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실전 전투 훈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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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화. 실전 전투 훈련 (1) >
“하차!”
“쿠어엉!”
태훈은 가고일부터 차에서 내려 모두 던전에 들여보냈다.
장비들을 하나씩 내려 오크 부대 쪽 천막으로 옮기고 있을 때 요란한 엔진음을 내며 상대 길드의 헌터들이 들어왔다. 대부분 최고가의 스포츠카.
그 모습에 구하린이 인상을 찌푸린다.
“상대 팀도 바로 오나 보네요.”
“운영팀 몇 명 저쪽으로 보내서 주차 관리 좀 신경 써주세요. 저쪽 큰 천막이 상대 진영의 본부입니다. 그쪽으로 모이라고 해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노량진의 천 평 부지는 차를 주차하려는 헌터들의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우스운 것이 천 평 부지의 한 곳에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최고가의 스포츠카가 즐비하게 줄을 서고 있다는 것. 유독 차들의 외관엔 자신의 길드 문양을 커다랗게 수놓은 경우가 많았고, 각 길드는 끼리끼리 모여 주차를 하려고 하고 있었다.
“길드 상관없이 그냥 주차하시죠.”
“하아. 모양 빠지네. 내 차가 왜 저놈들 사이에 있어야 하는데···.”
“장소가 협소합니다. 양해를 좀 해주세요.”
또 그 차들을 보고자 사람들이 또 몰렸다.
“저게 다 얼마짜리야?”
“진짜 등급 높은 헌터들이 잘 벌긴 잘 버는구나?”
“A급이면 연봉이 최소 10억?”
“진짜 난 각성 언제 안 해주나? 하늘이 무심하시지.”
“전생에 나라를 구했어야지.”
구경꾼과 헌터들, 관리요원들. 사람이 몰라자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파는 장사치까지 몰려왔다. 주차 대란과 인원 통제는 꽤 시간이 걸려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
임시로 세워진 또 다른 대기 장소.
대항군으로 오크 팀의 부사령관직을 맡은 감규석에게 태훈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랑 잠시 이야기 좀 하시죠.”
“무슨 이야기 말인가··· 요?”
“작전 회의라고 해야 할까요? 생각해둔 게 있어서요.”
“그럼 한번 들어봐야지요. 어디가 좋겠소?”
“저쪽 텐트로 가시죠.”
오크 팀의 총사령관이 된 태훈과 부사령관이 된 S급 헌터 감규석이 앞으로 있을 팀 전술을 위한 작전 회의를 시작했다. 태훈의 설명을 한참 듣던 감규석은 놀란 얼굴로 다시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가능하겠소? 제주 던전을 먹자니? 좀 자세히 설명해주겠소?”
“알겠습니다. 우선 그쪽 길드 상황이···”
태훈의 설명을 듣던 감규석은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며 설명에 집중했다.
***
상대 진영 헌터팀 제주 던전 공략대 대장 성영웅.
영웅 길드의 수장 성영웅은 우선 답답한 마음부터 들었다.
200억이 넘는 훈련 부담금 중 거의 절반 가까이를 자신들이 냈음에도 세 길드의 이번 훈련 참가인원은 길드마다 총 40명으로 똑같았다. 공략대의 지분은 머릿수부터 달라야 요구할 수 있을 터였는데, 처음부터 어그러진 것에 마음이 쓰렸다. 괜히 돈을 쓴 것이 아닌가 싶어 짜증부터 올라왔다.
특히 대현 길드는 참가인원 전원이 B급 헌터.
그 꼴로 나타나 공략 후 던전 지분율을 33%까지 요구하며 고집을 부렸다.
그리고 훈련 당일인 지금, 코빼기도 보이질 않는다.
“대현은 아직입니까? 아직도 도착을 안했어요?”
“······.”
거기에서부터 훈련이 조금씩 어그러지고 있음을 깨달았지만, 공격대장의 위치에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중립을 지켜야만 했다. 하지만 본심은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새끼들이! 등급이라도 낮으면 제때제때 와야 할 거 아니야! S급인 내가 B급을 기다려줘야 해?’
그의 눈이 매섭게 대기 중인 헌터들을 훑는다.
“아직도 전원이 도착을 안 했단 말입니까? 벌써 모집 시간이 30분이나 지났습니다!”
“대현 길드는 비행기가 지체돼서 좀 더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20분 전에 김포공항에서 이곳으로 출발했다고 전했습니다.”
“대표님. 신성 길드의 A급 헌터들이 불만이 많습니다. 어디 B급으로 채운 인원으로 지분만 먹으러 들어왔냐며 저쪽 휴게실은 대현이라면 거의 씹어먹을 분위기던데요?”
“하아···. 그분위기는 이쪽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때 다급하게 영웅 길드의 막내 헌터가 회의용 천막으로 튀어들어왔다.
“대현 길드 도착했습니다.”
“전원 소집 완료했습니까? 그럼 중앙 천막 회의실에 모두 모이라고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시계는 벌써 10시 35분.
여기서 35분이라면 벌써 시간차 던전 안에서는 한 시간 하고도 45분을 까먹은 상황. 이 던전을 임대한다고 큰 비용을 부담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시간을 버리고 있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모두 가시죠.”
그는 영웅 길드의 간부들을 데리고 성큼성큼 본부로 마련된 천막으로 이동했다.
***
120명의 제주도 공략대 헌터가 모두 중앙 천막에 모였다.
40여 명의 A급과 80여 명의 B급 헌터.
끼리끼리 길드 단위로 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다. 연인 끼리 온 헌터가 있는지 한구석에선 연신 화장을 고치며 외모 손질이 한창인 헌터도 있었다.
“진짜 언제 시작하는 거야?”
“난 오늘 피부 관리받는 날이잖아. 그것도 취소하고 왔는데 말이야.”
“쉿. 이제 시작하나 봐.”
S급 헌터이자 이번 공략대의 대장을 맡은 성영웅이 앞에 마련된 조촐한 단상앞으로 자릴 옮긴다.
“모두 자리에 앉아주십시오. 간단하게 훈련 브리핑을 진행하겠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생각되었을 때 성영웅이 설명을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공대장을 맡은 영웅 길드 성영웅입니다.”
“반갑습니다.”
“훈련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겠습니다. 아시겠지만 헌터 측 인원은 120명, 그리고 상대 대항팀은 40명이 참여하는 집단전 훈련입니다.”
“대응팀으로 참여하는 헌터는 모두 B급 이상으로 인원은 근접 공격수가 40명에 서포터 20명입니다. 상대 대응팀 서포터는 대부분 힐러 계열로 부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그쪽 사정에 맞춰 훈련 외적으로만 지원하도록 합의되었습니다.”
“힐러부터 챙길 걸보니 줄창 깨질걸 염두에 두었나보네.”
“사실 샌드백 신세 아니겠어?”
“잠시 정숙해 주시죠.”
성영웅이 한 호흡을 끊고 다시 말을 이었다.
“상대 힐러들은 오크 특성에 맞춰 직접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그렇겠지. 오크 새끼들이 뭐 힐러 달고 달려오겠어?”
“거! 좀 조용히 합시다. 그걸 누가 모릅니까? 방금 정숙 못들었어요?”
“어떤 새끼냐?”
쾅쾅쾅!!
성영웅이 테이블을 두드리자 테이블 한쪽이 푹 꺼지더니 이내 와르르 부서져 버렸다. 그 모습에 대부분의 헌터가 입만 삐죽거릴 뿐 더는 떠들지 않았다. 서로 눈만 굴리고 있었다.
“하아. 브리핑이 끝날 때까지만 정숙을 좀 부탁합니다.”
“······.”
“상대 전력에는 가고일이 제주도 던전의 미노타우로스를 대신하여 6마리가 참여할 계획입니다. 미노타우로스의 대역인 만큼 전투 중 가고일은 비행하며 공격하는 것은 금지하는 쪽으로 훈련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미노타우로스가 강력한 회복력 덕분에 원소계열 마법 공격이 먹히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돌 가고일은 마수의 특성상 원소 마법 공격에 면역입니다. 그러니 무모한 공격은 마나만 낭비하는 짓임을 원거리 헌터분들은 유념해 주시길 바랍니다. 되도록 가고일은 근접 헌터님들이 상대해주셔야 합니다.”
“그 가고일, 죽여도 됩니까?”
“그건 불가합니다. 대신 무릎을 꿇리거나 넘어졌을 경우 사망으로 판정하며, 전투에서 배제됨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러니 헌터팀은 가고일을 쓰러트리기만 하여도 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점 참고바랍니다.”
“식사는 어떻게 합니까?”
“정오를 기점으로 입장과 동시에 전투가 시작됩니다. 그 시간이면 대항팀은 이미 던전 안에서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게이트 진입 작전부터 우리는 착오 없이 진행해야 합니다. 아시겠지만 공격대는 진입 시가 가장 취약한 부분임을 감안해서 진입 작전부터 만전을 기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상 질문 있으신 분 질문하시죠.”
“식사는 어떻게···”
“사망 판정이 따로 있습니까?”
“사망 판정은 따로 없습니다. 단, 저 상대팀에게 포로로 잡혔을 경우에는 하루 동안 지정구역인 감옥에 구금되어서 다음 날 아침까지 구금 상태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물론 그 이전에 적을 포로로 잡았을 경우엔 그 대기 시간에 상관없이 1대1로 맞교환이 가능합니다.”
“아니 식사는 어떻게 하냐고요!”
“밥 안 먹고 왔어요? 무슨···”
“방금 누구야?”
“하아. ···던전의 양쪽에 각 진영 세이프 존이 있습니다. 그 지역만큼은 상대 진영이 들어올 수 없습니다. 하루에 세 번 한 시간씩 전투를 중지하고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그 시간에 지정 장소에 오시면 주최 측인 호텔 [타임 슬립]에서 뷔페식을 제공합니다.”
“아! 거기 먹어봤는데 맛있더라.”
밥투정을 하던 헌터는 성영웅에게 단단히 눈도장이 찍혔다. 그의 눈빛이 차갑게 이글거리자 떠들던 헌터도 이젠 자중하는 눈빛. 똥 씹은 얼굴이다.
“더 할 말 없으시면 바로 장비 착용하고 던전 진입 준비하도록 하시죠.”
“저 할 말 있습니다.”
성영웅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손을 든 사람은 신성 길드의 책임자. 예견된 일이었고 저 길드의 공격팀장이라면 당연히 주장할 내용이었다.
“대현 길드 인원들 등급 개판이던데, 왜 우리가 저 수준과 합을 맞춰줘야 합니까?”
“뭐?”
“야! 뭐야?”
“어이! 대현! 너희 입으로만 떠들지 말고 꼬우면 한 판 붙어보던가!”
“당장 나가서 한번 뜨자고!”
“······.”
기선을 제압당한 대현의 헌터들은 얼굴만 붉힐 뿐이다.
“지금 상황에서 대현이 먼저 룰을 지키지 않았는데 굳이 우리만 피해를 봐야 되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공격대를 각 길드 단위로 세 그룹으로 나누길 건의드립니다.”
“그래야지!”
“찬성입니다!”
“어차피 상대 측도 40명밖에 안 되는 B급들 아닙니까? 힐러를 그리 왕창 대동한 걸 보면 개털들 같은데, 그러니 120명이 40명 잡자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도 모양 빠지고, 거 누구야 국민 여동··· 아니 국민 며느리인가 하는 그 유물 감정사 아가씨가 영상으로 기록하고 이 훈련 취재까지 한다는데 가오도 좀 살리고 하려면 맞수로 상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딱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대답들.
성영웅은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는 길드 단위로 공격대를 나누고 단위별로 실력을 검증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리라 생각했다. 각개격파가 걱정이지만, 저 대현은 그렇게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 터였다. 문제가 생긴다면 그때 수정하면 되었다.
“모든 헌터님들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 역시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지!”
“커허험.”
“그럼 각 길드 단위로 40명씩 3개의 공격대로 분할하며 앞으로 3일간 각자 상대 오크 대항군의 토벌에 임해주시길 바랍니다. 만약 3일 후에도 대항군 토벌이 여의치 않다면 그때 다시 공대 조직을 개편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가 만족한 얼굴들.
하지만 마지막 복병이 남아있었다.
성영웅이 방패를 무릎에 세우고 회의를 지켜보던 근육질의 전사들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던전 진입 일선은 누가 맡으시겠습니까? 혹시 희망자가 있습니까?”
던전은 진입부터가 전쟁이다.
저 안에서 먹잇감을 기다리는 40명의 대항군이 첫 진입부터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었다. 첫 번째 진입 헌터가 그 타겟이 되어 모든 공격을 감당해야만 했다.
“가장 먼저 누가 최초 진입을 진행하시겠습니까?”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성영웅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
타원형으로 울렁이는 푸른색 소용돌이.
헌터 공략대는 게이트 앞에서 급하게 합을 맞추던 진입 훈련을 마무리하였다.
“준비 끝났습니다.”
“그럼 바로 진입하겠습니다. 진입!”
“합!”
세 줄을 맞춰서 빠르게 방패를 든 헌터들이 게이트로 달려갔다.
“가자!!”
우우우우웅!
첫 번째로 진입하는 헌터는 각 길드 공격대의 가장 선두를 지키는 매인 탱커들. 마치 로마군 방패병이 방패로 온몸을 감싸는 전술인 ‘테스투도’처럼 정면과 측면, 윗면을 깜싼 형태로 합을 맞춰 쐐기처럼 진입했다.
“산개!”
척척척척!
화살촉 같은 진형이 빠르게 좌우로 넓히며 부채처럼 뒤에서 따라 들어오는 헌터들을 보호했다.
“1대 진입 완료!”
“2대 진입 완료!”
“3대 진입··· 야! 뭘 그렇게 꾸물거려!!”
“야! 씨발! 앞이 막혀있잖아!! 자릴 비켜줘야 들어가지!!”
“씨발? 너 말 다 했어? 너 대현이지? 이 B등급 새끼가 어디다 대고!”
“거 그만 좀 해요!”
그 모습에 부공대장으로 임명된 신성 길드의 공격팀장 임호권이 씹어 뱉듯 말을 이었다. 뒤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본 성영웅의 얼굴이 대번에 일그러졌다.
“서로 얼굴만 봐도 저렇게 으르렁거리는데···, 이제 그만 찢어집시다.”
“좋을 대로 하시오. 아··· 잠깐.”
“어! 오크다!”
“전방에 오크!”
척척척척척!
방패를 고쳐 들고 자세를 잡는 헌터들.
저 멀리 앞쪽에서 뿌연 먼지를 몰고 오는 오크 전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선작과 좋아요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겁게 보셨다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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