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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bless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코메트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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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imbless
작품등록일 :
2016.06.06 00:46
최근연재일 :
2018.01.01 05:09
연재수 :
204 회
조회수 :
341,749
추천수 :
3,520
글자수 :
711,425

작성
16.09.30 00:09
조회
2,991
추천
30
글자
7쪽

길드(16)

DUMMY

이제야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됐다.

결국은 자기 여동생을 다치게 한 게 나라고 생각하고 이런 짓을 벌인 거다.

물론 나를 의심하는 건 이해가 간다.

나도 조사관의 판단이 없었으면 내가 그랬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라고 단정 짓고 혐의를 풀어줬다.

그도 조사를 했다고 하니 분명 알고 있을 거다.

그런데도 있는 권력을 다 써서 나를 여기까지 몰아붙였다.

지금 저 표정을 보아하니 동생이 당한 게 화나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복수하고 있는 이 상황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

누군가를 괴롭히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처럼 보인다.

성격이 안 좋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몰랐다.

이건 단순히 성격이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그냥 미친 거다.

미친개한테 잘못 물렸다.


홍연우는 씨익 웃으면서 다시 양손으로 검을 잡았다.

정신적으로는 굉장히 불안해보였지만 자세에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는 방금 전에 싸울 때보다 훨씬 세차게 들어왔다.

‘왼쪽으로 돌면서 열시방향으로 들어온다.’

이상혁이 봤을 때는 분명 정면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래도 머릿속 목소리를 믿고 왼쪽으로 막을 준비를 하였다.

그의 앞으로 빠르게 다가온 홍연우는 갑자기 몸을 휙 틀어서 이상혁의 왼쪽으로 돌면서 검을 휘둘렀다.

뒤로 물러나면 칼로 막아야 해서 오히려 앞으로 나가면서 검을 피하고 돌아서 칼을 휘둘렀다.

타이밍은 좋았지만 상대는 그의 움직임을 미리 읽고 옆으로 빠져있었다.

‘치직- 정면 상단 칙- 위 치지직-’

깔끔하게 들려오던 머릿속 소리가 갑자기 잡음이 섞였다.

칼에 둘러졌던 검은 연기도 처음보다 옅어졌다.

대충 머리를 노리를 노리고 들어올 거라 예상하고 타이밍을 맞춰 몸을 숙였다.

‘뒤로 빠-치지직 치익-’

앞의 내용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원래 들어가서 올려 베려고 했지만 말을 듣고 뒤로 빠졌다.

‘치이이이이이익 뚝.’

이상혁의 머릿속에서 갑자기 잡음이 심하게 울리더니 조용해졌다.

칼을 두르고 있던 연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적이 다가오는 데도 아무것도 안 들렸다.

갑자기 앞길이 막막해졌다.

혼자서 해내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최대한 발버둥 쳤다.

이제 믿을 수 있는 건 스스로의 눈뿐이었다.

정확히 보고 판단하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눈으로 보고 상대가 어떻게 올 건지 예상하고 몸으로 반응하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길었다.

한두 번씩 끊어서 들어오면 상관없지만 계속 이어져오는 공격에 다 대응하기 힘들었다.

공격을 막아내기도 버거워졌다.

칼에 연기가 둘러져있을 때보다 충격이 훨씬 커졌다.

홍연우는 몇 번 더 공격을 해오다가 갑자기 자리에 서서 정색했다.

평소에 이상혁을 노려보던 눈빛이었다.

그는 검으로 땅바닥을 긁으면서 불평을 했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이러면 재미가 없잖아. 좀 더 즐기고 싶으니까 잘 좀 움직여봐.”

이상혁이 아무 대꾸도 안 하자 혀를 차면서 다시 공격해왔다.

검으로 칼을 밀어내고 이상혁의 팔을 노리고 들어왔다.

옆으로 살짝 빼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널찍하게 베였다.

팔에 일자로 길게 빨간 줄이 그어졌다.

피가 한 방울 정도씩만 새어나올 정도로 얕게 베여서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그 뒤로 바로 검이 날아왔다.

칼로 막았지만 칼날을 타고 검이 안쪽 들어왔다.

칼자루에 닿기 직전 검을 그 자리에서 가로로 세게 돌리면서 칼을 튕겨냈다.

그 상태에서 다시 검을 세로로 돌리고 손목 바로 위쪽까지 내려갔다.

이상혁은 손이 잘려 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검은 손목을 잘라내기 직전 곡선으로 휘어져 들어오면서 팔을 타고 올라갔다.

생선 비늘 벗겨내듯이 날이 피부에 닿을 듯 말 듯 하면서 스쳐지나갔다.

닿은 부분은 껍질이 살짝 벗겨지면서 빨개졌다.

피부 곳곳에서 피가 한 방울씩 올라왔다.

약간 쓰리긴 했지만 십분 정도 지나니 금방 나았다.

아직까지는 괜찮았지만 공격이 점점 빨라지고 격해지며 깊게 들어왔다.

팔에 상처가 하나 둘씩 늘었다.

어느새 이상혁의 팔은 피범벅이 되었다.

큰 상처에서 뿜어져 나오는 게 아니라 곳곳에서 조금씩 삐져나온 핏방울들이 흘러내리면서 새빨개졌다.

홍연우는 그 모습이 재밌는지 서서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이, 이제부터 살을 깎아낼 건데 그냥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게 더 나을걸? 잘못 하다가 팔을 통째로 베어버리면 재미가 없잖아.”

그는 점점 속도를 올려가면서 들어왔다.

이상혁은 머리 위로 내려치는 공격을 막기 위해 칼을 들어 올려서 막는 동작을 취했다.

홍연우의 검은 그의 칼에 닿기 전 수직으로 세워져 그대로 밑으로 쑥 내려왔다.

그 상태로 대각선 위로 곧게 올라가면서 검 끝으로 이상혁의 칼을 쳐서 올렸다.

팔이 들려서 위로 올라갔다.

검이 획 꺾여 들어오면서 팔꿈치 살을 베어냈다.

팔꿈치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 나왔다.

공격은 쉬지 않고 들어왔다.

이번에는 십일 자로 길게 그어졌던 상처사이를 넓적하게 베어냈다.

두선 사이가 빨간색으로 채워졌다.

살점은 떨어져 나가 재가 됐다.

이번에는 꽤 깊게 베였다.

“으으으........”

이상혁의 입에서 신음이 조금씩 새어나왔다.

찔끔찔끔 나오다가 금방 피가 멎었던 이전 상처들과는 달리 피가 계속 흘러 나왔다.

팔이 아려오면서 힘이 빠졌다.

아파할 시간도 없이 공격이 계속 들어왔다.

홍연우는 칼로 나무를 조각하듯이 이상혁의 팔에 붙은 살을 깎아냈다.

같은 곳을 여러 번 베어내기도 했다.

좀 깊게 패인 곳은 피범벅이 된 상처들 사이로 하얀 뼈가 보이기도 했다.

손등도 깊게 베였다.

다섯 갈래로 뻗어나간 하얀 손뼈가 시뻘건 살덩이 속에서 드러났다.

너무 많이 잘려나가 팔이 가볍게 느껴졌다.

이상혁은 더 이상 칼을 들 수 없었다.

양 팔이 아래로 축 늘어졌다.

땅바닥에는 그가 흘린 피로 난장판이 됐다.

홍연우는 아랫입술을 만지작거리면서 고민했다.

“흠, 좀만 더 잘라내면 예쁠 거 같긴 한데 여기서 피를 더 흘려버리면 위험해 보이네. 뭘 하면 좋을까? 너는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니?”

그런 그를 보며 이상혁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친놈”

“응 뭐라고? 더 크게 말해봐.”

피를 너무 많이 흘렸는지 제대로 말할 힘도 없어보였다.

“힘들어 보이네. 뭐 아쉽지만 여기서 끝내줄게.”

그는 검을 세우고 무서운 기세로 이상혁을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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