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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궁금 님의 서재입니다.

가난뱅이 귀족의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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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박궁금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7
최근연재일 :
2023.07.16 21:01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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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450
추천수 :
1,752
글자수 :
387,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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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3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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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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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3쪽

승냥이떼.

DUMMY

할란드영지가 아카바를 점령한 다음 날부터 마치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일주일 동안 쉴 새 없이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폭우의 피해는 심각했다.


미처 처리하지 못한 시체들과 흙탕물이 무너진 성벽 틈을 통해서 성내로 쏟아져 들어왔고.


그로 인해 배수구가 막히자 온갖 쓰레기와 오물들까지 뒤섞이게 되었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전염병이 발생할 거 같아 보였다.



"꽉 붙들어!"


"이쪽에 흙자루가 부족하다."


골렘 아머를 착용한 병사들이 잠깐 물길을 막는 사이 병사들과 주민들이 총동원되어 흙을 자루에 담아 벽을 쌓는 중이다.



"주군, 이쪽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거 같습니다."


"그래? 다행이군."


"주군, 그런데 이런일은..."


지금 라울은 병사들과 함께 진땀을 흘리며 열심히 배수구를 파는 중이었다.



"일손이 부족한데, 나라고 놀 수 있나 이렇게 일손을 보태면서 지휘를 해야지. 나를 말리기 전에 저기 라그레타를 먼저 말려. 여자가 저 꼴이 뭔가?"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아무리 말려 보아도, 도무지 소용이 없습니다."


하콘도 지금의 상황이 난감한지 자기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크게 웃었다.



라그레타는 도시 주민들의 식수원인 우물물이 오염되자 병사들을 직접 지휘해 새로운 우물을 만들고 있었다.


진탕이 되어버린 흙구덩이 속에서 한참 동안 진흙과 힘겨운 싸움을 벌인 그녀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진흙투성이였다.



"벌써 새로운 우물을 몇 개나 파낸 거 같더군요. 아까 보니 그중에는 벌써 깨끗한 물이 솟아오르는 우물도 보였습니다. "


"그래? 다행이군."


하콘의 이야기를 듣고는 라울은 그녀가 만들어 낸 성과를 기뻐하였다.



"하콘, 지금 바로 병사들과 함께 깨끗한 물을 주민들과 병사들에게 공급해 줘."


"네, 알겠습니다."


"울릭이 빨리 와줘야 할텐데..."


다행히 군량미가 지금까지는 충분했지만, 성내 남아있는 식량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추가 보급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헐벗고 굶주린 주민들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던, 라울은 군량미를 풀어야 하루에 두 번씩 주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먹는 입이 많아지자, 충분해 보이던 군량미가 매일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소모되어 가고 있었다.



라울이 보낸 전서구들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굶주린 사냥꾼에 잡혀 한 끼 식사가 되고 말았다.


10마리나 보낸 전서구 모두 도착하지 못할 거라고는 그 누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비가 내린 지 8일째 되던 날 아침 드디어 폭우가 그치고 뜨거운 태양이 대지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이대로 며칠만 지난다면, 물러졌던 땅이 다시금 딴딴하게 변할 것이다.



* ***** *



얼마 전부터 남대륙에는 이상한 소문 하나가 빠른 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광활한 아시리사막과 그 주변 도시들을 할란드라 세력이 모두 흡수하였고.


할란드에는 식량이 산처럼 쌓여있어, 그곳의 모든 주민은 누구나 배불리 잘 먹고 잘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어려운 시절에 상위 계급이 아닌 보통의 주민들까지 배불리 먹고산다는 소문을 사람들은 전혀 믿지 않았다.


그러나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가 계속 퍼져 나가자, 남대륙의 모든 사람들은 아시리사막 지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성주님, 서신이 왔습니다."


"그래? 어서, 어서 내놔 봐. 하하하하!"


부하가 가지고 온 서신을 낚아챈 벤자민은 서신 내용을 모두 읽고는 크게 웃어 댔다.



환락의 도시 아바즈의 주인인 벤자민 벅시는 얼마 전 할란드 세력에 관한 소문의 진위를 조사하였고.


소문이 사실로 밝혀지자, 인근지역에서 아바즈 다음으로 큰 도시의 주인인 할로우에게 연락을 보내고 답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좋았어! 어서 가서 하몽을 불러와라."


"네."


'어서 그곳을 점령해야 해.'


아바즈의 주인인 벤자민은 재정 상황은 풍족했지만, 그 역시 어려운 식량 사정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다른 대륙으로 부하들을 보내 보기도 했지만, 남대륙보다는 상황이 좋았지만 그곳의 사정도 그리 좋지 못하였다.


가는 곳마다 전쟁통에 식량을 구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아바즈로 운반해 오는 도중 해적과 도적 떼에게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형님, 부르셨습니까."


"하몽, 어서 와라."


하몽이라 불린 남자는 거인족 혼혈로 키가 3미터가 살짝 넘어갈 정도로 거대한 신장을 자랑했다.


그는 이곳의 주인인 벤자민과 의형제 사이로 단순 무식하기는 했지만, 의형인 벤자민을 깍듯이 모셨다.



"하몽아 정예 병사 1,000명에 용병 800명을 너에게 맡기마, 메디나를 약탈하고 오너라."


"네, 형님! 이제야 형님께 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게 길이 생겼군요!"


과거 하몽의 어머니는 죽을 위기에 처했었다.


당시 우연히 벤자민의 도움을 받아 그의 어머니는 생명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의형제 사이가 됐었다.



"아, 그리고 선봉에는 할로우 병사들을 최대한 앞세우게나."


"형님, 선봉은 제가.."


"자네를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혹시 모르니 우리 쪽 병사들의 피해를 줄이고 싶어서 말이야. 무리해서 좋을 게 없어. 부탁하네."


"네, 형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비록 멸문당한 가문 출신이었지만, 벤자민은 후작 가문 출신답게 머리가 비상했다.



다음날 하몽은 1,800명의 병력과 함께 할로우와 약속한 집결 장소로 출발했다.



* ***** *



할란드 상단은 우여곡절 끝에 만여 명 정도의 유민들과 함께 메디나에 돌아왔다.


엄청난 유민들 숫자에 메디나는 잠시 크게 들썩였다.



용감하기로 유명한 유목민 출신의 주민들도 엄청난 숫자의 유민들을 보고는 경악했던 것이다.


미리 사전에 울릭에게 연락을 받은 아리아는 수비병들과 함께 마중을 나와 있었다.



"할아버지, 고생 많으셨어요."


아리아는 상행을 마치고 돌아온 울릭을 환한 얼굴로 맞이했다.



"고생이야 네가 항상 고생이지. 나야 뭐 이곳저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거고."


"그런데 직접 보니 생각보다 엄청나네요."


"그래서 걱정이다. 내가 사고를 친 건 아닌지..."


함께온 유민들을 바라보는 울릭의 표정은 어두웠다.



"무슨 걱정이세요? 주군께서 지시한 대로 처리하신 거잖아요?"


"하하하!! 그런가? 아무튼 이번에도 이익이 좋았다."


아리아의 말을 듣고 난 울릭은 체증이 가신 것처럼 속이 시원해졌다.



"아! 그리고 한동안 상행은 나가지 마세요."


"왜? 무슨 일이라도 생겼니?"


"할! 아! 버! 지! 저 많은 사람을 설마 저 혼자 처리하라는 건 아니시죠?"


"으흠, 그.그렇지."


아리아는 무서운 눈으로 울릭을 노려보았고, 울릭은 손녀의 시선을 피하기 바빴다.



갑자기 찾아온 만여 명이나 되는 유민들을 도시에 수용할 수 없었던 아리아는 헥토르와 쌍둥이 형제에게 도움을 얻어 메디나 주변에 천막을 세웠다.



다행히 메디나 대부분의 주민은 유목민 출신이었고, 집마다 보관 중이던 천막들이 있어서 임시 거처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되었다.


아리아는 다른 가신들과 상의 끝에 며칠 동안 유민들의 기력을 보충시킨 후 새로 조성 중인 오아시스 도시로 모두 이주시키기로 하였다.



몇 년 사이에 언제서부터인가 아리아는 할란드 영지의 이인자로 자리매김하였고.


라울이 없어도 이 정도의 일들은 그녀가 처리할 수가 있었다.



* ***** *



할로우는 광풍단이라는 마적단의 수장으로 흉악하고 포악한 자로, 물욕이 대단히 강한 자로 유명하였다.


그는 자비를 모르는 자로 부하들의 사소한 실수도 단 한 번의 용서도 없이 잔인하게 처벌하였다.



할로우는 식량난이 길어지자, 자신이 지배 중이던 도시에 살고 있던 주민들의 식량을 밀 한 알도 남겨두지 않고 모두 징발하였다.


말이 좋아 징발이지 사실상 지독한 수탈이었다.


그는 징발에 거부하는 자들은 모두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목을 잘라 성벽에 걸어 버렸었다.



징발한 식량이 바닥을 보일 때쯤 환락의 도시 아바즈의 주인인 벤자민에게 한 통의 서신을 받은 그는 곧바로 약탈 준비에 들어갔다.


할로우가 신중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기도 했지만, 앞뒤 가릴 것 없이 벤자민과 함께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식량이었다.



자신이 아무리 폭력과 힘으로 부하들을 굴복시켜 왔었지만, 들개 같은 부하들에게 줄 식량이 떨어지면.


자신이 지금까지 이룩한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질 게 불 보듯 뻔해 보였다.



"출발!"


자기 애마에 올라탄 할로우가 부하들에게 출발 명령을 내렸다.


가장 먼저 출발한 그의 뒤에는 한 대의 짐마차가 그의 뒤를 쫓았다.


자신 말고는 믿을 사람이 없었던 그는 폐허가된 도시를 버려둔 체 그간 모아둔 재물을 짐마차에 싣고, 광풍단 2,500명 모두를 동원해 일제히 출발하였다.



'상황을 봐서 그곳에 한동안 머물러도 좋겠지?'


아직 메디나에 도착하려면, 많은 시일이 남았지만.


할로우는 벌써 승리 이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그쪽에서 선봉을 맡는 조건으로 6:4 어떻습니까?"


하몽이 먼저 할로우에게 조건을 제시하였다.



"우리 쪽 애들은 마적이야. 그런데 선제공격이라..."


할로우는 끝말을 흐리고는 하몽의 눈치를 보며, 속으로 수지 타산을 따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선공. 분배는 7:3 어때?"


한참 뜸을 들이던 할로우게 하몽에게 역으로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였다.



'역시 형님은 대단해. 이자가 이리 나올지 어떻게 알았을까?'


출발 전 벤자민은 하몽에게 우선 6:4 조건을 말하면, 할로우가 역으로 7:3 조건을 제시해 올 거라고 말해줬었다.


우리 병사들의 피해는 적게 하면서 3을 먹으면 충분하고, 전투 후 할로우 놈들의 상황을 보고 전부를 먹어도 좋다고 귀띔해 주었었다.



"으음..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후후, 좋아. 서로 잘해 보자고."


할로우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협상이 마무리되자 입가에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역시, 아둔한 동생 놈은 벗겨 먹기가 쉽군. 7을 먹는다면, 애들 절반을 잃어도 이득이야. 하하하...'


할로우는 부하들의 희생 따위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부하들이야 새로 뽑으면 그만이었다.


그에게 부하들은 쓰다 버리는 체스말 같은 하찮은 존재였다.



* ***** *



비가 한창 내릴 때 깨끗한 물이 부족했고, 갈증을 견디다 못한 일부 병사들과 주민들은 오염된 우물물을 그대로 마셨다.


그들은 오염된 물을 마신 탓에 결국 질병에 걸리고 말았고, 심한 구토와 설사에 시달려 탈수 증상을 겪는 중이었다.



어느 정도 땅이 마르고 나자, 라울은 아카바를 하콘에게 맡겨두고, 라그레타와 함께 일부 병력들을 이끌고 아카바를 떠났다.


환자들에게 필요한 약재와 부족해진 식량을 보급해 오기 위해서 인근에 있는 도시로 향하는 중이다.



아카바는 할란드 소속의 도시들과 거리가 꽤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라울이 이렇게 직접 나선 것이었다.




"톰! 약재 장부 좀 가져와라!"


약재상 주인은 잔뜩 신이나 약재 장부를 찾았다.


요즘 식료품 가격만큼이나 약재 또한 가격이 올랐지만, 정작 비싼 돈을 내고 약재를 구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당장 먹을 게 없어 죽을 지경이라 약재상을 찾는 사람이 적었는데, 라울이 엄청난 양의 약재를 원하자 이렇게 신이 난 것이었다.



"여기요."


"어디 보자."


약재상 주인은 웃는 얼굴로 약재 장부를 받아들이고, 장부 내용을 확인하더니 라울의 눈치를 살폈다.



"요즘 식량처럼 약제가 전혀 공급되지 않아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네, 대충 예상은 하고 왔습니다."


"으흠, 말씀하신 개똥박하..."


약재상이 계산을 마치고, 입을 열자. 라울은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어..."


"....."


라울의 불편한 심기를 옆에서 지켜보던, 라그레타가 조심스럽게 라울의 손을 잡아 주었다.


라울은 손끝에서 느껴져 오는 따스함 때문인지 마음이 묘하게 푸근해져 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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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힘든 여정 23.07.03 558 13 12쪽
58 즐거운 요청, 황당한 요청. 23.07.02 581 13 13쪽
57 승냥이떼2 23.07.01 601 13 13쪽
» 승냥이떼. 23.06.30 640 15 13쪽
55 칼을 높이 들다. 23.06.29 688 14 12쪽
54 악연을 끊다.2 23.06.28 730 14 13쪽
53 악연을 끊다. 23.06.27 736 17 12쪽
52 산 넘어 산 23.06.25 733 16 13쪽
51 힐라의 부흥 +1 23.06.24 743 17 13쪽
50 저력을 과시하다.3 23.06.23 751 14 13쪽
49 저력을 과시하다.2 23.06.22 755 15 12쪽
48 저력을 과시하다. 23.06.21 776 15 13쪽
47 각자의 사정 23.06.20 788 15 13쪽
46 인연의 꼬리 23.06.19 813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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