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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 후 코인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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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글

백건우.
작품등록일 :
2024.08.19 13:22
최근연재일 :
2024.09.18 16:20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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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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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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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959

작성
24.09.0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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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파국이다.

DUMMY


꿈을 꾼다. 이건 현실이 아니다.

그렇지 않고선, 말이 되지 않는다.


“내··· 내 3억.”


말을 더듬었다. 말을 내뱉기까지, 목청도 떨린다. 눈도 떨리고, 머리도 지끈거린다.

박윤주는 침을 꼴깍 삼켰고, 눈을 끔뻑였다. 잘못 본 게 아니다.


[자산 보유 현황 : 53,430,023 KRW]


투자금 3억, 그리고 밤새 올라갔던 금액은 두 배 이상을 찍기도 했다.

약국 개업이 아니라 이 기세 이 대로라면, 백무진처럼 반포 아파트를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부푼 꿈에 차올랐다. 돈을 벌기는 커녕, 넣은 원금도 찾을 수 없었다. 1/6이 남았다.


그리고 하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오류겠지.”


앱을 나갔다 돌아오고 거래소 앱 자체가 문제인가 싶어, 핸드폰을 껐다 다시 켜보기도 했다. 5천만원을 보여줬던 자산 현황은 앞자리가 바뀌었다.


[자산 보유 현황 : 48,239,021 KRW]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고작 5분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700만원이 빠졌다. 주식처럼 오를 때도 떨어질 때도 있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정도 하락은 말이 되지 않는다.

코인은 주식이 아니다. 하한가가 없다. 돈은 계속 해서 흘러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이 18일이야?”


핸드폰도 확인하고, 컴퓨터도 확인하고, 달력도 확인했다. 오늘은 8월 17일이다.

얼굴을 한번 쓸어 내리고, 이마를 짚었다. 지금 이 곳이 약국인지, 지옥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이러고 18일날 다시 올라간다고?”


아무리 차트의 ‘ㅊ’자도 몰라도, 지금 설거지를 당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오죽하면, 그런 생각도 들었다. 백무진이 자신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흘린 건 아닐까?


“그··· 그럴지도 몰라.”


정상적인 판단이 되지 않는다. 앞자리 4는 이제 3으로 깎여 나간다.

3억이 3천만원이 되었다.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 받았던 용돈부터 사회 생활을 시작하며 받은 월급까지, 지난 30년이 삭제되었다.


“허어어-윽.”


박윤주는 먹먹해진 가슴을 부여잡았다.


“믿어 보자.”


이러고도 밥 먹듯이 떡상을 하는 게, 코인이니까. 차분히 기다리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계산대 아래, 그대로 주저 앉은 박윤주는 핸드폰만을 붙잡았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깜빡이는 분봉을 따라, 검지가 올라갔다 내려간다.

아니, 내려간다.


올라가지 않는다.


“올라가.”


올라가라고.

깜빡이던 틱은 물 흐른 것처럼 주르륵 내려간다. 3천은 2천이 되었고, 눈 깜빡 할 사이에 1을 목격했다.


[자산 보유 현황 : 16,123,983 KRW]


“지금이라도 팔까?”


그러면 1600만원이라도 손에 쥘 수 있다. 손에 쥘 수 있는 게 맞아? 2억 8천 4백만원을 날린 게 아니고?


[전량 매도 하시겠습니까?]


알림 창이 떠올랐다. 하지만, 고민 된다. 아직 약속된 18일이 되지 않았다. 정말, 이러고 내일 올라가면 어떡하지? 엄마 조언을 듣고, 주식할 때도 그랬다.


팔고 나면 꼭 올라가더라.

내가 사면 떨어지고.


“놔둬 보자.”


어차피 떨어진 가격, 여기에서 더 떨어질 가격도 없다. 오늘 팔아버리나, 내일 팔아버리나, 손해 본 건 마찬가지.


··· 라고 마음을 다스렸지만.


“흐어어- 커헉.”


유지하던 천 만원 단위가 깨졌다.


[자산 보유 현황 : 9,287,122 KRW]


계속해서 하락 할 때마다, 턱턱.

숨이 막힌다.


드르륵-.


‘띵동‘


손님이 왔다. 자동문이 열리고, 벨이 울리지만 그런 건 중요치 않다.


“저기요. 안 계세요? 저기요.”


카운터를 두고 손님이 약사를 찾지만, 지금 약이 필요한 건 박윤주.

본인이다.


지금 이 현실을 잊고 싶다.

지끈거리는 머리, 헝클어트린 머리카락. 박윤주는 산발이 된 머리를 부여잡게 중얼거렸다.


“아흑-. 씨발.”


중얼거린 한 마디, 카운터 아래 박윤주를 발견한 노인이 소리쳤다.


“아유, 깜짝이야. 내가 몇 번을 불렀는데, 왜 답이 없어.”


눈물이 차오른다. 눈물, 콧물, 물이 쏟아진다.

내일이면 오르겠지 싶었던 실날같은 희망도 사라졌다. 그새 또 삭제된 가격, 9백은 3백이 되었다. 박윤주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노인이 건넨 처방전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저 건들지 마세요.”

“이봐요, 아가씨.”

“아, 건들지 말라고!!!!”


약국을 울리는 박윤주의 고함, 화들짝 놀란 다른 약사가 튀어 나와, 넋이 나가버린 박윤주를 나무란다.


“손님, 죄송해요. 약은 제가 지어드릴게요. 잠시만요. 윤주 씨, 지금 뭐하는 거야?”

“다··· 끝났어.”

“뭐?”


붉은 얼굴 위로, 화장이 다 번 진 팬더가 울먹인다.


“··· 다 끝났다구요.”


+


“씨이이-발!!!!”


장 팀장이 벌떡 일어섰다.

무지막지한 고함과 같이, 사무실 안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장 팀장을 돌아본다.

아랑곳하지 않았다. 장 팀장은 무작정 오 주임한테 달려가, 멱살을 붙잡았다.


“야, 너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어?”

“지금 이게··· 무슨 말씀하시는 거에요.”


몸이 뒤로 밀려난 충격, 오 주임은 스마트폰을 바닥에 떨궜고, 액정이 나갔다.

홍 대리가 액정이 나간 핸드폰을 주웠다.


홍 대리도 정신이 반쯤 나갔다.


“떨어졌어. 페페가 떨어졌다고.”


벽에 밀려나면서도, 오 주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손목을 올려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시간 있어요. 18일날에 다시 오른다니까요. 그러니까!”


오 주임은 윽박지르면서, 장 팀장의 손을 뿌리쳤다. 엉망이 된 셔츠 깃을 정리하며,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진정시켜야 할 사람이 두 사람 맞아?


나는 고개를 돌렸다. 바로 옆 블록 테이블, 1팀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두들긴다. 표정을 보아하니, 탈출 성공. 잘 던졌나-? 김민주가 옆에서 1팀장 어깨를 두들긴다.


오 주임이 홍 대리 손에서 핸드폰을 뺏었다. 맛탱이가 가버린 액정을 몇 번 두들기다, 그대로 바닥에 던졌다. 금이 간 액정 파편들이 튀었다.


“제가 말씀 드렸죠, 다들 물 먹이려고 제가 약 파는 게 아니라고. 여러분들이 물렸으면 저도 물렸다구요.”


오 주임이 이미 연동해둔 노트북으로 거래소를 접속한다.


“걱정 마시라구요. 이거 올라간다니까요.”

“올라간다고? 떨어지는 것도 정도가 있지. 지금 페페, 얼마나 떨어진 줄 알아?”


마우스를 몇 번 클릭하던 오 주임이 장 팀장을 향해 언성을 높인다.


“떨어져봤자, 얼마나 떨어졌는데요? 그래봤자, 아니에요? 비트 코인은요?”

“뭐?”


장 팀장도 눈깔이 돌았다. 둘 다 눈에 뵈는 게 없다.


“비트 코인은 하루에 1-2천이 떨어져도 그 다음날 회복해요. 페페?”


오 주임이 모니터를 향해 손짓했다.


“이거 뭐, 1원이나 떨어졌어요? 네?”


나는 페페 시세를 확인했다.


[페페 : 0.0098]


0.1을 돌파하려던 기세는 이제 0.01도 돌파하기 힘들다.

이걸 도대체 얼마라고 불러야 하나-.


아무리 몇 번을 반복여도, 폭락은 아찔하다. 이걸 아직도 갖고 있었으면, 어쩔 뻔 했냐.

그리고 내 눈앞에 아직까지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이거 내일 다 올라간다고? 이 폭락장을 견딘다고? 다 말아 올린다고?”

“아, 그··· 그렇다니까요! 우리 형이···”


통화 하겠다고 오 주임이 스마트폰을 올렸지만, 이미 뻑이 가버렸다.


“아씨, 진짜··· 전화도 못하겠네.”


네가 부쉈잖아. 뭘, 짜증내고 그래.

단톡방으로 메시지가 울린다. 듀크가 보낸 메시지.


[듀크] : 지금 난리 난 거 아시죠? 여러분 ㅎㅎ. 탈출 잘 하셨나요?

[듀크] : 저는 그래도 정수리는 아니고, 어깨에서 잘 팔았습니다.

[듀크] : 하락 시작되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18일은 아닌 것 같아서··· 백 선생님 말 들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인증 수익 사진이 올라온다.

메시지를 읽은 나도 동시에 여러 1이 사라진다.

겁에 질린 신음이 흘러 나온다.


“허윽-.”


모니터를 바라보던 홍 대리가 눈물을 터뜨렸다. 그리고 전화가 울린다.

투자를 같이 진행하던 홍 대리 남편의 전화.


“어··· 어. 여보. 여보는 팔았어?”


눈물만을 흘릴 뿐, 홍 대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스피커 폰이 아니지만, 스피커 폰처럼 전화기 너머, 고성이 들린다. 망했다. 홍 대리는.


홍 대리가 눈 앞에 아른 거리는 아파트를 떠올렸다. 강남 아파트를 꿈꿨던 그녀는 이제 입주 아파트 자금이 걱정이다.


“우··· 우리 잔금 어떡하지?”


목이 메인 장 팀장이 오 주임을 보고, 말을 더듬는다.


“지··· 지금 이.. 이 돈이 어떤 돈인 줄 알아?”

“모르죠. 전.”

“그래. 그래··· 넌 모르지. 내일까지 대박 안 치면 어떡할 거야?”

“··· 뜹니다.”


오 주임, 저것도 역하네. 이쯤되면 대충 자기도 느낄텐데.

바닥을 기고 있는 이 가격이 드라마틱하게 천장을 찢고 올라가지 않을 거라는 거.


“고래는 19일날 다 던진다고 했으니까요. 내일 분명히 올라갈 겁니다.”

“그래? 그러면 나 이거 홀드한다.”


장 팀장이 이를 악물었다.


“오 주임이 무조건 올라간다고 했으니까, 나 이거 갖고 있는다고. 그런데, 만에 하나, 안 올라가면? 안 올라가면 어떡할 건데?”

“제가 장 팀장님 손목 비틀면서 협박했습니까? 이거 무조건 사라고?”


장 팀장의 어이는 없어졌다.


“책임 진다며. 오 주임이 책임진다고 했잖아.”

“아,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구나-?”


오 주임이 장 팀장을 비꼬았다.


“그렇죠. 제가 책임진다고 했죠. 그러면, 장 팀장님은요? 매수 금액 이상으로 내일 올라가면 어쩌실 건데요? 장 팀장님은 오늘 이 모욕들, 다 책임지실 수 있습니까?”

“뭐···어-?”


모른다. 장 팀장도 미래는 모른다.

뜸을 들인다. 이러다 정말 반등해 돈을 버는 상황에 앉는다면 어떡하지?


미래를 모르는 장 팀장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미래를 아는 나는 확신할 수 있다.


“안 올라.”


오 주임, 장 팀장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모두 내게 향했다.


“응?”

“내일 되도 안 오른다고. 네가 말한 고래, 이미 다 빠져나갔다고.”


내 말이 끝나자, 장 팀장과 홍 대리 낯빛은 잿빛이 되었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주저 앉은 사람도 있었다. 오 주임은 아무도 책임질 수 없다.


파국이다.




작가의말

성불예정님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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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과거는 과거일 뿐이에요. +26 24.09.13 18,887 402 10쪽
23 왕주성 1열 직관. +13 24.09.12 19,718 44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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