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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bless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코메트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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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imbless
작품등록일 :
2016.06.06 00:46
최근연재일 :
2018.01.01 05:09
연재수 :
204 회
조회수 :
341,754
추천수 :
3,520
글자수 :
711,425

작성
16.10.16 21:22
조회
2,439
추천
27
글자
11쪽

그늘(6)

DUMMY

계속 따뜻한 표정을 지어주던 그는 인상을 팍 썼다.

매서운 눈으로 도둑을 쏘아봤다.

“그게 말이 돼? 여기서 하루 만에 그 많은 마나석을 쓸 수 있는 데가 어디 있어?

거짓말도 말이 되게 해야지.

물론 나도 그렇게 나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너보다 십년 정도는 더 살아봤으니까 가르쳐줄게.

어설프게 거짓말을 할 거면 그냥 솔직하게 말하고 용서를 빌어.

내가 화를 못 내서 안 내는 게 아니야.

너 때문에 어제부터 개고생하고 짜증 날 대로 난 상태인데 봐주고 있는 거야.

사람이 상냥하게 대해주면 똑바로 해야지.

거기서 속이려고 들면 되냐?

양심이 있어야지.”

그가 무서운 얼굴로 다그치자 도둑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 상태로 아무 말도 안 했다.

이상혁은 기다리면서 흥분을 가라앉혔다.

도무지 입을 열 것 같지가 않아서 직접 보기로 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머리에 손을 얹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박소현이 그의 어깨를 잡고 뒤로 잡아 당겼다.

“비켜봐.”

그녀는 이상혁을 밀어내고 앞에 섰다.

위에서 아래로 살벌하게 내려 봤다.

박소현이 가까이 오자 도둑은 반사적으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불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이번에는 창을 꺼내서 창날을 녀석의 턱 끝에 댔다.

은빛으로 빛나는 창날 끝에 핏방울이 맺혔다.

작게 맺힌 방울은 점점 커지다가 도둑의 목을 타고 내려갔다.

그녀는 다시 한 번 물었다.

“불어.”

“아, 알았어요. 그러니까 이것 좀 치우고 얘기해요.”

잔뜩 겁먹었는지 목소리가 떨려왔다.

창날에 베일까봐 입도 조금씩 벌리면서 말했다.

그녀는 창날을 2센티미터 정도 살짝 뗐다.

단번에 목을 뚫을 수 있는 거리였다.

도둑은 계속 곁눈질로 창날을 보며 말했다.

“길드에 냈어요. 가입비를 내면 길드도 가입 시켜주고 특별히 교육도 시켜준다고 해서”

“그걸 다 가져다 냈는데 왜 오늘 다시 훔치려고 한 거야?”

“모자라다고 해서요.”

“그 마나석이 무슨 마나석인지 알아?”

“고블린 잡고 나온 거 아니에요?”

“됐다. 그냥 길드 이름 말해봐”

“셰이드요.”

길드이름을 듣자 박소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미소라기보다는 비웃음에 가까웠다.

“너 거기 못 들어가.”

“네? 가입비 냈는데요?”

“백날 가입비 바쳐도 거기 못 들어간다고”

“오늘 이것만 갖다 주면 바로 가입시켜준다고 했어요.”

“어디 갖다줘봐.”

그녀는 창을 거두고 허리춤에 찬 주머니를 끌러서 녀석의 무릎위에 툭 던졌다.

도둑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주머니를 줍고 천천히 일어났다.

“풀어줘.”

이상혁은 그녀가 시키는 대로 다리에 묶인 옷을 풀어주고 쫙 펴서 다시 입었다.

옷이 주름투성이가 돼서 보기 흉했다.

도둑은 멀뚱멀뚱 쳐다보며 물었다.

“진짜 갖다 줘요?”

“빨리 앞장서”

녀석을 따라 걷다보니 금방 도착했다.

그들은 ‘Shade’라 적힌 간판이 달린 건물 앞에 섰다.

“우리는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주고 나와.”

“그쪽이 주라고 한 거예요.”

“알았으니까 빨리 가봐. 그리고 끝나면 다시 여기로 와.”

녀석은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몇 번이나 이쪽을 돌아봤다.

둘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다렸다.

“미리 사과할게.”

“뭐를요?”

“그런 게 있어.”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둘은 한 동안 조용히 있었다.

그러다가 이상혁이 물었다.

“그런데 왜 보내준 거예요?”

“절대 안 된다는 걸 아니까.”

“왜요?”

“저기 길드장이 사기꾼이야.”

“그런 정보는 어떻게 얻어요? 가만 보면 소현씨는 뭐든지 다 아는 거 같아요.”

“그냥 우연히 알고 있었던 것뿐이야.”

“아, 우연히......”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아무 말 없이 있다가 갑자기 박소현이 물었다.

“쟤 어떤 거 같아?”

“남동생 있었으면 저런 느낌이었을 거 같아요.”

“그런 거 말고 실력으로”

“아까 소현씨랑 싸우는 거 보니까 엄청 잘 싸우던데요? 그런데 몬스터 상대로는 조금 위험해 보여요.”

“만약에 쟤를 넣고 사냥을 한다면 너는 어떻게 활용하고 싶어?”

“흠.......기본적으로는 맨 후방에 위치시켰다가 전투가 시작되고 적들의 시선이 앞쪽에 몰리면 그 때 뒤로 돌아가서 기습하는 형태로 쓰는 게 좋을 거 같네요.”

박소현은 이상혁의 설명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능력이 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거나 벌릴 수 있어서 치고 빠지는데 좋아 보여요.

그래서 들어갈 때나 뺄 때는 문제없어 보이는데 아무래도 무기가 단도다 보니까 공격할 때가 위험하겠죠?”

“역시 너는 너네.”

“무슨 의미에요?”

“그냥 너다워서”

박소현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상혁이 쳐다보니 바로 차가운 표정으로 바뀌었지만 굉장히 자연스러운 미소였다.

길드 회관의 문이 열리고 아까 들어갔던 도둑이 울상을 지으며 나왔다.

“뭐래?”

“부족하대요. 그래도 조금만 더 모아오면 가입시켜준다고 하던데”

“어제 가져다 준 거랑 지금 가져다 준 마나석이 뭔지 알아?”

“아니요. 그냥 고블린 잡고 나온 거겠죠?”

“네가 갖다 바친 마나석은 일반 고블린 잡고 나온 게 아니라 거대 고블린 잡고 나온 거야.”

“그럴 리가 없는데”

“아무리 갖다 바쳐도 안 된다니까.”

“그걸 어떻게 알아요?”

“못 믿겠으면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봐.”

“어떻게요?”

“길드장실에 있는 책장 위에서 네 번째 칸 가운데에 있는 파란색 책, 제목은 동물농장 ”

“그게 뭔데요?”

“그 책에 장부가 있을 거야. 그거 가져오면 확인할 수 있어.”

“누가 가져오는데요?”

“너.”

“걸리면 어떡해요?”

“지금 몇 번이나 쓸 수 있지?”

“일곱에서 여덟 번 정도요.”

“충분하네. 갔다 와.”

“그러다 걸리면 지금까지 낸 가입비가 쓸모없게 되잖아요.”

“걸릴 거 같아?”

“음....... 아니요.”

“갔다 와.”

도둑은 마스크를 쓰고 문 앞에 섰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사라졌다.

길드 회관 안 로비에는 아저씨 세 명이 나무의자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셋 중 아무도 도둑이 들어온 걸 눈치 채지 못 했다.

도둑은 살금살금 걸어서 복도 쪽으로 갔다.

코너에 숨어서 고개만 살짝 내밀어 복도를 살폈다.

한 명이 서류를 읽으면서 이쪽으로 걸어왔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정면 돌파하기로 결정했다.

복도 끝까지 대충 거리를 재고 최대 속도로 지나갔다.

이쪽으로 오는 사람 바로 옆을 지나쳐 복도 끝에 도착한 도둑은 바로 오른쪽으로 돌아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에서는 능력을 쓸 수 없으니 귀를 열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다행히 내려오는 사람은 없었다.

계단을 올라 2층 복도로 들어갔다.

발밑에는 빨간 선이 그어져있었다.

그 선을 넘고 살금살금 걸어가는데 갑자기 앞쪽에 있는 방문이 열렸다.

도둑은 바로 옆에 있는 방에 들어갔다.

안에는 남자 한 명이 앉아서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는 도둑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넌 뭐야? 읍 으윽”

도둑은 빠르게 남자의 뒤로 가서 오른 팔로 목을 감싸고 왼손은 뒤통수를 밀었다.

남자는 순식간에 기절했다.

녀석은 문에 귀를 댔다.

‘터벅 터벅 터벅’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자 문을 열고 나갔다.

다시 사뿐사뿐 걸어서 복도 맨 끝에 있는 길드장실 앞까지 갔다.

‘똑! 똑!’

노크를 했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길드장실 안에 있는 책장에서 위에서 네 번째 칸 한 가운데에 꽂혀있는 파란색 책이 눈에 띄었다.

책을 꺼내어 표지를 봤다.

동물농장이라고 적혀있는 제목 아래에는 탐욕스러워 보이는 돼지가 두 다리로 서 있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도둑은 책을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복도는 능력을 써서 빠르게 빠져 나오고 계단은 조심히 내려갔다.

1층 복도에서는 아까 로비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세 명이 나란히 걸어오고 있었다.

세 명이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어서 뚫고 지나가는 건 무리였다.

일단 코너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 세 명이 지나쳐간 순간 돌아 나와서 1층 복도를 가로질렀다.

아까는 세 명밖에 없던 로비에 어느새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도둑은 벽 뒤에 몸을 숨겼다.

문이 닫혀 있어서 그대로 돌파할 수가 없었다.

모인 사람들 중에는 길드장도 있었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큰 소리로 길드원들과 떠들었다.

그 소리가 벽 뒤에 숨어있는 도둑에게도 들려왔다.

“형님 이번에 호구 하나 낚았다면서요.”

“어. 꽤나 큰 놈이지.”

“그런 놈을 어디서 찾았어요?”

“얘가 무식하게 숲에서 혼자 사냥하고 있더라고 무기도 구린 주제에 말이야. 그래서 바로 떠올렸지. 아 이놈이구나 하고”

“어떻게 꼬셨어요?”

“멀리서 싸우는 걸 봤는데 희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고 막 여기저기로 순간이동 하는 거야.

좋은 능력이긴 하지만 보통 저런 능력은 오래 못 쓰거든,

그래서 계속 따라다니면서 기다렸다가 능력이 다 떨어진 것처럼 보이길래 길드원끼리 고블린 몰이를 해가지고 걔 있는 쪽으로 몰아갔지“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구해준 다음에 길드 가입하라고 하니까 막 눈물 흘릴라 하면서 계속 고맙다고 하던데?

그 때 딱 얘 정도면 많이 뽑아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

“저번에 가져온 거 보니까 거대고블린 거 가져오던데요?”

“그거는 훔친 거야. 내가 시켰어. 우리 쪽 정보통이 알려 주더라, 그쪽으로 만만한 사람 지나갈 거니까 한번 털어먹으라고. 오늘도 지나간다고 알려주길래 걔 시켜서 가져오라고 했지.”

“오 형님 정보통은 대단하네요.”

“처음에는 웬 이상한 여자인가 했더니 아무 대가 없이 좋은 정보를 알려주더라고. 대신 우리도 아는 건 다 알려줘. 그냥 서로 돕는 사이야.”

이야기를 듣는 도둑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다 때려 부수고 싶어도 참았다.

문이 열리고 길드원 하나가 들어왔다.

일단 문이 열린 틈을 타 빠르게 빠져나왔다.

도둑은 책을 들고 이상혁과 박소현이 있는 곳으로 갔다.

화난 표정을 보고 박소현이 물었다.

“벌써 펼쳐봤어?”

“아니요. 이야기를 엿들었어요.”

“대충 안 거 같네.”

박소현은 책을 건네받고 가운데 페이지를 폈다.

여러 헌터의 이름과 금액 특징 같은 것들이 쓰여 있었다.

대체로 이름이 적힌 헌터들의 무기는 비주류였다.

철퇴, 채찍 그리고 단도 같은 지금 조합에 넣기 애매한 무기들이었다.

그녀는 그 페이지를 펼쳐서 보여줬다.

그걸 본 도둑은 더욱 씩씩 거렸다.

자기 분을 이겨내지 못 하고 눈물까지 흘렸다.

“어떡할래?”

“다 때려 부수고 싶어요.”

“그건 불가능 하고 신고나 하자. 내가 계속 증거를 모아 놓긴 했는데 결정적인 게 부족 했었거든? 그런데 마침 손에 들어왔네.”

그녀는 손에 든 책을 가볍게 흔들며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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