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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 후 코인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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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글

백건우.
작품등록일 :
2024.08.19 13:22
최근연재일 :
2024.09.18 16:2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621,682
추천수 :
11,619
글자수 :
147,959

작성
24.08.19 15:16
조회
31,696
추천
413
글자
6쪽

납득이 안 간다고, 납득이.

DUMMY


+


“그만하자.”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이미 어떻게 해볼 그런 것도 없었다. 상대는 마음을 이미 접은 것 같은데, 이제 와서 내가 뭘 어쩌라고.


결혼 한 달전, 갑자기 왜 이런 파국을 벌였는지는 납득이 가야 할 것 같았다.


“왜?”


분명히 차가운 음료를 시켰던 것 같은데. 이미 다 식어버린 음료. 끓어오르는 열을 충분히 식힐 수가 없다.


“싫은데 이유가 있나.”


박윤주가 어깨를 으쓱인다.


“그냥 싫은 거지.”

“그냥-?”


우리 둘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모여 있는 반포 한 카페.

이미 이성은 잃었지만, 신상까지 잃을 순 없었다.


‘반포 파혼남’

요즘 같은 시대, SNS로 얼굴 팔리는 건 한 순간이지.

까딱 소리 잘못 질렀다간 오해받기 딱 십상이다.


그리고 잘못한 건 내가 아닌데, 왜.

왜 내가 일어나서 떠나가라 난리를 쳐야 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차분히 앉아,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자.


“미안한데, 그건 이유가 되지 않아.”

“내가 오빠를 납득 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나? 내가 싫다면 싫은 거지.”

"그냥 싫어요.“


박윤주가 했던 말을 따라 외웠다.


"너는 그 말이 우리 부모님한테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생각해?"

"왜 못해? 우리 엄마, 아빠한테는 말하니까. 바로 오케이 해주던데. 우리 윤주 잘했다고."


꼬였다.

마음이.

그리고 다리가.


"그거야..."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다. 본투비 강남 8학군.

지방 읍면리. 처음부터 많은 차이를 보인 집안 차이.


그리고 직업 차이.

강남에서 나고 자란 약사와 상경한 엔터사 직원.


차이를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의 끝이 결혼이 아닐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연애까지.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아나갈 수 있는 미래가 없는 제한된 연인이라는 거.

확연하게 선을 그었지만, 자꾸만 선을 넘어 온 건 누구였는데?


눈이 마주치자, 도둑이 제발 저리듯이 박윤주가 입을 놀린다.


"눈빛 보아하니, 오빠도 잘 알고 있네. 맞아. 나 진짜..."


박윤주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냄새 나는데 못 가겠어."


인사드리러 찾아뵀던 지방 본가.


그때는 한적하고 조용해서 좋다며?

공기가 너무 맑고 상쾌해서 좋다며?

우리 부모님을 뵙고, 나이 들어서도 알콩달콩 살아갈 수 있는 게 너무 좋다며?


노래를 부르던 게 누구였는데.

웃기지 마.


"그게 다 거짓말이라고?"

"오랜만에 본가 왔다고 다섯 살 꼬마처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차마 거짓말을 할 수는 없더라고."


박윤주는 커피를 들이킨다.

내가 연예인을 좀 봐서 아는데, 그게 찐텐이 아니라 정말 연기였다면, 얘는 약을 팔면 안된다.


연기를 해야지.


사실 박윤주가 이제 와 부모님 말을 듣는 착한 딸이 되겠다고, 파혼 선언을 해도 별 무리는 없다.


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장모님, 장인어른이 될 사람 들은 나를 없는 사람 취급했으니까. 그렇다고 박윤주와 결혼을 포기할 이유는 없었다. 윤주는 매번 내게 용기를 줬고, 우리는 잘 살 수 있다고 힘을 냈다. 어차피 직업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우리만 행복하면 된 거 아니냐고.


그렇게 1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했다. 얼마 전까지, 드레스 투어를 하며, 박윤주야 말로 다섯 살 꼬마처럼 좋아 죽었다. 그런데, 그걸 깨버린다고?

난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데.

미운 정도 정이라고, 끝까지 이해하려는 내 자신이 등신 같다. 한숨을 크게 내쉰 채, 텁텁한 입 안을 헹굴 커피를 들어 올릴 때.


박윤주는 꼬았던 다리를 풀고, 다른 다리를 꼬았다. 마치, 다른 남자를 찾았다는 듯이.


"다른 남자 생겼냐."

"..."


내심 한번 찔러본 건데, 대답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할지 몰라, 계속 씰룩이는 입술. 아직도 저 버릇은 못 고쳤네.


집안.

직업.


그 모든 차이에도 다 이겨낼 수 있다는 박윤주가 두루뭉술하게 나와의 결혼을 깨버린 이유. 바람을 피웠다면, 모든 게 납득 된다. 병신 같지만.


SNS에 올라올 난동 피울 ‘반포 파혼남’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한 마디는 던져주고 싶었다.


"씨발, 이거 아주 쌍년이네."


+


"하아-."


담배를 피우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한숨이 터져 나온다.

이럴려고 반차를 쓴 게 아닌데.


갑자기 진지하게 할 말이 있다며, 나를 일찍 불러냈다.


"반차 아까워 죽겠네. 진짜."


이럴거면, 차라리 그냥 퇴근하고 만날 걸.

어차피 피해자는 나였는데.


맨날 이렇다니까. 간단히 밥을 먹거나, 뭘 하더라도, 모두 자기 위주로 돌아간다. 박윤주, 지가 무슨 공주님인 줄 알아.


자취방으로 돌아가다 멈칫했다. 잠깐, 그럼 그건 어떡하지?


결혼 후, 우리가 들어갈 살 신혼 집.

대출 문제 때문에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내 명의로 온전히 풀 대출을 받았다. 하루 아침에 영끌족이 되었다.


풀 대출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나보단 쌍년의 탄탄한 수입 때문이었는데.


"하-, 진짜 지랄 맞네."


이거 대출금이 얼마였지? 길을 가다 멈추고, 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은행 앱을 열려고 할 때, 알림이 하나 울린다.


뭔데.


발신번호표시 제한으로 온 한 통의 문자 메시지.


『D-테라 코인 상장. 저점 횡보 중 3일 뒤 작업 시작.』

『개미 3번 털고, 에피타이저.』

『일주일 뒤 다시 매집 시작, 최고점 터치 후 나락빔』

『사우스 ‘절대’ 접근 금지』


"하-."


진짜 지랄 맞을 것도 따로 있지. 이제는 스팸 문자마저 내 기분을 더럽게 만드네.

좀 적당히 해. 적당히.


"장난질도 적당히 해야지. 요즘은 장난질도 이렇게 구체적으로 하는 거야? 성심성의 껏?"


홧김에 핸드폰을 던지려다 참았다. 아직 할부금도 끝나지 않았다.

머리 끝까지 올라갔던 핸드폰은 다시 내려왔고, 나는 문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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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과거는 과거일 뿐이에요. +26 24.09.13 18,874 40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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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이 놈이나, 저 놈이나. +22 24.09.08 22,663 44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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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한강물 따듯하냐? +9 24.09.06 22,852 469 11쪽
17 오랜만이야. +16 24.09.05 24,504 452 13쪽
16 번데기 앞에서 주름. +15 24.09.04 23,491 467 14쪽
15 파국이다. +18 24.09.03 23,189 497 11쪽
14 제가 책임집니다. +19 24.09.02 23,004 457 13쪽
13 둠스데이, 그거 오늘입니다. +13 24.09.01 23,436 450 12쪽
12 네가 거기서 왜 나와? +12 24.08.31 23,144 425 12쪽
11 조금만 참지 그랬어. +9 24.08.30 23,646 405 14쪽
10 다시는 도와주나 봐라! +14 24.08.28 24,340 400 12쪽
9 그렇게 용하다고? +13 24.08.27 24,069 400 9쪽
8 세상 진짜 좁다. +12 24.08.26 24,298 436 14쪽
7 사람이란 게 그래, 아무리 말해줘도 안 듣더라고. +12 24.08.25 24,283 420 15쪽
6 수 십억이라니, 백 억이다. +11 24.08.24 24,545 389 10쪽
5 이 집, 잘하네요. +9 24.08.23 25,620 419 13쪽
4 사부라 불러도 되요? 백 사부. +14 24.08.22 26,272 416 12쪽
3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 +10 24.08.21 26,959 405 11쪽
2 뜨거워요, 내 손이. +14 24.08.20 28,684 399 11쪽
» 납득이 안 간다고, 납득이. +20 24.08.19 31,697 41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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