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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bless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코메트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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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imbless
작품등록일 :
2016.06.06 00:46
최근연재일 :
2018.01.01 05:09
연재수 :
204 회
조회수 :
341,761
추천수 :
3,520
글자수 :
711,425

작성
16.10.09 01:25
조회
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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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8쪽

그늘(2)

DUMMY

이상혁이 보기엔 지금 그녀의 미소는 의식적으로 지은 미소였다.

방금 전 면접 보면서 무심코 튀어나왔던 미소가 훨씬 자연스럽고 예뻤다.

마나석 가루들은 바닥에 떨어져서도 그 빛을 잃지 않고 밝게 빛났다.

예쁘긴 했지만 빌린 곳이기도 하고 모래를 밟는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 들어서 네 명이서 깨끗이 치웠다.

박소현과 기존 길드원들은 테이블에 빙 둘러앉아서 어떤 식으로 길드활동을 할 것인지 얘기했다.

김진수가 길드장답게 앞쪽에 앉아서 진행을 했다.

“소현 누나는 이제 어떻게 할 거에요?”

“길드에 들어오긴 했는데 한동안은 따로 사냥하려고요.”

“누나 저한테 말 편하게 해도 돼요.”

“아 그래? 그럼 말 놓을게.”

“따로 사냥하신 다고 했는데 지금 파티가 있어요?”

“그건 아닌데 할 게 좀 있어서. 그거 끝나면 본격적으로 활동할게.”

“네. 그럼 사냥은 나중에 같이 가는 걸로 하고 우리 길드에서 무슨 역할 맡고 싶어요? 부담스러우면 그냥 길드원으로 있어도 돼요.”

“아까 면접 볼 때 물어봤는데 교육 담당이 하고 싶대.”

“그거 좋네요. 그렇게 할 거에요?”

“응. 그게 좋을 거 같아.”

“그럼 이제 막 기초교육만 수료한 신입 길드원이 들어오면 박소현씨가 훈련시켜주는 건가요?”

“네. 초보 헌터 말고도 시간만 있으면 누구든지 훈련 도와드릴 거예요.”

“저도 소현씨랑 같은 무기인데 많이 배웠으면 좋겠네요.”

“네. 시간 나면요.”

박창수와 김진수는 박소현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가까워지기 위해서 묻는 단순한 질문들이었다.

모두가 싱글벙글한 가운데 이상혁만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자기 때문에 이 길드에 왔다는 말이 계속 신경 쓰였다.

최지은은 나이차이가 얼마 안 나는 여자 헌터가 들어와서 기분이 좋은 것처럼 보였다.

낯가림이 좀 있어서 그런지 쉽게 말을 걸지 못 했다.

용기를 내서 말을 붙여보려고 했지만 김진수와 박창수가 쉬지 않고 질문을 하는 바람에 기회가 나지 않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간단한 환영회가 끝나고 일 있는 사람들은 대기실을 나갔다.

또다시 방 안에는 이상혁과 박소현만 남게 되었다.

화사했던 그녀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이상혁은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일어서서 문을 나서려는데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오늘부터 저녁 시간 비워둘 수 있지?”

나긋나긋했던 말투가 톡 쏘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네. 그렇긴 한데 왜요?”

“훈련장으로 따라와.”

“네?”

“왜 쓸데없이 자꾸 되묻는 거야? 그냥 바로 대답해. 따라올 거야 말거야.”

“따라 갈게요.”

이상혁은 기에 눌려서 얌전히 박소현을 따라갔다.

훈련장에 도착하자 박소현은 창을 소환해서 윗부분을 창날이 달린 윗부분을 꺾었다.

창날이 달려있는 부분은 바닥에 버리고 남은 창대는 양손으로 들었다.

검을 잡는 자세를 하고 그를 노려봤다.

“뭐해. 칼 뽑아.”

그는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목덜미를 손으로 문질렀다.

최대한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이게 뭐하는 거예요?”

“교육”

“저를요?”

“잔말 말고 칼 뽑아.”

칼을 뽑긴 했지만 당황해서 그런지 자세가 엉거주춤했다.

혹시 잘못 휘둘러서 박소현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칼을 돌려 칼등이 앞을 향하게 했다.

“지금 뭐하냐? 칼 제대로 안 들래?”

“그래도 다치면 어떡해요.”

“지금 네 실력으로는 그런 걱정 안 해도 돼. 설령 다친다 해도 내가 알아서 해.”

이전에 그녀의 실력과 능력을 봐서 그런지 납득을 하고 칼을 바로잡았다.

갑자기 교육한다고 훈련장으로 불러서 얼떨떨하긴 했지만 굉장히 좋은 기회다.

대형 길드 부회장 이상의 실력자에게 일대일로 훈련받을 기회는 좀처럼 없을 거다.

박소현은 이상혁이 칼을 돌리자마자 바로 안으로 파고들었다.

놀라서 뒤로 물러나면서 칼을 휘둘렀다.

휘두르면서 이러다 진짜 베어버리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했다.

박소현은 막대 끝으로 칼날 면을 위로 쳐내고 순식간에 팔뚝, 옆구리 그리고 허벅지를 차례로 가격했다.

아픔이 밀려오며 걱정이 날아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칼날이 그녀에게 닿을 일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최선을 다해서 칼을 휘둘렀다.

칼을 휘두른 곳에는 공기밖에 없었다.

박소현은 몸을 확 낮추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팔꿈치로 배를 찍히고 창대로 정강이를 얻어맞았다.

뼈가 부러질 정도로 세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쑤셨다.

계속 맞기만 하다 보니 들어가는 게 꺼려지고 방어적으로 하게 됐다.

“배우는 쪽이 그렇게 소극적으로 하면 어떻게 하냐. 빨리 들어와.”

어쩔 수 없이 들어가긴 했지만 얻어맞기는 싫었다.

치고 빠지는 방식으로 짧게 공격하고 빠지려고 했지만 빼는 거보다 상대가 들어오는 게 훨씬 빨랐다.

창대 끝으로 명치를 찔린 그는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너 엄청 약했었구나? 이래가지곤 애인은커녕 자기 몸도 제대로 못 지키겠네.”

박소현은 차가운 표정으로 독기서린 말을 내뱉고 훈령장을 나갔다.

이상혁은 누워서 쉬다가 좀 살만해지자 몸을 일으켰다.

훈련이라고는 했지만 아무 설명 없이 얻어맞기만 했다.

진짜로 훈련시켜주려는 건지 아니면 그냥 화풀이가 하고 싶었던 건지 의심이 갔다.

다음날도 같은 방식으로 훈련이 진행됐다.

사냥이 끝나자마자 따로 불려가서 훈련장에서 뻗을 때 까지 얻어맞았다.

이상혁은 누운 상태에서 불만이 섞였지만 굉장히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박소현씨 그래도 훈련인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시면 안 될까요?”

“나는 보여줄 만큼 보여줬어. 네가 직접 눈으로 확인해봐.”

“너무 빨라서 안 보이는데요.”

“그럼 보일 때까지 반복해서 봐.”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훈련장을 나갔다.

이상혁은 누운 채로 그녀가 했던 말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반복해서 보라는 말에 초점을 맞추고 고민하다가 그녀가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다는 걸 떠올렸다.

그는 자기 몸에 손을 얹고 능력을 썼다.

어제 훈련 받는 모습이 보였다.

옆에 서서 자신이 얻어맞는 걸 보니 기분이 묘했다.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처음에는 뭐를 어떻게 하는 건지 잘 안 보였지만 능력을 이용해서 계속 반복해보니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냥 막 몰아쳐서 공격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같은 공격패턴이 같았다.

이상혁은 시간을 건너뛰어 오늘 훈련했던 모습을 봤다.

순서가 다르긴 했지만 패턴자체는 같았다.

그는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며 그녀의 자세 하나하나를 눈여겨봤다.

언뜻 보기에는 그의 움직임과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무게중심을 옮기는 방식이나 발을 움직이는 경로 같은 게 달랐다.

몸이 좀 풀리자 그 자세를 따라 해보려 노력했다.

칼을 휘두를 때 발을 얼마만큼 트는 지 막을 때 팔꿈치를 어느 정도 드는 지까지 세세하게 분석해서 흉내 냈다.

거기에 자기가 연습한 움직임과 박소현이 보여줬던 움직임을 비교해서 관찰하면서 자세를 교정해나갔다.

반복해서 연습했지만 습관이란 건 짧은 시간에 고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나를 신경 써서 고치다보면 어느 순간 이전에 고쳤던 게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다.

만족할 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피로가 몰려와서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날도 박소현에게 불려나갔다.

이번에도 쉴 새 없이 얻어맞았다.

어제 연습한 걸 써먹으려고 노력은 했지만 쉽게 나오진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어제 연습한 게 튀어나와 한 번 막는 데 성공했다.

이상혁은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박소현도 표정이 살짝 풀리고 입꼬리가 씰룩했지만 바로 정색하고 훈련을 이어갔다.

그날도 쓰러질 때까지 얻어맞았지만 왠지 모르게 덜 아프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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