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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bless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코메트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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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imbless
작품등록일 :
2016.06.06 00:46
최근연재일 :
2018.01.01 05:09
연재수 :
204 회
조회수 :
342,003
추천수 :
3,520
글자수 :
711,425

작성
16.10.09 23:31
조회
2,664
추천
26
글자
7쪽

그늘(3)

DUMMY

일주일 정도 꾸준히 훈련받다보니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다.

반복 학습의 효과로 실력이 조금 늘긴 했다.

그래도 열 번 맞을 거 아홉 번 맞는 걸로 줄어든 정도였다.

이상혁은 그녀가 보여준 패턴을 완벽하게 외우고 있었다.

몇 백번이나 반복해서 본 동작들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속도는 따라잡기 힘들었다.

이쪽으로 올 거라 생각하고 피하려 했지만 이미 맞은 뒤였다.

다음 동작을 알아도 자세 조금 교정한 정도로는 매울 수 없는 실력차이였다.

오늘도 사냥이 끝나고 자연스럽게 훈련장으로 갔다.

박소현은 허리춤에 고급스럽게 생긴 주머니를 달고 왔다.

주머니 안에서 맑고 밝은 빛이 천을 뚫고 나왔다.

한쪽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전체에서 골고루 뿜어져 나왔다.

일반고블린을 잡았을 때 나오는 마나석만으론 이렇게 밝은 빛을 내지 못한다.

적어도 안에 든 마나석의 절반 이상은 거대고블린을 잡고 나온 것들로 보였다.

그녀는 주머니를 풀어서 한쪽에 두고 창을 소환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창날부분을 꺾어 이상혁의 칼과 비슷한 길이로 만들었다.

공격을 받아내는 건 아직 버거웠지만 이제 박소현과 같이 있어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자주 보다보니 조금은 편해진 느낌이었다.

이상혁은 그런 기분을 가지고 계속 궁금했던 것 한 가지를 물었다.

“소현씨 저번에 제가 홍연우한테 당하고 있을 때 말이에요.”

“그 때가 왜?”

“어떻게 알고 온 거였어요?”

“그 사이코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녀는 아주 잘 안다는 식으로 말했다.

홍연우와 무슨 관계인지, 왜 구해줬는지, 더 질문하고 싶었지만 알려줄 거 같지도 않고 알려준다 해도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았다.

무엇보다 박소현이 귀찮은 표정을 지어서 그냥 넘어갔다.

이상혁이 훈련받을 준비를 마치자마자 바로 시작됐다.

오늘은 뭔가 공격이 가볍게 들어왔다.

평소였으면 맞을 때 퍽하고 둔탁한 소리가 나며 뼛속까지 아려왔지만 오늘은 찰싹거리는 소리만 났다.

살짝 따갑기는 했지만 버틸만한 정도였다.

평소와 비슷한 시간대에 훈련이 끝났다.

보통은 훈련이 끝날 때쯤엔 바닥에 누워있는데 오늘은 두 다리 멀쩡히 서있는 채로 끝났다.

박소현은 한쪽에 놔두었던 주머니를 들고 이상혁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에요?”

“길드 자금”

“이렇게나 많이 내게요?”

“길드회관정도는 있어야지.”

딱 봐도 엄청난 금액을 별것 아닌 것처럼 내밀었다.

그는 놀라서 입을 반쯤 벌리고 주머니를 받았다.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해.”

“에이 제가 어린애도 아니고 이런 걸 잃어버리진 않겠죠.”

박소현은 주머니를 넘겨주고 밖으로 나왔다.

혼자 남은 그는 주머니를 열어봤다.

열자마자 빛이 쏟아져 나왔다.

전부 거대고블린을 잡고 나온 마나석들이었다.

혹시 몰라서 주머니 안에 손을 넣고 휘저어봤지만 밑에 있는 것들도 모두 같은 종류였다.

네 명이서 한 달 동안 오전오후 다 사냥해야 모을 정도의 값어치였다.

그는 허리춤에 단단히 매고 훈련장을 나왔다.

주머니에서 새어나오는 빛 덕분에 어두운 거리에서 그의 주변만 밝았다.

시간이 좀 늦어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거리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이상혁은 조금 빠른 걸음으로 갔다.

언제나 다니는 익숙한 길이지만 어두워서 그런지 낯설게 느껴졌다.

특히 이쪽 거리만 유난히 어두워서 불안했다.

마을 안이라 딱히 위험한 건 없지만 값이 나가는 걸 들고 있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

빛이 발밑을 비쳐주니 그걸로 주머니가 달린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불안했는지 수시로 손을 대서 잘 있나 확인했다.

작은 소리만 나도 두리번거렸다.

최대한 주의를 하며 캄캄한 길을 벗어났다.

이제 조금 밝은 곳으로 나오자 마음이 조금 놓였다.

안심을 하고 한숨을 살짝 내뱉었다.

“후우~”

‘휘이이이이잉~’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입 밖으로 새어나온 한숨을 멀리 날려 보냈다.

숲에서는 가끔씩 바람이 부는 걸 느낀 적이 있었지만 마을 안에서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굉장히 짧고 강한 바람이었다.

그는 분명 바람을 느꼈다.

옷도 흔들거리고 뺨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도 났다.

하지만 주변의 다른 것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했다.

그는 다시 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습관적으로 주머니가 있는 곳에 손을 댔다.

묵직한 게 잡혀야 하는데 아무것도 잡히는 게 없었다.

눈이 동그래져서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안 보였다.

잠깐 한 눈 판 사이에 아무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휴대용으로 들고 다니는 마나석을 꺼냈다.

일반고블린에게서 나온 거라서 그런지 빛이 그렇게 밝지는 않았다.

그는 상체를 숙이고 땅바닥을 보면서 주변을 돌아다녔다.

당황한 채로 계속 돌아다녀봤지만 땅바닥엔 아무것도 없었다.

주변이 어둡기 때문에 밝은 빛만 찾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거리에서 빛나고 있는 건 그가 들고 있는 작은 마나석 뿐이었다.

단서를 얻기 위해 주머니가 사라진 장소에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했다.

바람이 느껴졌던 그 위치에서 몸을 숙여 땅을 짚었다.

어두운 길을 걷고 있는 자신을 바라봤다.

분명 한숨을 내쉬기 전까지는 허리춤에 주머니가 있었다.

그런데 한숨을 내쉬자마자 갑자기 주머니가 사라졌다.

아무것도 안 보였다.

그냥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바람에 옷깃이 흔들리는 순간 허리춤에서 빛나던 빛은 촛불 꺼지듯 사라졌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봤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머리가 어지러울 때까지 반복했지만 알아낸 건 하나도 없었다.

이상혁은 자리에 드러누웠다.

양손을 가슴에 포개놓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없이 깜깜하기만 했다.

그의 머릿속도 밤하늘처럼 깜깜해졌다.

멍하니 누워있었다.

입은 살짝 벌어졌고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한참을 누워 있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일어났다.

근심 가득한 얼굴로 길드회관에 향했다.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누군가 발목을 잡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걷다보니 회관에 도착했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기에 길드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다.

대기실 앞에 섰지만 들어갈 용기가 안 났다.

창문에서 빛이 새어나오는 걸 보면 누군가가 아직 남아있긴 했다.

그는 몇 번이나 손잡이를 잡았다 뗐다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마음을 먹고 문을 열었다.

안에는 박소현이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

그녀는 고개만 살짝 돌려 이상혁을 봤다.

“왔어? 주머니는?”

그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손도 가만 두지를 못 하고 계속 꼼지락 거렸다.

“그게.......”

그런 그를 보고 박소현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말했다.

“가자.”

“어디를요?”

“범인 잡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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