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아이템 팔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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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아이템 팔이 (1) >
“아우 눈이야···.”
인터넷을 개통해 유선으로 던전까지 끌어와 모바일 라우터를 설치하고 통나무집에서 온종일 인터넷으로 헌터 아이템의 시세 조사부터 했다.
“그러니까 대충은 알겠는데···.”
헌터 포털사이트의 중고 시장에서의 가격은 퀄리티에 따라 천차만별.
거기에 득템한 던전의 출처나 공방의 수리보증이 있다면 값이 상향 조정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블랙 마켓의 경우엔 정품에 비해 70%대 가격이라 이거지···.”
하지만 블랙 마켓은 종류도 많고 여러 층위로 시장이 형성된 느낌. 접근도 폐쇄적이고 가입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포기했다.
“휴우. 어렵네.”
가격도 그 폭이 너무 넓어 며칠 본다고 가격에 대한 감이 생길 시장이 아니었다. 그래서 큰마음 먹고 헌터 아이템 중고 장터에 사진과 함께 대검 하나를 올려봤다. 물론 급조한 새 아이디로.
[대검](사진) 삼촌이 헌터 정리하면서 검 팔고 싶어 하시는데··· 조언 좀.
━(사진) 대검입니더. 투기를 5만큼 올려주고 위기를 느낄수록 전투력이 상승한다고 합니다. 이거 얼마쯤 해여?
└ 와! 여기서 이걸 보네. 삼촌 A급임?
└ 투기 5 붙은 대검이면 무조건 천부터 시작 아님?
└ 검 상태가 좀 낡았는데··· 투기 5에 딸피광폭이면 천오백?
└ 천이백 제시오. 연락주세욤. 쪽지 부탁!
└ ㅋㅋㅋㅋ 저걸 천이백? 이 사기꾼새끼들아!
└ 이천 제시오. 쪽 부탁요.
└ 운영수칙 지켜주시죠. 제시는 쪽으로 하세요. (쪽지 확인 부탁합니다.)
└ ㅋㅋㅋㅋ뭐래니?
└ 와, 딱 봐도 오크가 쓰던 거네. 상전사 급이다. 지렸다. 전 삼천 봅니다.
└ 제가 팔아드림. 수수료 5퍼만 주세염. (쪽지 확인요.)
‘음? 내걸 팔아줘?’
우선 쪽지부터 확인했다.
[상전사 오크 참마검 맞죠? 투기 5에 생명위협 시 전투력 상승 버프. 그 정도면 잘 올리면 5천까지 갑니다. 판매가 기준으로 수수료 5퍼만 주시면 제가 팔아드립니다. 연락 주세요.]
“흐음··· 5천이라···.”
자기가 팔아도 3천 이상은 힘들겠지 싶었는데 5천에 수수로 5%면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좋네요. 판매 대행. 제가 어떻게 하면 되죠?]
[실물을 받으면 좋겠지만, 절 뭘 믿고 주시겠어요. 그러니 사진을 디테일하게 한 30장 정도 찍어서 보내주시면 제가 따로 경매에 올려보겠습니다. 판매되면 금액은 헌터 코인으로 메일로 받게 되시고요. 매매창 오픈되면 URL 주소 보내드릴게요. 확인하시면 30만 원. 판매 완료되면 배송 보내시고 나머지 수수료 저에게 보내주시면 됩니다.]
“간단한데?”
그래서 사진부터 디테일하게 찍었다.
바로 전송.
전송하고 10분이나 지났을까···.
[매물 정보 확인하세요. URL(링크)]
“오!”
언제 만졌는지 사진은 금세 편집되어서 세부정보와 보정까지.
팝업창과 윤곽선, 거기에 오크 상전사 이미지까지 배경에 박아넣었다.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정리했는지 딱 디자인이 쇼핑몰 상세 설명 급 디테일로 수정되어서 경매 사이트에 올라와 있다.
“와. 포토샵 귀신이네.”
하지만, 웹 페이지는 처음 보는 경매 사이트.
경매 이력이나 다른 정보 없이 현재가만 달랑. 물품 정보와 함께 나와 있는 느낌. 가격 정보 위에는 모래시계 아이콘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이 사이트는 어딘가요?]
[헌터 글로벌 블랙 마켓이에요. 계정 없으면 업로드 못 하고, 매일 새 홈페이지가 만들어지고 기존 홈페이지는 폭파되니까 추적도 안 돼요. 페이지 확인하셨으면 30만 원 입금 바랍니다.]
[계좌 주세요.]
[아···. 계좌 요즘 누가 써요? 헌터 코인 환전해서 메일로 보내주세요.]
“그런가?”
그래서 헌터 코인 환전소로 들어가 본다.
“그러니까 대략 1헌티(hunty)가 천 원쯤이네···.”
우선 금고를 만들고 1만 헌티를 환전. 방금 쪽지를 주고받은 중개상에게 300헌티를 송금했다.
[300헌티 보냈습니다. 확인하세요.]
[감사합니다. 우선 URL 변경됐습니다. 비번 ***** 이구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상품이 좋아서 메인으로 올라갔네요.]
“음?”
이전 상품 정보 페이지는 사라지고 새롭게 받은 URL로 접속하자 비번부터 묻는다. 그곳에 들어가자 정말 다크한 암시장의 아우라. 리스트 상단에 태훈의 오크 참마검이 보였다.
“오오!!”
벌써 가격은 만삼천 헌티를 넘어가고 있었다.
거의 10초 단위로 금액이 바뀐다. 경매가가 바뀔 때마다 상품 정보 위에 있는 초시계의 시간도 리뉴얼. 1만 헌티까지는 5분. 그리고 단위가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5분씩 늘어나는 구조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자정 전에는 낙찰자가 나올 거예요. 그리고 수수료 5퍼 외에 판매자 부담은 따로 없어요.]
그러니까 이 블랙 마켓은 판매자가 아닌 구매자가 수수료를 다 내는 시스템.
판매 물건이 더 많아지는 상황이니 오히려 오픈된 공간보다 매리트가 있어 보였다.
“세금 떼고 수수료 떼고 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판매는 더 유리하겠네···.”
문제는 자격.
블랙 마켓의 판매자 자격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도통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리고 쪽지의 중개인도 그 정보라면 자기 밥줄이니 절대 오픈하지 않을 터.
[판매 완료되면 연락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핸드폰으로 상대 쪽지창을 알람 설정해두고 우선 밥부터 먹으러 나왔다.
식사를 마치고 와 할아버지의 차원문 교과서를 앞에 두고 한창 공부를 하고 있을 때 핸드폰의 알람이 울린다.
[판매됐습니다. 확인하세요.]
판매된 가격은 4만8천 헌티.
중개인이 5천만 원을 예상했는데 2백만 원 빠지는 금액으로 경매가 완료됐다.
“크. 잘했네.”
[메일 확인하시면 4만8천 헌티 입금되어있을 거고요. 수수료는 300헌티 빼고 2,100헌티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물건은 블랙 마켓 지부에서 수거해갈 건데요. 위치 지정해주시면 아무 곳이나 방문해서 받아 갑니다.]
[아무 곳이나요?]
[아무도 안 다니는 대로변 가로수 아래나 전봇대 뒤에 숨겨두시고 GPS 찍어주세요. 물건은 최대한 쓰레기처럼 위장해주시면 좋아요. 사진 전송하신 후 놓아두시면 마켓에서 전문 수거자가 나와 수거해갑니다. 아마 숨기시고 10분 안이면 확인 문자가 올 거예요. 그리고 물건 배송에 장난치시면 큰일 나요. (링크) 확인하세요.]
“음?”
링크로 들어가 확인한 페이지.
거기는 정말 현상 수배 전단 몇 장과 현상금이 걸려있고, 최상단에는 누적된 현상금 포인트가 걸려있었다. 현재 누적 포인트는 총 천백삼십만 헌티. 즉 130억이 다음 먹튀를 향해 대기 중이란 이야기였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헌터를 상대로 먹튀할 강심장은 없겠네···.”
어찌 보면 합리적인 시스템.
미니언들 고생시키며 충전 열심히 돌리는 것보다 이렇게 한 방으로 마켓을 이용하는 쪽이 훨씬 편해 보였다.
[2,100헌티는 보냈구요.]
[네. 감사합니다.]
태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심한 듯 타자를 쳤다.
[저 검이랑 도끼 몇 자루 더 있는데···]
***
-띠링.
/계좌에 2,100헌티가 입금되었습니다.
컴퓨터로 조합된 합성음이 울리자 여러 대의 모니터를 앞에 둔 구하린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히휴우··· 살았다.”
-띠링.
/계좌에 2,000헌티가 출금되었습니다.
“아악! 제기랄!!”
재빨리 손을 움직여 그나마 남아있던 100헌티를 다른 계좌로 옮겼다. 그리고 환전.
“아주 그냥 스쳐 지나가는구나. 스쳐 지나가!!”
기운이 쭉 빠진다. 그래도 오늘은 운이 좋았다. 우연히 들어간 중고 장터에서 본 오크 참마검이 제대로 수익을 내주었으니···. 손도 안 대고 코 푼 격.
그때 상대에게서 쪽지가 들어온다.
[2,100헌티는 보냈구요.]
[네. 감사합니다.]
“어수룩해 보이는 게 사기꾼은 아니네.”
물론 자기는 사기 치려다 역으로 당해 지금은 이 꼴이지만, 어서 벌어 물린 빚만 청산하면 이 지긋지긋한 블랙 마켓도 떠나고 싶었다.
그때···
[저 검이랑 도끼 몇 자루 더 있는데··· 한번 팔아보시겠어요?]
“음?!”
[몇 자루나 더 있으신데요?]
[좀 있어요.]
“쳇. 누구 놀리나? 누군 팔려고 해도 없어서 못 파는···”
그러고 보니 어제는 밤이 새도록 멧돼지떼에게 쫓기는 꿈만 꾸었었는데···
“서서서··· 설마 그게 돼지꿈이었어?”
구하린은 꿀꺽 침을 삼키고 조심스럽게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사진 먼저 보내주시겠어요?]
[메일요.]
“!!”
열어본 메일엔 사진이 딱 한 장.
“이···이게 말이 돼?”
사진은 무슨 숲 같았다. 그냥 맨 흙바닥에 낙엽. 돌무더기도 보인다. 그리고 거기 드리워진 그림자는 분명히 나무들.
그런데 바닥에 놓여있는 것은 무슨··· 꼭···
“전쟁이라도 준비하나?”
가지런히 놓여있는 수십 개의 창과 방패. 검과 쇠뇌. 갑주와 투구들.
“와.”
화면 셋을 연동해 사진을 확대해 열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능력 【유물을 보는 눈】을 발동합니다.]
“헉!!”
‘뭐야···?’
‘저 아이템이 모두 능력치가 둘 이상 붙은 상급이라고?’
“지렸다.”
구하린의 머릿속에 떠오른 상황은 한 가지뿐이었다.
‘개인 던전 소유자···.’
그리고 그런 개인 던전에서 홀로 사냥을 할 수 있을 만큼 강한···
“은둔한 S급 헌터?”
그게 아니라면 이런 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일반 헌터가 홀로 사냥해서 노획할 볼륨을 아득히 뛰어넘는 아이템들과 거기에 길드라면 당연히 파티원끼리 나누었을 테니 저렇게 대놓고 자기 것이라고 여러 개를 자랑할 이유도 없었다.
사진은 이미지 검색으로 돌려봐도 어디에서도 잡히질 않는다. 비슷한 사진조차도 없었다. 이미지 상세 정보로 들어가 사진 정보를 확인해본다.
“어제? 이걸 어제 찍었다고?”
찐이다.
찐 멧돼지다.
아니 갓 복 황금 돼지가 분명했다.
[이이이··· 이걸 다 파시려고요?]
[그게 힘듭니까?]
[서···설마요!]
[그럼 하루에 하나 정도씩만 팔아주세요. 수수료는 기존대로 5퍼요.]
[네. 사진 보내주세요,]
잠깐의 침묵.
“으아아아아!!”
구하린은 미친 듯이 소릴 질렀다.
그와 동시에 벽 너머에서 쏟아져 오는 욕설.
-야! 이 미친년아! 시끄러워! 지금이 몇 시야!
-여기 너만 살아?
-거! 개소리 좀 안 나게 해라아!!
“죄송. 죄송합니다!”
연신 벽에 대고 사과를 하고 있지만 구하린의 입은 귀밑까지 올라가 있었다.
***
태훈은 새벽부터 졸린 눈을 비비며 낡은 마티즈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시흥의 대로를 아무 곳이나 정처 없이 달렸다. 시흥이 도심 같지만 조금만 외곽으로 나와도 그냥 논밭만 있는 시골이다.
거기에 군데군데 서 있는 창고형 건물들.
그 옆엔 폐타이어와 쓰레기가 흔하게 버려져 있다.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뚝방길.
자욱하게 올라오는 안개에 지나다니는 차도 한 대 없었다.
“여기 좋네.”
트렁크를 열자 나오는 짐들.
신문지에 둘둘 말고 거길 황색 테이프로 대충 둘러 만든 쓰레기 같은 포장.
그렇게 싼 검이 셋이다.
가로등 뒤 풀숲에 대충 숨기고 사진 한 장.
가장 가까운 전봇대의 전신주 번호를 따고 GPS 지도를 찍었다.
[전송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18,000헌티 송금해주시면 됩니다.]
[네. 고생했습니다.]
천팔백만 원을 중개인에게 줬다는 이야기는 태훈이 삼억육천을 벌었다는 것과 같았다.
“대충 검 4자루에 4억이면···”
3주를 충전한다고 뛰어다닌 것에 비하면 하루 만에 4억을 벌었다.
같은 돈이지만 효율이 어마어마하다.
거기에 이 돈은 세금도 없었다. 단지 헌터 코인을 현금으로 바꿀 때 드는 약간의 수수료가 전부.
띠링.
벌써 수거해갔다는 연락이 들어온다.
“그래도 개당 5% 수수료는 너무 많지 않나?”
오늘 보내준 수수료만 대략 2천만 원.
경매 아이디를 빌린값이고, 자신이 팔았을 때보다 충분히 금액을 올려주었으니 당연히 줘야 할 금액인 건 맞지만, 그래도 아깝다는 마음은 버리기가 힘들었다.
“얌마. 아무리 그래도 배포를 좀 크게 써야지. 그걸 아까워하믄 쓰나. 벌어다 준 돈이 얼만데···.”
혼잣말로 질책을 하며 낡은 마티즈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쫄보 마인드부터 버려야겠네···.”
한 번도 부자인 적이 없었으니, 눈높이가 낮은 건 당연한 건가?
머리론 당연히 줘야 하는 돈이라고 못을 박았지만, 가슴으로는 아깝다는 생각이 계속 입맛을 쓰게 만든다.
“차라리 직원이면 참 좋겠는데 말이지···.”
일단은 수수료부터 챙겨 줘야지.
[송금했습니다. 확인하세요.]
[저··· 헌터님?]
[네?]
[제가 돈이 정말 급해서 그러는데, 그 보여주신 물건, 하루에 한 개씩 말고 한 번에 다 팔면 안 될까요? 그게 아니라면 절 2억에 사가시면 어때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핸드폰을 바라보던 태훈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선작과 좋아요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겁게 보셨다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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