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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bless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코메트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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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imbless
작품등록일 :
2016.06.06 00:46
최근연재일 :
2018.01.01 05:09
연재수 :
2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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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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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0
글자수 :
711,425

작성
16.09.16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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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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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
11쪽

길드(9)

DUMMY

이상혁은 한 눈에 그가 길드장이란 걸 알아봤다.

재빨리 허리를 90도로 숙이고 정중하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잠깐 착각해서”

화문 길드장은 이상혁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목에 걸린 허가증을 봤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그의 어깨에 손을 툭 얹으며 말했다.

“뭐야 견학 온 거네. 뭐 그러면 그럴 수도 있지.”

겨우 손 하나 얹은 건데도 무겁게 느껴졌다.

이상혁은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길드장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고 나서 하품을 하며 지나갔다.

이상혁의 손끝이 그의 바지 깃에 스쳤다.

길드장이니 양질의 정보를 빼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온통 사냥 나간 기억밖에 없었다.

아침에 잠깐 들러서 파티원을 데리고 가는 거 외에는 길드 건물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화문길드장이 어떻게 사냥하는 가는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은 별로 필요한 정보가 아니었다.

이상혁은 다른 사람과 마주치기 전에 일층으로 내려가 건물 밖으로 나왔다.

사냥할 시간이 거의 다 됐기 때문에 헌터회관 쪽으로 달렸다.

달려가면서도 테스트 생각만 하고 있었다.

면접 상황을 머릿속에서 그렸다.

앞에 앉아있는 면접관들이 아까 봤던 질문을 하고 자기는 능숙하게 대답하는 상상을 했다.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헌터회관으로 가는 사이 전부 준비가 끝났다.

파티 대기실로 들어가자 모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왔다. 왔어. 자 여러분 바로 갑시다.”

“잠깐 기다려봐 나 할 얘기가 있어.”

“뭔데?”

“나 내일까지 하고 이틀 간 못 나올 거 같아.”

“왜?”

“길드 테스트 때문에”

“오 역시, 벌써 서류 합격 했나보네.”

“축하드려요. 상혁씨”

“고마워요.”

다들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이상혁은 너무 즐거워 보이지 않도록 표정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계속 테스트 생각만 떠올랐지만 일단은 사냥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들은 이상혁을 선두로 해서 숲을 돌아다녔다.

평소처럼 평범한 고블린들을 잡으며 마나석을 모았다.

이상혁은 집중해서 능력을 쓰려 했으나 들뜬 나머지 정신이 산만해져 있었다.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을 몇 번씩 놓쳐서 다시 돌려보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의 머리 한 구석에서는 이게 사냥 테스트 연습이라고 생각했다.

테스트 구역이 표시된 지도가 계속 머릿속에서 떠다녔다.

그러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팀원들을 데리고 숲 깊은 곳까지 가버렸다.

어느 정도 깊어지자 대충 지도를 파악하고 있던 박창수가 파티를 멈춰 세웠다.

“조금 많이 들어온 거 같지 않아요?”

“아, 여기가 아닌데 잘못 들어온 거 같아요.”

“거대고블린 만나기 전에 빠르게 돌아가죠.”

그 말을 들은 김진수는 제자리에 서서 곰곰이 생각했다.

다른 팀원들은 이미 뒤로 돌아서 숲 외곽 쪽으로 가려고 했다.

잠깐 동안 망설이다가 그의 눈이 번뜩했다.

그는 다른 팀원들을 향해 자신 있게 말했다.

“우리 정도면 커다란 놈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김진수가 무리한 일을 벌일 때마다 짓는 특유의 표정이 박창수의 얼굴에 나타났다.

입술을 꽉 다물고 한쪽 눈만 찡그렸다.

“너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

“말도 안 되는 소리까지는 아니에요. 우리가 조합이 특이해서 그렇지 개인 실력이나 팀워크가 나쁜 건 아니잖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은 무리인거 같은데, 상혁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계산이 안 됐다.

거대고블린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워낙 변수가 많은 파티라서 예측할 수가 없었다.

테스트 대비로 한 번 상대해 보고 싶긴 하지만 잘못 하면 다칠까봐 걱정이 됐다.

“음....... 좀 아슬아슬 할 것 같긴 해요.”

“불가능하다는 소리는 아니네. 형, 상혁이도 괜찮다고 하는데 한 번 해보죠.”

“어떻게 하면 그게 괜찮다는 걸로 해석되냐?”

“형, 할 수 있어요! 안 되면 그 때 도망가면 되죠. 지은아 안 그래?”

“저는 상관없어요. 대신 위험하다 싶으면 제일 먼저 도망갈 거예요.”

김진수의 확신에 찬 눈빛에 박창수는 마지못해 동의했다.

“대신 퇴각신호는 내가 보낼 거야.”

“네. 저보다는 형이 맡는 게 더 안전할 거 같아요.”

파티는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이상혁은 맨 앞에서 혼자 다니는 거대고블린을 찾았다.

다니면서 마주치는 평범한 고블린들을 처리하면서 들어갔다.

몇몇 거대고블린을 발견하긴 했지만 옆에 한 마리 더 있거나 작은 고블린이 많이 붙어 다녀다.

한 마리 상대하기도 벅차기 때문에 그런 무리는 피해서 멀리 돌아갔다.

한 참을 돌아다닌 결과 일반고블린 두 마리랑 돌아다니는 녀석을 발견했다.

거대고블린도 그렇게 큰 편은 아니라서 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이상혁은 파티를 멈춰 세우고 작전을 짰다.

“먼저 옆에 따라다니는 작은 녀석들부터 처리해야 돼요.”

“왜? 제일 센 놈부터 집중해서 처리하는 게 낫지 않아?”

“원래 잡기 쉬운 얘들부터 잡고 들어가는 게 편해. 다 잡아놔야 거대고블린한테만 집중할 수 있고”

“아, 그러겠네.”

“저랑 진수는 먼저 들어가서 고블린 한 놈 잡고 그 동안 창수형이 거대고블린이랑 일대일로 버텨줘야 돼요. 지은씨는 남은 한 녀석 부탁해요.”

“네.”

작전설명을 마치고 이상혁은 다시 앞장서서 갔다.

모두들 언제든 싸울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이동했다.

잠시 뒤 거대고블린 무리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거대고블린은 조잡하게 깎인 나무몽둥이를 들고 있었고 다른 두 마리는 평범한 검을 들고 있었다.

작은 고블린들은 놀란 것처럼 보였지만 거대고블린은 자신만만했다.

김진수와 이상혁은 앞에 나와 있는 작은 고블린에게 달려들었다.

이상혁이 먼저 칼을 휘두르고 옆으로 빠지면 김진수가 가까이 가서 활을 쐈다.

놈은 공격을 포기하고 요리조리 도망치기만 했다.

재빨라서 쉽게 따라잡기 힘들었다.

이를 본 거대고블린은 그쪽으로 달려가며 들고 있던 나무 몽둥이를 휘둘렀다.

박창수는 타이밍을 맞춰 거대고블린 앞에 방패를 들이댔다.

‘쾅!’

창대를 잡고 있던 양 손이 아려왔다.

앞쪽 다리는 약간 무릎을 굽히고 뒤쪽은 쫙 편 굉장히 안정적인 자세로 공격을 받아냈다.

하지만 연속으로 들어오는 공격에 중심이 무너졌다.

뒤쪽 무릎이 땅에 닿으면서 방패가 내려갔다.


최지은의 화살 끝은 남은 고블린을 따라갔다.

고블린은 그녀를 보자마자 정신없이 움직였다.

‘휘웅~’

‘팍!’

맞출 수 있다고 확신하고 활시위를 놓았지만 딱 그 순간 놈은 나무 뒤로 들어갔다.

화살은 나무에 박히고 잠시 뒤 사라졌다.

그녀는 다시 화살을 걸고 놈이 나무 뒤에서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큰 소리가 나서 잠깐 옆쪽을 쳐다봤다.

박창수의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방패를 다시 올렸다.

그쪽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그녀는 거대고블린의 어깨를 노리고 활을 쐈다.

‘휘잉~’

‘픽’

화살은 조금 빗나가 나무 몽둥이에 박혔다.

상처를 입히진 못했지만 공격타이밍을 한 번 뺏어왔다.

놈의 시선이 잠깐 그녀를 향하는 동안 박창수는 다시 일어나서 자세를 잡았다.

이상혁과 김진수는 고블린을 처리하고 그의 앞으로 왔다.

최지은은 타이밍을 만들어 주기 위해 다시 한 번 거대고블린을 향해 화살을 쐈다.

그녀를 눈치 채고 있던 놈은 몽둥이를 휘둘러 화살을 쳐냈다.

녀석은 그 상태에서 바로 박창수의 방패를 내리쳤다.

그의 손에서 흘러나온 핏방울이 창대를 타고 흘렀다.

하지만 꾹 참고 버틴 다음 방패를 돌려 공격할 길을 만들어주었다.

이상혁은 왼쪽으로 김진수는 오른쪽으로 달려들었다.

덩치가 큰데도 굉장히 민첩했다.

몸을 살짝살짝 비틀며 김진수의 화살을 피하면서 이상혁이 칼을 휘두르기 전에 발로 가슴을 밀쳤다.

몽둥이가 날아오자 둘은 다시 방패 뒤로 숨었다.

박창수는 방패를 올리고 막을 준비를 했다.

최지은은 화살을 준비하고 거대고블린을 노렸다.

상처 입히기는 힘들지만 주의라도 끌어주고 싶었다.

그녀의 화살은 다시 몽둥이에 맞고 픽하고 떨어졌다.

조금씩 타이밍을 뺏어온 덕분에 좀 더 방어하기 쉬워졌다.

쉬지 않고 마구 들어왔다면 벌써 무너졌을 거다.

손바닥이 아프긴 했지만 몇 번 막다보니 조금은 익숙해졌다.

그는 막기 쉬운 각도로 방패를 들이밀고 공격이 닿는 순간 몽둥이가 날아오는 속도에 맞춰 방패를 뒤로 빼면서 충격을 줄였다.

그리고 공격로를 열어주기 위해 방패를 돌렸는데 그 순간 옆에서 작은 고블린 한 마리가 달려들었다.

이상혁과 김진수는 이미 앞으로 튀어 나갔다.

박창수는 방패를 접고 놈을 상대했다.

그렇게 강한 녀석은 아니라서 혼자서도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거리를 재면서 살짝살짝 찌르다가 뒤로 한 번 빠지고 훅 들어가면서 놈의 배를 꿰뚫었다.

그리고 바로 방패를 펴서 뒤로 피해 온 이상혁과 김진수를 지키려고 했지만 너무 급하게 하느라고 자세도 제대로 잡지 못 하고 각도도 맞추지 못했다.

약간 옆쪽으로 받아서 그런지 공격을 받는 순간 그 힘을 이겨내지 못 하고 창대가 부러졌다.

그 충격으로 박창수는 뒤로 넘어졌다.

재빨리 옆으로 구르면서 날아오는 몽둥이를 피하고 일어났다.

그는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고 손을 빙빙 돌리며 소리쳤다.

“퇴각! 퇴각!”

최지은은 그들이 도망칠 수 있도록 뒤쪽에서 계속 화살을 쏴줬다.

김진수도 놈이 접근하지 못 하게 뒤로 달려가면서 가끔씩 돌아서 화살을 쐈다.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모두들 앞만 보고 달렸다.

뒤에서 쿵쿵거리며 따라오는 소리가 안 들릴 때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안전하다고 판단되자 멈춰 서서 제자리에 앉았다.

다행히 박창수 외에는 부상자가 없었다.

그도 그렇게 크게 다친 건 아니었다.

손바닥 찢어진 건 거의 다 나았고 땅에 엎어질 때 어깨가 삐끗한 건 두세 시간만 더 있으면 나을 정도였다.

김진수는 거의 넋이 나가 있었다.

모두들 아무 말이 없었다.

조금 진정되자 박창수가 말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서 쉬는 게 좋을 거 같네요.”

“네. 그렇게 하죠.”


그들은 회관으로 돌아왔다.

바로 숙소로 들어가진 않고 일정을 잡기 위해 대기실로 모였다.

김진수가 침울한 얼굴로 진행했다.

“내일은 어떻게 할까요? 제 생각에는 오전에 쉬고 오후사냥만 가는 게 좋아 보이는데 어때요?”

“나도 그게 나을 거 같아.”

다른 두 사람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들 조용히 앉아있었다.

최지은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제가 작전대로 했어야 하는데, 제가 확실하게 고블린을 처리하지 못 해서.......”

“아니야. 넌 잘했어. 내가 힘에서 밀리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야.”

박창수는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피곤해서 먼저 들어가 볼게.”

그가 떠나자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씩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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