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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화 님의 서재입니다.

학생부터 시작하는 천재 소드마스터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소소화
작품등록일 :
2024.03.03 23:06
최근연재일 :
2024.03.29 15:1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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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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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
글자수 :
207,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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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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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정급 시험 (1)

DUMMY

그랜드마스터. 그 이름의 가치는 크다.

현인이라고도 불리는, 기사라면 누구라도 도달하길 원하는 경지.


‘따갑네.’


나는 지금 그 이름의 무게를 몸소 체감하고 있었다.

400명 모두가 모여있는 공간의, 내게 쏟아지는 시선을 받으며.


나에 대한 첫 시선이 낙하산으로 들어온 무능력자에 대한 혐오였다면, 지금은 증오다. 모르는 사람을 증오할 수 있는가. 가능하다, 자신의 것을 빼앗는다면.

그것은 사람의 습성이다. 더구나 자신이 인정할 수 없는, 자신보다 모자르다 생각하는 자에게 뺏겼다면 더더욱.


- 쟤가 걔야?

- 응, 그런데 소드엑스퍼트 최하급이 입학이 돼?

- 보나 마나 뒷배로 들어왔겠지.

- 혹시, 그럼 어제의 그 일도?

- 에이, 설마······.


어제의 일을 본 것은 기사부 뿐이나, 나와 리아나 다이브비체가 카 교수에게 배우게 되었다는 소문은 하루 만에 다 퍼진 듯했다.

지금 당장만 봐도, 삼삼오오 나를 보며 수군대고 있었다.


웃긴 것은 그 대우가 천지차이라는 것이다.


리아나에게는 아이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여러 가지를 물었다. 정말 축하한다, 정식으로 배우게 된 거냐, 무섭지도 않았냐, 어떻게 교수님 마음을 돌린 거냐, 등. 많은 축하를 건넸다. 리아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전부 유서 깊은 내지의 귀족집 자제들이다. 서로 어려서부터 친분을 나누었겠지. 내지의, 그들만의 인맥 속에서 말이다.


근본 없는 외지의 고아 출신이었던 나는, 과거에 그것을 지겹도록 보아왔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느샌가 내 옆에 와있던 낙자일이 말했다.


“결국 결과로 보여주면 됩니다. 사람들은 결과로 판단하니까요.”


그 말대로였다. 나는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대신 어젯밤의 수련을 생각하고 있었다.

에소릴의 기숙사는 그 규모가 장대하다. 어젯밤 이사야를 데려다준 후, 나는 기숙사로 돌아와 지하의 연무장을 이용해 수련했다.

에소릴은 마나의 밀도가 높고 정순하다. 그 퍼져있는 상급의 마나를 오러로 바꾸어 체내에 차곡차곡 저장하기가 좋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수련에 몰두했다.


이 몸으로 온 뒤, 이시리엘 백작가에서부터 꾸준히 수련해온 한 가지 기술을.


지금 나는 오러의 수준이 굉장히 낮다.

그리고 그것은 당장 빨리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다. 과거의 내 몸이라면 모를까, 이 쓰레기 같은 몸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한 가지 기술을 이 몸에 체득시키게 하는 것에 주력했다. 일단 눈앞에 닥칠 과제들을 처리해야 하니까.


‘월류.’


넘쳐 흐른다는 뜻을 가진 기술.

나의 부족한 오러를 순간이나마 증폭할 수 있는 기술.

물론 완벽하게 복구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 쿠과과!


내 검에, 지금의 나로서 가능할 리가 없는 강렬한 검기가 맺혔다.


그래도 10초.

검의 한 합을 나눌 정도의 시간.

그 시간 내에서라면 소드엑스퍼트 중급 정도의 오러로 운신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뒤에는 탈진하여 잠시 오러를 사용 불가한 상태가 될 거다. 그러니 조심해서 사용해야함은 확실하다.


“그런데 들으셨습니까? 이번 테스트는 팀으로 하게 된다던데요.”

“뭐?”


그제서야 상념에서 깨어난 나에게, 지금의 풍경이 더욱 일목요연하게 눈에 들어온다. 각자 얘기를 나누며 서로의 정보를 모으는데 여념이 없는 아이들. 나는 단순히 서로 얘기하는 거라 생각했었다.


그게 아니었다고?

과거엔 분명 철저히 개인 평가였었는데?


“그게 언제부터 그랬지?”

“대략 5년 전부터라 들었습니다. 한 달간의 정급 시험은 개인전과 팀전의 결과로 정해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5년 전부터면 당연히 나는 모른다.


“하아······.”


나의 한숨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교수가 들어왔다.


피스 교수.

나는 그를 알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없어 늘 대머리로 다녔던 것이 인상적이었던 사람이었다.

아마 혼자 들어온 것을 보니, 올해의 입학처장을 맡은 모양이었다. 입학처장은 제법 높은 지위다. 통상적으로, 이후 학장으로 이어지는 루트를 탄다는 점에서 말이다.


피스 교수님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말했다.


“조용.”


드넓은 대강당과 400여명의 학생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두가 본능적으로 앞으로의 한 달간의 시험에 대한 것을 말하려 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정급 시험’.

에소릴의 학생들은 학년 이전에 등급으로서 구분된다.

이 등급은 에소릴 내에서, 그리고 외부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객관적이고 권위 있는 지표로써 사용된다.

등급에는 A1, A2, B1, B2, C1, C2의 여섯 등급이 있었다.

기사로서 설명하면, A1, A2는 소드마스터가 아닌 이상 사실상 받을 수 없는 등급이며, 소드엑스퍼트인 우리는 사실상 아래의 4개의 단계에서 논다고 보면 되었다.


에소릴에 입학한 순간 모두는 기본적으로 C2를 부여받는다. C2만 해도 외부에서는 극진히 대우받는 높은 등급이나, 에소릴에서는 다들 벗어나고 싶어하는 등급이다.

졸업할 때까지 B2조차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수두룩 빽빽하다. 그것이 일반적이다.


즉, ‘급’을 한 등급 올리기 위해선 지난한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가장 처음, 한 달간의 짧은 시험을 통해 정해지는 정급 시험에 다들 목매는 것이다.기왕지사 높은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으니까.

신입생의 정급 시험으로 수여되는 ‘급’은, C2가 대부분, C1이 조금, 그리고 아주 극소수만이 B2를 받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렇기에 나에게 이 시험은 중요했다.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오직 에소릴의 학생들에게만 주어지는 ‘영단’.

체내의 오러의 양을 늘려주는 기적적인 약물.

지금의 나는 절박하게 그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영단을 받기 위해선··· 정급 시험에서의 B급을 필연적으로 필요로 했다.


‘가능할까, 그것이.’


피스 교수가 말했다.


“모두 알고 있겠지만, 팀이라는 것은 전통적 예언의 가치를 지닌다.”


인류는 4대 성물 중 1개를 찾아냈다.

악마가 들어오지 못하는 장막을 만들고, 섬도시의 크리스탈과 내지의 크리스탈 사이 신성력을 연결하는 기적을 가진 성막 ‘축복받은 화이트비’.


“정급 시험은 간단하다. 출석과 수업의 평가가 20%. 팀 시험으로 이뤄지는 1차 평가와 2차 평가가 각 30%씩 있고, 그리고 마지막의 최종 평가인 3차 평가는 20%로 기사부, 마법부, 신성부 각각의 개인 시험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총 평가가 마무리된다.”


그리고 또한 화이트비는 예언의 힘을 가진다.

예언은 절대적이나 동시에 모호하다.

그 전통적 예언 중 하나가 바로 기사 둘에 마법사 하나, 성직자 하나라는 구조다. 이 구조를 지켜 밖으로 나갈 때 성물을 찾고 악마를 베어낼 수 있을 거라고, 화이트비는 말했다.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이제 전쟁에서, 숫자는 큰 의미가 없으니까.

진마나 그랜드마스터처럼, 단 한 명으로 일반인 수백, 수천 명을 쓸어버릴 수 있는, 그런 속칭 ‘비대칭 전력’의 힘이 너무나도 강력하니까.


“지금부터 30분. 그 안에 어떻게 해서든 팀을 구성해라. 실제 상황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이보다 더한 상황에 놓이는 것도 부지기수니. 이것 또한 시험의 일부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보도록.”


탓- 하는 소리와 함께 교수가 손가락을 튕기자 시험이 시작됐다.


대강당의 높은 천장 위로 마력의 구체가 떠오른 것이다.

그 구체 위로 떠오른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00:30:00]

[00:29:59]

[00:29:58]

···


그와 동시에, 수많은 학생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면, 멀뚱히 서 있는 낙자일과 내 곁으론 개미 새끼 하나 다가오지 않았다.


삐쩍 마르고 호리호리한 체형의, 음울해 보이는 인상의 나. 아무리 기사는 오러를 써서 근육이나 몸의 중요성이 덜하다고는 해도 끌리지는 않겠지.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곰을 닮은 인상의 낙자일. 아무리 마법사는 머리와 마나 감응성이 중요하지 몸은 좋든 안 좋든 상관이 없다고 해도 끌리지는 않겠지.


아무도 안 오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넌 뭐니.”


내가 물어보자 낙자일이 어색한 얼굴로 웃으면서 말한다.


“같이 하고 싶어서요. 게다가 저번에 말씀드렸듯이, 저 때문에 인식도 안 좋아지셨고 하니.”


물론 나는 가진 것이 하나 없는 상황, 하지만 아무거나 덥석 무는 것은 좋지 않다. 그것은 자신의 가치를 깎아 먹는 일이다.

뭐든 첫인상이 중요하다. 처음의 기세를 누가 잡고 가느냐가 이후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쉽게 말해, 좀 튕겨야 한다는 뜻이다.


“뭐··· 그런데 그게 같이하고 싶다고 그렇게 쉽게 같이가 되나. 자기도 소개하고 좀 그래야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뒷짐을 진 채 낙자일에게서 몸을 돌렸다.

한껏 관심 없는 척을 하기 위해서였다.


“어어, 저, 그래도 엘리시엘에서 마력 정급 B급을 받긴 했습니다.”


B급!

그것은 주위의 마력에 의존하여 끌어쓰는 수준을 탈피하여 스스로 마력회로의 구축이 가능한 등급을 말한다.

참고로 B2가 아마 리아나 다이브비체가 속하고 있을 등급이니, 물론 기사부와 마법부의 급이 정비례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고려해도 엄청난 마법사인 셈이다.


게다가.

까먹고 있었는데, 얘는 명문 엘리시엘 출신이었다.

엘리시엘, 에소릴 직속 산하 교육기관. 엘리트 중의 엘리트만 다니는, 에소릴 입학 프리패스를 받을 수 있는 학교.


역시 마법사는 정신병이 있을수록 실력이 높다는 말이 사실이었나?


낙자일이 내 뒤에서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저··· 괜찮습니까?”


나는 자연스럽게 몸을 돌리며 손을 내밀었다.

얼굴에 뻔뻔한 철판을 두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이지. 사실 처음부터 너랑 하려고 생각 중이었어. 잘 부탁한다, 낙자일.”


낙자일이 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



같은 팀이 된 지 고작 몇 분 만에 나는 후회가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제가 2년 전 엘레시스에 있을 때 말입니다······.”


이 녀석, 말이 진짜 뒤지게 많다.


“···그런데 사실 저도 마냥 순수한 이유는 아닙니다. 듣자 하니 그랜드마스터 ‘카’께 지도교수로 가르침을 받게 되셨다면서요. 그분이 워낙 괴짜로 이름 높으시긴 하지만, 신시님을 뽑으신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나름의 계산이 있어 붙은 것이니,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그리고···”


그래, 뭔가 이상했었다.

B급 정도 되는 실력자면 다들 눈독 들여야 할 텐데 이렇게 쉽게 같은 팀이 된 게 이상하긴 했어······.


“···아무튼 그렇게 해서 제가 괴짜로 이름이 좀 높아졌습니다. 하하. 아, 그래서 말인데 저번에 말한 사업 있잖습니까. 아무래도 더욱 확장을 하려면 개인별 요구되는 영양성분이 다르다 보니 일단 개인에 대한 필요 영양을 분석을 해줄 분석기의 필요성이 먼저···”


나는 귀를 닫은 채 천장의 구체를 보았다.


시간이 줄어있었다.

남은 시간은 20분.

다들 절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절박함 속에서도 서열은 있다. 저기 느긋하게 움직이고 있는 백밀 덴버처럼. 회색 머리의 백밀 뒤로는 이미 추종자들을 여럿 거느린 채다. 저것이 실력 있는 엘리트의 삶이겠지.


또한, 이사야의 주위에도 역시 사람이 많이 모여있었다.

그도 그럴 거다. 나는 이름을 숨기고 들어왔지만, 이사야는 ‘이시리엘’ 이라는 성을 가지고 왔다. 극동 최대의 섬도시 세라피움의 영주인 이시리엘 백작의 이름을 모를 사람은 거의 없겠지.


게다가.

그때 사고 당시 혼자 살아남았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신성력을 가진 이사야다. 당연히 애들이 모여들겠지.

그 모습을 보니 나름 뿌듯했다.

잘 자란 딸아이를 보면 이런 기분일까. 딸아이가 학교에서 잘하고 있는 걸 보면 이런 기분일까.

이사야는 얼굴이 빨개진 채 한명 한명을 상대하고 있었다.

하긴, 이사야가 예의가 바르긴 해도 사교성이 있거나 뭐 유들유들한 성격은 아니다. 정직한 애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할 거다.


- 죄······ 저··· ···미 ······있··· 요···!


뭐라 하는지는 멀어서 잘 들리진 않았지만. 하여튼.


그때.


“이게 누구신가. 그 유명한 신시 아니신가. 소드엑스퍼트 최하위이신.”


문득 들려온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하트레 하시크였다.

그가 킬킬대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뭐, 카 교수님께 잠깐 배우게 돼서 기쁜 건 알겠는데. 서둘러야 할걸?”


나보고는 서두르라 하면서 길을 막고 있다.

모순적이었다.


“그런데 정작 너랑 팀을 할 애가 있을까 싶긴 하네. 그 옆에처럼, 뇌가 근육으로 찬 마법사 같은 정신 나간 애가 아니라면 말이야.”


- 뇌에는 원래 근육이 없는데······.

옆에서 낙자일이 소심하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하트레. 시간이 많이 남나 봐?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움직여도 모자를 텐데.”

“그건 너에게나 그렇겠지. 나는 이미 2명을 구해서. 한 명만 더 구하면 되거든?”


그 말대로였다. 하트레는 이미 그 옆에 동료들을 2명 둔 채였다.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기감으로 느끼기엔 뛰어나 보였다. 나름.


“그래. 잘해봐, 하트레. 난 그럼 갈게.”


그렇게 지나가려 하는 순간이었다.


- 쾅.


“난 너 같은 놈들을 잘 알아. 상인이면서. 응? 많은 돈을 발전기금이랍시고 퍼부어서. ‘기여입학’이란 이름으로 특대생으로 들어오는 애들. 모를 것 같아?”


내 건조한 태도에 화가 났는지. 그가 벽을 쾅 치며 말했다.

낙자일은 당황한 모양새였다. 내 조금 뒤에 서서, 그 거구를 제어하지 못하는 채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하트레.”

“오. 이제 좀 대화할 생각이 들었나?”

“좀 닥쳐.”

“···!”


멍해져 있는 하트레를 지나쳐 원래 가려던 곳으로 걸어가려는데, 돌연 하트레가 내 어깨를 쥐어 잡았다.

그 순간 무언가 간신히 부여잡고 있던 줄 하나가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컥···!”


나는 한 손으로 놈의 목을 그러쥐었다.

혈도를 짚는 수많은 체술 중 하나다. 놈은 아마 지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이··· 익··· 무슨··· 놓악···!”

“괴롭지?”

“···소리 말고 놓으락···!”

“오러 써봐.”

“···!”

“써서 나 혼내줘 봐. 그러면 될 거 아닌가.”

“미친··· 놈이··· 이 놈···”

“못하겠지? 못하지 당연히.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대놓고 쓰면 큰일이 나버리는데. 에소릴의 학생이, 같은 학생에게 오러를 써서 위해를 입혀버리면.”

“···!”


놈의 얼굴은 과수원의 잘 익은 사과마냥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실제로 그랬다. 오러는 감지된다. 에소릴의 학생끼리 오러를 사용해서 위해를 입히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있었다.

하트레는 내 손에 매달린 채, 내 손목을 쥐고 버둥버둥거리고 있었다. 놈은 대체 내 몸의 어디에서 이런 힘이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되는 듯한 표정이었다.


“빨리, 이거 놓, 악···!”

“싫어.”

“끄욱, 억, 억, 왜, 왜···!”

“용서를 빌어라. 그러면 놓아줄 테니.”

“미···악, 켁, 잘못했···”


-툭


나는 놈의 목을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하트레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자신의 목덜미를 매만지며 신음했다. 충격일 거다. 기사로서 이런 폭력을 당해본 적이 없었겠지.


“흐억, 컥, 끄억······”


나는 그런 그에게서 눈을 돌렸다.


뒤를 돌아보니, 낙자일은 자신의 거구로 이 일련의 과정이 보이지 않도록 가드를 치고 있었다.


출렁출렁~

낙자일의 뱃살이 흔들리고 있었다.

온몸이 근육질인데 뱃살은 조금 튀어나와있었다.


“···하.”


그 어이없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형님, 저 잘했습니까?”

“···그래. 근데 형님이라 하지 마라.”



*



우리는 그 뒤로 한참을 방황했다.

낙자일과 나를 받아주는 팀은 없었다. 아마 내 인식이 낙하산특대생쓰레기무능력소드엑스퍼트최하급으로 박혀 있는 게 원인인 것 같았다.


낙자일은 연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형님. 죄송합니다. 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니. 굳이 말하자면 나 때문이지.”


결국, 나는 플랜B를 택하기로 했다.

염치불구하고, 이사야에게 찾아가는 것이다. 이른바 정을 호소하는 거지.


그런데 이사야가 아까의 그 자리에 없었다.


“...?”


그 잠깐 사이에 어디 간 거냐.


하긴. 나와 한다는 보장은 없었지.

미리 같이 하자고 약속을 했던 것도 아니고.


“어···?”


어, 그럼 벌써 그사이에 팀을 이룬 건가···?


그럼 다음 플랜은 없는데?

플랜이 없다···

플랜이 없으면···

팀을 못 만든다는 건데?


그럼 안 되는데···?


그때였다.


꾹꾹-


무언가 뒤에서 옷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신시님.”


불퉁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미묘하게 웃는 표정인 것 같기도 했다.


“···진짜 너무하세요.”

“왜.”

“제가 시달리고 시달리고 또 시달릴 동안 어떻게 아직까지도 안 오실 수가 있어요.”

“음.”

“‘절친한 친구’잖아요. 그렇게 모르는 척 의뭉 떠시는 게 더 나빠요.”


나는 어쩐지 이사야에게 꼼짝 못한다.

어떻게 보면 얘에게 죄를 지었으니까.


사실은, 어젯밤에 길을 잃은 이사야를 데려다주며 우리는 얘기했다.

서로 도와줄 일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기로.


그래도 이게 팀까지 같은 팀을 하자는 말인 줄은 몰랐는데.

이사야는 진짜 천사인가?

나 같은 무능력자랑 같이 팀 해도 되는 거야?

진짜 감동이라고···


내 옆의 낙자일은 이게 도통 어떻게 된 건지 의아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기다려!”


뒤쪽으로 하트레의 얼굴이 보였다. 아마 이사야를 따라온 듯싶었다.

아직이라도 늦지 않았고,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았다.


‘와, 독하다 독해.’


아까의 그 일을 겪고도 또 올 수 있다고?

달려온 그는 웃으면서 이사야에게 말을 건넸다.


“잠깐만. 아무래도 이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데. 이쪽은 소드엑스퍼트 상급에, 또···”

“죄송합니다.”


이사야가 하트레 말을 끊고, 두 손을 모아 배꼽 인사를 했다.

이사야로부터 처음 들어보는 것 같은 차가운 음성이었다.


“신경 써주신 점은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랑 같이하기로 했어요.”

“아니, 아직 너 잘 모르고 있어. 얘는···”

“다들 말씀하시는 걸 들었어요. 낙하산, 특대생, 무능력이라고요. 하지만 세간의 평가가 어떻든 신시님은 보란 듯이 그랜드마스터 카 교수님께 재능있다 인정받으셨죠. 그리고 그 이전에 저는 신시님께 도움받은 것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신시님이랑 같이해야 할 것 같습니다.”


흡사 단호박처럼 단호한 태도.

하트레는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작금의 상황에 놀란 것 같았다.

그런데 나도 놀랐다. 이사야가 이렇게까지 생각해주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솔직히, 마음이 좀 간질간질해졌다.

누군가가 나를 믿어준다는 감각이 이렇게 각별한 것인지, 미처 몰랐다.

이사야는 나를 정말로 ‘유일한 친구’라고 생각해주고 있었던 거다.


“아니, 어? 왜? 들어봐. 그거 착각이야. 너까지 들어간다고 해도, 마법사랑 성직자까진 어떻게 된다고 해도, 절대 페어인 기사를 구할 수 없을 거라고. 누가 이런 소드엑스퍼트 최하위랑 페어를 하고 싶어 하겠어?”


4명으로 구성되는 팀.

그중 2명의 기사는 ‘페어’라고 불린다.

같이 호흡을 맞추며, 전위를 맡아야 하기에 부담이 크고, 서로 신뢰를 구축해나가야 하는 페어.


아마 쉽게 못 구하는 것이 맞았을 것이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그러나 나는, 다행히 그 부분에서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해가 안 되네.”


여자치곤 살짝 낮은, 서늘하고 허스키한 목소리.


하얀 무복을 입은 채, 팔짱을 낀 채로 한 소녀가 걸어왔다.


한 발짝, 한 발짝-


“···어?”


그 모습에, 누군가가 얼빠진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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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에소릴 (1) +1 24.03.08 243 8 22쪽
7 이사야 (4) +1 24.03.07 252 11 17쪽
6 이사야 (3) +2 24.03.06 280 10 19쪽
5 이사야 (2) +3 24.03.05 302 8 12쪽
4 이사야 (1) +1 24.03.04 377 12 16쪽
3 기감 (2) +2 24.03.03 485 12 16쪽
2 기감 (1) +1 24.03.03 660 15 22쪽
1 나는 천재였다. +4 24.03.03 1,069 2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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