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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bless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코메트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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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imbless
작품등록일 :
2016.06.06 00:46
최근연재일 :
2018.01.01 05:09
연재수 :
204 회
조회수 :
341,998
추천수 :
3,520
글자수 :
711,425

작성
16.10.0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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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0쪽

그늘(1)

DUMMY

모집광고를 붙인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무도 지원을 하지 않았다.

교육을 수료한 지 얼마 안 된 헌터들만 있는 맨 하위 길드에 사람들이 신청할 리가 없었다.

맨 처음 길드를 만들면 일단 가까운 사람부터 끌어 모으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모두들 비터스가 첫 길드였기 때문에 그렇다할 인맥이 없었다.

그나마 알고 지내는 헌터들에게 제안을 해봤지만 모두 거절했다.

지인이라 해봤자 같이 교육을 들었던 사람들뿐인데 교육 때의 성적이 별로 좋지 않다보니 모두 거절했다.

그들은 이제 막 교육을 수료하고 길드를 찾고 있는 초보헌터를 노리기로 했다.

길드 모집광고가 붙어있는 게시판 앞에서 광고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어보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김진수는 바로 달려가서 비터스 길드를 소개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제 갓 교육을 수료한 헌터였다.

초보 헌터는 의심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있는 것 없는 것 다 끌어 모아서 길드자랑을 했지만 여전히 내키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김진수는 파티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

초보헌터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다섯 명이서 같이 사냥을 가기로 했다.

비터스 길드원 네 명은 잠시 회의를 했다.

여기서 원래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그냥 정석으로 갈 것인가로 얘기를 나누다가 어차피 밝혀질 거 본래 방식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같이 사냥을 가는 걸로 시작해서 가까워지면 길드에 초대하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처음 포지션을 설명할 때부터 서서히 표정이 굳어지더니 실전을 나가니 대놓고 싫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뒤에서 쑥 튀어나오는 방패를 보고 깜짝 놀라기도 하고 궁수가 앞으로 달려 나가는 걸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사냥은 잘 진행됐다.

네 명의 호흡이 잘 맞은 것도 있었고 잘 보여야 된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했다.

사냥만 잘 진행되면 설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게 만만하진 않았다.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초보 헌터는 길드 가입을 거절했다.

김진수는 섭섭한 표정을 지으며 오늘 모은 마나석의 20퍼센트를 쥐여 주고 보냈다.

그는 곧바로 기운을 내서 다른 초보 헌터를 찾았다.

발견하면 달려가서 길드가입을 제안했다.

그래도 대부분은 파티까지 같이 갔다.

그리고 모두 사냥이 끝나자마자 떠났다.

이미 헌터들 사이에서는 정석적인 포지션이 고정되어버렸다.

특히나 이제 갓 교육을 수료한 초보 헌터들은 다른 방식을 전혀 접해보지 못 했기 때문에 더욱 정석적으로만 하려고 했다.

그러니 비터스 길드원이 사냥하는 걸 보고 반발감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이상혁도 이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갓 시작한 사람보다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들어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보를 총 동원해서 실력은 그럭저럭 이지만 경험이 많은 사람을 찾았다.

그 중에서도 무기가 특이해서 지금의 정석적인 싸움방식과는 조금 안 맞는 사람을 위주로 검토했다.

이제까지 능력으로 조사했던 헌터목록을 다시 살펴보고 헌터회관을 돌아다니면서 새로 보는 사람들에게도 능력을 썼다.

조건이 까다롭다보니 찾는데 좀 걸렸다.

며칠간의 조사 끝에 원하는 조건을 갖춘 사람을 찾았다.

폴암을 무기로 하는 헌터였다.

이상혁은 그를 찾아가서 길드가입을 제안했다.

제안을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

너무 솔직하게 말한 게 문제였다.

그는 이상혁의 말을 듣고 오히려 비터스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생긴 것 같다.

김진수였다면 좀 더 잘 설득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대기실로 돌아갔다.

요 며칠 계속 된 거절로 대기실 안은 활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안이 시끌벅적거리고 있었다.

넘치는 기운이 바깥에서도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테이블 위에 놓인 종이 한 장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세 명이 보였다.

“뭐에요?”

“이리 와서 봐봐 누가 우리 길드에 지원서를 제출했어.”

“진짜로?”

“응. 너도 잘 아는 사람이야.”

김진수는 종이를 들어 이상혁의 얼굴 앞에 내밀었다.


‘이름 : 박소현

 성별 : 여

나이 : 23

특기 : 딱히 없음

취미 : 딱히 없음

무기 : 창

자기소개 : 잘 부탁합니다.‘


“뭐야 이거 진짜 본인이 쓴 거 맞아? 무슨 인터넷 카페 가입할 때처럼 써놨네.”

“아까 와서 작성하고 갔어. 빨리 가야된다고 해서 그냥 대충 쓰라 했어.”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어떻게 하긴 이따 저녁에 면접 보면 우리 길드원이지.”

“우리 길드에는 왜 온 거래?”

“나도 몰라. 나중에 물어봐.”

“면접은 누가 볼 거야?”

“네가 제일 친하니까 네가 봐.”

“친하다고? 무슨 소리야. 박소현씨는 나 싫어해.”

“그래도 네가 소현 누나에 대해서 제일 잘 알지 않아? 실습도 같이 했었잖아.”

“그건 그렇지.”

“그럼 네가 해야겠네.”

“좀 무서운데”

“말이 면접이지 그냥 네가 물어보고 싶은 거 물어보다가 적당히 합격이라 하면 우리가 들어가서 축하해주면 돼.”

“뭐 그 정도면 괜찮긴 한데 왜 굳이 면접을 보는 거야?”

“원래 바로 합격이라 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재미없잖아.”

“결국은 그냥이라는 거네.”

“에이 뭘 또 그렇게 따져. 그 누나 오기 전까지 가볍게 사냥이나 하자.”

김진수는 대기실 앞으로 가서 큰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사냥 갑시다. 사냥.

이제 길드원도 늘었으니 슬슬 회관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나중에 길드원 스무 명 정도 됐을 때도 회관이 없으면 좀 그렇잖아요.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하면 작은 회관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박창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종이에 계산을 시작했다.

조금 끄적끄적 거리고 김진수에게 보여줬다.

“지금 이 속도대로면 작은 회관 얻는 데 1년 반 정도 걸리겠네.”

“그렇게 오래 걸려요?”

“길드원 스무 명 되는 거 보다는 빠를 걸?”

“길드 회관 있으면 더 빨리 모일 테니 일단 회관을 목표로 힘써보죠.”

박소현의 지원서 때문인지 김진수의 텐션이 상당히 올라가있었다.

아래로 향하던 그의 기분은 갑자기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이러한 상태는 사냥에서도 계속 됐다.

워낙 기분파다 보니 그의 움직임도 그를 따라서 변했다.

어제 사냥 갈 때는 기분이 복잡했는지 엇박자를 섞으면서 페이크가 많은 움직임을 보였는데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최대 속도로 몰아붙였다.

사냥은 면접 한 시간 전에 끝났다.

이상혁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마나석 가루를 만들러 갔다.

회관 뒤편에서 마나석끼리 세게 문지르면서 나오는 작은 가루들을 모았다.

이상혁은 바로 대기실로 가서 면접 준비를 했다.

혼자서 기다리는데 괜히 긴장이 됐다.

안에 아무도 없고 긴장도 풀 겸 해서 연습을 해봤다.

“우리 길드에 들어오셔서 무슨 역할을 하고 싶으신가요?

자신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길드에 지원하신 동기가 무엇인가요? 흠, 너무 뻔한가?

근데 진짜 지원한 이유가 뭐지? 딱히 그럴 만한 이유가 없는데.......

혹시 홍연우가 박소현씨한테도 똑같은 짓을 한 건가?

그럼 안 되는데 그런 거면 결국 날 도와주다가 홍연우한테 찍혀서 아무 길드에서도 안 받아주니까 이리로 온 게 되잖아.

그거 말고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나?”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다가 결국 시간을 다 썼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박소현은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들어왔다.

면접관이 이상혁인게 맘에 안 드는 듯 표정이 별로였다.

그녀는 의자에 앉자마자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았다.

어디 질문 할 테면 질문 해보라는 자세였다.

이상혁은 마음을 가다듬고 첫 질문을 했다.

“자신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너도 봐서 알잖아.”

“네?”

날카로운 말투에 잠깐 당황했지만 침착함을 유지했다.

“네. 물론 저도 많이 알고 있죠.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자신 있는 게 뭔지 궁금해서요.”

박소현은 처음으로 이상혁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 입꼬리가 올라간 게 보였다.

“너는 뭐라고 생각하는데?”

“강한 거요.”

그녀는 다시 맘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낮게 깔린 어조로 차갑게 대답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다음 질문 할게요. 자신의 단점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없어.”

“네. 그럼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우리 길드에 들어오고 나서 무슨 역할을 맡고 싶으신가요?”

“흠.......”

박소현은 팔짱을 풀고 한손은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은 목 뒤를 매만졌다.

처음으로 진지한 눈빛을 하고 고민했다.

“만약 맡는다면 뭘 하지? 음, 교육?”

“그거 괜찮을 거 같네요.”

이상혁이 좋은 표정으로 반응하자 그녀는 다시 팔짱을 끼고 무뚝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다음 질문 하겠습니다. 우리 길드에 지원하신 동기가 뭔가요?”

“너.”

“네?”

“귀가 안 좋니? 왜 이렇게 한 번에 못 알아들어. 너 때문이라고”

그는 당황해서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렸다.

표정관리도 잘 안 됐다.

그러던 중 문에 달린 작은 창문으로 김진수가 보였다

김진수는 주먹을 쥐고 엄지만 펴서 위 아래로 돌렸다.

그 신호를 알아챈 이상혁은 바로 면접을 끝냈다.

“자 이걸로 면접을 마치겠습니다. 축하합니다. 합격입니다.”

다른 길드원들은 대기실에 들어가면서 손에 쥐고 있던 마나석 가루를 뿌렸다.

“비터스 길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반짝거리는 작은 가루가 위에서부터 천천히 내려왔다.

조금 어두워져서 그런지 푸른빛을 내며 떨어지는 가루들은 별이 내리는 거 같았다.

박소현은 다른 길드원들을 보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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