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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 던전 재벌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22.03.21 08:56
최근연재일 :
2022.07.0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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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0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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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31화. 두 호구

DUMMY

< 31화. 두 호구 >




[능력 ‘행운 S’가 발동합니다.]

[능력 ‘행운 S’가 발동합니다.]


‘행운 S가 이중첩?’


누가 오든지 태훈의 사업에 득이 됨은 분명했다.

그것도 행운이 두 번이나 발동할 만큼 제대로 된.


태훈이 주조령을 보며 말했다.


“회의실에 모시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해주세요. 그리고 구 팀장도 이쪽으로 좀 불러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태훈이 자리에 앉아 빠르게 길드 연합부터 검색했다.

지금 무슨 사업을 하고 있는지, 무슨 문제를 가졌는지 알고 싶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

적을 알아야 장사도 해먹는 거다.


“대표님! 찾으셨어요?”

“구 팀장님. 아래 길드 연합에서 손님이 찾아왔다는데, 최근에 뭐 생각나는 동향이 있었나요?”

“길드 연합이요? 잠시만요.”


그녀가 노트북을 열고 빠르게 정보를 검색했다.

이 방면에서만큼은 태훈보다 그녀가 백배는 감이 있었다.

특히 그녀는 손과 눈이 빨랐다.


“재계 서열 1위부터 10위까지의 길드가 주축인 협회네요. 음···, 대부분 길드 연합에 관한 이야기는 대형 길드의 기득권을 지키는 쪽으로 움직인다는 성토가 많아요. 중소 길드나 소속이 없는 용병 헌터와는 사이가 매우 안 좋네요.”

“그래요?”


“네, 특히나 길드 연합의 사무국장은 신성과 영웅 길드의 뒷배를 봐준다는 소문이 많아요. 대규모 던전 공략 실패 기사도 몇 건 보이고요. 음, 공략 중심에 신성과 영웅 길드가 움직이고 있어요. 지금 협회장은 공석이고요. 사무국장은 역시 신성 측 헌터네요.”


“신성과 영웅이라면 길드 서열 1위와 5위인가요?”

“네. 맞아요. 두 길드가 대현이란 길드와 제주도에서 발견한 거대 던전 공략을 시도 중입니다. 공략 도전했다가 몇 번 실패한 상황이 보이는데요. 좀 안 좋은 소리가 많이 들리는 게, 이 두 길드가 던전을 독식하려고 다른 길드나 용병 헌터의 진입을 철저히 막고 있다네요. 용병 헌터들 불만이 대단한데요?”


“음···.”

“무슨 일일까요?”

“우리 길드를 찾는 거라면 마력석 지원 아니면 딱히 생각나는 것은 없는데···. 그들이 시간차 던전을··· 아!”


구하린이 궁금한 듯 묻는다.


“뭔가 짚이는 데가 있으세요?”

“대규모 던전 공략에 실패했다고 했죠?”

“네. 대표님. A급 헌터들이 40명 이상 참여하는 200명 규모의 대규모 공략이 저번 주에 실패했다는 기사가 보여요.”

“대충은 느낌이 오긴 하는데···. 우선 만나봐야 정답이 나오겠네요.”

“느낌이라고 하시면···.”

“대규모 공략대가 실패했다고 했죠? 그 공략을 다시 준비하는 시간에 쫓기고 있다면··· 시간차 던전과 관련이 있겠죠.”

“그렇겠네요. 호흡을 맞추는 훈련이라도 하려는 걸까요?”

“확인해봐야죠. 저 내려가서 그 길드 연합 사람들과 미팅을 좀 하고 있을 테니, 어디 가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요. 관련해서 지원이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아! 아니다. 5분만 있다가 회의실로 따라 들어와 줄래요?”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지금 황무지뿐인 노량진의 던전을 사용하고 싶다면 사용료를 톡톡히 받아낼 생각이었다. 그리고 던전 독식을 위한 여정에 다리를 놔줄 생각도 없었다.


태훈이 서둘러 아래층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



회의실로 들어온 태훈.

길드 연합에서 찾아왔다는 두 헌터에게 먼저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어쩌다 길드의 마스터 강태훈입니다. 업무가 많아서 늦었습니다.”

“아닙니다. 저희도 방금 도착했습니다.”


한 명은 사무직, 다른 한 명은 딱 봐도 근접 헌터에 근육 몬스터다.


“길드 연합 협의의 사무국장직을 맡은 신성 길드의 박수혁이라고 합니다.”

“합동 공격대 공격대장을 맡은 영웅 길드의 마스터 성영웅입니다.”


명함을 받아 살펴보니, 박수혁은 A급 원소술사, 성영웅은 무려 S급 전사였다.

대부분의 헌터는 자신의 등급을 명함에 명시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박수혁이 밋밋한 태훈의 명함을 보며 궁금한 듯 묻는다.


“실례가 안 된다면 강태훈님은 길드 마스터이신데 따로 헌터 등급을 알 수 있을까요? 등급이 어떻게 되시는지···.”


표정에 변화는 없었지만, 태훈은 심장이 딱딱해짐을 느꼈다.

특히 다 알고 왔다는 저 박수혁의 비릿한 인상은 첫인상부터가 참아주기가 힘들었다.


‘대화를 등급으로 찍어누를 생각인가?

내 뒷조사 정도는 해 왔다 이거겠지.’


“전 사업하는 사람이지 마수 사냥이나 헌터 일에는 재능이 없습니다.”

“아! 예···.”

“하지만 다른 길드가 가지지 못한 특별한 던전이 있기는 하죠.”


순간, 구하린이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왔다.

그녀가 들어오자 회의실의 분위기가 바뀐다.

둘의 눈빛도 덩달아 달라졌다.


“커피 괜찮으시죠?”

“물론입니다. 가··· 감사합니다.”


그녀가 커피를 내주자 둘은 하린를 위아래로 스캔하기 바빴다.

그 중 성영웅이란 S급 헌터가 먼저 나섰다.

그녀에게 느끼한 웃음을 던지며 말했다.


“실물로 보니 더 아름다우십니다.”

“네? 아. 감사합니다.”

“구하린 감정사이시죠? 언제 한번 따로 제 고급 장비들을 감정받고 싶은데, 혹, 시간이 되실지···. 가능하시겠습니까?”

“저는 어쩌다 길드 소속이라 개인적인 의뢰는 받고 있지 않습니다만.”

“아···. 그렇군요. 제가 실례했습니다.”


그때 박수혁이 끼어들었다.


“커피 너무 맛있습니다. 구하린 감정사님! 저 감정사님 너튜브 채널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언니는 감정사> 애청자입니다.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구하린은 딱딱하고 기계적인 목소리로 인사를 받아주곤 바로 일어섰다.

되레 태훈에게 게슴츠레 뜬 눈으로 눈치를 주며 나간다.

그녀의 눈빛은 되레 먹잇감을 찾은 야수의 눈빛.

표정이 딱 ‘이 찐따들 뭐예요?’라고 말하는 눈치.


“커흐흠!!”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연합에서 무슨 일로 저희 길드를 찾아오셨습니까?”

“아.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면 두 가지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두 가지요? 그게 무슨 부탁이신지···.”


사무국장 박수혁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현재 한국에 ‘시간차 던전’으로 확인된 곳은 어쩌다 길드에서 보유한 두 곳이 유일합니다. 이곳 [타임 슬립] 호텔과 일전에 노량진에서 구매하신 던전 말입니다.”

“그래요? 그건 몰랐네요. 저희 뿐이라니···.”

“예전엔 다른 길드도 시간차 던전을 여럿 소유하고 있긴 했었습니다만, 그게 토벌이 끝난 뒤에는 몇 달 유지하지 못하고 소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렇게 시간차 던진이 오래 유지되고 있는 것도 신기한 일입니다.”

“그렇군요.”


그가 잠시 커피로 목을 축이곤 설명을 이었다.


“이곳 소하동의 던전이야 호텔로 영업을 하고 계시니 저희가 부탁을 드릴 수는 없고, 그 노량진에 있는 던전을 잠시 임대할 수 있을까 싶어 문의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임대요? 그럼 무슨 용도로···.”


그때 성영웅이 테이블에 바짝 당겨 앉으며 말문을 열었다.


“현재 길드 연합에서 공략 중인 거대 던전이 하나 있습니다.”


모르는 척 귀를 기울여준다.


“그곳 던전의 공략이 매우 난항입니다. 오크 부락이 끼어있는 대규모 원시 수림이 있죠. 여러 길드가 연합해 공략하려 하고 있습니다만, 그 오크 부락의 전사들이 강력한 부대를 꾸리고 있어요. 그 부대를 상대해야 하는 부분인지라 헌터 개인의 역량으로는 저희가 공략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 상황이 많이 안 좋은가 봅니다.”


“그래서 공격대 연합 훈련을 진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만, 예정된 시일도 촉박할뿐더러 장소도 마땅한 곳이 없어서요. 수소문하며 알아본 끝에 어쩌다 길드에서 보유한 던전이 시간차 던전이라는 소릴 듣고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그 말씀은···”


“공격대 합동 훈련을 시간차 던전에서 진행했으면 합니다.”


흐음.

대충 견적이 나왔다.


황무지로 놀리고 있으니 써준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대충 장소 임대와 식대, 부식 정도를 팔 수 있겠지만···


왜 더 뺏어 먹고 싶지?


“저··· 그럼 그 대규모 던전을 공략하는 공격대 규모가 어떻게 되나요?”

“A급 헌터가 40명. 그리고 B급은 80명 규모입니다. 그리고 S급으로 여기 성영웅 길드 마스터께서 공격대장으로 직접 참여하십니다.”

“오···, 생각보다 규모가 상당하네요.”


그러니까 이 앞에 눈썹 진한 헌터가 공격대장이란 이야기.

그의 능력이 궁금했다.


심안으로 살펴본 능력은 【강골】,【불굴의 의지】,【근육 강화】 거기에 【상처 회복】까지. 한마디로 ‘나 탱크요.’라는 의미였다.


“120명 규모의 헌터 팀의 손발을 맞추는 게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시간차 던전을 이용해 빠른 시간 내에 훈련 성과를 극대화하고 싶어 이렇게 죄송한 말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공략을 더 지체하다가는 던전 웨이브가 터질지도 모르고요.”

“흐음.”

“또 한 가지는 지금 대표께서 부리시는 가고일에 관한 것인데···요.”

“예? 가고일이요?”

“예! 방송에서 봤습니다만, 그렇게 덩치 큰 가고일은 처음입니다. 해서 이번 공격대의 훈련 대항군으로 그 가고일을 지원해주실 수 있을까 싶어 부탁을 드립니다.”


대항군?


“그러니까 훈련의 상대 몬스터 배역을 제 가고일로 맡아달라는 이야기군요?”

“맞습니다. 던전에 가고일과 비슷한 체격의 미노타우로스가 있어서요. 그리고 강태훈 님이 소유하신 가고일은 돌 가고일이니, 마수 특성상 원소 마법에 면역인지라, 공략하려는 미노타우로스와도 특성이 비슷합니다. 그놈들도 마법 면역은 아니지만, 회복력이 장난이 아니라서···.”


가고일의 임대라···

거기에 대항군.


태훈의 머리가 맹렬히 돌기 시작했다.

주판알을 굴렸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생각난 것은 창고에 무수히 쌓여 있는 오크의 갑주와 장비들. 지난번 무모한 공격에 죽어간 놈들이 남긴 전리품들이었다.


‘헌터라···.’


태훈이 둘을 앞에 두고 짐짓 고민하며 친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말씀을 듣고 보니 꼭 도와드려야겠네요.”


생각난 김에 그냥 떠들면서 고민했다.

말을 이어갈수록 구체적인 계획이 착착 들어맞았다. 설명하며 답이 구해진다.


“이렇게 하면 어떻습니까?”


그렇게 운을 띄운 태훈의 의견에 두 헌터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



길드 연합의 사무국장 박수혁과 영웅 길드 마스터 성영웅은 당황한 얼굴로 태훈을 바라봤다.


“다다···다시 한번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태훈이 내민 카드는 대항군.

넘쳐나는 오크 장비를 여기에 바를 생각이었다.


“B급 이상 근접 전투 능력자로 대항군을 조직해서 훈련을 참가하면 어떻겠습니까? 전원 오크 상전사 복장으로 참여시킬 수 있습니다.”

“전원··· 오크 상전사 장비로 풀 세팅해서 말입니까?”

“물론입니다. 미노타우로스 역으로 저희 대형 가고일도 훈련에 동참시키겠고요. 대신 훈련 기간 B급을 기준으로 헌터 인건비와 가고일 조련, 그리고 던전 임대비용도 함께 맞춰주신다면 좋겠는데요. 훈련기간은 1주일?”

“네. 일주일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항군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 아니겠습니까? 가고일도 어찌 보면 대항군의 개념일 거고요. 그게 최고의 훈련 효율을 만들지 않겠습니까?”


잠깐의 침묵.


입을 연 것은 성영웅이었다.


“오크 상전사 풀 세트로 40명! 가고일 6마리!”


성영웅의 머릿속에선 저번 원정에서 오크 부대에게 오합지졸로 밀려나던 헌터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환청처럼 들리는 헌터의 고함.


-진열을 짰으면 말을 들어야지! 씨팔. 오크 보인다고 개떼같이 무작정 달려 들어가면 어쩌라는 거야? 원거리 딜러들은 공격을 네놈들 뒤통수에 해? 진짜 오인사격으로 죽고 싶어?

-야! 왼쪽 무너지잖아. 저기 진영 파고드는 오크 안 보여?

-이 개새끼들아. 자릴 잡았으면 자기 자린 최소한 지켜!

-전술이고 나발이고 말을 들어야 명령을 하지!


위계질서고, 상명하복이고 없는 헌터들.


실력 출중한 A급 헌터들이 명령 통제 부실과 손발이 안 맞아 밀려나는 통에 두 번의 대규모 원정은 실패로 돌아갔었다. 차라리 A급 수를 줄이고 하급 헌터들로 위계를 만드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었을 지도 몰랐다.


‘내가 미쳤었지.’


수십억, 아니 백억 가까운 레이드 준비 비용을 공중에 태워버렸다.


‘대항군에 깨져봐야 정신을 차리지!’


그런 심리에서 성영웅에게 태훈의 제안은 정말 솔깃한 발언이었다.

가뜩이나 말 안 듣는 A급에게 대항군이 있다면 명령이 먹힐 것도 같다.

아니 확실한 훈련 성과가 보장된 기획안이었다.


“저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오크 장비를 입은 대항군이라···. 이거 엄청난데요? 정말 상전사 갑주가 40벌이나 있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더 준비해 드릴 수도 있어요.”

“오호호. 그렇다면야 훈련에 임하는 헌터들도 후끈 달아오르겠군요. 정말 훈련의 성과가 엄청날 거로 기대되네요.”


성영웅과는 다르게 박수혁은 걱정 가득한 눈빛.

그가 성영웅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저··· 그래도 비용이 장난 아니겠는데요? 걱정인 것이··· 오크 풀 세트 40명분의 장비 대여료만 하더라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겁니다. 공략대 120명, 대항군 40명의 식대만 생각해봐도 겁이 나네요.”

“그래도 한번 레이드 실패에 태우는 비용이 150억에서 200억입니다. 지금처럼 좋은 기회를 어찌 안 잡을 수 있겠습니까? 딱 우리에게 준비된 훈련 방식입니다. 그 잘난 척하는 A급들 명령 체계 잡으려면 뭐든 해봐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정말 이대로라면 아시잖아요. 아무것도 못 합니다.”


조직력.

성영웅은 지금 공격대에 A급의 실력보다 일사불란한 조직력을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둘의 말싸움이 한동안 이어졌다.



***



태훈은 자신이 뻔히 보는 앞에서 속닥거리며 (다 들리게) 비용을 의논하고 있는 둘을 보니 실소가 나왔다.


‘이 사람들이 지갑 열 줄 모르시네.’


태훈은 재빨리 구하린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번 레이드 참가 준비 비용 디테일하게 조사해 주세요. 여기선 대략 150억~200억 이야기가 있네요.]

[-네. 대표님]


‘결심이 부족하다면 어디 부채질을 좀 해볼까?’


태훈이 둘의 회의가 끝나길 기다려 말을 이었다.


“준비 중인 던전이 제주도에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그정도 대규모 던전이라면 토벌이 완료되었을 때, 뽑아낼 수 있는 비용이 장난 아닐 텐데요. 대충 생각해도··· 두 분은 그 던전이 제대로 돌아가면 매출이 얼마나 나오리라 예상하십니까?”

“그··· 그거야 개발을 해 봐야··· ”

“비슷한 규모 던전이면 하루 수십억 매출은 우습지 않겠습니까? 그 정도 규모라면 월 단위로 수백억, 연간 수천억을 벌어줄 겁니다. 살펴보니 매출 1조를 넘는 던전이 해외에도 여럿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어으흠. 저희도 그 정도는 예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A급 헌터를 40명씩이나 투입하겠습니까?”


그때 들어오는 구하린의 문자.


[저번 레이드 소모 비용은 278억입니다.]


태훈은 테이블 밑에서 핸드폰을 슬쩍 확인하며 말했다.


“거기에 한번 레이드를 진행할 때 들어가는 준비 비용도 무시 못 한다고 들었습니다.”

“······.”

“이번 훈련도 투자라고 생각하셔야죠. 하루라도 빨리 공략해야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돈이 될 노다지가 뻔히 보이는데, 훈련 비용이 아까워 주저하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네요. 굳이 시간차 던전을 훈련지로 쓸 이유가 없지요. 그것도 시간을 아끼기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 그렇겠지요.”


거기에 쇄기를 박았다.


“길드 연합이 헌터 전체를 대변하는 것도 아닌 이상, 공략을 지체한다면 기회를 잃은 타 길드나 용병 헌터의 불만도 높아질 거로 봅니다. 아니, 그 이유로 시간을 아끼시려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 그렇긴 합니다. 대표님이 잘 아시는군요. 하하. 뭐 그럼 좋습니다. 그리 진행하시지요.”

“선택 잘하신 겁니다.”


문턱은 넘었으니, 이젠 바톤 터치?


‘이럴 때 돈 계산은 구 팀장이 짱이지.’


“저 잠시··· 구 팀장이 회의에 참여해도 괜찮겠죠?”

“물론입니다.”




***




태훈은 잠시 둘을 회의실에 앉혀두고 사무실로 나와 구하린을 따로 불렀다.

대충 설명과 취지를 말해준 후,


“준비되셨죠? 한 50억 이상은 뽑아야 합니다.”

“물론이죠. 맡겨주세요.”


구하린의 두 눈이 어느 때보다 활활 불타올랐다.


태훈은 자리에 없었다.

오히려 일부러 피했다고 하는 편이 맞았다.


구하린은 꼼꼼하게 계산기를 옆에 두고 세부 항목별 예상 지출 내역을 상세하게 서술했다.


가고일의 마리당 임대료, 훈련 시 사고 보험. 조련비, 사료비, 운송비.

40명 B급 헌터 기준 수당, 식비 및 장비 대여료, 파손 보험료.

120명 공략대의 편의 시설 설치비와 관련 업무 보조 인력 인건비까지.

거기에 노량진 시간차 던전의 임대 비용을 최종으로 더한다.


계산기를 탁탁탁 두드려보던 구하린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얼마 안 하네요. 계산해보니 총 217억8천5백70만 원 나왔습니다.”

“···커헙.”

“···큽!”

“그곳이 시간차 던전이잖아요? 1주일이라고 해도 그곳에선 21일간의 훈련이거든요. 그러니 당연히 예상 비용의 3배가 나오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래도 이 가격은··· 너무 높은데요?”

“저번 실패한 던전 공략에도 그 이상 쏟아부으셨잖아요. 그러니 절대 실패 없도록 준비하는 부분에서 이 정도는 양호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니 그걸 어떻게···?”


놀란 두 헌터를 대응하는 구하린의 얼굴은 기대에 찬 눈빛.


믿음 가득한 표정으로 하린의 두 눈이 초롱초롱 반짝였다. 그리고 그 표정이 표가 나게 차츰 변한다.


“이 정도는··· 힘드신가 보네요. A급 헌터 레이드 준비 비용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무리한 정도는 아닐 텐데. 그럼 오크 대항팀과 장비 대여, 보험료를 없애고··· 흠. 그래도 백억은 넘을 거 같은데···. 저희도 훈련 때문에 공사 일정을 미뤄야 하는 처지인지라···”


둘을 똑바로 바라보는 구하린의 고개가 왼쪽으로 휘어질 때쯤


“큼! 전체 217억이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물론이죠. 이 정도도 융통 못 하면 어찌 길드 연합이라 하겠습니까? 하하하! 레이드 한번 실패한 샘 치면 그 정도 금액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크하하! 당연하죠. 그 정도라면 우리 영웅 길드에서 단독으로도 지급이 가능합니다. 길드에서 신입들 시켜 앵벌이 레이드 몇 바퀴만 돌리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푼돈이죠.”


구하린의 눈이 반달이 되었다.


“사실 저희 길드가 이 예산도 딱 맞춘 금액인 거라 봉사 차원이지 길드에서 수익을 내는 것도 아니거든요. 저희도 이 금액으로 어떻게 참여를 해야 하나 걱정이 앞서네요.”


“힘드시면 저희가 좀 더···”


꽉!


박수혁이 다급하게 성영웅의 종마 같은 허벅지를 붙잡았다.

그때 문밖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태훈이 돌아왔다.


“구 팀장님. 계산해보셨어요? 금액이 어떻게 나왔어요?”

“217억이 조금 넘네요.”

“···커험. 그러면 저희도 경험을 쌓는 부분도 있고 하니, 210억에 맞춰서···”

“안 돼요! 대표님. 최소한 220억까지는 맞춰야 운영이 되죠. 어떻게 도움 주실 분들 자원봉사로 돌리시게요? 그럼 정말 욕먹어요! 거기에 최소한 3억은 예비비로 들고 있어야죠. 어디서 무슨 사고가 터질 줄 알고요.”

“허허! 그럼 딱 217억에 맞춰서 진행해보죠. 저희도 길드 연합이 공익적 차원에서 던전을 공략하시는데 어찌 되었든 도움을 드리는 게 맞으니 그 정도는 부담해야죠. 그럼 일정은 저희도 준비를 해야 하니 한 5일 후?”


그 질문엔 성영웅이 답했다.


“예! 그러시죠. 5일 후면 적당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 일정에 맞춰 진행하겠습니다.”

“아참! 저희가 운영비가 부족해서 그러는데··· 혹시 따로 스폰서나 PPL, 훈련 영상을 콘텐츠로 방송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능력 ‘행운S’가 발동합니다.]


방금은 구하린의 제안.

태훈이 동그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구하린이 왜 그렇게 보냐는 눈빛.

두 명의 헌터에게 다시 애처롭게 부탁한다.


“방송 저작권이라고 해봤자 제 개인 너튜브 방송이에요. 꼭 그런 모습 영상에 담아보고 싶었거든요.”

“어허험! 뭐 그 정도쯤이야···, 상관없겠지요.”

“던전에 박혀있는 오크 놈들에게 정보가 유출되는 것도 아니니··· 저도 그 부분은 문제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다른 헌터분들은 자신의 활약상이 오픈되는 것이니 좋아라 할 겁니다.”

“와! 감사합니다. 저도 이쁘게 준비해서 방송 임하겠습니다.”

“하하하. 저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계약하시죠.”



***



왠지 홀린 것 같은 얼굴로 구하린의 배웅을 받은 둘은 길드의 사무동을 방실방실 웃으며 빠져나갔다. 곧이어 유명한 브랜드의 스포츠카 두 대가 언덕을 내려간다. 그들을 라운지에서 바라보던 태훈이 구하린에게 물었다.


“어때 보여요?”

“저 둘이요?”

“네.”

“완전 호구로 보여요.”


언덕 아래를 음흉하게 내려다보는 둘의 표정은 오늘따라 어쩐지 닮아 보였다.


“이 계획 괜찮겠어요?”

“이 정도면 미이라의 피도 빨아낼 거 같아요.”


황무지 한번 임대해주고 217억.


태훈이 구하린을 보며 말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요.”

“그게 뭔데요?”

“길드를 키워야겠습니다.”

“키운다고 하시면···”


그 날 새벽.


새로운 공지가 어쩌다 길드와 관련 게시판 이곳저곳에 올라왔다. 게시판에서 그 정보를 확인한 헌터들의 눈이 대문짝만하게 커졌다.




선작과 좋아요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겁게 보셨다면 부탁드려요.


작가의말

훈련 비용과 관련하여서는 글을 읽으며 너무 많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혹 너무 적다 생각하시는 분도 있으리라 봅니다. 


저는 전투기의 시간당 소요비용을 기준으로 책정해보았습니다. 

F-15의 시간당 유지비용은 26,000달러(미군기준). 

우리 돈으로는 시간 당 3천만원이 조금 넘습니다. 


대략 A급 헌터의 능력은 전투기 한 대 정도의 전투력이 아닐까 싶은 기준으로 책정한 것이니 그 점 감안하여 살펴주시고, 이해와 양해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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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던전 재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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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1화. 차원문 +6 22.04.30 6,412 163 14쪽
61 60화. 아기 고블린 +12 22.04.29 6,434 157 13쪽
60 59화. 길드 인수 +12 22.04.28 6,460 166 16쪽
59 58화. 보스 사냥 +14 22.04.27 6,564 162 16쪽
58 57화. 오크의 동굴 +12 22.04.27 6,770 155 13쪽
57 56화. 세 장의 양피지 +12 22.04.25 7,101 168 13쪽
56 55화. 가고일 라이더와 차원의 링 +13 22.04.24 7,202 167 15쪽
55 54화. 성녀들 그리고 혈마석 +15 22.04.23 7,229 177 14쪽
54 53화. 오크 주술사 +17 22.04.22 7,313 178 15쪽
53 52화. 오크 상전사 고호권 +19 22.04.21 7,554 184 14쪽
52 51화. 모략 +16 22.04.20 7,773 190 12쪽
51 50화. 귀환석 +16 22.04.19 7,790 205 14쪽
50 49화. 2 서클 +12 22.04.18 8,097 196 14쪽
49 48화. 광전사 힐러 +20 22.04.17 8,182 212 15쪽
48 47화. 대현 길드와 마력석 +19 22.04.16 8,362 214 15쪽
47 46화. 유물 감정사 구하린과 주조령 +11 22.04.15 8,492 209 16쪽
46 45화. 그녀들의 이름은 메딕 +21 22.04.14 8,575 211 13쪽
45 44화. 제주 던전 공략 회의 +17 22.04.13 9,057 206 14쪽
44 43화. 길드 사업 (2) +12 22.04.12 9,462 213 18쪽
43 42화. 길드 사업 (1) +7 22.04.11 9,602 224 15쪽
42 41화. 실전 전투 훈련 (8) +14 22.04.10 9,846 212 19쪽
41 40화. 실전 전투 훈련 (7) +16 22.04.09 10,280 227 15쪽
40 39화. 실전 전투 훈련 (6) +18 22.04.08 10,592 244 14쪽
39 38화. 실전 전투 훈련 (5) +5 22.04.07 10,842 246 14쪽
38 37화. 실전 전투 훈련 (4) +8 22.04.06 10,992 245 15쪽
37 36화. 실전 전투 훈련 (3) +16 22.04.06 11,112 240 14쪽
36 35화. 실전 전투 훈련 (2) +17 22.04.05 11,218 244 14쪽
35 34화. 실전 전투 훈련 (1) +8 22.04.05 11,419 241 13쪽
34 33화. 일 대 일 대전 +16 22.04.05 11,924 278 16쪽
33 32화, 평가전 +11 22.04.04 12,097 268 15쪽
» 31화. 두 호구 +18 22.04.04 12,859 280 22쪽
31 30화. 오크의 아이템 +12 22.04.03 12,688 282 14쪽
30 29화. 호텔 사업 (4) +11 22.04.03 12,967 277 14쪽
29 28화. 호텔 사업 (3) +19 22.04.02 13,276 277 15쪽
28 27화. 호텔 사업 (2) +25 22.04.02 13,389 303 15쪽
27 26화. 호텔 사업 (1) +17 22.04.01 13,639 314 12쪽
26 25화. 대장간 (2) +16 22.04.01 14,006 293 19쪽
25 24화. 대장간 (1) +8 22.03.31 14,627 294 18쪽
24 23화. 마수 조련사 (2) +14 22.03.31 14,384 300 14쪽
23 22화. 마수 조련사 (1) +8 22.03.30 14,497 297 14쪽
22 21화. 시간차 던전 (4) +15 22.03.30 14,813 311 14쪽
21 20화. 시간차 던전 (3) +15 22.03.29 14,593 339 12쪽
20 19화. 시간차 던전 (2) +17 22.03.29 14,915 308 16쪽
19 18화. 시간차 던전 (1) +22 22.03.28 15,057 337 17쪽
18 17화. 공사 중에 발견한 것 (4) +21 22.03.28 15,304 314 14쪽
17 16화. 공사 중에 발견한 것 (3) +20 22.03.27 15,296 321 18쪽
16 15화. 공사 중에 발견한 것 (2) +14 22.03.27 15,569 339 17쪽
15 14화. 공사 중에 발견한 것 (1) +24 22.03.26 15,796 354 15쪽
14 13화. 가디언 파수꾼 +15 22.03.26 15,869 359 14쪽
13 12화. 아이템 팔이 (5) +22 22.03.25 16,037 348 16쪽
12 11화. 아이템 팔이 (4) +20 22.03.25 15,781 330 16쪽
11 10화. 아이템 팔이 (3) +19 22.03.24 15,820 343 12쪽
10 9화. 아이템 팔이 (2) +14 22.03.24 16,034 360 13쪽
9 8화. 아이템 팔이 (1) +17 22.03.23 16,298 354 13쪽
8 7화. 금지의 던전 (5) +35 22.03.23 16,519 361 15쪽
7 6화. 금지의 던전 (4) +21 22.03.22 16,752 357 13쪽
6 5화. 금지의 던전 (3) +18 22.03.22 17,239 341 13쪽
5 4화. 금지의 던전 (2) +16 22.03.21 18,636 361 14쪽
4 3화. 금지의 던전 (1) +25 22.03.21 19,760 388 16쪽
3 2화. 던전을 상속받았다 (2) +41 22.03.21 20,360 415 14쪽
2 1화. 던전을 상속받았다 (1) +20 22.03.21 22,514 365 15쪽
1 프롤로그 +13 22.03.21 25,056 32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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