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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bless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코메트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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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imbless
작품등록일 :
2016.06.06 00:46
최근연재일 :
2018.01.01 05:09
연재수 :
204 회
조회수 :
341,750
추천수 :
3,520
글자수 :
711,425

작성
16.10.19 23:51
조회
2,400
추천
30
글자
8쪽

그늘(8)

DUMMY

전 셰이드 길드장은 박소현에게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녀는 웃으며 인사를 받아줬다.

둘은 증인들과 헤어지고 길드 대기실로 향했다.

걸어가는 도중 이상혁이 물었다.

“소현씨 할 일 있다는 게 이거였어요?”

“아니, 이건 그냥 겸사겸사 한 거지. 그 할 일은 이미 끝냈어.”

“그게 뭔데요?”

“아직 몰라도 돼.”

그에게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하게 대답했다.

그러다가 질문이 이어지면 바로 끊어버렸다.

언제나 그가 진짜로 궁금해 하는 건 답해주지 않았다.

둘은 대기실 앞에 도착했다.

이상하게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이상혁의 머릿속에서는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문을 벌컥 열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길드원들은 전부 무사히 앉아있었다.

도둑도 얌전히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턱을 괸 채 약간 위를 바라보면서 손에 쥔 펜 뒷부분으로 입술을 두드렸다.

바로 앞에는 종이 한 장이 놓여있었다.

나머지 세 명은 조용히 녀석이 하는 행동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진수야, 얘 지금 뭐하는 거야?”

“쉿! 지금 자기소개 부분 쓸 거 생각하고 있대서 다들 조용히 해주고 있어.”

“자기소개?”

“가입하려면 지원서를 써야지.”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게 길드 지원서야?”

“응.”

“쟤를 우리 길드에 들인다고?”

“왜? 안 돼?”

“너 쟤가 왜 여기 있는지 알고 말하는 거야?”

“다 들었지.”

“아무리 그래도 도둑을 들이는 건 좀 그런데”

“이제 다시는 도둑질 안 한다고 나랑 약속했어.”

“그걸 믿어?”

“난 믿어.

그리고 얘기 들어보니까 누구보다 우리 길드에 잘 맞는 거 같아.

쓴 맛 좀 많이 봤잖아.

가는 곳 마다 거절당하고 그러다 사기도 당하고 어쩔 수 없이 도둑질 했는데 죽도록 얻어맞고.”

“그건 그렇긴 한데.......”

이상혁은 이마에 손을 얹고 고개를 약간 숙였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도둑을 바라봤다.

“뭐, 네가 믿는다면 어쩔 수 없지.”

도둑은 멍하니 있다가 박소현을 봤다.

더 이상 맞을 일도 없는데 왠지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박소현은 상냥하게 웃으며 다가갔다.

목소리도 굉장히 밝고 부드러웠다.

“얼마나 썼어?”

도둑의 눈에는 갑자기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이 더 무섭게 비쳐졌다.

피부에 닭살이 쫙 올라오고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지금 거의, 다 썼어요. 금방 쓸게요.”

“괜찮아. 천천히 써도 돼.”

몇 분 째 멈춰 있던 펜이 빠르게 움직였다.

잠시 뒤 마지막 칸까지 빽빽하게 채우고 지원서를 제출했다.

이상혁이 맨 먼저 검토했다.

“너 이거 이름 정수정이라고 적혀있는데 뭐야? 정주성 아니었어?”

“그거는 가명이죠. 원래 기회를 봐서 도망갈 생각이어서 본명은 숨겼어요.”

“진짜 너도 참 대단하네. 그렇게 얻어맞고도 어떻게 거짓말을 할 생각을 하냐.”

“그 정도는 기본이죠.”

“그리고 이 바보야. 동그라미를 이 쪽에 치면 어떻게 하냐. 아무리 중학생이라지만 Male, Female도 모르냐?”

“오~ 발음 봐. 역시 좀 배운 사람이네.”

이상혁은 성별 란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면서 말했다.

도중에 자연스레 나온 영어발음에 김진수는 과장하면서 감탄했다.

정수정은 그를 빤히 쳐다보며 툭 쏘듯이 말했다.

“그거 제대로 친 거 맞는데요.”

“너 여자였냐?”

“네. 그리고 중학생 아니에요. 저 대학교 다니다 왔어요. 호인대학교 체육학과 1학년. 지원서 봐요. 스무 살이라 적혀 있잖아요.”

이상혁은 충격을 먹고 뒷걸음쳤다.

다시 한 번 지원서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손에 힘이 들어갔는지 지원서가 살짝 구겨졌다.

“너는 저녁 내내 같이 있어놓고 그런 것도 몰랐냐?”

“어두워서 안 보였어요.”

“아침에 데려다 줄 때는?”

“한번 남자라고 생각하니까 남자애처럼만 보여서 눈치 못 챘는데 이제 보니 조금 여자애처럼 생기긴 했네요.”

“조금이라니 실례네요. 이렇게 여성스럽게 생겼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정수정은 귀를 절반만 덮은 옆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그리고 이상혁을 보면서 눈을 빠르게 깜빡거렸다.

기다란 속눈썹이 살랑살랑 움직였다.

“징그러우니까 하지 마.”

그는 손을 저으며 뒤로 물러났다.

질색을 하는 이상혁을 보며 김진수는 웃었다.

“왜? 내가 보기에는 귀여운데?”

“그쵸~ 저 분 보는 눈이 없는 가 봐요.”

‘짝!’

김진수는 정수정이 손바닥을 내밀자 바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만난 지 겨우 반나절밖에 안 됐는데도 벌써 죽이 척척 맞았다.

다른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면 박소현 말고는 딱히 어려워하는 사람이 없어 보였다.

박창수는 이상혁의 어깨에 손을 툭 얹었다.

“앞으로 더 힘들어 지겠네요.”

“김진수가 두 명 있는 거 같아요.”

“내가 두 명 있는 거면 분위기도 두 배로 살아나는 건가?”

“흠, 음.”

“에이,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이상혁은 지원서를 마저 읽고 다른 길드원들에게 넘겼다.

한명씩 돌아가면서 보다가 박창수에게 넘어갔다.

그는 자기소개 란을 유심히 보고 정수정에게 질문했다.

“수정씨, 길드에서 어떤 담당하겠다고 안 적었는데 뭐 하고 싶으세요?”

“음....... 잘 모르겠는데요.”

“귀여움 담당 어때?”

“에이, 진수오빠 그건 너무 나갔다.”

“우리 이미 있어.”

박창수가 혼자서 싱글벙글 웃고 있는 최지은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면서 부끄러워하다가 펜을 집어던졌다.

“아이 진짜 그런 장난치지 말아요.”

날아간 펜은 정확히 박창수의 양쪽 눈썹 사이를 때렸다.

뚜껑이 안 덮여있었으면 정확히 미간에 꽂혔을 것이다.

다행히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최지은은 깜짝 놀라서 달려갔다.

“오빠 괜찮아요? 맞출 생각은 아니었는데. 미안해요.”

“괜찮아. 괜찮아. 그나저나 표적에 정확히 맞추는 거 보면 역시 궁수는 궁수네.”

정수정은 계속 고민하다가 그냥 평범한 길드원으로 남았다.

그냥 가끔씩 심심하면 다른 사람들 일을 도와주기로 했다.

새로운 길드원 덕분에 대기실이 더욱 활기차게 바뀌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섯 명이서 쓸 때 보다는 대기실이 조금 좁다고 느껴졌다.

그들이 새로운 길드원을 환영해주는 사이 셰이드 길드의 서류상의 처분이 끝났고 본격적으로 작업이 들어갔다.

길드 자산을 전부 압수하고 피해자들에게 돌려줬다.

그리고 남은 자산과 길드장에게서 뺏은 자산은 협회 쪽에서 가져갔다.

협회 쪽 직원이 두둑한 마나석 주머니를 들고 대기실을 찾아왔다.

주머니를 받은 정수정은 이상혁에게 건네줬고 이상혁은 바로 박소현에게 넘겼다.

그녀는 책상 위에 올려진 주머니를 김진수 쪽에 밀었다.

“회관 살 때 보태.”

“우와, 이게 뭐에요? 진짜로 이걸 다 주는 거예요?”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는 없잖아.”

“누나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회관을 살 수 있겠네요. 저희도 분발해서 빠르게 모아 볼게요. 그런 의미에서 다 같이 사냥이나 가죠.”

“오늘은 이미 늦었어. 밖을 봐,”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그럼 내일 가죠.”

그들은 조금 더 떠들다가 완전히 캄캄해 질 때쯤에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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