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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화 님의 서재입니다.

학생부터 시작하는 천재 소드마스터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소소화
작품등록일 :
2024.03.03 23:06
최근연재일 :
2024.03.29 15:1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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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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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7,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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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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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정급 시험 (6)

DUMMY

순수하다는 것은 반드시 선善하다는 것은 아니다.

악도 순수할 수 있다.


정순하고 깨끗한 오러.

재능있는 사람이, 일생을 바쳐 노력해와야만 얻을 수 있는 색깔이다.


그 순수한 색깔에 뱃속 안 깊은 곳으로부터 분노가 끓어올랐다.


‘요한, 카르토펠······.’


중요한 것은 이거다.

엘카 카르토펠. 그녀는 진마다.

그렇다면, 그녀는 자신의 아들인 요한에게 피를 나눠주었을까?


내 답은 그렇다, 이다.


진마. 최고 등위의 악마.

그들은 오러에 대한 뛰어나고 높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기감으로 읽힌 그의 역대급 재능. 그것은 쉽게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요한이 뛰어난 이유도, 그가 진마여서겠지.’


더불어, 그랜드마스터이자 황제의 수호기사인 에르하르트 딤라이트 경의 제자가 되었다 했다.

온 세상의 축복을 받는 사람일 거다.


아무도 저놈이 악마인 걸 모르는 채로.


나는 그것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혐오스러웠다.


“······.”


오러를 잃은 것이지 오러의 통제력까지 잃은 건 아니었다. 거기에 나의 계界인 고요계의 도움이 컸다. 고요계 특유의 자기 자신을 숨기는 능력이 더해지지 않았다면 분명 이 살기를 들켰을 것이다.

진득하고 끈적한, 이 짙은 살기를.


그때였다.


“···신시님.”


바스락- 하는 소리와 함께 이사야가 다가와 내 손을 부여잡았다.

그 작고 여린 손으로부터 따뜻한 온기가 퍼져나왔다.


“······.”


이사야는 말하지 않았다.

다만, 은빛 머리칼 아래로 같은 은색의 차분한 눈동자가 있다.

그것이 괜찮냐고 내게 묻고 있다.


“······응.”


그제서야 내가 손에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숨을 내쉬자 모든 것들이 조금 더 멀리서 명확하게 보인다.


다이아 컴플렉스는 중앙홀이 천장까지 뚫려있는 구조였다. 높이 설치된 2층의 난간 위로 교수진들과 참관인들이 점점이 모여있었다.

돌연 깨달았다. 아무리 1차 시험이라고는 해도, 왜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와 있는 건지를. 그들은 요한이 오늘 온다는 것을 미리 전달받은 거다.

분명, 언젠가 차대 그랜드마스터가 될 그 모습을.

그리고 곧, 새롭게 최연소 소드마스터가 될 그의 모습을.


‘지금의 나로, 그를 따라잡으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물론 나는 배우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는 엄청난 것이다. 정작 배움은 쉽다.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를 아는 것, 그리고 ‘무엇을’ 배워야 할지 아는 것이 어려울 뿐. 나에게는 그 둘을 구별할 지식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놈과 나 사이에는 절벽과도 같은 커다란 간격이 있다.’


소드엑스퍼트 최하급의 오러를 가진 나.

소드엑스퍼트 최상급의, 소드마스터에 오르기 직전의 그.


자연히 알게 되는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는 것을.


그리고, 나만 그 생각에 빠져있던 것은 아니었다.


“더··· 높아졌어.”


리아나가 멍하니 그를 보며 중얼거렸다.

놀라워해 보이는 듯도 했고, 두려워해 보이는 듯도 했다. 높아졌다는 건 아마 요한의 실력을 말하는 것이겠지.

그랬다. 재능 이전의 문제다. 저 정순한 오러는 진실된 노력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 리아나가 요한을 보며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존경하는 사람, 그리고 미워하는 사람- 이라고.


애증의 관계라는 건가.


“그럼 1차 시험 내용을 공개하겠다.”


피스 교수가 말함과 동시에, 마법부의 알렉세이 수석교수가 손가락을 튕기자 미리 준비되어 있던 마법이 펼쳐졌다.


다이아 컴플렉스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환상세계’.


대마법사 지즈키엘이 에소릴을 지으며 동시에 만든 역작. 환상을 이용한 대 실전용 수련 공간.


화아악!


한순간, 빛무리가 공간에 퍼져나갔고.


- 우와아아.

- 와······.


놀라웠다.

눈을 감았다 뜨니 한순간에, 100개의 팀을 위한 100개의 거대한 타일이 준비되어 있었으니까.


100개. 에소릴의 규모가 확 실감이 났다. 아무리 정급 시험이 중요하고 대형 시험인 1차 시험이라고는 하나 이 정도의 대규모의 마법을 투자하다니.


각 타일의 앞에는 둥근 원탁이 하나 놓여 있었고, 원탁 위에는 버튼이 하나씩 있었다. 그리고 종이 한 장씩이 놓여 있었다.


우리 4명은 그곳으로 다가갔다.

팀 번호 44번이라고 쓰인 종이에는, 1차 시험의 과제가 적혀있었다.


“어? 이게 뭐야?”

“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의아함과 탄식을 담은 소리가 나왔다.

흰 종이에는 팀 번호와 ‘소산 골렘을 최대한 빨리 쓰러뜨려라’라는 한 문장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문제는 하나. 보는 그대로다. 소산 골렘을 가능한 빨리 잡아내는 것. 그게 끝이다.”


피스 교수는 웃고 있었다.


“그리고, 가산점도 하나.”


그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한다.


“실전에 들어가기 전. 거기에 적혀진 질문들에 대답하는 일이지.”


알렉세이 교수가 다시 손짓을 했고, 그와 동시에 종이에 줄줄이 글자들이 올라왔다.

1번부터 10번까지의, 추가적인 질문들이.


“그 모든 답을 대답할 수 있다면,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는 선착순이다. 가장 먼저 맞춘 단 하나의 팀에게는 가산점 20점. 그러나 하나라도 오답을 낸 경우에는 감점 20점을 하겠다. 그러니, 차라리 확실하지 않다면 버튼을 누르지 않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게다가 이것은 어디까지나 본 문제가 아니니.”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모두 다 문제에 달려들었다.

시험이 시작되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감점 20점. 그건 굉장히 크다. 총 3차에 걸쳐 진행되는 정급 시험의 1번을 그냥 날려먹을 정도로. 그래서인지 선착순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당장 누르는 사람은 없었다. 일단 다들 문제를 푸는 것에 집중하려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앞서 누른 다른 사람이 오답을 말해준다면 그것은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이었으니까.


- 그러니까, 여기 이 소문항은···

- 내 생각에는 다른데, 여기는 마력석을 해결하는 관점으로 먼저 접근해야···


그리고, 그 모든 다른 팀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는 와중.

리아나 역시 문제에 몰입하듯 빠져있었다. 머리를 쥐어 싸매기도 하고, 입술을 깨물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몰입에 우리가 끼어들 여지는 조금도 주지 않은 채로. 그 모습은 기도를 구하는 사람처럼 절박해 보였다.


“흠.”


지금이다. 고기를 굽기 위해 불판을 가장 달궈놓은 이때.


“나는 아는데.”


나는 살살 낚싯대를 던졌다.


“마법석의 위치가 정말 거기라고 생각하는 건가 흠······.”


리아나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왔다. 반응이 왔다.

이번에는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허허··· 거기서 해주로 접근한다라···”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반응 안 해?

어어?

참아? 진짜 참아?


물론, 평소의 리아나라면 나를 무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리아나라면 분명히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까의 말도 그렇고, 왜인지 리아나의 시선은 하루종일 요한 쪽에 붙어있다. 마치,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을 정도로.

무엇보다, 내 직감이 여기에서 냄새가 솔솔 난다고 말하고 있다.


“너 뭔데?”


마침내, 리아나가 발끈해서 고개를 들었다.


“뭘, 안다는 건데?”

“나는 답을 알아.”

“그러니까, 네가 도대체 어떻게 안다는 거···”

“나, 이전의 학교에서 이론에선 1등이었으니까. 아무리 특대생이라도 자기만의 한수는 있지 않겠어?”

“···!”


리아나는 잠깐 놀란 눈치였지만, 곧 평정을 되찾고 말한다.


“네가 뭔가 오해를 하나 본데, 정신 차려. 그건 그때의 일이고, 여긴 최고의 명문 에소릴이야.”

“일단 거기. 해주로 접근할지 말지 고민 중인 것 같은데. 그러면 안 돼. 투입될 알짜 마력의 양을 고려해야지.”

“···!”


나는 리아나가 가장 가려워하고 있는 부위를 정확히 긁어주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꽤나 놀랐을 것이다.

어쩌면 당연했다. 지난 일주일, 대련뿐이 아니라 모든 수업에서 나는 리아나와 함께했었고, 그 이론 수업들에서 나는 한 번도 내 의견을 밝힌 적이 없었으니까.


낙자일과 이사야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우리 둘을 구경하고 있었다. 혹시나 또 우리 둘 사이 싸움이 날까 노심초사하다가 분위기가 바뀌자 어리둥절한 것 같았다.


“알려줄게. 대신 네가 해줘야 할 게 2가지 있어.”


하지만 공짜로 알려줄 생각은 없다.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갈 때가 다르다고, 뽑아낼 수 있는 건 뽑아낼 수 있을 때 최대한 끝까지 뽑아내야 하는 법.


주위의 팀들도 하나둘씩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리아나도 슬슬 애가 탈 것이다.


“···신시. 우리는 같은 팀이야. 답을 알고 있다면 빨리 말해. 어차피 이기면 서로 좋은 거잖아.”

“아니지.”


까딱까딱.

나는 손가락을 들어 가로저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줘패고 싶게 얄미워 보이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래서 많이 줘팸 당했던 것도 맞고.

얼마나 맞았는지 ‘셀리타’라는 단어만 들어도 몸에 경련이 인다.


“계산을 그렇게 띄엄띄엄하면 어떻게 해? 서로에게 그 가치가 다른데.”

“갑자기 무슨···”

“이기고 싶어? 요한.”

“···!”


주도권을 내가 가져가야 한다.


“···뭐?”


리아나는 그 하늘색 눈동자를 크게 했다. 내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올 줄 몰랐던 것 같았다.

나는 그 찰나의 동요를 놓치지 않았다.


“되게 집착하는 것처럼 보여서.”

“···!”


훤했다.


저 요한 카르토펠의 모습은 예전의 내 모습과 너무 닮았으니까.


나는 리아나 같은 애를 잘 안다.

오히려 실력이 부족한 아래 애들은, 요한 같은 애를 보고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선망하고 존경해버리면 끝이다.

그러나 그 밑의 2등과 3등 같은 사람들은?

1등에 닿고 싶어 발악한다.

잡힐 듯 안 잡히는 그 감각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다.


‘아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왜 안 되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미칠 정도로 절박하게.

간절히 기도하듯 처절하게.


“···읏.”


나는 그 생리를 잘 알고 있었다.

리아나는 당혹감과 분노가 섞인 얼굴로 나를 보며 말했다.


“네가, 어떻게, 그걸,”

“뻔하지. 에소릴 이전 직속 산하 교육기관인 엘리시엘. 어릴 적부터 조기교육 받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며. 명문 중의 명문만 입학할 수 있다는 그곳에서부터 너는 계속 요한을 보아왔겠지. 그리고, 아무리 애쓰고 발악해도 절대 이기지 못했겠지.”

“···!”

“그런데 나는 알아. 이기는 법을.”


진한 하늘색의 눈동자가 나를 노려본다.

한 단어, 한 단어 끊어 씹듯이 그녀가 말한다.


“원하는 게, 뭐야.”

“간단해. 하나. 정급 시험을 치는 동안 내 명령을 잘 들어줄 것.”

“······.”

“둘. 앞으로 내 수련을 도울 것. 대련을 같이 해주면 돼. 정성스레. 통어를 위해서이기도 해. 서로에게 좋을 거라 생각하는데.”

“내가 왜 너의 수련을···”


삐이익-!


그 순간 나는 버튼을 눌렀다.

소리가 난 그 순간, 곧바로 대강당의 모두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향했다.


“······!”


리아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너 미쳤어?”

“응?”

“너, 너 미쳤냐고! 그걸 왜 눌러!”

“질질 끈다고 수가 생기나.”

“뭔 헛소리야! 그래도 같이 얘기하고 생각을 해봐야 할 거 아니야!”


피스 교수와 알렉세이 교수.

그 두 교수님들이 순식간에 우리 앞에 도착했다.

리아나는 서둘러 말했다.


“잘못··· 잘못 누른 것 같아요.”

“아뇨. 제대로 누른 것이 맞습니다, 교수님.”

“너 진짜···!”


정말로. 요한이라는 사람의 존재가. 리아나에게 있어선 정말 큰 의미를 가지는 모양이었다.

그런 거짓말을 하게 만들 정도로.


피스 교수가 손을 들어 리아나를 멈추게 했다.

그리고 천천히 나를 보며 말했다.


“신시. 정말 대답을 하려고 누른 건가.”

“네.”

“···여기서 오답을 말하면 -20점이다. A+를 받아야 할 점수가 A-까지 2단계가 떨어질 수 있다. 잘 생각해라. 정급 시험이 잘못되면, 그래서 B2여야 하는 등급이 C1을 받게 되면 몇 년을 고생한다. 에소릴의 학업 자체가 이 등급을 올리려 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너뿐만 아니라 같이 묶인 팀까지 피해를 볼지도 모른다. 게다가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른 팀의 답을 듣지도 못했는데, 그래도 지금 대답을 하겠다는 건가?”

“네.”


왜냐하면, 이것만큼은 내가 자신 있는 분야였으니까.

나는, 대외지 성물수탐단 부단장의 옆에서, 2인자로서, 오른팔로서, 수많은 실전경험을 해왔으니까. 내게는 누구보다 생생하고 높은, 축적된 정보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직감이 있었으니까.


피스 교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좋다.”


다이아 컴플렉스의 거대한 중앙홀.

모두의 시선이 우리 팀에게로 향해있었다.

약속된 실패에 대한 기대감을 품은 채로.


“왜 저 골렘의 이름이 하필 ‘소산’ 골렘인 건가?”

“흩어져 사라진다는 뜻의 ‘소산’을 써서 그렇습니다. 골렘을 움직이는 ‘핵’, 즉 마력석을 부수면 일제히 온몸의 원소가 산산이 부서져 사라진다 하여 붙은 이름이죠.”


그건 우리 팀도 마찬가지다.

낙자일의 얼굴에는 안절부절함이 있었고, 리아나의 얼굴에는 의심과 동시에 절박함이 있었다.


“소산 골렘의 특징을, 왜 산산이 부서지는 건지를 설명해봐라.”

“말 그대로 제약입니다. 심장과도 같은 마력석을 공격당할 경우 산산이 부서진다. 그 제약을 넣어서 나머지 부분의 강도를 높인 겁니다.”


그러나 단 한 명.

그중, 이사야의 시선은 달랐다.

마치 믿고 있다는 듯, 차분하게 바라봐주고 있는 은색의 눈동자. 그 선함과 올곧음이 담긴 두 눈.


“왜 하필 환상을 통해 소산골렘을 냈을까.”

“일단, 환상세계와 현실이 대응되기 쉬운 주제입니다. 한 번 공격 당하면 사라지는 것은 환상세계에서 구현한 마물들의 특징입니다. 그것이 현실의 소산골렘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마법을 대비하는 경우가 적을 뿐더러, 마법사가 조종하는 골렘 같은 건 더더욱 안 나오니까요. 애초에 보통 마법 문제는 안 나옵니다. 물론 마법과 신성력은 삶에서 중요하죠. 삶에는 오러 같은 건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전투로 들어가면 다릅니다. 철저히 마법과 신성력은 보조가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실전 문제라고 하면 마물이나 악마를 상정한 대전이 시험으로 나오는 거고요.”


적당히는 안 된다, 적당히는.

조금의 의심조차 하지 못하도록, 압도적이어야 한다.

너무 말이 안 되니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그렇다면 마법 ‘공격’에 관한 문제를 내지 않은 이유는 뭔가.”

“마법 공격은 그것이 아무리 강력하고 수준 높은 것이라 할지라도 기사가 휘두른 검격 한방에 사라져버립니다. 마나는 오러에 잘려나가 버리니까요. 반대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호신강기를 두르면 대부분의 마법에게 안전하다는 이유로, 마법은 멸시받습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내 대답을 믿지 않았다.

당연했다. 입학식도 지나서 뒤늦게 들어온 특대생. 재능 없고 노력도 안 했을 소드엑스퍼트 최하위인 나였으니까.

하지만 내 대답에 이어 질문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고, 내 답이 정답인 것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이렇게 예외적인 마법에 치우친 문제를 낸 이유는?”

“실전도 이러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까요. 저희는 마법을 너무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하죠. 악마의 주 무기는 마법이 아니니까요. 악마는 오러를 다루는 능력이 인간보다 좋습니다. 그러나 마법을 다루는 능력은 인간보다 약합니다. 마법은 교류와 배움과 지식을 필요로 하며, 따라서 폐쇄적인 악마에게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배우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악마는 자기들만의 타고나는 재능, ‘혈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고요. 그러니 마법을 익히느니 그 시간에 차라리 혈능을 익히는 것이 이치에 맞습니다. 따라서 악마 마법사가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은 늘 인간 쪽의 마법사가 더 강하기 마련이죠.”


정적.

어느새 대연무장의 400명은, 그리고 2층의 교수진들과 참관인들 모두 역시 조용해진 채였다. 고요가 짓누르고 있었다. 나와 피스 교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올 때 외에는.


‘도대체 어떻게···!’


모두의 얼굴에는 그런 뜻이 담긴 경악이 있었다.


내게 질문하는 피스 교수의 얼굴에도 역시 당혹감이 올라 있었다.


“너는 마법이 우리가 더 강하다고 했다. 그러나 골렘은 어쨌든 마법으로 엮어진 구조물 아닌가. 어떻게, 한방에 ‘해주’는 안 되는가?”


해주.

말 그대로 주문을 해제하는 것.

골렘은 어쨌든 마법으로 얼기설기 엮인 고급 원소 덩이의 집합체다. 그 마력 구조식을 이해하고 해체할 수만 있다면 한 번에 저 거체를 무너뜨리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

그러나.


“안 됩니다.”

“···!”


나는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골렘을 짠 원주인의 마력보다 더 높은 마력을 가져야 한방에 해주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저 소산골렘을 구성하는 마력 구조식을 짜신 것은 마력 높기로 유명하신 알렉세이 수석교수님이십니다. 물론 100개를 짜시느라 깊은 마력을 담지는 못하셨겠지만, 그래도 저희 B2~C2 수준에서 저걸 해주하려면 30분은 걸릴 겁니다. 애초에 그 의도로 짜여진 문제가 아닙니다.”


그 뒤로도 몇 번이고 같은 것이 이어졌다.

질문. 질문. 질문.

나는 그 모든 것들에 답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묻겠다.”


그리고 끝이 와있었다.


“왜 소산골렘을 ‘최대한 빨리’ 쓰러뜨리라고 한 거지?”


이전까지는 다 내용을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이건 본질적인, 시험의 의도를 묻는 질문이다.


이전까지의 질문들을 지나쳐왔다는 뜻은, 전부 정답이었다는 뜻. 그것들은 정답이 있는 문제들이었다.

이 문제만 맞추면 끝이다.

하지만 ‘왜’에 이유가, 정답이 있는가?


있었다.

그것은 피스 교수가 시작과 동시에 말했던 것이었다.


실전.


“피스 교수님께서는 이번 정급 시험의 전체 테마가 ‘실전’이라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실전에서 마법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법사는 어떻게 해야 기사를 이길 수 있는가? 마법이 막힌다면, 편법을 쓰면 됩니다. 시간과 돈이 많다면 좋은 원소를 구하고 이를 엮으면 됩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골렘입니다. 골렘은 보통 문을 막거나 무엇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집니다. 때로는, 시간을 끌고 적을 붙잡아 두기 위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나에게는 시간이 없다.

과거의 나는 천재였다.

그리고 나는 거의 모든 재능을 잃은 채 다시 이곳에 왔다.


“골렘은 늘 시간을 끌기 위해 만들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쓰러뜨리는 것이 문제인 것입니다.”


성검이 왜 나를 굳이 이 시점에, 이 몸에 나를 보냈는지.

악마가 어디까지 침투해있을지는 모른다.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도 나는 모른다.

단지, 내가 가진 모든 걸 쓰겠다.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겠다.


“대략 이러한 이유가··· 마법에 대한 방비를 우리가 심하게 하지 않는 이유이며, 또한. 오늘 1차시험의 주제가 정해진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고요.

나를 향하는 수많은 시선들을 온몸으로 받았다.

당혹. 시기. 질투. 경쟁심······.


사실 익숙했다.


“팀 번호 44번.”


이건, 내가 전생에서 천재라 불리며 계속 겪어왔던 풍경이었으니까.


“······가산점 2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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