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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bless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코메트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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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imbless
작품등록일 :
2016.06.06 00:46
최근연재일 :
2018.01.01 05:09
연재수 :
2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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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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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11,425

작성
16.10.0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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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길드(17)

DUMMY

정면으로 다가오는 홍연우를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상혁은 양팔을 아래로 축 늘어트리고 이 악몽 같은 상황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서있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후우우웅~ 팍! 퍽!’

전력으로 달려가던 홍연우 앞에 창이 꽂혔다.

그는 멈추지 못 하고 창대에 얼굴을 들이받았다.

양손으로 얼굴을 움켜쥐고 괴로워하는 사이 박소현은 입구에서부터 빠르게 달려와서 그의 가슴팍을 밀어 찼다.

홍연우는 뒤쪽으로 날아갔다.

그녀는 피범벅이 된 이상혁을 보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넘어져 있는 홍연우를 노려봤다.

“싸이코새끼. 어떻게 사람을 이 지경까지.......”

이상혁은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흐려져서 뭐가 어떻게 되는지 이해가 안 갔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는 알아들었다.

원래 양팔이 불에 타는 것처럼 아팠는데 잠이 쏟아지면서 서서히 잊혀졌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온 몸에 힘이 풀리면서 털썩 주저앉았다.

서서히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짝! 착! 짝!’

갑자기 양 볼이 얼얼해지면서 눈이 확 떠졌다.

상의는 찢겨져있고 양 팔에는 천 같은 게 감겨 있었다.

이미 피로 빨갛게 물들어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정신 차려. 잠들면 더 위험해. 집중해서 팔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떠올리고 있어. 그래야 조금이나마 빨리 나으니까.”

이상혁은 아무 생각 없이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다.

조금은 더 편안해진 느낌이었다.

흐려졌던 시야가 천천히 뚜렷해지면서 눈앞에 있는 사람이 박소현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마음이 놓였는지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말을 걸고 싶었지만 목소리를 내뱉을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박소현이 이상혁을 신경 쓰는 사이 홍연우는 다시 일어나서 썩은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그러다가 턱을 쓰다듬으면서 인상을 쓰더니 갑자기 잇몸을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이제 보니, 너도 그 때 같은 조였던 애네. 왜 왔어? 도와주러 왔어? 왜 도와주러 왔을까? 히히힛. 당연히 공범이니까 그러겠지? 너도 똑같이 해줄게.”

“미친놈”

박소현은 땅에 박힌 창을 뽑아 들었다.

그녀는 이상혁과 떨어져서 공격 자세를 잡았다.

날아오는 검을 창날로 누르고 창을 돌려서 창대 뒷부분으로 상대의 어깨를 후려쳤다.

홍연우는 뒤로 빠지면서 어깨를 털었다.

“넌 좀 하네?”

그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굉장히 집중하고 달려들었다.

이상혁을 가지고 놀 때와는 수준이 다른 몸놀림이었다.

검이 날아오는 궤도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왼쪽에서 수평으로 날아왔던 검이 갑자기 꺾여서 아래로 향하더니 그대로 위로 베었다.

공격에 망설임이 없어서 그런지 끊임없이 이어졌다.

연속으로 공격하면서 타이밍을 변칙적으로 바꾸고 그 사이사이에 페인트를 섞기도 했다.

전력을 다하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도 그의 검은 박소현에게 닿지 못 했다.

검의 궤도를 바꿔도 그녀의 창날은 그걸 따라와서 쳐냈다.

타이밍을 느리게 했다가 갑자기 빠르게 들어가도 그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공격할 위치에 창을 대고 있었다.

그는 고민을 하다가 갑자기 무턱대고 달려들었다.

박소현은 공격을 받아칠 준비를 했다.

그녀의 공격 범위 안에 들어가기 직전 홍연우는 뒤로 백스텝을 하고 왼쪽으로 돌면서 날아오는 창을 피했다.

그러면서 그대로 박소현을 지나쳐 달려갔다.

그녀는 뒤를 돌아봤다.

홍연우는 이상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저 쓰레기.”

창대 한 가운데를 한 손으로 꽉 쥐고 어깨까지 올렸다.

왼발로 땅을 세게 밟고 허리를 확 돌리면서 창을 던졌다.

창끝이 홍연우의 다리에 닿기 직전 그는 바로 반대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창은 그의 발 바로 옆에 꽂혔다.

홍연우는 빈손으로 인상 쓰고 있는 박소현을 향해 달려가며 미소를 지어줬다.

도망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당황한 홍연우가 살짝 속도를 줄였다.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녀의 손은 창을 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날아오는 검을 향해 창을 휘두르는 동작을 취하더니 그녀의 손에 창이 생겨나면서 공격을 막아냈다.

홍연우는 뒤로 물러났다.

아랫입술을 앞니로 물었다.

자기도 모르게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그의 입술에 피가 흘러나와 턱 끝에서 뚝뚝 떨어졌다.

분한 듯 씩씩거리다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악~ 짜증나. 너 뭐야?”

박소현이 무덤덤한 표정을 짓자 더욱 인상을 쓰다가 대뜸 히죽히죽 웃었다.

양손으로 꽉 쥐고 있던 검을 왼손으로 들고 오른손 중지 끝부터 시작해서 팔꿈치까지 쭉 그었다.

피가 흘러나와 그의 팔을 덮었다.

신기하게도 피는 땅으로 떨어지지도 않고 다른 곳으로 흘러내리지도 않은 채 팔을 감싸고 가만히 있었다.

홍연우는 검을 오른손으로 바꿔 잡았다.

그러자 피가 손잡이에 빨려 올라가면서 은빛으로 빛나던 날이 선홍색으로 물들었다.

팔에 피가 덮여있던 부분은 검게 변했다.

선명하게 튀어나왔던 푸른 핏줄은 이제 빨갛게 비쳐졌다.

이상혁은 꽤 놀랐다.

평범한 강화능력은 마구잡이로 사이코메트리를 쓰면서 몇 번 본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괴상한 종류는 처음이었다.

그에 반해 박소현은 상당히 차분했다.

창을 좀 더 꽉 잡는 것 외에는 다른 점이 안 보였다.

홍연우는 오른손으로만 검을 잡고 휙휙 휘둘러보고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좋아! 아주 좋아! 이걸 사람한테 다시 쓸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참고로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팔만 자르긴 할 건데 이걸 쓰면 제어가 안 되거든. 그러니까 네가 알아서 갖다 대야 돼. 알았지?”

이상혁이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니 홍연우는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는 순식간에 박소현의 창을 베어내고 뒤로 돌아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창이 잘려진 부분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자기 혼자서 스르륵 올라가서 원래 자리에 다시 붙었다.

박소현은 바로 뒤돌아서 공격을 막아내고 거리를 벌렸다.

한손으로만 잡고 휘둘러서 그런지 완벽했던 홍연우의 자세는 빈틈이 많아졌다.

하지만 증가한 속도와 힘이 그 틈을 채우고도 한참 남아돌았다.

창끝만 닿을 거리에서 계속 찌르면서 견제를 했다.

그녀의 움직임이 조심스러워졌다.

창을 찌르는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하지만 홍연우가 검을 휘두르는 게 더 빠르게 느껴졌다.

너무 빨리 움직여서 검은 색으로 변한 팔이 휘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일직선으로 들어오는 창끝을 쳐내면서 앞으로 들어갔다.

한손으로 휘두르는 데도 양손으로 잡고 휘두르는 것보다 더 세고 빨랐다.

그래서인지 박소현은 조금 버거워보였다.

계속 거리를 잘 유지하다가 갑자기 빨라진 타이밍에 뒤로 빼지 못하고 안쪽으로 들어오는 걸 허용해버렸다.

곧바로 창을 돌려 공격을 막았지만 창대가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반쪽으로 부러졌다.

홍연우는 기회를 잡고 더 깊이 들어왔다.

반 토막 난 창을 각각 다른 손으로 잡고 이리저리 피하면서 창날이 있는 부분으로는 그의 검을 흘려냈다.

겨우 위기를 넘기고 부러진 부분을 맞대자 박소현의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창은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창을 다시 붙이자마자 다시 격하게 다뤘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해 보였다.

홍연우는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들어가면서 어깨가 베였지만 신경 쓰지 않고 더 들어가면서 자세를 낮춰 휘두르는 공격을 피하고 박소현의 허벅지를 베었다.

그녀는 바로 창 뒷부분으로 상대의 가슴을 쳐서 밀어냈다.

상처 아래 부분은 흘러넘친 피로 옷이 빨갛게 물들었다.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는지 절뚝거렸다.

그녀는 이마에 손을 얹고 인상을 팍 썼다.

그러자 베여서 갈라진 상처가 다시 붙었다.

그걸 본 홍연우는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면서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짜증이 났는지 발을 동동 구르면서 괴성을 질렀다.

“끄아악! 으아아아, 으아아악!”

그는 헉헉대면서 다시 달려들었다.

속도는 더 빨라졌지만 흥분해서 그런지 공격이 단조로워졌다.

무턱대고 들어가다가 팔이나 다리에 작은 상처들이 늘었다.

홍연우는 점점 숨이 가빠졌다.

속도도 느려졌다.

몇 번 더 덤벼들다가 뒤로 빠져서 오른손을 부여잡았다.

많이 괴로운 듯 끙끙댔다.

팔꿈치 쪽부터 검은 막이 서서히 벗겨져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검 자루에서 피가 주르륵 새어 나왔다.

날은 다시 은색으로 변했지만 노을빛 때문에 별로 차이가 없어 보였다.

박소현은 지친 상대를 몰아붙였다.

계속 주도권을 가지고 있던 홍연우는 당황해하며 뒤로 물러났다.

힘이 많이 빠졌는지 다리가 조금씩 흔들렸다.

그는 마지막 힘을 짜내서 달려들었다.

처음과 비슷하게 창날로 검을 누르면서 창대를 빠르게 돌려 뒷부분으로 어깨를 후려쳤다.

제대로 들어갔는지 들고 있던 검을 놓치고 뒷걸음질 치다가 뒤로 자빠졌다.

더 이상 일어날 힘도 없어 보였다.

이상혁은 이걸 보면서 통쾌하다고 느꼈다.

자기가 당한만큼 더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 이상은 문제가 심각해지니 그만둘 줄 알았다.

하지만 박소현은 창을 꽉 쥐고 그에게 달려갔다.

그녀의 눈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대로 창으로 꿰뚫어 버릴 기세였다.

흉악한 사람이긴 해도 상대는 대형길드 부길드장이다.

생명석을 뺏었다가는 화문길드 전체를 적으로 삼는 건 물론 헌터재판에서도 정당방위 판정을 받기도 힘들 거다.

자신 때문에 박소현이 돌아오지 못할 선을 넘어버릴 것 같았다.

“켁, 으으.”

그만두라고 소리치려 했지만 목이 잠겨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일어나 앞으로 넘어질 듯이 뛰쳐나가 박소현의 앞을 막아섰다.

일단 아무 생각 없이 뛰쳐나가긴 했지만 박소현은 바로 멈추기 힘들어 보였다.

그녀의 표정에서 당황한 게 느껴졌다.

바로 앞까지 창이 다가왔다.

순간적으로 후회가 밀려왔다.

이상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대로 창에 찔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뭐해 이 멍청아!”

박소현의 성난 목소리에 눈을 떴다.

눈 한 번 깜빡할 시간에 꽤 거리가 벌어져 있었다.

그녀는 눈 한쪽을 찡그리고 명치 부분을 쓸어내렸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다가 인상을 팍 쓰고 쓸어내리던 손을 꽉 쥐었다.

이상혁은 걱정이 돼서 휘청거리며 다가갔다.

“으음, 흠. 괜찮아요?”

“뭐하는 짓이야! 죽고 싶어? 갑자기 뛰어 들면 어떡해!”

“소현씨가 저 놈을 죽일 기세로 달려갔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생명석은 뺏으면 안 되죠. 나중에 뒤처리 어떻게 하려고 그랬어요.”

“그건....... 칫.”

말문이 막히자 혀를 차고 뒤로 돌아서서 입구 쪽으로 나갔다.

“지가 했던 짓은 생각도 안 하네. 아니다. 못 하겠구나.”

그녀는 걸어가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상혁은 그걸 듣고 물었다.

“제가 뭘요?”

“너는 몰라도 돼.”

그녀는 뒤도 안 돌아보고 입구로 나갔다.

이상혁은 홍연우를 봤다.

바닥에 주저앉아서 멍 때리고 있었다.

그를 그대로 내버려둔 채 이상혁도 입구로 걸어갔다.

훈련장을 막 나온 그는 입구 바로 앞에 쓰러져 있는 화문길드 길드원 세 명을 발견했다.

큰 상처는 없었다.

그냥 기절한 것처럼 보였다.

누가 했는지는 뻔해서 굳이 능력을 써서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이번 일을 신고하기 위해 헌터회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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