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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 후 코인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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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작품등록일 :
2024.08.1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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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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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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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다시는 도와주나 봐라!

DUMMY


포장 이사를 했다.

얼마 없는 짐이지만, 돈보다는 내 허리가 더 중요했다.

앉아 있을 의자 하나 없이 맨 바닥에 앉아, 한강을 바라본다.

이 적적한 거실을 시끄럽게 채워줄 TV도 없지만, 이 휑한 정적이 나쁘지 않다.


올림픽 대로를 달리는 차의 불빛과 반대편 강북의 야경을 바라보며, 와인을 즐기겠단 포부는 당차게 첫날부터 깨졌다. 편의점에서 사온 소주 한 잔도 내게는 큰 즐거움을 안겨준다.


아직 이 몸은 가난을 기억한다.

배달 시킨 탕수육을 안주 삼아, 소주 한 잔을 삼켰다.


“크-야으.”


죽인다니까. 이 맛.

편의점에서 같이 사온 돌얼음 위로 소주 한 병을 끼워 놓았다. 주문한 냉장고도 아직 배송오지 않았다. 시원한 소주는 목넘김이 편했지만, 속은 불편했다.


“대체 뭔 생각인 거냐.”


발신표시제한.


『너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 그게 내가 살 길이니까.』

『꺄하하하하, 그럴려면 너는 찌질..찐따 못난이가 되어선 안 돼.』

『부족해. 받아들여야 할··· 그리고 알려줘야 할 데이터··· 모두.』


순간, 메시지를 잘못 보낸 줄 알았다. 딱딱했던 말투는 합격 문자 이후, 장난기가 가득하다.

그럼에도 메시지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날 도와줘야, 자신이 살 수 있다고?

나와 관계된 사람? 아니.


자작을 따라, 소주 한잔을 삼켰다.


어쩌면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단 생각을 했다. 음-, 그럼 뭔데? 신?

취했다.


알콜이 차오른 머리는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단서가 부족한 문제는 풀지 말자.

다음-.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주고 받는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건, 내게 알려줘야 할 ‘정보’가 부족하다는 걸까?

아니면, 말 그대로 문자를 보내고 받는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걸까.


끊겼던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건 아무래도 후자. 문자를 주고 받는 데이터가 부족한 것 같다.


『1-거북이 (귀여운 거북이 이모티콘)』

『2-페페 (8.17/15:13)』

『3 - 퍼즐 + 김준한』


내용은 간략하고 짧게 도착했다.

혹시 아까처럼 텀이 있을까, 기다렸다. 술 한 잔을 마시고, 핸드폰을 내려보고 기다린다.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탕수육을 한 입 먹고, 술 한 잔을 마셨다. 메시지는 아직도 오지 않았다.


그렇게 1시간을 기다렸다.


워낙 제멋대로인 녀석이라, 이러고도 문자가 올 지도 몰라서 소주 한 잔을 털었다.

술이 세지도 않는데, 벌써 한 병이 끝나간다. 끝까지 털어 낸 소주 한 잔을 입에 올렸다. 기억은 거기서 끝났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감겼던 눈을 다시 떠올렸을 때.


어두웠던 야경은 사라지고, 어느 새 밝은 아침이 되어 있었다.


+


휴일이 아니었다.

가까워진 직주근접. 나는 출근했다.


소주 한 잔을 먹기 전, 숙취 해소제를 먹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오늘은 자체 휴가였다.

어쩌면 차라리 그게 나았을지도.


시간을 확인하며, 문자를 확인했다. 발신표시제한은 그 이후로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말한대로 정말 데이터가 부족했을지도.


월말도 아닌데,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난데없이 뜬구름을 잡았던 사람이 아닌 초월적인 존재, 우리가 알고 있는 데이터가 아닐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는 뭐지?


“거북이.”


모르겠다.

페페, 이건 코인을 말하는 것 같은데.

3번도 마찬가지, 영 감을 잡을 수 없다. 특히 저 + 기호.

김준한이란 사람에게 퍼즐을 먹이라는 소리인가?


“술이 덜 깼네.”


덜 깼어.

취기를 덜어내기 위해, 카페인이 필요했다. 출근하기 전, 바로 옆 카페에 들렀다.

벌써부터 개발 2팀 인원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 백 대리. 여기야, 여기.”


먼저 도착했던 홍 대리와 장 팀장이 커피를 마시면서, 손을 흔들었다.


“일찍 왔네. 웬일이야? 매번 출근 시간 아슬아슬하게 도착하던 사람이.”


7호선 북쪽 끝에서 출발하던 예전의 내가 아니다.


“회사 근처로 이사했거든요.”

“최근 돈 좀 많이 벌었나 봐-?”


장 팀장이 한번 떠본 질문을 내가 아닌 홍 대리가 완벽하게 커버했다.


“에이, 팀장님. 뭘 그런 걸 물어요. 팀장님도 한 500 건지셨으면, 백 대리도 꽤 벌었겠지.”


할머니가 그랬다.

옛날부터 돈 자랑은 하는 게 아니라고.


아무리 적게 벌었다 해도, 이 사람들은 믿지도 않겠지.

나는 말을 돌렸다.


“그냥, 계약 기간이 끝났어요. 말씀하신대로 전보다는 여유가 생겨서, 회사 근처로 오긴 했습니다.”

“어쨌든 축하해.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장 팀장이 호탕한 웃음을 짓고서, 가슴을 두들겼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디퓨저랑 휴지는 책임져 줄 수 있다.”

“에이-, 팀장님. 번 돈이 얼만데, 휴지랑 디퓨저는 좀···”

“요즘 물가가 얼마나 비싼데. 홍 대리는 진짜··· 나도 물리지만 않았으면, 좋은 거 해주지. 괜히···”


말이 잘렸다.


“맞죠?”


혼자 다 먹기 힘든 커피 캐리어를 들고 다가온 한 남자, 장 팀장보다는 제일 먼저 나를 향해 아는 체를 건넨다.


“신인 개발 2팀, 백 대리.”

“네. 그렇긴 한데···”


누구더라? 분명 회사에서 봤는데-.

회사 사람은 아니다. 낯빛이 까무잡잡한 걸 봐선, 분명히 현장 사람.

그래도 아이돌 파트, 현장은 다른 팀이라 해도 꿰고 있는데.


감조차 전혀 잡을 수 없다는 건, 배우.


“나, 윤서연 담당 조 실장. 어이쿠야, 죄송해요. 장 팀장님도 같이 계셨네.”

“어, 조 실장. 오랜만이네. 회사에서 얼굴 보기가 영 힘들어.”

“저희야 회사보다는 전국 촬영장을 싸돌아다니니까, 회사도 오랜만에 온 거에요.”


현장 사람답게 조 실장은 사람이 서글서글하다고 해야 할지, 능글 맞다고 해야 할지 구분하기 꽤 어려운 사교성을 보였다.


“이거 드실래요?”


누가 봐도 윤서연 담당 팀이 먹을 샌드위치 점심을 권했다. 양도 양인데, 의도가 뻔히 보이는 권유.

이걸 왜 먹어. 장 팀장이 손을 올린다.


“괜찮아. 우린 이런 걸로 배 안 차. 간식이지.”

“에이, 형님. 우리는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런 거지.”

“응?”


조 실장이 내 어깨를 감싼다. 미안하지만, 극 I인 내게 이런 친한 척은 부담스럽다.


“회사에 소문 다 났어요. 우리 백 대리, 굉장히 용하다고.”


밑도 끝도 없다. 조 실장은 테이블 위로 커피와 샌드위치를 올려, 가벼워진 두 손에 여러 대본을 올렸다.


“시간 되면, 우리 이것도 봐줄 수 있을까? 이 중에 어떤 작품이 뜰지 말이야.”


멋쩍은 웃음을 올렸다. 제목이 큼지막하게 박힌 시놉시스 두 개.


하나는 대한민국 영화계 거장, 손찬성 감독이 찍는 텐트폴 영화, ‘그녀의 사진’

다른 하나는 떠오르는 강사라, 고영찬 등 화려한 배우진을 전면에 앞세운 ‘피라미드’


아무리 배우 현장을 멀리하는 나라 해도, 거액의 제작비를 앞세운 두 영화 이름은 한 두번씩 들은 적 있다. 윤서원 다 죽었다고 하더니, 아직도 이런 대작 섭외 제안은 줄기차게 들어오는 구나.


“하하하. 실장님.”


내 어깨 위로 올린 조 실장 손을 나는 떨쳐내며, 멋쩍은 미소를 올린다. 코인이면, 코인이었지.


“제가 어떤 작품이 성공할 지, 그런 예측까지는 다···”


『1-거북이 (귀여운 거북이 이모티콘)』

『2-페페 (8.17/15:13)』

『3 - 퍼즐, 김준한』


발신표시제한은 말했다.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이 메시지들은 압축되었다.

카페인 한 모금에 그런 가설을 세웠다. 1,2,3. 이 숫자는 내게 일어날 타임 라인이다.


1번은 이 두 작품 모두 안 된다는 말이고.

페페는 코인이 맞겠지. 그리고 뒷 날짜는 일주일 뒤. 그 말인즉, 살 때 사더라도 드랍할 날짜라는 것.


3번은···

음-, 어렵다. 이건 무슨 말인지, 아직도 풀리지 않는다.


“백 대리?”


조 실장이 먼 산을 바라보는 내 눈을 두고, 호들갑을 떨었다.


“왜? 뭐가 보여? 뭔데? 둘 다, 너무 잘 될 것 같아서 고민이야?”


아니, 내 예상이 맞다면, 둘 다 되지 않는다.

이유는 모른다. 그저 발신표시제한 보살님께서 거북이라 말했을 뿐이다.


나는 조 실장에게 되물었다.


“세번째 건 없어요?”

“세번째?”


조 실장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는 이게 다인데-”


살짝 훑은 이 두 시나리오에는 거북이 관련된 장면이 1도 없었다.


“거북이 관련된 작품이 좋은데···”

“뭐? 거북이? 뭔 거북이. 우리한테 거북이가 보여?”


말을 더 하지 않았다.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괜히 물어봤네. 역시 믿을게 못 된다니까? 시간 아까워.”


바로 옆 테이블, 다른 손님인양, 선글라스를 쓰고 앉아 있었지만, 연예인은 연예인.

‘나 절세미인이오’하고 미모를 드러내는 윤서원이 일어섰다.


“가자. 오빠, 믿은 내가 병신이지.”


윤서원이 조 실장을 붙잡는다.


“현장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그런 걸 물어봐야, 내가 도움 안될거라 했잖아.”

“아니··· 한번 물어보자는 건, 서원이 너였는데.”

“닥쳐.”


윤서원이 테이블 위, 놓여진 샌드위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거 안 챙겨?”

“어. 어 챙겨야지.”


양 손 무거운 조 실장과 짜증만 실컷 낸 윤서원이 사라진다. 역시, 현장 3년이면 없을 홧병도 생긴다더니, 옆에서 보기만 해도 답답하네.


백무진, 아무리 생각해도 너는 현장 체질 아니라니까. 잘 나왔어.

두 사람이 사라지자, 장 팀장이 일어서며 일과 시작을 알린다.


“그럼 우리도 이제 슬슬 갈까?”


홍 대리가 멈칫했다. 미리 장 팀장과 맞춘 말이 있었는지, 은근슬쩍 사인을 날린다.

깜빡한 장 팀장이 뒤늦게 물었다.


“맞다. 백 대리는 어떻게 생각해?”

“네?”

“이번에 오 주임이 올린 메시지 말이야. 페페. 들어가는 게 맞아?”


+


기가 찬다. 생각해보면 생각할수록 말이 안되는 일이긴 했다.

고작 코인 한번 잘 팔아버린 것치고, 작품의 흥행여부를 묻는 게.


아무리 장난이라 해도, 말이 안되지.


밴에 올라탄 윤서원이 고민했던 두 대본 중 하나를 집었다. 역시 배우들보단, 감독이지.

영화는 감독 놀음이다.


“오빠, 우리 그냥 손찬성 감독님 작품 찍자.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조 실장이 손을 들었다.

중요한 전화인지, 조용해달란 포즈를 취했다.


“네, 감독님. 오랜만이에요. 서원이요? 잘 있죠. 바쁘긴요. 연기를 못해서 안달이죠.”


조 실장이 한껏 너스레를 떠며, 통화 상대에 집중한다. 조 실장이 저렇게 집중할 정도면, 나름 거물이라는 건데 누구지?


“저희야 감독님께서 제안만 주시면, 언제든 환영이죠. 작품 이름은 어떻게 될까요? 네? 오렌지 거북이요?”

“··· 거북이라고?”


뭐야. 백무진.

진짜... 무당이야?


+


오 주임이 출근했다.

이제는 다 옛날 일이라 잊어 버린 장 팀장도 은근히 반갑게 맞이했다. 결과론적으론 듀크 일은 잘 마무리가 됐으니, 뒤끝을 계속 보이는 것도 팀장으로서 속 좁아 보였겠지.


게다가 오 주임 얘, 다른 건 몰라도 일은 괜찮게 하는 녀석이었다.


괜히 퇴사 했다간, 새로운 사람을 구하고 가르쳐야 하는 건 장 팀장과 우리.

안고 갈 수 있다면, 최대한 안고 가는 게 우리에게도 편한 일이다.


“어, 오 주임. 푹 쉬었어?”

“팀장님.”


오 주임이 우리를 기다렸다.

붉은 차트 화면을 보고서.


“페페 사셨습니까? 왜 다들 답을 안하세요. 지금 떡상 중이라니까요.”


[페페 : 0.0043]


1원도 하지 않는다.

그만큼 아직 기회는 열렸고, 수익률도 극대화할 수 있는 이야기.


붉은 차트에 장 팀장의 흥분은 붉게 타올랐다.


“이번엔 진짜야? 오 주임. 나 오 주임 믿고 가도 돼? 나 이번에 진짜 크게 지른다?”

“걱정 마세요. 저만 꽉 믿으세요. 진짜! 제가 멱살 잡고 올려드리겠습니다. 페페, 이 녀석 18일까지 끄떡 없습니다.”


18일?

17일이 아니고?


『2-페페 (8.17/15:13)』


날짜가··· 다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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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네가 거기서 왜 나와? +12 24.08.31 23,148 4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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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수 십억이라니, 백 억이다. +11 24.08.24 24,549 38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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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부라 불러도 되요? 백 사부. +14 24.08.22 26,275 4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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