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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화 님의 서재입니다.

학생부터 시작하는 천재 소드마스터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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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화
작품등록일 :
2024.03.03 23:06
최근연재일 :
2024.03.29 15:1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402
추천수 :
279
글자수 :
207,131

작성
24.03.03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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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기감 (2)

DUMMY

기감을 통해 보게 된 놈의 웃음.

그것을 통해 나는 알 수 있었다.


‘악마다.’


악마의 피에는 성욕과도 비슷한 독특한 욕망이 흐른다.

그것은 통상 인간 남성의 성욕의 10배 정도가 되는 강력한 갈망이며, 보통의 인간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변태성이기도 하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어차피 배를 채워야 한다면,

기왕이면 가능한 맛있는 것으로 채워 넣으려는 게 사람이다.

그 점에서 악마는 인간과 같다.


사람이 자신이 먹는 음식의 유래나 원산지, 조리 과정을 알게 되고 더욱 맛있게 먹게 되는 것처럼,

악마 역시 자신이 먹는 ‘먹이’인 인간에 대해서 알고싶어하며, 자신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대상일수록 더욱 맛있게 먹는 것이다.


오러에도, 시야에도 감지되지 않는데 상대가 나를 눈치챈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악마는 사람으로부터 달콤한 냄새를 맡으니까.


고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 적막한 방.

벽 하나를 사이에 둔 기묘한 대치는 계속되었다.


‘저 놈은 기다리고 있다.’


어두운 현관에 가만히 서서.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은 채.

내가 안심하고 마음을 푸는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해 뜸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쯤 하면 충분히 숨었겠지’하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을.

또는 결국 내가 못 참고 한숨이라도 내쉬는 순간을.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을.


놈이 들어온 뒤로, 벌써 5분은 지난 것 같았다.

그리고 녀석과 나는 둘 다 가만히 있다.


‘어쩔까.’


어쨌든 해는 밝아온다.

그 전에 어떤 식으로든 이 상황은 끝난다.


기감의 힘이 잠깐 보여줬던 놈의 웃는 얼굴을 떠올린다.

녀석은 지금 날 어린애 보듯 하고 있다.

어떻게 기특한 생각을 했다고, 대견하다는 듯 보고 있는 거다.

순간의 흥미라고 보는 것이 맞겠지.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은 하책이다.’


서로는 서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는 건 나뿐이다.

하지만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상대도 내가 상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겠지.


죽느냐, 사느냐다.

어차피 선택지가 2개라면.

그리고 그 선택권이 나한테 있지 않다면.


‘주도권을 내가 가져간다.’


녀석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다른 하나의 선택지를 지워버린다.


선택지가 2개뿐인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주도권이다.


“아흐, 진짜 지루해서 못해 먹겠네.”


그렇게 말하며 벌떡 일어선 나는, 그대로 화장실 밖으로 걸어 나와 자연스럽게 침대에 가서 걸터앉았다.

그리고선 현관의 그놈을 보며 말했다.


“좀, 할 거면 하고. 안 할 거면 안 하고.”

“······.”


그 괴한은 그런 날 보며 멍하니 멈춰있었다. 순간 자신의 이해 범위를 벗어난 작금의 상황에 얼이 빠져 있는 것 같았다.


그대로 몇 초, 멈춰있던 그놈이 마침내 말했다.


“왜··· 나온 거지.”

“네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 그 사실은 나도 이제 알았다. 난 그걸 알면서 왜 나왔냐고 물은 건데.”


놈이 서서히 다가왔다.

나는 빠르게 놈을 스캔했다.

검을 찬 채로, 오러로 몸을 씻어낸 듯 했지만 종종 묻어있는 피. 기감으로 보았던 것과 같은, 철갑 같은 얼굴.


이제 잘못 대답하면 죽는다.

말이 조금만 어긋나도 죽는다.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놀라울 만큼 침착하게 말할 수 있었다.


“아니, 서로 있는 거 알면서 시간 낭비하고 있는 게 답답해서. 너도 내가 숨어있는 거 알고, 나도 네가 안 나간 걸 안다. 피차 시간 낭비는 그만하자 싶어서.”

“시간, 낭비?”

“너도 나한테 궁금한 게 있지 않나? 해가 뜨기 전에 서로에게 궁금한 점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은데.”


잠시 나를 보며 눈썹을 찌푸리던 놈은, 곧 피식 웃더니 그대로 현관에서 걸어와서 내 맞은편의 침대에 앉았다.


통했다.

솔직히 이 정도로 반응해줄 줄은 몰랐는데.


서로가 팔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를 사이에 두고, 놈과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있었다. 놈은 정말로 대화할 생각이 동한 듯, 손깍지를 낀 채로 느긋하게 내게 물어왔다.


“빈방인 척을 한다. 습격을 눈치챈 것도 신기하긴 하지만, 빈방인 척을 해서 살아남을 생각을 하다니. 참신하긴 했다.”

“고맙군.”

“하지만 그게 다다. 결국 벌레의 죽기 직전의 발버둥. 들켰으면 끝인 거지. 그래서, 다시 묻지. 왜 나온 거지? 내가 나가지 않은 걸 알아차렸다 해도 마지막까지 내 자비에 기대면서 숨어있는 게 더 나았을 텐데.”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확률이 더 높아 보이는 쪽을 선택해본 거다.”


악마 놈은 내 대답을 듣더니, 갑자기 천장을 올려다보며 읊조렸다.


“그런가······.”


지잉! 지잉! 지잉!

조용하던 기감의 반응이 격렬해졌다. 저 악마 놈의 얼굴도 어쩐지 차가워져 있는 것 같다. 시발 이거 오답이구나.


“···라고 했겠지. 내가 진짜 그런 이유로 숨은 거였다면.”

“···!”


일단 다시 기세는 잡았다.

지금 더 몰아쳐야 한다.

여유 있는 척, 모든 걸 가진 척.

놈이 착각하게 만든다.


‘당당하게.’


내가 가진 패를 이용한다.

난 지금 오러가 없다, 힘이 없다. 하지만 전생의 경험이 있다. 그 너무나도 작은 그 오러를 다루는 ‘기술’만큼은 최고의 수준인 것이다.


말하자면, 오러의 감지력 같은 것.


“그럼 나도 하나 묻지. 그런데 위의, 4층의 여자 한 명은 왜 살려둔 거지?”

“그걸, 어떻게.”


피식 웃으며 놈에게 말했다.


“어떻게, 일 것 같나?”

“···!”


조금씩 녀석의 의심에 도화선을 붙인다.

저 머리에 악마의 씨앗을, 의심암귀를 심는다.


더불어, 내가 쭉 하고 있었던 ‘그림자 숨기’. 오러를 마치 전원을 끄듯 숨길 수 있는 기술.


“네가 악마가 아니었다면 날 못 찾아냈을 텐데 말이야, 안 그런가?”

“···!”

“슬슬 이상함이 느껴지지 않나?”


그냥 아예 오러가 적은 것은 말이 된다.

그런데 사람인 이상, 오러가 아예 안 느껴질 수는 없다.

아예 안 느껴진다는 건, 그것은 의도적으로 지웠다는 뜻이다.

즉, 녀석의 눈에 나는 지금 수준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상대로 보인다는 것.


“그래도 이게 뭔지 알긴 아는 눈치군.”

“하, 그것만 어떻게 익힌 걸지도 모르는 거 아닌가?”

“그런가? 네 경험과 지식 속에선 이게 오러의 단련 없이 익힐 수 있는 기술인가?”


불가능하다. 오러도 없는 쓰레기가 이걸 익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오러의 양이 많아야 그 기작을 깨닫게 되는 기술이다.

그리고 놈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차앙!


놈이 참지 못하고 검을 뽑아 든 것은 그때였다.


‘이게 아닌데.’


하지만 나는 얼굴로는 능글거리는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베어보면 알겠지.”

“그래? 그럼 베어봐.”

“뭣···”

“자신이 있다면 베어보면 될 것 아닌가.”

“그게 무슨···”


그 순간, 나는 놈에게 일갈했다.


“베어보라니까!”

“이··· 이놈···!”


콰앙-!


검기가 내 옆을 가르고 지나갔다.

순간이었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상태. 서로가 팔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

가만히 앉아있는 내 귓가로 검기가 지나갔다.


눈으로 확인하고서야 나는 녀석의 수준을 알 수 있었다.


‘소드마스터는 안 되고, 소드엑스퍼트 중상급 정도.’


충분히 일류라 불릴 정도다. 그리고, 바스톨 정도의 학생이라면 충분히 죽이고도 남을 경지다.

그런 일류의 기세가 공격해왔음에도, 나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수 있었다.


‘통했다.’


왜냐하면, 이건 너무나도 익숙한 내 재능이니까.


'죽일 듯' 공격해왔지만.

'죽이려고' 공격해온 것이 아니었으니까.


기감을 통해 날 향한 공격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날 노린 공격이 아니다.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기 위한. 수준을 보기 위한, 탐지하기 위한 공격.

그렇기에 나는 눈 하나 깜짝 안 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내게 필요한 건, 태연함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것, 공격한 거로 쳐도 되겠나?”


부들부들 떨던 녀석은 잠시 고개를 숙이는가 싶더니, 돌연 갑자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이어, 쾅- 소리를 내며 머리를 바닥에 쳐박았다.


“요··· 용서해주십시오!”


넘어왔다. 통했다.

이대로 기세를 끌고 가야만 한다.


‘쐐기를 박아야 한다!’


머리가 뿌옇게 되어있을 때 밀고 나가야 한다. 지금 당장은 상대도 당황해서 내 페이스에 말려있지만, 곧 차분히 생각해보면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지 모르니까. 지금 더불어 합리성을 설명해 둬야 한다.


“처음에는 화가 났었다.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버려서.”

“···예?”


녀석은 갑자기 내가 하는 엉뚱한 소리에 놀란 기색이었다.

그런데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나 역시 악마다. 나는 이 학교에 숨어들어서 유희를 즐기고 있었다. 처음부터 아래부터 올라가는 걸 하려고. 그래서 바보인 천재인 척 하나하나 올라가고 있었지.”

“···!”

“그런데 네가 검증해줄 내 친구들을 다 죽여버렸구나. 그래서 화가 나더군.”


놈은 얼굴이 새하얘져서 다시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죄, 죄송합니다!”

“뭐, 됐다. 나는 오히려 감사하고 있는 입장이니.”

“네··· 네?”

“이것도 나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짐을 숨기고 방에 없는 척을 한다, 라. 제법 웃긴 생각 아닌가. 이런 재앙 같은 속에서 그런 재치로 살아 남았다라. 이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 그래서 너를 용서했다.”

“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방금 네가 건방지게 공격한 건에서는 좀 화가 나더구나.”


감사합니다, 하고 일어서려던 놈은 다시금 쾅-하고 바닥에 머리를 깊게 박았다.


“죄, 죄송합니다!”

“그래도 그 와중에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진심으로 공격하지 않은 게 장하긴 하더구나. 그런 것이 센스다. 재능이고. 무릇 오래 살려면 언제나 도망칠 뒷구멍을 남겨놔야지.”

“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잠깐만. 좀 더 생각해보니까 그럼 대충 눈치는 챘었다는 건데. 눈치챘으면서도 감정을 제어 못 해서 덤벼댄 건 좀 더 생각해보니 화나긴 하는구나.”

“죄, 죄송합니다!”


놈의 이마는 죄송합니다, 할 때마다 머리를 쾅쾅 쳐박아서 이미 붉게 물들어있었다.

게다가 처음 첫 죄송합니다를 할 때부터 머리를 쳐박은 터라, 이후에도 계속 박아야 했다. 혹시나 더 약하게 박으면 내가 뭐라 할까 봐 계속 강하게 박는 것 같았다.


“뭐하나? 이제 재미없으니 꺼져라.”

“네··· 네! 즉각 철수하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그대로 놈은 혹여나 내가 다시 붙잡을까 헐레벌떡 뛰쳐나갔다.

빈방에 남은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게 통하네?’


상대가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고수라서 다행이었다.

오히려 어중간한 애였다면 죽었을 것이다.

오러를 숨기는 기술이 뭔지, 얼마나 대단한 건지 그런 걸 아예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막상 안전해지고 나니 다양한 생각이 솟아난다.


“아··· 그래서 왜 습격한 건지 이유를 안 물어봤네. 그건 아쉽네.”


이제 누가 구하러 오겠지.

그때까지 또 진짜 숨어서 살아남은 척 연기해야 한다.

그리고 살아나면 또 얘인 척 연기해야 하고.


“인생이 연기구나······.”





*





“제발··· 제발······.”


피 냄새, 피 냄새, 피 냄새.

그리고 깨끗하고 하얀 복도.

이사야는 복도를 걷고 있었다.


이사야는 자신이 누군가가 정성스레 만든 악의 속에 놓아져 있다고 생각했다.


문을 연다, 문을 연다, 문을 연다.


반기는 것은 목이 잘린 친구들의 시체.

분노하듯 눈을 크게 뜬 채인 친구.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의아한 눈을 뜬 채인 친구.

체념한 채 슬퍼하는 눈인 친구.


어째서 그 눈들에게서 감정이 읽혀지는 걸까.


이사야는 그 하나하나의 눈들을 손으로 감겨주었다.


“흐, 윽, 으흑······.”


이사야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며, 계단을 내려간다.

그러나 몇 걸음을 걷지 못하고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이 계단은 불과 몇 시간 전의 일을 생각나게 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아, 아······.”


자신은 아팠다.

하루종일 고열에 시달렸고, 그래서 일찍 들어와서 잤고,

그래서 마력화재알람 때, 누구보다 빨리 나갈 수 있었고.


이사야는 깨닫는다.


자신이 불이 아니냐고 물었고, 사감 선생님은 그저 고개를 흔들고 내려갔고, 자신은 그래서 언제나처럼, 이제껏 몇 번이고 있어 왔던 마력화재알람의 오작동이라고 생각해서, 회장한테 불 아니라고 전달을···


“싫··· 어, 흑, 으흑······.”


그리고 모두 죽었다.


“나, 때문이야··· 전부 나, 때문에······.”


이사야의 목에 걸린 목걸이는, 그 와중에도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단 하나뿐인 어머니의 유품.

그때와 똑같다.

어머니가 그 목걸이를 풀어, 자신에게 걸어주셨던 그때와.

또 자신만이 살아남았다.

아무 자격이 없는 자신만이.


“왜, 왜 또, 왜··· 흑, 흐윽······.”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던 이사야는 순간 고개를 들었다.


이사야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문 채, 난간을 부여잡으며 힘겹게 계단에서 일어났다.


“확인, 해야 돼······.”


확인해야만 했다.

힘들다고, 고통스럽다고 피해선 안 됐다.

자신은 그럴 자격이 없었다.

모두의 죽음을 직접, 자신의 눈으로 봐야만 했다.

이건 자신의 잘못이니까.

그게 자신의 의무였으니까.


그리고 혹시라도,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까.

그렇다면··· 자신이 치료할 수 있으니까.


한 방, 한 방 열어나갈수록, 이사야의 마음은 갈가리 찢겨나간다.

어제까지 같이 웃고 떠들었던 친구들이, 초점 없는 눈동자를 허공에 흩뿌린다. 그 눈동자가 말하는 것 같다. 왜 그랬냐고, 도대체 왜.

감당할 수 없는 지독한 고통이 이사야의 온몸을 좀먹는다.


“흐, 윽, 으흑······.”


한 방, 한 방, 모든 방을.


“살아, 있어, 줘, 아무나, 제발, 제발······.”


열었다, 열었다, 열었다, 열었다.

확인했다, 확인했다, 확인했다, 확인했다.

이사야는 그 모든 방을 열고 확인했다.


그리고 이사야는 한순간 생경함을 느꼈다.


자신이 열고 들어온 방은, 텅 빈 방이었다.

그것만으로는 이상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빈 방은 이제껏 몇 번이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다른 빈 방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 그 텅 빈 방에는 화장실 밖으로 잘린 머리만이 빼꼼 튀어나와 있었다.


그런데 자신과 마주친 그 눈동자는 움직이고 있었다.

이사야는 심지어 그 눈동자로부터 감정을 느낄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자신에게 퍼뜩 놀란 기색이라는 감정을.


꾸물꾸물-


그리고 심지어 그 생각은 사실인 것 같았다.

꾸물꾸물 움직이는 그 목과 몸은 이어져 있었다.

화장실 쪽에서 상반신만 내민 채 조심스레 기어 나와 앉아있는 한 명.


이사야는 눈이 마주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사야는 무엇이 이상한지 깨달았다.

그 눈은 몇 시간 전의 언젠가, 똑같이 마주쳤던 그 눈이었다.


“아···?”


맞아, 그랬기 때문에 익숙했던 거였어.

그리고 그랬기 때문에 이상했던 거였다.


그 순간 한줄기 찬란히 햇빛이 창밖으로부터 들어왔다.

아침이었다.

곧게 들어온 햇빛은 벽지에, 천장에, 방 곳곳에 반사되어 방을 금방 환하게 물들였다.


그 환한 방의 방바닥에서 머쓱한 듯한 목소리로, 그 아이가 말했다.


“어··· 음··· 안녕?”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어찌할 도리도 없이 이사야의 뺨으로 눈물이 흘렀다.


이사야는 표정도 소리도 없이 눈물만으로 울었다.


텅 빈 방은 너무나도 깨끗하고, 조용했고, 밝았다.

그 이상한 방에서 자신은 서 있었고, 한 명은 화장실 바닥에 누워있었다.


그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이상한 광경에,

너무나도 막대한 안심을 느끼며.


이사야는 그대로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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