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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bless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코메트리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Limbless
작품등록일 :
2016.06.06 00:46
최근연재일 :
2018.01.01 05:09
연재수 :
204 회
조회수 :
341,776
추천수 :
3,520
글자수 :
711,425

작성
16.09.27 23:15
조회
2,855
추천
30
글자
11쪽

길드(15)

DUMMY

둘은 훈련장 양 끝에 섰다.

평가자는 검지를 까딱까딱하며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상혁은 칼을 꺼내고 달려들었다.

상대도 무기를 소환했다.

그의 예상과 달리 평가자는 방패병이 아니었다.

평범한 검보다는 크고 대검보다는 작은 애매한 사이즈의 검을 양손으로 꽉 잡고 있었다.

이상혁은 당황해서 잠깐 뒤로 물러났다가 머릿속으로 빠르게 전략을 세우고 다시 달려들었다.

평가자는 그의 검을 깔끔하게 쳐냈다.

군더더기 없는 자세였다.

뒤이어 들어온 반격은 굉장히 묵직했다.

받아낸 순간 손이 얼얼해졌다.

이상혁은 공격을 받아내면서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상대는 따라 들어오지 않고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정면으로 칼을 맞대면 힘에서 밀리니 속도로 밀어붙이기로 했다.

그는 머릿속으로 칼을 휘두를 궤도를 생각하면서 가까이 접근했다.

처음에는 오른쪽 중앙으로 휘두르고 자세를 낮춘 상태로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면서 하단을 노렸다.

하지만 전부 평가자의 검에 막혔다.

그는 큰 움직임 없이 필요한 동작만으로 공격을 막아냈다.

이상혁은 당황하지 않고 일어서면서 올려 벴다.

상대는 검을 비스듬하게 댔다.

칼날은 검 면을 타고 미끄러지듯이 올라갔다.

그러다가 평가자가 앞으로 살짝 밀자 그대로 위로 튕겨져 올라갔다.

이상혁은 바로 칼을 자기 앞으로 끌어오면서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의 자세가 안정되자마자 상대는 칼자루 바로 윗부분을 검 끝으로 밀었다.

그 힘을 이겨내지 못 하고 뒤로 밀려났다.

평가자는 아까부터 같은 자리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그를 기다렸다.

뒤쪽으로 돌아서 공격해 올 때는 오른발만 움직여 대응했다.

25분 동안 여러 방향에서 날아온 공격에도 앞에 둔 왼발은 땅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다 되자마자 이상혁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칼을 내리고 평가자가 마무리 해 줄 때까지 기다렸다.

그런데 그는 계속 자세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한걸음씩 그를 향해 다가왔다.

들고 있는 검을 휘두르려는 기세가 보였다.

이상혁은 바로 칼을 올렸다.

‘후웅~’

거세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검이 그에게 날아왔다.

‘퉁!’

평가자의 공격이 묵직하게 들어왔다.

손바닥은 물론 손목까지 아려왔다.

평가자는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정면으로 막으면 손목이 못 버틸 거 같아 빗겨 쳐내면서 옆으로 피했다.

상대는 바로 따라 들어왔다.

이번에도 빗겨내고 돌면서 피하려고 했지만 칼이 검에 닿는 순간 평가자는 몸과 검을 틀어 정면으로 맞닿게 했다.

손바닥에 들어온 충격이 팔을 타고 올라가 어깨까지 전해졌다.

어깨가 쑤셔 오면서 자세가 약간 흐트러졌다.

이상혁은 빠르게 뒤로 물러났지만 계속 따라 붙어서 공격해왔다.

그의 칼만 노리고 달려들었다.

서로의 날이 정면으로 여러 번 부딪쳤다.

평가자의 검은 멀쩡했지만 그의 칼은 이가 조금 나갔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무기도 많이 차이 났다.

이제 겨우 몇 십 마리 벤 이상혁의 칼과 달리 상대의 무기는 몬스터 피를 잔뜩 먹고 꽤 성장한 상태였다.

상대는 계속 몰아붙였다.

뒤로 물러나고 물러나다가 훈련장 한쪽 끝까지 왔다.

더 이상 뒤로 물러날 공간이 안 보였다.

재빨리 옆으로 빠지려고 했지만 그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그쪽으로 검이 날아왔다.

하는 수 없이 칼로 막아냈다.

이상혁은 빠르게 왼쪽으로 돌면서 넓은 쪽으로 빠지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공격을 들어갔다.

아까는 그가 검을 날려도 계속 막기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대로 맞받아쳤다.

힘으로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왔지만 금방 또 따라붙었다.

날아온 공격을 칼로 막자 평가자는 힘으로 밀어내면서 발로 이상혁의 배를 찼다.

맞기 직전 허리를 뒤로 빼서 정통으로 맞지는 않았다.

아프진 않았지만 밀려나면서 중심이 흐트러지는 바람에 이어서 들어오는 검은 피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칼로 막으려고 양손으로 꽉 잡고 검이 날아오는 곳에 댔다.

‘쨍!’

그의 칼날이 빙글빙글 돌면서 위로 날아갔다.

남아 있는 부분은 너무 짧아서 쓸 수가 없었다.

칼을 버린 뒤 재소환 하려고 했지만 상대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검을 피하기 위해 상체를 확 숙였다.

거기서 다시 다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어쩔 수 없이 땅바닥에 구르면서 겨우 피했다.

다시 일어나려는데 머리 바로 위에 검이 보였다.

몸을 비틀어 피하긴 했지만 조금만 늦었어도 머리가 반쪽으로 갈라졌을 거다.

계속 아슬아슬하게 검을 피했다.

목숨의 위협을 느낀 그는 양 손을 들며 말했다.

“테스트를 포기하겠습니다.”

평가자는 잠시 멈췄다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공격했다.

이대로 가면 생명석을 잃을 거 같았다.

그는 뒤로 돌아 출구로 마구 달렸다.

평가자는 그를 앞질러 달려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보내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이상혁은 전력으로 달려서 거리를 벌리고 칼을 빠르게 소환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소환해왔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소환할 때 검 주변에 검은 아지랑이가 어른거렸다.

기분이 묘하다.

등골이 오싹하면서 바로 뒤에 누군가가 있는 거 같다.

고개를 돌려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앞에 열 시’

갑자기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싶었는데 내 목소리였다.

평소 말할 때 목소리가 아닌 녹음하고 다시 들었을 때의 목소리였다.

나는 바로 앞을 봤다.

상대의 검은 위쪽 대각선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바로 칼을 위로 들면서 공격을 흘려보냈다.

그 상태에서 적은 한 바퀴 돌면서 다음 공격을 이어가려고 했다.

‘앞 일곱 시’

아직 검이 어떻게 오는지 보지도 않았는데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칼을 아래에서 막을 준비를 하였다.

적의 검은 밑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올라왔다.

잘 보니 정확히 일곱 시 방향으로 날아오는 것 같았다.

내 칼에는 계속 검은 연기가 서려있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충격이 덜 전해졌다.

‘그 상태로 바로 세시방향으로 휘둘러’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했다.

상대는 내 공격을 받아냈다.

그 뒤로도 계속 내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했다.

이제 밀리는 기분은 안 든다.

뭐 때문에 이런 게 가능한지 아직 잘 모르겠다.

숨어있는 능력이라도 각성한 건가?

내 머릿속 소리가 뭔지 확인하기 전에 일단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싸움에만 집중하자.

상대는 갑자기 내 움직임이 바뀌니 조금 소극적으로 바뀐 거 같다.

이제 어떻게 해야지?

‘두시방향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오른쪽 아래로 푹 숙여서 피하고 그 상태로 세시방향으로 칼을 휘두르다가 꺾어서 올려 베.’

일단은 시키는 대로 하려고 했다.

공격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아니까 피하는 건 쉬웠다.

하지만 공격방향을 갑자기 꺾는 건 힘들었다.

칼은 그대로 가로로 쭉 들어갔고 상대의 검에 막혔다.

‘상대는 힘으로 밀어붙일 거니까 뒤로 스텝을 밟았다가 왼쪽으로 돌면서 옆구리를 노려.’

그는 내 칼이 닿자마자 힘으로 밀려고 했다.

시키는 대로 바로 칼을 떼면서 백스텝을 밟았다.

그러자 앞으로 힘을 실었던 적의 무게중심이 살짝 흔들렸다.

그때를 노리고 옆구리 쪽에 검을 휘둘렀다.

상대는 빠르게 검을 돌려 칼을 쳐냈다.

옆으로 크게 휘둘러서 그런지 앞이 비었다.

‘그대로 파고들면서 올려 베.’

공격이 제대로 들어가는 듯싶었지만 평가자는 유연하게 몸을 뒤로 젖히면서 피했다.

다만 칼끝이 그의 가면을 베었다.

그는 바로 몸을 일으키고 뒤로 물러났다.

가면에 균열이 가더니 절반으로 뚝 갈라지면서 땅으로 떨어졌다.

언제나 나를 보고 인상을 쓰던 익숙한 얼굴이 지금은 굉장히 즐거운 듯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홍예빈의 오빠이자 화문길드의 부길드장인 홍연우가 내 앞에 서있다.

그가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르겠고 나한테 왜 이러는지도 모르겠다.

가면을 벴을 때 칼끝이 닿았는지 그의 미간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핏방울은 그대로 왼쪽 눈 쪽으로 흐르다가 뺨을 타고 내려와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그가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르겠고 왜 나한테 이러는 지도 잘 모르겠다.

뒤로 물러나서 입을 부여잡고 미친놈처럼 웃었다.

“크흑 크흐흐흐 킥킥. 푸하하하. 푸힛 흐흑 큭 으흐흐.”

뭐가 저리 재밌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래. 이래야지. 이래야 맞는 거야! 안 그래?”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가 그냥 쳐다보기만 했다.

“이봐, 늑대가 왜 훈련용으로 쓰이는지 아나?”

상황도 이해가 안 가고 질문도 이상해서 그냥 인상을 쓰고 쳐다봤다.

그러자 자기 혼자서 즐겁게 설명했다.

“개체수가 적고 공격이 단조로워서 포지션만 잘 잡으면 쉽게 사냥할 수 있거든

대신에 혼자서 잡으려고 하면 고블린보다도 까다롭지.

그걸 이제 막 사냥훈련을 시작한 초보 헌터가 혼자서 잡을 수 있을까?

들어보니까 꽤 덩치 큰 놈이라던데?

두 마리가 동시에 순식간에 없어졌대.

딱 봐도 보통실력은 아닐 거 아니야.

내가 애들 시켜서 조사를 해봤는데 그 상황에서 늑대랑 같이 내 동생 팔을 벨만 한 사람은 너밖에 없더라고.

뭐, 조사관은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내가 확인한 거만 믿거든.

그래서 확인하려고 널 여기까지 끌고 왔는데 너무 이상해.

아무리 봐도 어제부터 보여준 실력으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

이쯤 되니까 혹시 잘못 생각한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더군.

그런데! 드디어! 이제야! 본 실력을 드러내네.

역시 사람은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자기 실력이 나와 안 그래?

그 때도 위협을 느껴서 자기도 모르게 실력이 나온 거겠지?

흐흐흐 맞아.

이정도 실력은 돼야, 순식간에 늑대도 베고, 네 마음에 안 들었던 내 동생 팔도 베고 그러지.

그래, 여기까지 끌고 온 보람이 있어.

내가 이 짓거리를 하기 위해서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썼는지 알아?

서류도 다 따로 작성하고 다른 길드들 압박하고 웬만한 파티는 못 들어가게 인맥 좀 이용 했어.

물론 그런 쓰레기 같은 파티에 제정신인 사람이 들어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해서 못 막았지만 말이야.

아무튼 나는 당한 건 두 배로 갚아주는 성격이라서 네 놈 팔 좀 받아가야겠다.

그냥 받아 가면 재미없으니까 두 팔이 다 없어질 때까지 포 떠줄게.”

평소에는 굉장히 차분했다.

너무 차분해서 냉정하게 들렸다.

하지만 지금은 광분해서 거의 토하듯이 말을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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