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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화 님의 서재입니다.

학생부터 시작하는 천재 소드마스터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소소화
작품등록일 :
2024.03.03 23:06
최근연재일 :
2024.03.29 15:1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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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
추천수 :
279
글자수 :
207,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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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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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화이트 크리스탈 (7)

DUMMY

리아나가 화살을 쏜 그 순간.


성곽 위에는 섬도시 유크시의 사람들이 모두 올라와 있었다. 사람들은 그 광경을, 자신들을 위해 목숨을 던진 기사의 결투를 보고 있었다.


이사야는 크리스탈 앞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꿇어앉아 있었다. 그녀의 근처 곳곳에 하얗고 아름다운 성화가 송이송이 피어있었다. 은발의 작은 머리를 숙인 채, 두 뺨 위로 눈물을 흘리며 이사야는 기도하고 있었다.


낙자일은 비둘기 2호를 준비하고 있었다. 마력 통신의 차단으로 1호가 잘 도착했는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비둘기 2호는 배가 고픈지 시름시름 했다. 낙자일은 비둘기가 먹을 먹이를 찾으러 서둘러 나서고 있었다.


그리고 성막 너머의 들판.

키트는 멈춰있었다.


화살은 물리적 충격과 더불어 거대한 정신적 충격을 키트에게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 잠깐의 멈춤. 그 망설임.


그 흐름의 ‘찰나’.


신시는 키트의 배에 검을 찔러넣고 있었다.



*



처음에만 해도 성곽 위에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잔인하고 터프한 악마의 인질 폭발쇼는 충격과 두려움을 사람들에게 선사했다.


그렇게 신시와 리아나가 떠난 후.


성곽 위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 없게 됐다.


그러나 10분.

20분.

시간이 흘렀다.

사람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리고 어떠한 추가적인 변화도 없음에 따라 사람들은 다시금 궁금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밖의 결과에 대해서.


처음에는 안전해졌나 싶어서 확인을 위해 성곽 위로 경비병들이 하나둘 슬금슬금 올라왔고,

이어서 상부에 결과를 보고했다.

성주와 관료들이 성벽 위로 올라왔고, 1시간이 다 되어갈 즈음에는 시민들로 가득찰 정도가 되었다.


성주 니키티스 유크시를 모시는 집사 랑트랑은 현재의 이 상황을 천천히 곱씹었다.


‘신기한 일이군.’


악마가 약초 채집을 위해 밖에 나갔던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생도들을 요구했을 때.

그때만 해도 에소릴의 생도들은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아니, 우리가 겁박했다고 표현해야 하는 것이 맞을 거다.’


성주님의 보호에도 불구하고 모두는 은근하게 압박했던 것이다.

너희는 예비영웅이 아니냐고.

너희 때문에 저 악마가 온 게 아니냐고.

너희가 나가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그랬던 사람들이 모두 경도되어 경외의 시선을 가지고 성막 너머를 구경하고 있었다.


물론 거리는 멀다. 하지만 그 점들끼리의 기세와 상황은 느껴지니까.

그 정성 어린 격렬한.

격투에 가까운 결투.


우세는 확실했다.

신시는 검을 받아내는 데만도 급급해 보였다. 점점 그 속도와 힘, 그리고 오러를 잃고 있는 것도 분명했다. 그러나 영문모를 일이 몇십 분째 벌어지고 있었다. 끊어질 듯 이어지며 신시는 생존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면 응원할 수밖에 없어서.


“제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거다. 모두가 그렇게나 이기적으로 행동했는데. 골치 아팠던 흰 뱀을 없애줬음에도 그것에 감사하기는커녕, 이후 벌어진 일에 상판때기를 싹 갈았는데.

이렇게나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


‘기사뿐만이 아니다.’


집사는 생각한다. 밖의 저 기사도 대단하지만, 지금 안에서 성막을 유지시켜주고 있는 은발의 성직자 소녀도 엄청나다고.


우리가 지금 이렇게 안전하게 구경할 수 있는 건 축복받은 화이트비와의 연결이 끊겼음에도,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는 성막 덕분이다.


유크시 내에도 성직자들은 있다. 단, 능력이 에소릴의 생도 수준으로 뛰어나지 않을 뿐. 그들이 입 모아 말했다.


“신성력이 말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성직자들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고작 한 소녀가, 이 도시의 성막을 온전하게 유지시키고 있다.


신성력이라는 건 성직자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성직자의 신성력은, 기사의 오러 마냥 숨풍숨풍 복구되는 것이 아니다.

이사야라는 소녀가 이 성막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을지, 집사 랑트랑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게 감탄하고 있던 순간이었다.


“어, 어어···?”

“뭐야?”


무언가 번쩍하는듯 싶더니,

사람들 사이에서 의아한 음성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


랑트랑은 서둘러 밖을 봤다.

그곳에는 이미 결과밖에 없었다.


“무슨···!”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내내 밀리고만 있었던 신시가 악마의 배에 검을 찔러넣은 채였던 것이다.

심지어 그 악마의 등에는 화살이 하나 박혀있었다.


좌중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뭐···뭐야?”

“우리가 찌른 거야?”

“화살이 어디서 날아왔는데?”


성주 니키티스 유크시는, 즉시 집사 랑트랑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위의 사람 중에 오러를 익혀보기라도, 기사로서 가까이 가보기라도 한 게 그뿐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거지? 랑트랑, 자네는 이해했나?”


랑트랑 역시 당황했다.


단순히 시간을 끌고 있다 생각했는데···

아니, 처음부터 잡을 생각이었단 말인가? 저 괴물을?


“···설마.”

“설마라니, 뭐가 말인가!”

“저도 처음에는 단순히 시간을 끈다 생각했습니다. 크리스탈이 복구되고, 황도로부터의 지원을 기다리면서요.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아마 때를 기다린 것 같습니다.”

“때를 기다려?”

“유효타를 날릴 수 있는 B1인 리아나님을 숨기고, 내내 방심시키고, 일격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게 방금 맞아떨어진 것이고요.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됩니다.”

“···!”


아까였다면 모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결과를 보고 나니, 그럴듯하게 들렸다.


주위의 모두는 경악했다.


때를 기다렸다고? 1시간을? 자기 목숨을 걸고?


그 당황의 와중, 망원경을 통해 좀 더 자세히 그 악마를 관찰하고 있던 성주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잠깐만, 저거 타격이 큰 것 같은데···? 이거···!”


그는 곧 주위의 병사들에게 윽박지르듯 소리쳤다.


“이렇게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병사들을 준비시켜라! 성막 밖으로 지원을 나갈 수 있도록!”


기사 앞에서 평범한 병사는 갑주를 입었든 어떤 무장을 했든 열 명이든 백 명이든 무의미하다.

하지만, 상대가 다쳤다면 그 얘기는 다르다.


“어쩌면,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 나가야 한다! 서둘러!”

“예! 성주님!”


그때였다.

성벽 위로, 본청으로부터 연락을 담당하는 소년이 뛰어 들어왔다.


“성주님! 크리스탈이, 크리스탈이 동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세히!”

“아마 밖의 악마가 다치며 작동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통신과 포탈은!”

“크리스탈은 복구되었지만, 아직 여러 가지 재설치가 필요합니다!”

“생도 두 분은 이미 지치셨을 터. 너희가 복구해야 한다! 첫째로 통신, 그리고 둘째로 병사들은 성문 밖으로 나선다! 얼른!”

“예!”



*



“컥······.”


키트는 오러를 일으켜 찔린 검으로부터 몸을 빼내려 했다.


어디까지나 내 입장에선,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거다.


“이거··· 왜···”


키트의 입에서 피가 울컥 흘러나왔다.


“재생이 왜, 안 되고, 오러도, 혈능도······.”


놈이 기괴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닿는다.


“이 검··· 때문이구나······.”


그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하얀빛. 내 검에서 평소와 다른 성스러운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건···!”


의심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이미 전생에서 이 기운을 보고 느낀 적이 있었으니까.


성검 아우플리온.


그리고 성검이 나를 환생시켜 준 능력은 아마 ‘변덕쟁이’.


나만 딸랑 데려다 놓고 성검은 어디로 간 건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생각해봐도 답을 알 수 없었다. 그때의 바스톨의 기숙사 방은 샅샅이 뒤졌었고, 내 몸에선 신성력이 탐지되지도 않았으니까.

이 정도 기적을 보여줄 능력을 썼으니까 어딘가엔 있겠지, 하고 넘겼었다. 어차피 더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였으니까.


그렇다면 지금까진 안 나오다가 이제야 왜?

이것 역시 성검의 변덕인가?


어쨌든 좋다. 이것이 성검이라면, 지금 키트가 힘을 못 쓰고 있는 것도 설명이 된다.


왜냐하면,


“밤의··· 정복자.”

“······.”

“네가 어떻게··· 그걸, 가지고······.”


밤을 좋아하는 악마의 권능을 베어내고 무력화 시킨다하는, 성검 아우플리온의 첫 번째 이명.


‘밤의 정복자’.


그것이 발동된 것이다.


“분명히, 아까까진 없었는데···, 왜, 갑자기, 쿨럭, 그런 게!”

“그러게.”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이런 게, 어딨어! 이런 게······.”


놈은 절규했다.

평생을 쌓아온 모든 힘을 잃었다는 절망감. 그것이 엄청난 것 같았다.


“키힉, 키헥, 쿠크크크······.”


놈은 서서히, 마물화 되어가고 있었다.

악마가 위기에 빠졌을 때 드러내는 본성.

인간의 가죽을 벗어 던지고 짐승이 되어가는 과정.


익숙했다.


“그럼, 죽어라.”


나는 그대로 놈의 배에 꽂힌 검을 비틀었다.


“크라라라락-!”


다시금 검을 뽑아낸 후, 놈을 베려고 했다.


“···?”


그러나 검을 뽑긴 뽑았는데, 오른팔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미···친.”


리아나의 화살에 호응하느라,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부분의 오러를 끌어올려 월류에 사용했던 것이다.


“빌어먹을······ 오러 역류······.”


그리고 하필, 월류로부터의 리바운드 현상이 지금 일어난 것이다.


“키킥, 나는, 나는 여기서 못 죽어억-!”


마물화가 되고 있어서일까.

놈은 본능적으로 나에게 문제가 생겼음을 깨달은 것 같았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순간 자리를 박차고 내게 달려든 것이다.


타닥-!


놈은 급했다.


내가 약해졌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카락-! 카라라락-!”


그 방심.

방심은 약이 바짝 오른 자에게 무리한 공격을 하게 만든다.


기감.

그 첫 번째 능력.


심안心眼.


지금의 손상된 내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재능.


나는 놈의 공격을 읽었다.

모든 오러를 잃은 키트의 공격은 전혀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오러를 못 쓰는 건 지금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촤아아악-!


놈이 팔을 뻗는다.


스텝을 깊숙하게.


‘상대의 힘을 이용한다.’


놈이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팔의 안쪽으로 들어가,

몇 초 뒤의 놈의 몸이 위치할 곳에 미리 나의 검을 안배한다.


콰직-!


한순간이었다.

그대로 키트의 심장이, 나의 검을 향해 달려와 박혔다.

상대 속도가 2배가 된 놈의 심장은 그 충격량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


놈은 눈을 크게 떴다가,

온몸을 바들바들 떨다가,

그리고 곧 움직임을 멈춘 채 굳었다.


여기서, 내가 심장을 비틀기만 하면 놈은 죽는다.


“나, 살려··· 제, 발, ··· 나, 원래, 원, 래는, 사람······”


심장이 파괴되면 죽는다.

그것이 악마의 죽음이었다.


“악마의 탈을 쓰고,”


천천히, 나는 검을 비틀었다.


“안, 돼, 안··· 살려,,”

“인간으로서 죽으려 하지 마라.”

콰직-!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놈은 가루가 되어 공기 중으로 사라졌다.


그래야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뭐야···?”


몸이 사라지고 악마의 기운은 공기 중으로 흩어져야 했다.


그런데 그 기운이 검으로 천천히 흡수되고 있었다.


하얗게, 하얗게.

색깔이 바뀌어서.

그리고 그것이 다시 검을 따라 천천히 내 몸속으로······.



*



터벅터벅.


리아나가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가지 않았다.

움직일 힘이 없었으니까.


터벅터벅.


대신, 나는 내게로 다가오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점에 가깝던 그 모습이 천천히 사람의 형체를 띌 때까지.

허리까지 묶어 내린 금발의 긴 생머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저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기품있게 흔들렸다.


터벅터벅.


푸른 배경 속 금빛 형체가 내게 걸어온다.


리아나 뒤로, 소도시 유크시의 크리스탈은 서서히 푸른색을 되찾고 있었다.

하늘도 마찬가지다. 연회 때만 해도 분명 흐렸던 날씨가 지금은 어린아이가 그린 것처럼 새파랗게 개어있었다.


크리스탈이 연결되었다고는 해도, 통신과 포탈의 복구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릴 것이다.


따라서, 리아나가 도착한 건 그것들이 완료되기 전이었다.


내 앞을 그림자가 가렸다.

그 소녀가 말했다.


“너 미쳤어?”


살벌한 질문이었다.


“너한테는 미쳤냐는 소리를 자주 듣는 것 같네.”

“무슨 생각으로, 소드엑스퍼트 최상급한테, B1한테 덤비고···”

“응.”

“어떻게 버틴 거야. 그 긴 시간을. 너,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됐네.”


리아나는 선선히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고요했다. 너무나도.

방금까지의 그 모든 싸움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반면 저 멀리, 유크시의 성벽 쪽은 작은 소리들로 분주했다.

우리를 구하러 사람들을 보내려 하고 있겠지.


내가 아닌 크리스탈 쪽을 바라보며, 리아나가 나지막이 말했다.

활을 쏘다 다친 걸까. 리아나의 오른손에는 흰 붕대가 감겨있었다.


우리 둘은 아무 말 없이 오래 앉아 있었다.

아주 오래.


리아나가 불쑥 말했다.


“나, 안 쏘겠다 했었어.”

“응.”

“절대로, 못 쏘겠다 했었어.”

“응.”

“그런데, 왜 날 믿은 거야.”

“응, 글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음, 안 믿은 거야.”

“안 믿었는데 어떻게···”

“안 쏘겠다는 너의 말을.”

“···!”


‘통어’.


지겹도록 싸워댔던, 지독하게 서로의 주장만을 고집했던 우리는 그것을 이루는 것에 성공했다.


그 성격 더러운 카 교수님이 여기까지 본 것일까.


-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주지도 않았다.’


그랜드마스터는 현인이라 불린다. 그건 단순히 강하기만이 아니다. 현인이라는 말 그대로, 그들은 무언가 범인들은 이해할 수도, 발견할 수도 없는 통찰을 가지고 있다.


그는 무언가를 보았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처럼.


“···쏴줄 걸 알고 있었어.”


기감.

용언.

때때로 확실한 미래를 보여주는 나의 능력.

나의 그 감각이 말했으니까.


그러니 대단한 것은 내가 아니다.

리아나 다이브비체다.


나는 단지 재능을, 기감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죽음이 더 가까이 올수록 강해지는 내 능력. 나는 죽기 직전이었을 뿐이고 감각이 최고로 예민했을 뿐이다. 그래서 리아나의 화살에 호응할 수 있었을 뿐이다.


흐름을 읽은 것, 나를 믿고 쏜 것.

그건 리아나다.


“······.”


리아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유크시의 크리스탈만을 그저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뚱해 보이기도, 부끄러워 보이기도, 어색해 보이기도 했다.


한동안 그러고 있던 리아나가 갑자기 불쑥 말했다.


“그런데······.”

“응?”

“너, 오러의 수준이 올라간 것 같은데?”

“아.”

“거의 중급, C1에 도달했잖아. 이거 뭐야?”


이건 또 어떻게 설명하냐······.


‘사실 내 몸에 성검이 있었고 악마를 죽이니까 그 기운이 정화되어서 자연스레 내 단전에 내공으로서 흡수되었다. 아마 성검의 신비한 능력인 것 같다’, 고 할 수는 없었다.


“······깨달음이구나.”

“응?”

“생사결의 싸움 도중에서 깨달음을 얻은 거지? 그래서 중급까지 올라간 거지?”

“어어, 응. 그렇지.”


그래, 그런 거로 하자.


“그럼 혹시, 싸우겠다고 네가 나선 것도······.”

“···?”

“깨달음을 얻으려 목숨을 불구덩이에 넣은 거야? 죽을지도 모르는데?”

“···?”

“겸사겸사 잘 되어서 통어도 이루면 좋고? 그런 생각이었어?”


···아니, 아무리 나라고 해도 거기까지는 생각 안 했는데.


“그건 아닌···”

“그래, 이제 너라는 사람에 대해 좀 알 것 같아.”


알긴 뭘 알아?


내가 반박하려 하는 순간, 리아나가 고개를 불쑥 숙였다.


“미안, 했다.”


리아나의 그 자존감으로 뭉친 성격을.

그 뾰족한 성격을 알기에 나는 그 말의 무게를 알았다.


그렇기에 나는 되물었다.


“뭐가?”

“···너 혼자 위험한 역할 하게 해서.”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해본 것이 처음인 듯, 리아나의 얼굴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마음이 너무 여리다.

그런 걸 걱정하고 있었구나.

정작 고마워해야 할 건 나다.


1시간 이상 살기의 위치를 들키지 않은 건 예상외였다.

리아나는 오러의 섬세한 컨트롤에 있어선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리고, 페어로서도 되게 편했고.’


페어를 이루는 기사 둘은 메인과 서브로 나뉜다. 뛰어난 엘리트가 서브, 즉 서포트에 능한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자기 자신의 잘난 맛에 리딩을 하는 메인이 되거든. 잘하는 사람이 리딩을 하는 게 더 효율적이기도 하고.


‘잘은 모르지만, 당연히 리아나도 늘 메인을 맡아왔을 거고.’


그런 리아나가 늘 자신을 숙여준 거다. 보통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했던, 아까의 통어까지도 리아나의 덕이 컸다.


“아니. 대단한 건 리아나 너야.”

“아니라고, 네가 더 대단하다고. 이것만큼은 내 말이 맞아.”

“아니야.”

“맞는데?”

“아닌데?”

“맞다니까?”

“아니라니까?”

“맞다고.”

“안 맞다고.”

“너 진짜 맞을래?”

“?”


갑자기 셀리타라는 단어가 생각날 뻔했다.


···어쨌든.


리아나는 불쑥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조금 더 내 앞으로 걸어갔다.


덕분에 나는 그 등만을 볼 수 있었다.

잘 정돈된, 곧게 떨어지는 긴 금발.


하늘은 어린아이가 그린 것처럼 맑고 새파랬다.

저 멀리 푸른 크리스탈로부터 사람들이 오고 있었다.

오러의 경공을 이용했으면 휙휙 넘었을 구릉들을 헥헥대며 뛰어오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 나는 말했다.


“···그래도 살아남아서 다행이네.”


리아나는 들릴락 말락 한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그렇게 우리의 2차 시험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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