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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궁금 님의 서재입니다.

가난뱅이 귀족의 성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박궁금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7
최근연재일 :
2023.07.16 21:01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85,445
추천수 :
1,752
글자수 :
387,789

작성
23.06.29 20:46
조회
687
추천
14
글자
12쪽

칼을 높이 들다.

DUMMY

라울이 가는 곳마다 용맹한 유목민 전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머리를 조아렸다.


전사들은 자신들이 속한 부족의 이름으로 공손하게 공물을 바쳐왔다.



"아시리사막의 영웅이시여 울칸 부족 모두를 받아 주십시오."


"할란드 강함과 풍족함을 동경하며 이곳까지 찾아왔습니다. 저희 아파토 부족을 받아 주십시오."


"위대한 분을 주군으로 모실 기회를 주십시오. 저희 코욘 부족이 언제나 앞장서서 적들의 목을 치겠습니다."


이들 중 작은 부족 출신의 전사들도 있었지만, 부족민 규모가 몇천 명 단위의 규모가 큰 부족들도 있었다.



3년 전 쿨란의 목숨을 끊어 놓은 라울은 할란드 영지에서 생산되는 막대한 자원을 이용해 자신에게 복속해 오는 모든 유목민 부족을 흡수하며 주변 도시와 마을들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중이다.



이들은 아시리사막 지리의 밝아 뛰어난 길잡이가 되어 주어 주변 도시와 마을로 할란드의 군대를 이끌었다.


그리고 전투가 시작되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용감하게 적들을 상대 했다.



집결한 병사들의 상태를 점검하던 라울의 어깨를 누군가 두드려 왔다.



"라그레타? 여기는 어떻게?"


라울의 어깨를 두드린 사람은 라그레타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그녀의 방문에 라울은 눈이 번쩍 뜨였다.



"주군께서 너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라그레타는 몇 년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녀는 방긋 웃음을 지으며,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쓸어 넘겼다.



그녀는 전투에 참여하려 이곳에 왔는지, 두꺼운 천 갑옷 위에 사슬갑옷을 입고 금속을 덧댄 가죽 보호대를 차고 있었다.



'너무..아름다워.'


아름답고 가녀린 라그레타의 모습에 라울은 잠시 멍하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주군,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래? 알았다."


하콘의 목소리에 라울은 다시금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특별히 제작된 5미터 크기의 골렘 아머 위에 올라 자신의 명령을 대기 중인 병사들을 둘러보았다.


수년 동안 이어온 전쟁을 통해 단련된 수천의 병사들은 하나 같이 최정예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실력과 질이 좋은 무구들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제군들!! 오늘 우리는 저 모래바람을 뚫고 달려가 아카바를 점령할 것이다!!"


"와아아!!!"


"오늘 이후 우리 할란드는 아시리사막 지역의 유일한 지배자가 될 것이다!! 할란드를 위해!! 돌격!!!!"


"할란드!! 와아아!!!"


"할란드!! 충! 충! 충!"


"적들에게 죽음을!!!"


전투를 앞둔 병사 중 누구 하나 두려움을 느끼는 자가 없었다.


자신들이 오늘도 승리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병사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데에는 할란드만의 특유의 지원 정책이 있었다.



보통 부족 간, 영지간, 나라간의 전쟁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잘나가던 기사의 가정이라도, 일반적인 평민의 가정이라도 가장이나 젊은 남자들의 죽음은 남겨진 자들에게 끔찍한 빈곤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할란드는 달랐다.


전쟁통에 상처를 입거나 죽임을 당한 병사들의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복지 정책을 펼쳤다.


엄청난 부를 제공해 주지는 않았지만, 남은 가족들이 먹고 살아가는데 큰 걱정이 없게 도움을 주었고.


아이들이 원한다면,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무료로 배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었다.



* ***** *



"젠장! 호밀빵 한 덩이에 묽은스프 따위가 1골이라니."


"이곳도 이제 갈때까지 간 거 같군."


할란드 영지가 아시리사막 인근 지역의 수많은 도시와 마을들을 점령하는 동안 남부 대륙의 다른 지역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고만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식량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이곳저곳에서 내로라하는 거대 도시들이 한데 뭉쳐 주변의 소도시와 마을들을 잔인하게 약탈했다.


그들의 목적은 첫째가 식량 둘째가 재물과 자원이었다.


그들에게 약탈당한 도시들과 마을들은 그대로 버려졌고, 살아갈 곳이 전쟁의 화마에 불타버린 유민들은 남부 대륙 이곳저곳으로 떠돌게 되었다.




"혹시 할란드 상단인가요?"


수백 명의 유민 무리가 할란드 상단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을 걸어왔다.



"그렇소. 나는 할란드 상단을 이끄는 울릭이라고 하오. 그런데 우리 상단을 왜 가로막은 것이오?"


상단을 이끌던 울릭이 상대방을 꾸짖었다.



"여러분! 할란드 상단입니다."


"드.드디어."


"..여신님 감사합니다."


"죄송하지만, 우리를 거두어 주십시오."


유민들의 대표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무릎을 꿇더니 머리를 조아리며 자신들을 받아달라 간청하였다.


수백 명의 유민들도 그 남자를 따라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하였고, 갑작 스러운 상황에 울릭은 몹시 당황스러워했다.



"어허, 이게 무슨 짓이오? 어서들 일어들 나시오."


"저희를 받아 주시기 전까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저희를 받아 주세요."


"제발 이 어린것들만이라도, 부탁드립니다. 흑흑흑..."


"엄마..아아앙..."


유민들은 죽기로 작정을 한 듯이 이마로 땅바닥을 연신 내리박으며, 통곡하며 울릭에게 애원하였다.



"이런! 아하..알겠네. 모두 일어들 나게나. 어서!"


"그럼 저희 모두를 거둬 주시는 겁니까?"


"알겠다고 하지 않았나? 어서들 일어나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와아아!!!"


남자는 울릭에게 연신 허리 숙여 감사한 마음을 전했고.


유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서로 부둥켜안고, 죽다 살아난 듯 기뻐하며 둥실둥실 춤을 추었다.



'주군...'


울릭은 앞날을 내다본 라울에게 감탄하였다.


라울은 상단을 이끌고 출발하려던 울릭을 멈춰 세우고 한가지 당부를 했었다.


혹시라도 이런 유민들을 만나게 된다면 모두 받아들이라 지시를 내렸었다.



"저기 그런데..상단주님."


남자는 울릭에게 우물쭈물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나에게 따로 할 말이 더 남아 있소?"


"저희는..."


남자의 이야기를 듣던 울릭은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이들은 주변 마을과 도시에서 발생한 이주민 무리 중 일부였다.


이들은 소재를 알 수 없는 할란드 상단을 찾기 위해 여러 방향으로 몇백 명씩 무리를 이뤄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대다수 유민은 이들이 반가운 소식을 가져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울릭이 남자에게 슬그머니 물어보니 유민들의 숫자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9천 명 전후 정도라고 말했다.



남자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울릭의 안색은 해쓱해졌다. 유민들의 숫자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9천 명이면, 작은 도시를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어마어마한 인원이었다.



'주군께서 허락은 하셨지만, 많아도 너무 많은데. 괜찮을까?'


울릭은 잠시 고민을 했지만, 사전에 라울의 지시에 따라 모든 유민을 받아들이기로 결심을 내렸다.



"낙타를 내어 줄 테니 어서 그들을 이리 불러오시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예상 밖으로 울릭이 흔쾌히 허락하자 남자는 뛸 듯이 기뻐하였다.



"이분께 낙타 한 마리를 내어 주고, 호위 대중 한 조가 함께 다녀오너라."


"네, 울릭님!"


상단 호위대 중 일부를 남자와 함께 내보내고.


울릭은 샌드쉽의 화물 창고를 열어 수백명의 유민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 주었다.



* ***** *



빛의 신을 섬기는 하페리온교의 교황은 건강 상태가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위태로울 지경에 이르렀다.


굳건한 신앙심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 오고 있었지만, 그의 육체는 이미 죽은 송장과 같은 상태로.


주교들이 수시로 신성 마법을 사용해 그의 목숨을 연장해 오고 있었다.



"포틀랑 대공이 이끄는 성전단이 간악한 적들에게 전멸당했다고 합니다."


"어허.. 그럼, 포틀랑 대공은 어떻게 되었소?"


"그게.."


"어서, 어서! 말해 보시오."


망설이는 주교를 교황은 다그쳤다.



"그 저주스러운 유물의 공격으로 그만..."


"하.하페리온님. 불쌍한 저희를..."


몇마디 이어가던 교황은 결국 숨이 넘어가고 말았다.


전쟁의 화마 속에서도 교단을 지금까지 이끌어 온 교황은 이렇게 생을 마치고 말았다.



중앙 대륙에 지금까지 끈질기게 살아남았었던 하페리온교는 마지막 성전단이 전멸하고.


정신적 지주였던 교황까지 목숨을 잃자 불과 보름 후 중앙 대륙 그 어디에서도 더는 그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하페리온교 소식은 중앙 대륙넘어 다른 대륙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고.


수많은 교인은 비통함에 젖어 슬픔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 ***** *



성벽 위에 오른 라울은 묵묵히 성벽에 기대 밝게 빛나는 달빛을 즐겼다.



"하아..."


전투에 승리는 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답답했던 라울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한숨 소리가 그렇게 커요?"


라그레타가 어느새 라울의 등 뒤에 다가와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의아함에 섞여 있었다.



"그냥,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병사들과 이곳 주민들의 표정을 보지 못했어요?"


"....."


그녀의 말처럼 할란드의 병사들은 승리감에 취해 있었고.


정복당한 이곳의 주민들도 마치 자신들이 승리한 것처럼 기뻐하였다.



그들은 소문을 듣고 이미 알고 있었다.


기존에 할란드 영지에 복속된 도시의 주민들이 모두 잘 먹고 잘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라울은 슬쩍 고개를 돌려 성벽 너머에 널려있는 시신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람을 타고 시체들이 부패하는 독한 냄새와 불에 타고 있는 시체들의 역겨운 고기 냄새 때문에 절로 인상이 써졌다.



"나는 그냥..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싶었던 거뿐인데. 일이 너무 커진거 같아."


"....."


"과연 내가 저들의 행복을 앞으로도 지켜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


"....."


"이렇게 넓은 영토와 재물을 원한 적이 없었는데 말이야."


라울이 씁쓸한 표정으로 탄식하자 라그레타는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너무 오만한 거 아닌가요? 라울님, 정신 차리세요!"


라그레타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라울에게 마음을 독하게 먹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야단을 치기 시작했다.


마치 과거에 기사와 수습 기사 사이로 돌아간 듯이 말이다.



"라그레..."


"조용히 하세요!! 지금의 할란드 영지가 영주님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건..."


"죽은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거예요. 그쪽 말고 저쪽을 보세요!!"


라그레타는 라울의 말을 잘라 버리고, 성벽 안쪽을 바라보게 하였다.



그곳에는 할란드의 병사들과 이곳의 주민들이 한대 뒤엉켜, 음식을 나누며 함께 승리를 자축하고 있었다.


절대 그럴싸한 음식은 아니었다.



이곳의 식량 사정은 매우 좋지 못했기 때문에 병사들이 자신들에게 지급된 음식을 한데 모아 죽을 끓여 나누어 먹는 중이었다.


그리고 보급품인 맥주에 물을 섞어 맹 물맛이 나는 엉터리 술을 나눠 마시며, 저렇게 취한 것처럼 흥겨운 모습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문득 라울은 자기 잘못을 깨닫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인간은 당장 먹을게 없더라도 희망이 있다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가 있어요. 영주님은 저 많은 사람들이 다시금 가슴에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신 거라고요!"


"....."


"아직도 불안하고, 두려운가요? 저도 삶을 포기해 버리고 싶었던 때가 있었어요. 그리고..그때도 당신이 나에게 희망을 심어 주었고요."


"....."


라울은 얼이 빠져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고, 그저 그녀의 말을 경청하였다.



"오늘처럼 힘들 때면, 저를 찾아 주세요!"


라그레타는 기습적으로 라울의 볼에 입을 맞추고, 급히 뒤돌아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고.


혼자 남겨진 라울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멍한 표정으로 라그레타의 뒷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라그레타가.. 나를..."


잠시후 라울은 자기 뺨을 어루만졌다.


라그레타가 남기고 간 흔적에서 라울은 상냥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느꼈고.


그녀의 흔적은 그동안 메마른 삶을 살아왔던 라울에게 풋풋한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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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승냥이떼2 23.07.01 601 13 13쪽
56 승냥이떼. 23.06.30 639 15 13쪽
» 칼을 높이 들다. 23.06.29 687 14 12쪽
54 악연을 끊다.2 23.06.28 730 14 13쪽
53 악연을 끊다. 23.06.27 736 17 12쪽
52 산 넘어 산 23.06.25 733 16 13쪽
51 힐라의 부흥 +1 23.06.24 743 17 13쪽
50 저력을 과시하다.3 23.06.23 751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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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변화의 바람 23.06.18 833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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