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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 후 코인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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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글

백건우.
작품등록일 :
2024.08.19 13:22
최근연재일 :
2024.09.1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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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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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959

작성
24.08.2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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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뜨거워요, 내 손이.

DUMMY

+


현성 엔터테인먼트.

소위 말해, 대한민국 4대 연예 기획사.


배우, 아이돌 중 한 우물만 파는 회사가 아니라, 둘 다 하고 있다.

대학 나와 뭘 해야 하나 싶던 시절, 유현성 대표는 아는 가수 형한테 부탁을 받았다.

8-90년 대, 그때 그 시절.


며칠 동안 자기 뒤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운전만 해주는 걸로 꽤 큰돈을 받았다고 했다.

안 해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지금의 현성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었다.

자신의 이름을 딴 것도 엄청난 프라이드가 있어서가 아닌, 세금 때문에 일단 대충 만든 회사명. 그리고 자신의 이름이 의도와는 다르게 전 세계 뉴스에도 가끔씩 언급되고 있었다.


그런 유현성을 동경해, 이 회사를 따라 들어왔냐고?

그럴리가-.


졸업 후, 합격한 회사가 여기 밖에 없었다. 천하무적 전화기 공대도 아슬아슬하게 합격하는 요즘, 수도권 대학 문과를 누가 써줘.


탱자 탱자 노느니, 일단 생활비라도 벌고 있자.

-라고 생각한 게, 벌써 6년 째.


현재, 이 회사에서 나는 캐스팅 매니저를 맡고 있다.


기획사 캐스팅 매니저.


미리 우리 회사의 큰 도움이 될 아이돌이나, 배우들을 미리 선점하는 것이 내 일. 매니저라고 다 똑같은 매니저가 아니다.


아이돌과 배우를 스포츠 선수와 같이 ‘플레이어’로 친다면, 그런 연예인들이 일정 소화를 할 수 있도록, 한 몸이 되어 365일 매일 같이 다니는 것이 현장 매니저, 이들은 감독과 코치와 같다.


그리고 나는 훌륭한 아이돌,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싹들을 구별하고, 트레이닝을 잘 받고, 데뷔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하는 구단 프런트 직원과 같다. 뭐, 거창하게 설명해도 이 둘은 크게 다를 거 없다. 어차피 월급받는 회사의 노예이면서, 연예인들의 뒤치닥거리를 하는 건 똑같은 일이니까.


사람을 만나 자기 소개를 할 때마다 ‘우와’ 감탄사가 들려오지만, 크게 다를 건 없다.

그렇게 놀랄 일반 직장인과 다를 게 없다니까. 사람들한테 치이고, 위에서 까인다.

그냥 지나가다 연예인을 한 두번이 보는 게 다-.


소위 ‘톱스타’라 불리는 놈들은 회사에 출근을 잘 하지도 않는다. 내 할 일 중 연습생 확인도 있지만, 얘네들을 아직 연예인이라 칭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다.

나 역시 월급 받는 직장인에 불과하다. 그냥 똑같다니까.


“백 대리. 요즘 결혼 준비 하느라, 바쁘지? 커피 한잔 때리러 갈래?”


신인 개발 2팀, 장수찬 팀장.

내 직장 상사. 겉차속따. 츤데레 같은 사람이다.


“음-.”

“왜? 싫어? 내가 살게.”

“아뇨. 싫은 건 아니고···”


장 팀장이 두 팔을 벌리며, 비열한 미소를 올렸다.


“웰컴~. 유부의 세계로 온 걸 환영해. 이제 그 반반한 우리 백 대리 얼굴도 나처럼 흘러 녹아···”

“저 파혼했습니다.”

“··· 응?”


놀란 장 팀장이 얼었다. 아직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을 터뜨렸다.

괜히 회사 사람들이라고 십시일반 축의를 걷어 올 게 뻔한데, 괜한 혼란을 주고 싶지 않다. 그리고 애초에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뭘.


얼었던 장 팀장이 사무실 분위기를 확인한다.


“하하하하하-.”


순식간에 적막한 사무실, 그 흔한 호흡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안듣는 척 하면서, 다 듣고 있었구나?


장 팀장은 리더답게 멋쩍고 어색한 웃음으로 회사 분위기를 이끌어 나간다.


“왜···? 농담이지? 아침부터 장난이 너무 노잼이다."

"농담 아닌데요."

"그... 백 대리. 싸울 수 있어, 결혼 준비 때, 나도 그렇고 여기 홍 대리도 그렇고, 결혼 준비 때 안 싸우는 사람이 이상한 거야. 다 원래 싸운다니까?”

“바람 폈어요. 그 인간이.”

“아아···”


쉴드를 치던 장 팀장은 기권을 던졌다. 우디르보다 빠른 태세를 전환했다.


“힘들지? 그럼 오늘 왜 왔어? 며칠 휴가라도 가지. 어? 그런 이유라면, 휴가 못 내주겠어? 하하하하. 우리 백 대리가 그동안 날 어떻게 본 건지, 참··· 하하.”

“집에 있으면, 오히려 더 힘들죠.”


막막한 대출 이자금 밖에 생각나지 않을 것 같은데.

고정금리 4.5%. 40년, 5억. 운이 좋았다. 특례 대출이 나왔다는 건, 그래서 전세를 돌리지도 못한다.


한달 갚아야할 대출 금액만 224만원.

내 월급이 세후 270이 살짝 안된다는 걸 감안하면, 난 죽어야 한다.

숨만 쉬어도 될 빠져나가야 할 카드값과 자동차 할부. 각종 공과금을 생각하면, 난 파산이다.


태어날 때부터 강남에서 살았던 그 쌍년은 적어도 마용성에서는 살아야 한다며, 떼를 부렸다. 그것도 마지노선이었다. 어떡하지? 부업으로 배달 알바라도 뛰어야 하나.


내 등을 토닥인 장 팀장을 향해, 중얼거렸다.


“커피가 아니라, 술 한 병 마셔야 할 것 같은데요.”

“술 한 병 갖고 되겠어? 가자. 내가 오늘 시원하게 사줄 테니까.”


침울한 분위기 속 홍 대리가 장 팀장의 위로를 끊어낸다.


“안돼요. 팀장님. 오늘부터 오디션 다큐 시작이에요.”

“끄아아-. 그거 오늘부터 시작이야? 진짜 뒤져버리겠네.”


장 팀장이 가뜩이나 얼마 남지 않은 머리를 헝클었다.


“괜찮습니다.”

“그럼 오늘 반차라도 쓸래? 백 대리. 그··· 가서 친구들이랑 한 잔···”

“괜찮습니다.”


대기업을 등에 업고 있는 종편 채널에서 매 년마다 연례행사처럼 제작하는 대국민 아이돌 오디션. 당장 데뷔시킬 연습생이 아니라 해도, 얼굴을 알리는 건 어느 면에서나 마이너스인 부분은 없다. 데뷔를 갈망하는 연습생 애들도 오늘만을 기다렸겠지.


사람 손도 부족할 텐데.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고, 고작 파혼인데. 뭘.

씁쓸한 미소를 올리고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도 같이 하겠습니다.”


야근 수당이라도 끝까지 챙겨야지.


+


··· 라고 마음을 다 잡았지만, 텐션이 살아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구내 식당.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제육 볶음을 많이 집었는데도 입맛은 살아나지 않는다.


귀책사유야 당연히 쌍년한테 가있으니, 회사 동료들에게 당당히 밝혀도 크게 눈살 찌푸릴 일은 없지만, 집안은 다르다.


“엄마한테는 어떻게 말하냐.”


내 잘못이 없어도, 이건 등짝 스매싱 1000대 예약인데.

고기 맛이 느껴지지 않은 입 안에 젓가락을 넣고 우물거렸다.

쇠맛도 달게 느껴지지 않는다. 부모님한테 말하긴 해야 하는데, 오늘만큼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누나한테 도와달라고 할까?”


전후사정을 알고 있는 지원군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이 위기를 돌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아, 모르겠다.”

“벌써 다 드셨어요?”


일어나려던 식탁, 내 앞 자리 김민주가 식판을 내려놓는다. 입사 동기지만 팀이 다르다.

나는 신인 개발 2팀, 김민주는 1팀.


신인 개발 2팀 백무진 대리는 모두가 모르지만, 1팀 김민주 대리는 다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유명 인사. 연예 기획사 직원이 아니라, 소속 연예인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아름답다. 응, 이쁜 정도가 아니라 아름답다.


회사 소속 연예인들이 일개 직원을 다 알 정도면 말 다 했지.

그런데 이런 사람이 왜.


“그··· 무진 씨. 여기 앉아도 될까요?”

“네.”

“무진 씨, 코인 할 줄 아세요?”


김민주는 닭 튀김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알고 있다. 김민주도 내 파혼 소식을 들었다.

하긴, 그 큰 사무실에서 폭탄 선언을 했으니, 모른 척을 했어도 소문이 안 퍼질 리가 없겠지. 내 기분 맞춰주겠다고, 화제를 돌리나 본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재테크라곤 예적금밖에 몰랐던 나다. 삼전 주식 1주 사본 적도 없는 내가 코인을 할 줄 아는 건, 걷지도 못하는 아기한테 한번 뛰어보라는 사실 밖에 되지 않는다.


“음··· 제가 진짜 아무한테도 안 말해주는 건데, 좋은 소식 하나 알려드릴까요?”


주식 투자로 2억을 날리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이거 진짜 나만 알고 있는 비밀인데, 너만 알려주는 거야.’ 이런 사기꾼들을 조심하라고.


그런데 저 밝고 아름다운 미소로 사람 마음 홀리는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다. 일단 들어나 보자. 듣기만 한다고 돈이 드는 건 아니잖아? 의외인데, 김민주가 코인충일 줄이야.


“네. 말씀해주시죠.”

“혹시···”

“이야, 다들 재밌는 이야기 하고 계셨네.”


불청객이 끼어 들었다. 입사 동기이자 나와 같은 팀인 오중석 주임. 아직 뚜렷하다 싶은 게 없어, 진급이 밀린 놈.


아까부터 엿듣고 있었던 모양인지, 오중석은 바로 아는 체를 시작했다.


“저도 화성 갈 끄니까아~. 민주 씨도 코인 하셨는지는 몰랐네. 언제부터 하셨어요? 2천일 때부터?”


김민주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는 최근에 시작했는데..”

“괜찮아요. 괜찮아. 저는 예전부터 코인 충이었거든요. 국장은, 국장은 답이 없어. 아시죠? 탈중앙화. 이거 미국이 살짝만 밀어줘도 코인이 대박인데···”


원래 말 많은 놈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시끄러울 줄은 몰랐다. 이 자식은 나를 보러 온 게 아니라, 처음부터 김민주를 노리고 앉았다. 잠깐 시간이나 때울 생각이었지만, 계획 변경.


일어나자.

내 소중한 고막을 아프게 하느니, 내 자리로 돌아가 조용히 낮잠을 하는 게 옳은 선택인 줄 알았다. 오중석은 내 눈치를 한번 살피다, 크게 인심 쓴다는 듯이 말했다.


“아, 제가 진짜 이거 아무도 안 말해주려고 했던 건데···”


이 멘트는 코인충 필수 멘트인가, 다들 왜 그래?


“제가 공부한 코인이 있는데, 지갑 사정 괜찮으시면 알트 중에 ‘사우스’란 놈이 있거든요. 얘 들어가세요. ‘D-테라.’ 이놈은 절대 들어가지 마시고. 이건 전형적인 개잡 코인이고.”

“사우스요?”


김민주의 반응을 이끌어내자, 오중석은 환하게 웃는다.


“네, 사우스요. 이 놈이 진짜 괜찮아요. 저 한번 믿어 주시죠.”


이 둘의 대화를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조용히 식판을 들어 일어났고, 남은 음식물을 버렸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D-테라 코인 상장. 저점 횡보 중 3일 뒤 작업 시작.』

『개미 3번 털고, 에피타이저.』

『일주일 뒤 다시 매집 시작, 최고점 터치 후 나락빔』

『사우스 ‘절대’ 접근 금지』


발신 번호 표시 제한으로 알려준 문자와는 정 반대되는 내용.


“음-.”


나란 방해꾼이 사라지자, 오중석은 더욱 열심히 김민주를 향해 플러팅을 날린다. 부담스러워하는 김민주는 고개를 돌렸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나는 코인 중개 거래소 앱을 열었다.


“믿을 만 하냐. 너?”


[자산 현황]

[총 보유자산 : 53,200,000 KRW]


[D-테라 : 1,662,500]

[D-테라 평균 매수 : 32.00 KRW]


적붉은 차트는 들썩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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