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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 후 코인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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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작품등록일 :
2024.08.19 13:22
최근연재일 :
2024.09.1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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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959

작성
24.09.0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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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둠스데이, 그거 오늘입니다.

DUMMY



재밌다.

영화라는 제한적인 플레이 타임.

그리고 한 씬, 한 씬, 천문학적 돈을 써야 하는 스포츠 경기 장면이 아닌, 오로지 프런트에서만 벌어지는 사건 전개. 야구, 스포츠라는 장르 영화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정적이다.


그럼에도 재밌다.

이야기는 읽을 수록 흡입력이 가득했고, 몰입력은 뛰어났다.

‘머니볼’ 같은 영화지만, 미국이 아닌 한국 야구의 특징을 잘 살렸다.


나도 모르게 벌써부터 이 배역은 어떤 배우가 좋을지, 혼자 가상 캐스팅을 하고 난리 났다.


“내가 직접 투자 하고 싶을 정도로.”


무의식적으로 말을 내뱉고도, 깜짝 놀랐다.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거지?”


이제는 현장이 아닌 이 대본 속 이야기처럼 프런트. 많은 연예인들과 같이 뛰어다니는 게 아닌 뒤로 서포트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뼈저리게 잘 알고 있다. 영화 한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는 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마냥 어려운 일도 아니다.


“돈만 있으면 다 되는 일이잖아?”


그리고 내게는 돈이 있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좋은 배우가 꼬인다. 그리고 좋은 배우가 픽한 작품은 감독과 투자자들이 모인다. 좋은 사람들의 시너지가 계속된다면, 작품이 망할 리도 없다.


그렇지. 망할 리도 없다.

‘발신표시제한’이 대놓고 먹으라고 떠먹여준 작품이잖아. 종이 반쯤은 접혔고, 절반은 구겨진 시놉시스를 이리저리 확인했다.


이 시나리오를 쓴 작가 필명은 김준한이 아니다. ‘퍼즐 + 김준한‘이라는 말은 주연을 김준한으로 잡으라는 말이겠지. 이제 ‘발신표시제한’의 세 가지 목록이 모두 이해간다.


남은 건 확인 뿐.

나는 한창 적시고 있을 1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어. 백 선생. 이제 오려고? 우리 아직 1차 안 끝났어. 올려면 빨리 와.

“아직이요. 1팀장님. 제가 물어볼 게 있는데.”

- 어. 뭔데?

“청소하다가요. 바닥에 대본이 하나 떨어졌는데···”

- 그럼 그냥 위로 올려두면 되는데···


그럼 되는데, 제가 모르고 손을 대버렸습니다.


“시나리오 ‘퍼즐’ 이거 읽다보니 재밌어서요. 혹시 진전되고 있는 작품인가 싶어서···”


예민한 1팀장이라면, 화를 낼 수도 있는 상황.

다행히, 오 주임이 분위기를 잘 띄우고 있는 모양이다. 들떠오르는 취기 때문인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 페페 기운인지 화는 커녕, 톡 건드리기만 해도 1팀장은 술술 입을 놀린다.


- 아, 그거? 자기도 읽었구나. 그거 엎어졌어.

“엎어졌다구요?”


우리나라 감독들 눈이 다 삐었나.


“왜요?”

- 글은 재미가 있지. 실력 좋은 감독들도 몇 번 건들긴 했었는데, 그러다 말더라고. 애초에 투자도 잘 안 들어오고. 자기도 생각해보면, 좀 그렇잖아?


난 재밌었는데.

이미 여러 투자자의 의견을 지겹게 들은 1팀장이 그대로 읊는다.


- CG 떡칠한 킹콩 야구 선수물도 폭망한 게, 현실이야. 누가 경기 찔끔 나오는 단장물을 돈 주고 봐. 차라리 야구를 보면 모를까.

“그래서 엎어졌다?”

- 작가도 신인이고. 왜? 2팀에서 한번 추진해보려고? 2팀, 뭐, 배우 테크 트리 탈 아이돌이라도 있어?

“아시잖아요. 지금 저희 맡고 있는 애들 다 어린 거. 나가리 된 작품 일으킬 애도 없어요.

- 그냥 물어본 거구나. 백 선생은?

“네?”

- 그래서 백 선생은 언제 오는데?


딱히 갈 생각이 없는데.


“애들 평가 정리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것 같아서요.”


1팀장이 이 정도 말도 못 알아들을 정도로 눈치가 없진 않다.


- 그거 얼마나 걸린다고. 그냥 오는 거지.


하지만 1팀장이 계속해서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지는 건, 회식 자리. 오 주임이 쓸 만한 정보를 주고 있지 않다는 것.


- 팀장님, 아까부터 누구랑 계속 전화 중이신 거에요. 여기 집중 안 하고, 진짜 이러면···

- 백 선생, 그럼 나 백 선생 늦게라도 오는 걸로 알고 있는다··· 안 오면···


통화가 끊겼다. 안 오면, 뭐-.

안 오면, 뭘 할 수 있는데-?


어쨌든.


“내가 이거 가져도 된다, 이거지.”


누더기처럼 다 구겨진 시나리오 맨 앞에 꽂힌 명함.

현성의 이름이 아닌 내 이름으로 작품에 관해 간략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나는 명함과 시나리오를 가방에 넣어두고, 사무실을 나왔다. 기다리던 사생들도 슬슬 자리를 떠날 시각, 누군가 날 아직도 기다리고 있을 줄 꿈에도 몰랐다.


“어? 무진아. 이제 퇴근해? 다행이다.”


박윤주가 날 기다렸다.


+


“나도 조금 더 기다려보고, 안 오면 가려고 했는데-.”


회사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예나 지금이나 빨대 꽂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쪽쪽 빨며, 나를 흘겨본다. 그때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내 눈치를 본다는 것.


박윤주는 내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기다린다.


“무슨 일이야? 우리 이미 다 끝난 거 아니었어?”

“미안해.”


미안하다고 하지만, 진심 어린 사과는 아니었다.

그저 이 순간을 어떻게 모면하기 위해 둘러댄 말.


’뭐가 미안한데?’


만날 동안, 박윤주가 줄기차게 날 괴롭혔던 말을 돌려주고 싶지 않았다.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라기보다, 안줘도 될 괜한 여지를 주는 것 같아서.


잠자코 아이스 초코를 마시면서, 뭐라 더 지껄일지 기다렸다.

나를 한번 살핀 박윤주가 감정을 잡는다.


직업병이란 게 없을 줄 알았는데, 매니저란 직업이 참, 이런 게 좋다.

그동안 하루 종일 아이들 연습 영상만 돌려보며 깨우친 게 하나 있다.


감정을 몰입하며, 얼굴 근육을 쥐어짜는 아이들을 보며, 얘가 이게 진심인지 그냥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건지를 구분할 수 있다. 지금이 그렇다. 박윤주, 나를 향한 후회가 아니었다. 그냥 어쩔 수 없이 하는 억지 감정 연기지.


“그래도 우리가 만난 세월이 있는데··· 그 세월이 10년인데··· 내가 너무 잠깐.. 돌았었나봐. 무진이, 너한테 그러는 게 아닌데.”

“그러는 게 아닌데.”

“어?”

“그러는 게 아닌데, 뭐. 할 말이 뭐냐고.”


잘못을 뉘우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마시던 아이스 초코를 내려놓았다. 달다. 여긴 너무 달다. 나를 한번 본 박윤주 입술이 달싹거린다. 쉽게 움직이지 않겠지.


자기가 이 정도 했으면, 내가 알아서 ‘그래, 윤주야. 우리 다시 한번 만나보자’라고 말할 줄 알았어? 그렇게 생각했으면, 착각이지.


자존심 강한 박윤주는 쉽게 말하지 못한다.


“어··· 무진아,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똑똑.

창가 자리, 누군가 유리창을 두들겼고 우리의 집중을 가져간다. 두 손으로 망원경 모양을 하고, 창가에 바짝 붙은 사람, 윤서원이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윤서원은 환하게 웃으며 카페 안으로 들어온다. 조 실장도 어쩔 줄 몰라하며, 윤서원 뒤를 쫄래 쫄래 따라온다.


“역시 백 대리, 맞았구나. 뭐야, 백 대리. 그때 왜 전화하다 말았어요?”

“저··· 저기, 지금 저희 진지한 이야기 중이거든요?”


한창 집중했던 감정이 흐트러지자, 예민해진 박윤주가 윤서원을 쏘아붙인다. 역시, 대배우. 윤서원 기는 하나도 죽지 않는다. 오히려, 더 뚫어져라 박윤주를 쳐다본다.


카페 안, 윤서원의 등장으로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지켜본다. 어떤 사람들은 사진을 찍겠다고 핸드폰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윤서원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카페 안 모든 사람들이 다 들을 정도로, 큰 소리로 내질렀다.


“언니, 화장을 딱 보아하니 알겠네. 바람폈구나?”

“네? 지.. 지금 무슨 소리를..”

“ 딱 보니, 백 대리님한테 용서 빌러 온 상황이고.”


윤서원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박윤주 얼굴을 훑는다.


“그런데 요즘은 이럴 때, 웜톤 잘 안받쳐주는데. 언니는 내가 볼 때··· 음. 퍼스널 컬러가 웜톤도 아니고, 쿨톤인데. 이러면 동정심이 잘 안 들어. 그냥 징징 거리는 것처럼 보인다니까.”

“이··· 이봐요. 윤서원 씨. 지금 당신이 우리 사이에 뭘 안다고, 떠드는데?!!!”


윤서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나를 향해 돌렸다.


“아, 모르죠. 둘 사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는 모르는데, 그냥. 내가 이런 역할 하도 많이 당해봤으니까, 척하면 척이라서.”


윤서원이 나를 향해 되물었다.


“아니에요? 아니면, 내가 정중히 사과하고. 백 대리님이 지금까지 말 없는 거 보니까, 맞는 거 같긴 한데···”

“진짜··· 미친 년인가?”


윤서원 그렇게 안 봤는데, 귀도 좋네.

박윤주가 중얼거린 한 마디를 용케 주워 담았다.


“응, 내가 미친 년이긴 해. 그래도 바람은 안 펴. 애초에 필 남자도 없지만.”


박윤주가 나와 윤서원을 한번 번갈아보고, 명품 백을 챙겨 일어섰다.


“진짜 재수가 없으려니까.”

“또라이 퇴치 성공!”


윤서원이 엔딩 포즈를 지으며, 외쳤다. 아무래도 또라이는 이쪽 같은데.

민낯을 드러낸 박윤주는 아까 윤서원이 우릴 보고 있던 차창밖으로 사라진다.

어차피 들어도 상관없지만, 박윤주가 사라지자 윤서원이 물었다.


“대충 찍었는데, 진짜 맞췄나보네. 설마, 받아주려던 건 아니죠?”

“그럴리가요. 뭐라 둘러대나 궁금해서, 기다리던 참이었죠. 그런데 윤서원 씨야말로 그냥 갈 길 가셔도 됐는데요.”

“하하하, 제가 말렸는데요. 죄송해요. 백 대리.아무리 말려도, 제 말을 된통 듣지를 않아서···”


조 실장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멋쩍은 미소를 올렸다.


“으응, 뭐,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내가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알죠?”


윤서원이 ’오렌지 거북이‘ 대본을 흔들었다.


“나, 빚 갚았어요.”


고작 이걸로?

한참 모자라지.


+


눈을 떴다.

상쾌한 아침이 밝았다. 오늘이다. 8월 17일.

지구 멸망의 날.


뜨거운 해가 세상을 비추듯이, 적붉은 차트가 빠르게 솟구친다.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늘 데드라인 전, 페페와 D-테라, 모두 내던진다. 혹시 몰라 예약을 걸어둘까 하다, 고개를 저었다. 매도는 역시 손맛이지.


조용히 연차를 쓸까 하다, 다른 사람들 반응도 보고 싶어 일부러 출근하는 오늘.

나도 모르게 엷은 미소가 올라간다. 오 주임은 어떤 표정을 지으려나.


출근하는 버스 안.

역시 강남이다. 차창 밖으로 다양한 고급 외제차들이 출근길 도로를 줄 지어섰다.


“집을 샀으니, 이번에는 차를 사볼까?”


운전은 귀찮긴 한데.

내 평생, 페라리 마크 박힌 차 언제 가져보겠냐고. 사고 싶을 때 사는 거지.


미친 듯이 올라가는 호가처럼 이른 아침부터 메시지도 미친듯이 울려댄다.


[장 팀장] : 오 주임, 일어났나? ㅋㅋㅋ 이거 미친 듯이 올라가는데, 지금 아니야?

[오 주임] : 최고점 아직 멀었습니다. 팀장님. 내일이 절정일겁니다. 제가 사인 드릴게요.

[1 팀장] : 나도. 나도. 신호 무조건, 이 단톡을로 줘야 해. 오 주임.^^

[오 주임] : 당연하죠. ㅎㅎ


[홍 대리] : 저 어쩌면, 아파트 입주 잔금만 치루는 게 아니라, 상급지로 갈아탈지도 모르겠는데요? 왤케 올라요? ㅋㅋㅋㅋㅋㅋ

[오 주임] : 하하하하하. 이거 너무 좋은 아침인데요.


나는 메시지를 보고, 오 주임에게 답했다.

응, 너무 좋은 아침.


"둠스데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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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이 놈이나, 저 놈이나. +22 24.09.08 22,663 44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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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람이란 게 그래, 아무리 말해줘도 안 듣더라고. +12 24.08.25 24,283 420 15쪽
6 수 십억이라니, 백 억이다. +11 24.08.24 24,545 38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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