 아니야?’


마스터 강호섭의 발 구르기와는 위력부터 달랐다.

땅 깊숙이에서 올라오는 울림은 마치 지축을 흔들어 깨운 느낌.


‘이게 이럴 게 아니었는데···.’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대충 어르고 달래면 적당히 돈 받아먹고 계약하는 게 수순이었다.

그러기 싫다고 해도 설인 얼굴 한번 보고 공포에 덜덜 떨면 아이고 죄송합니다 소리가 튀어나와야 맞았다.


분명 오늘 오전에 확인한 저 던전은 그 귀하디귀하다는 시간차 던전.


안은 광산이나 약초, 희귀 몬스터 등, 그 무엇하나 건질 것 없는 아무것도 없는 꽝던전이지만, 시간의 격차만큼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준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효용은 넘치고 넘쳤다.


‘희안하게 일이 꼬이는데···?’


섣부르게 정보를 오픈했던 실책을 만회해보고자 직접 나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던전을 사들이기만 하면 된다 생각했다. 그래서 예산이나 좀 더 타내려고 발견한 던전의 특성 정보를 본부에 보고했더니 그게 화근이었다. 마스터까지 나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도 설인 얼굴 한 번이면 대충은 오줌 질질 싸며 계약이 성사됐는데···.


‘이상하게 마스터가 나서니까 오늘은 일이 꼬이네···.’


지금. 저 앞.

평범해 보이는 E급 각성자가 보여준 무위는 S급에 근접한 특A급 마스터 강호섭의 무위조차도 상회하는 느낌. 발 구르기로 파헤쳐진 크레이터의 크기만 비교해도 그 격차가 상당하다. 상대의 실력이 여실히 보였다.


‘하아. 저 무식한 븅신 새끼. 여기서 더 나대면 수습 불가야···.’


거기에 ‘머리’를 써야 할 시점에서 마스터는 섣부르게 ‘괴물’로 변신한 상황. 타이밍이며 과정이 너무 빨랐다. 저래서 상대를 어떻게 설득한단 말인가!


‘고민만 해선 답이 없지.’


그가 성큼 앞으로 나섰다.


“강태훈 씨. 우린 싸우러 온 게 아닙니다.”


정기태는 제발 마스터가 이지를 반만이라도 가지고 있길 바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려 애썼다.


“저랑 잠시 이야기좀 하시죠.”


그 모습을 보던 태훈이 한마딜 툭 던졌다.


“집주인이 길마랑 이야길 하는데 막 끼어드네? 이 길드는 위아래도 없나?”

“뭐?”


정기태의 참을성도 리미트에 실금이 쭉 그어졌다.




***




태훈은 잘 알고 있었다.

권위 좋아하는 놈들은 무시를 절대로 참지 못한다는 걸.


그리고 지금 태훈의 작전은 도발과 어그로.

놈들이 선발 필승의 의지로 자신을 공격해주길 바랐다.


“잘난 척할 때는 반말 찍찍 뱉으며 사람 놀리더니 궁색해지니까 발바닥이라도 핥을 기세더라? 어이! 염화비닐! 너 A급이라며? 나 정말 E급인데 맞짱 한판 뜨까? 헌터 등급 한번 제대로 뒤집어줘?”


그때 “염화비닐··· 큽!” 하는 소리가 저 뒤쪽 구하린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러면 못 참지.’


무언가가 와장창 깨지는 느낌.

염혼비랑(炎魂飛狼) 정기태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붉어진 이마가 불룩불룩 튀어나왔다.


“···뭐라? 염화··· 뭐?!”

“어이. 진정하고! 너네 길드 마스터 쫄릴까 봐 나섰나 본데, 그럼 둘이 함께 덤비든지. 그게 아닌 상태로 끼어든 거면 넌 너네 길드 마스터를 졸라 쫄로 보고 무시한 거고! 아닌가?”


마스터 강호섭이 화난 얼굴로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정기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좋아. 조금만 더 빡침을 끌어올려 볼까?’


할아버지 덕분에 한자 공부하다 찾은 게 있지.


“강 씨 중에 횅댕그렁할 강(㝩) 씨라고 있어요. 묻는데 혹시 그 강 씨 아니신가? 아씨. 발음도 힘드네.”


고문 중에 가장 강려크한(!) 고문이 성(씨)고문이라고 했던가?


부르르


약발이 먹히는 걸 보니 도발 계속.


“눈싸움하려고 설인 변신한 거?”

“···네 놈. 죽고 싶나!?”

“죽고 싶냐고? 그럼 맞짱 제대로 뜨자고! 그런데 시작하면 그땐 진짜로 캐삭빵이다?”

“······.”

“쫄리면 찌그러져. 너보단 네 뒤에 얼굴 빨개서 부들거리며 서 있는 놈이 더 쎄 보이니까.”


빠빠직.


여기도 리미터가 터진 느낌.

놈의 두꺼운 털가죽이 분노로 꿈틀거렸다.


“닥··· 쳐라.”

“싫거든?”


파팡!

태훈의 점멸이 설인의 코앞에서 멈췄다.


“!!”


때아닌 바람이 온 사방을 휩쓴다. 설인의 털이 그 바람에 뒤집혔다.


“놀랬냐?”

“······.”


싸움은 기세라고 했다.

그리고 태훈은 입으로 싸워서 져본 적이 없었다.

십 년, 저 밑바닥 알바 인생에서 산전, 수전, 공중전, 육탄전, 십육 대 일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변신까지 했으니 여기서 상해죄 묻고 싸울래? 아니면 저 던전 들어가서 걍 무법으로 누구 하나 뒈질 때까지 싸울래?”


놈이 딱 정지된 느낌.

무슨 계산을 하는지 아무리 기다려도 답이 없었다.


“좋아. 던전 들어가긴 쫄리나 보지? 그럼 여기서! 난 저 던전 걸 테니 너흰 뭘 걸겠냐?”


하얀 설인 강호섭이 어깨를 한 번 털더니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말한다.


“준비했던 현금 다 가져와!”

“예? 마··· 마스터!”

“어서!!”


크으.

도발 성공이었다.



***



제일 뒤에 서 있던 검은 옷의 헌터 몇이 헐레벌떡 달려가 밴에서 가방을 꺼내온다. 하나둘셋넷··· 일곱. 앞에 있는 세 개의 가방까지 합치면 딱.


“백억이다.”

“룰은?”

“한쪽이 기절하거나 항복할 때까지.”

“아이템은?”

“네놈은 쓰도록 해. 난 이 몸으로도 충분하니까.”


태훈의 눈이 정기태에게 박히자 그가 한숨을 푹 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물러났다. 그의 발걸음에 맞춰 헌터들이 포위하던 원도 차츰 넓어졌다.


“이 던전. 오늘 우리 길드가 받아 가겠다.”

“어. 그래. 응원할게. 파이팅! 힘내라.”

“이놈이!”


거대한 덩치의 설인이 번개처럼 앞발을 쏘아냈다.

설인의 손에서 세 개의 무시무시한 발톱이 섬전처럼 태훈을 찢으려 튀어나왔다.


“시작도 안하고 시작하기냐?”


태훈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선작과 좋아요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겁게 보셨다면 부탁드려요.


작가의말

‘시작!’도 안하고 시작하면 반칙입니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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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1화. 차원문 +6 22.04.30 6,412 163 14쪽
61 60화. 아기 고블린 +12 22.04.29 6,434 157 13쪽
60 59화. 길드 인수 +12 22.04.28 6,460 166 16쪽
59 58화. 보스 사냥 +14 22.04.27 6,564 162 16쪽
58 57화. 오크의 동굴 +12 22.04.27 6,770 155 13쪽
57 56화. 세 장의 양피지 +12 22.04.25 7,101 168 13쪽
56 55화. 가고일 라이더와 차원의 링 +13 22.04.24 7,202 167 15쪽
55 54화. 성녀들 그리고 혈마석 +15 22.04.23 7,229 177 14쪽
54 53화. 오크 주술사 +17 22.04.22 7,313 178 15쪽
53 52화. 오크 상전사 고호권 +19 22.04.21 7,554 184 14쪽
52 51화. 모략 +16 22.04.20 7,773 190 12쪽
51 50화. 귀환석 +16 22.04.19 7,790 205 14쪽
50 49화. 2 서클 +12 22.04.18 8,097 196 14쪽
49 48화. 광전사 힐러 +20 22.04.17 8,182 212 15쪽
48 47화. 대현 길드와 마력석 +19 22.04.16 8,362 214 15쪽
47 46화. 유물 감정사 구하린과 주조령 +11 22.04.15 8,492 209 16쪽
46 45화. 그녀들의 이름은 메딕 +21 22.04.14 8,575 211 13쪽
45 44화. 제주 던전 공략 회의 +17 22.04.13 9,057 206 14쪽
44 43화. 길드 사업 (2) +12 22.04.12 9,462 213 18쪽
43 42화. 길드 사업 (1) +7 22.04.11 9,602 224 15쪽
42 41화. 실전 전투 훈련 (8) +14 22.04.10 9,846 212 19쪽
41 40화. 실전 전투 훈련 (7) +16 22.04.09 10,280 227 15쪽
40 39화. 실전 전투 훈련 (6) +18 22.04.08 10,592 244 14쪽
39 38화. 실전 전투 훈련 (5) +5 22.04.07 10,842 246 14쪽
38 37화. 실전 전투 훈련 (4) +8 22.04.06 10,992 245 15쪽
37 36화. 실전 전투 훈련 (3) +16 22.04.06 11,112 240 14쪽
36 35화. 실전 전투 훈련 (2) +17 22.04.05 11,218 244 14쪽
35 34화. 실전 전투 훈련 (1) +8 22.04.05 11,419 241 13쪽
34 33화. 일 대 일 대전 +16 22.04.05 11,924 278 16쪽
33 32화, 평가전 +11 22.04.04 12,097 268 15쪽
32 31화. 두 호구 +18 22.04.04 12,859 280 22쪽
31 30화. 오크의 아이템 +12 22.04.03 12,688 282 14쪽
30 29화. 호텔 사업 (4) +11 22.04.03 12,967 277 14쪽
29 28화. 호텔 사업 (3) +19 22.04.02 13,276 277 15쪽
28 27화. 호텔 사업 (2) +25 22.04.02 13,389 303 15쪽
27 26화. 호텔 사업 (1) +17 22.04.01 13,639 314 12쪽
26 25화. 대장간 (2) +16 22.04.01 14,006 293 19쪽
25 24화. 대장간 (1) +8 22.03.31 14,627 294 18쪽
24 23화. 마수 조련사 (2) +14 22.03.31 14,384 300 14쪽
23 22화. 마수 조련사 (1) +8 22.03.30 14,497 297 14쪽
22 21화. 시간차 던전 (4) +15 22.03.30 14,813 311 14쪽
21 20화. 시간차 던전 (3) +15 22.03.29 14,593 339 12쪽
20 19화. 시간차 던전 (2) +17 22.03.29 14,915 308 16쪽
19 18화. 시간차 던전 (1) +22 22.03.28 15,057 337 17쪽
18 17화. 공사 중에 발견한 것 (4) +21 22.03.28 15,304 314 14쪽
» 16화. 공사 중에 발견한 것 (3) +20 22.03.27 15,297 321 18쪽
16 15화. 공사 중에 발견한 것 (2) +14 22.03.27 15,569 339 17쪽
15 14화. 공사 중에 발견한 것 (1) +24 22.03.26 15,796 354 15쪽
14 13화. 가디언 파수꾼 +15 22.03.26 15,869 359 14쪽
13 12화. 아이템 팔이 (5) +22 22.03.25 16,037 348 16쪽
12 11화. 아이템 팔이 (4) +20 22.03.25 15,781 330 16쪽
11 10화. 아이템 팔이 (3) +19 22.03.24 15,820 343 12쪽
10 9화. 아이템 팔이 (2) +14 22.03.24 16,034 360 13쪽
9 8화. 아이템 팔이 (1) +17 22.03.23 16,298 354 13쪽
8 7화. 금지의 던전 (5) +35 22.03.23 16,519 361 15쪽
7 6화. 금지의 던전 (4) +21 22.03.22 16,752 357 13쪽
6 5화. 금지의 던전 (3) +18 22.03.22 17,239 341 13쪽
5 4화. 금지의 던전 (2) +16 22.03.21 18,636 361 14쪽
4 3화. 금지의 던전 (1) +25 22.03.21 19,760 388 16쪽
3 2화. 던전을 상속받았다 (2) +41 22.03.21 20,360 415 14쪽
2 1화. 던전을 상속받았다 (1) +20 22.03.21 22,514 365 15쪽
1 프롤로그 +13 22.03.21 25,056 32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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