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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화 님의 서재입니다.

학생부터 시작하는 천재 소드마스터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소소화
작품등록일 :
2024.03.03 23:06
최근연재일 :
2024.03.29 15:1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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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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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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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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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화이트 크리스탈 (5)

DUMMY

“왔나?”


저 아래에 위치한 놈이 말했다.


성곽 위.


아까와 달리, 이제는 그 많던 사람들이 없었다.


나와 리아나 둘, 그리고 성벽 안에 숨어있는 경비병들을 제외한다면.

그들조차도 이런 실제상황은 처음이겠지.


“왔다.”


타박-


오러를 이용한 경공.

리아나와 나는 사뿐히 바닥에 도달했다.


우리는 천천히 성막의 경계 끝까지 걸어갔다.


푸르고 투명한 한 겹의 막.

이 막을 넘어가면 우리를 지켜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얇은 면 하나를 두고, 공기층이 선명히 분리되어 있다.


“인질은?”

“가져가.”


놈이 줄을 당기자 허리부터 팔까지 같이 묶인 사람들이 대롱대롱 딸려온다. 모두 잔뜩 겁에 질린 상태다. 몇몇은 이미 바지 앞섶이 축축하다. 오줌을 지린 것이다.


“단, 너희는 더 내게 가까이 와야 해. 그리고 인질과 교환되는 동안 너희는 조금도 움직여선 안 될 것인즉.”


우리는 성막을 넘어, 놈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더.”


우리는 놈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좀 더.”


우리는 놈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나?”

“아니, 더.”


걷고, 걷고, 걷고.

이제 놈과 우리 사이의 거리가, 우리와 성막 사이의 거리와 같을 지경이 되었다.

놈이 우리에게 계속 가까이 올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했다.


우리가 너무 성막에 붙어있으면 인질만 받고 도망칠지도 모르니까.


지금 놈이 요구한 이 거리는 확실했다.

상대는 우리보다 실력적으로 뛰어나다. 인질이 들어간 걸 확인한 뒤 도망친다고 해도 이 거리에서 우리가 등을 보이며 성막까지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자, 그럼 인질을 보내주마. 너희는 그대로, 그 자리에 멈춰있으면 돼. 인질과 엇갈려서 성막에 들어갈 때까지.”


놈이 잡고 있던 줄을 놓자, 사람들은 처음에는 정말 풀어준 건지 잠깐 우물거리더니, 곧 놈에게서 해방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허겁지겁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여러분, 괜찮으니까 천천히 걸어가세요! 묶여계셔서 한 분이 넘어지면 큰일 날 수도 있어요!”


리아나의 간절한 외침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듣지 않았다.

아니,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어?”


리아나가 당황해서 눈을 깜빡였다.


사람들은 허겁지겁 ‘우리’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허겁지겁 ‘성막’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휭하니, 모두는 우리 곁을 지나쳐갔다.


“픕··· 프하하, 아하하하······.”


악마가 웃었다.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자기 배까지 두드리면서.


“큭··· 큭큭큭··· 큭큭큭큭!”

“뭐가 웃기지.”

“그럼, 그럼 안 웃긴가? 지금 이 상황이, 사실상 대신 죽어주겠다고 나온 것이나 다름없는데 철저히 무시당한 작금의 이 상태가, 어떻게 안 웃길 수 있냔 말이다.”

“······.”

“인간들은 항상 악마보고 뭐라 하는데. 정작 본인들은 어때? 가끔씩은 인간들이 더 쓰레기 같단 말이야. 방금의 상황, 너도 이해 안 되잖아?”


나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아니, 이해한다.”

“이해한다고?”

“저 사람들의 입장에선 호랑이 굴에, 아니 호랑이의 입속까지 들어갔다 살아나온 거나 마찬가지일 터. 공포로 미칠 것 같은 상태였을 거다. 고맙다는 인사라던지 말 한마디 건넬 정신이 있을 리가 없지. 충분히 이해해.”

“흠··· 다행이네.”


사람들은 이제 거의 성막에 도달한 상태였다.

이제야 살았다는 안도감과 다행감, 환희에 찬 얼굴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놈의 어조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아니, 기감이라고 해도 좋을 거다.


“뭐가 다행이라는 거지?”


놈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속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살짝 웃었다.


사람들이 성막에 도달하기 직전의 그 순간에,


“무가치한 죽음일 줄 알았어.”


단조롭고 장난스러운 어투의 그 말.


퍼퍼펑-!


사람들의 몸이 터졌다.

조각조각난 살점이 성벽에 점점이 묻었다.


모두 죽은 것이다.

수십 명이 한순간에.


“······흐, 어···, 어떻게······.”


털썩, 리아나는 주저앉았다.


“미리 내 피를 심어두었거든. 언제든 폭발시킬 수 있도록. 아, 참 난 생물계야. 흰 뱀도 그렇고, 방금도 그렇고. 아, 화이트 크리스탈을 만들어 버린 내 ‘막’도 생물의 알에서 따온 거야.”


나는 물었다.


“왜 죽인 거지.”

“일단 인질의 기능을 다한 이상, 살려둘 이유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죽이는 경우에는 몇 가지 이득을 만들 수 있지.”

“어떤 이득이 있지.”

“음, 이제까지의 네 추론능력으로 봐서는 충분히 유추할만한데? 먼저, 너희를 분노시킬 수 있지. 너희는 나보다 약하니까, 나는 너희에게 분노를 통한 오러의 상승을 만들어 더 재밌는 적과 싸울 수 있는 거야.”

“또?”

“다른 이유는 없는데, 음, 그냥······.”

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잇는다.


“재밌으니까?”


또한, 놈은 지금 나와 리아나와 싸울 생각에,

그리고 죽일 생각에.

미치도록 재밌어하고 있음을 나는 알았다.


“자, 이제 즐거운 놀이를 하자. 술래잡기의 시간이야. 누가 먼저 도망칠 거야? 응? 역시 여자가 나와 붙고 네가 도망칠 건가? 그게 제일 기댓값이 높지?”

“······.”

“으음··· 그런데 너희가 좀 불리하긴 하겠다. 황도로부터 다음 통신확인은 3시지? 아까가 막 1시였으니까··· 아이쿠야, 최소 2시간은 도망쳐야 할 텐데.”


놈의 숨기지 않는 가식적인 연기와 여유로운 태도까지.


나는 그 모든 것이 역겨웠다.


“너, 이름이 뭐지?”

“나? 나는 키트다.”

“키트.”


내가 끼고 있던 은색의 반지를 앞으로 했다.

오러를 불어넣음과 동시에 작동하는, 이시리엘 백작 아저씨가 주신 아주 비싼 선물.


아티펙트.


“너는 오늘, 여기서 죽는다.”


아티펙트에는 단 한 번이지만, 마법을 저장할 수 있다.


“뭐, 뭐냐!”


가령, 낙자일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것.


‘파워 스트라이크.’


놈의 인식 체계를 부순다.



이것이, 우리 작전의 시작이다.



*



작전.


리아나는 생각했다.


이건 작전 같은 게 아니라고.


이건 자살행위다.


“허억, 허억······.”


리아나는 나무로 둘러싸인 언덕길을 달리고 있었다.

오러를 사용한 신체 강화는 불가했기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순수 육체 훈련을 하지 않은 몸이었기에, 폐와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내가 왜, 왜······.”


신시가 말한 계획은 터무니없었다.


1. “낙자일의 파워 스트라이크를 아티펙트에 저장해서 나간다.”

2. “키트의 인식체계가 무너진 몇 초. 나는 그곳에 남아 시선을 끌고, 리아나 너는 온 힘을 다해 그 자리에서 빠져나가 오러와 기척을 숨긴 채 도망친다.”

3. “그런 후에 리아나, 너는 활을 조준하고 살기를 뿌릴 거야.”

4. “키트는 너의 화살을 의식해서 어쩔 수 없이 약해질 터. 그 약해진 키트를 내가 버텨낸다.”


계획의 첫 단계, 아티펙트가 있는 것은 의외였다. 확실히 뒷배가 있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아티펙트는 제작법의 계승이 끊겨 절대적 수량이 부족하다. 단순히 돈이 많다고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란 거다.


그러나 계획의 두 번째 단계부터가 말이 안 된다.


‘가위바위보? 그게 뭐 어쨌다고.’

‘감각이니, 기감이니. 그게 도대체 뭔데.’


이건 실전이다. 상대의 검이 읽히고 나발이고, 받아내는 것조차 불가능할 거다.


무엇보다 세 번째.


자신의 다이브비체 가문은 애초에 활로 유명한 집안이다. 초대 가주, 아우렐리에 다이브비체는 황제로부터 ‘신궁’이라는 지위를 받기도 했었으니까.

아마 그래서 신시도 자신에게 이 포지션을 준 걸 거라고, 그래서 믿는 걸 거라고 리아나는 생각했다.


“나 활 안 쓴다고······.”


그러나 벌써 자신은 일부러 활을 안 만진지 2년이 되어간다.

외부에서 온 신시는 그것까지는 몰랐던 거다.


“안 된다고, 안 되는데······.”


애초에 그때 거절했어야 했다. 이건 안 된다고.

안 되는 계획이라고.


그러나 거절 못 했다.


왜?


그 자리에서 안 된다고 해버리면, 자긴 바로 쓰레기가 되어버리니까.

회의장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그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유일한 해답이고 탈출구였으니까.


“흐, 으······.”


그리고, 이 계획에서 목숨이 위험해지는 것은 신시뿐이었으니까.


계획을 낸 것도 신시다.

죽거나 다치게 될 것도 신시다.

틀어지더라도 자신의 탓으로 올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위선을 부린 거다.


“읏······.”


달리던 리아나는 한순간 들어온 햇빛에 눈을 감았다.

그 잠깐의 순간, 번개처럼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까 온몸이 터져나갔던 수십명의 사람들이.


이건 장난이 아니다.

적은 정말 악마고, 정말 괴물이고, ······


그것을 생각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리아나는 잠시 멈췄다.


달궈진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너 죽을 거라고, ······병신아······.”



*



작전.


낙자일은 생각했다.


어쩌면 이 작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이 맡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 방법은 바로 비둘기다.

정확히는, 비둘기를 이용한 마력 전서구다.


방법은 간단하다.

결국 지금 문제인 것은 통신.

마력의 통신이 안 된다면 직접 가면 되는 일.


낙자일은 비둘기의 발목에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묶으며 생각했다.


‘인질을 살리기 위해 신시 형님과 리아나 씨가 나가셨다.’


아마 쉽게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는 예상했다.

상황이 최악의 경우로 치닫은 것도 맞다.


‘그러나, 형님께서는 반드시 시간을 끌어주겠다고 약속하셨다.’


사람에게는 각자의 가치가 있고,

팀에게는 각자의 포지션이 있다.


마법사면 마법사답게.

뒤에서 지원한다.

기사의 싸움을 의심하지 않는다.


‘내가 할 일을 하는 것. 그게 도와주는 거다.’


단계는 간단하다.

성주 니키티스 유크시의 인장이 담긴 편지를, 비둘기 발목에 묶는다. 마력으로 비둘기를 조종해서 다른 도시에 도달한다. 유크시의 이 재난 상황이, 다른 도시의 크리스탈의 통신을 통해 황도에 전달된다.


통신이 두절된 것은 우리 뿐이다.

그쪽의 크리스탈은, 황도와의 연결이 막혀있지 않다.


섬도시와 섬도시 간이었다면 거리가 매우 멀기에 불가능한 방법이었을 거다.


그러나, 섬도시 고르돈은 대재앙 당시 조각조각난 크리스탈을 통해 그 산하에 수십 개의 소도시를 가진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이 소도시 유크시에서 근처의 다른 소도시로 가는 것은 비교적 거리가 짧다.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라는 얘기다.


‘형님께서는 최대한 빨리 전달을 부탁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낙자일의 시선이 옮겨갔다.


지금 크리스탈이 있는 방안에는 이사야와 낙자일 만이 있었다.


이사야는 신성력을 최대한 밀도 있게 전달하기 위해, 크리스탈과 최대한 가까이 붙어 기원의 기도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기원'.


이사야의 ‘계’는 기원계.

기원계는 평소에는 세상을 모르는 것 같은 천진난만하고 순진한 아이 같은 면을 보여주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기원’에 돌입하기만 한다면.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으로, 분명 같은 사람인데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느껴지게 되고는 하는 것이다.


지금 낙자일은 이사야에게서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


크리스탈과 접촉하고, 그 앞에 작게 무릎을 꿇고 앉은 이후.

이사야는 그 뒤로 눈 하나 깜짝 않고, 실낱만큼의 미동도 않은 채 기도하고 있었다.


지금은 1시 20분.

황도 세라피움의 섬도시와의 통신 연결 확인 시간은 3시.


최악의 경우, 더 버텨야 하는 상황은 1시간 40분가량.


어떻게든 버텨보시겠다고 하셨지만, 분명 이전에는 1시간 정도까지가 한계일 것 같다고 하셨었다.

어찌어찌 나름의 방법은 있으시겠지만, 역시 오래 버티는 것은 무리일 터.


“그러니 내가 할 일은, 최대한 빠르게 통신하는 거다!”


낙자일은 지도를 펼치고 비둘기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자, 가라! 비둘기 1호!”


푸드덕푸드덕.

하얀 비둘기가 회색 하늘을 향해 훨훨 날아갔다.



*



키에엥-!


검과 검이 맞닿은 직후, 우리는 서로 조금 물러섰다.


물론 그 물러섬에 차이는 있었다.

나는 순수히 힘에서 밀려서, 내 오러를 갈무리하기 위해.

키트는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에 놀랐기 때문이겠지.


실제로, 놈의 눈에는 의아함이 서려 있었다.


“어떻게 막았지?”

“감이지.”

“감?”

“대충 지금 화나서 휘두를 것 같았어.”

“그걸 말하는 게 아니다.”


키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타이밍은 어떻게 운 좋게 맞췄다 쳐도, 네놈은 좋게 봐야 소드엑스퍼트 하급. 네 몸에는 어디에도 내 수준의 오러를 받아낼 구석이 없다. 무슨 묘수를 부린 것이냐.”

“내가 좀 잡다한 걸 아는 게 많거든.”


기사의 단계를 철저히 나누는 이유가 그거다.


정확히는, B1 B2와 C1 C2를 나누는 차이.

그 사이를 벽으로 나누는 이유.


‘오러 블레이드.’


속칭 ‘검강’.

검으로 발현되는 아름다운 색깔의 오러.

기사로서 B2에 돌입하게 되는 상징이다.


C등위의 기사는 희미한 ‘검기’만을 간신히 검에 맺히게 할 수 있을 뿐.

이 ‘검기’는 단단한 ‘검강’을 만나면 종이 자락처럼 잘려나간다.


그 자신이 익힌 검술의 고매함과 수련의 정도와는 상관없이 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기사가 그토록 오러의 수준에 목매는 이유이기도 하고.


키트는 C2일게 분명한 내가 어떻게 자신의 오러 블레이드를 받아내었는지 의아한 표정이었다.


아니, 놈의 얼굴은 좀 재밌는 장난감을 만난 것 같은 표정이 되어 있었다.


“우리, 다시 해보자.”


터어엉-!


이번에는 오러에 제법 힘을 실은 듯 했다. 맞닿은 순간 퍼져나오는 힘에,


“크어억!”


나는 튕겨져 나가 데굴데굴 굴렀다.


“두 번은 우연이 아니지.”


키트가 쓰러진 내게 다가오며 말한다.


“너, 정말 방법이 있긴 했구나.”

“크···으······.”


월류.


힘을 순간적으로 증폭시키는 기술.


그러나 이것은 부작용이 심하다.

최대한 그 리바운드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 기감을 통해 놈의 검과 내 검이 맞닿을 부분을 계산하고, 오직 그 지점 만에 오러를 강화시킨다.


마지막으로 전생의 스승님께 배운 보법, ‘신속’이 더해진다.

힘이라는 것은 그 크기도 중요하지만, 작용점이 어떻게 들어가냐도 중요하다. 보법을 이용해 먼저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고, 힘을 어떻게 흘려보내느냐에 따라서 몇 배 이상의 데미지를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신속은 그것에 특화된 보법이다.


기감, 월류, 신속.

간단해 보이지만 무려 3가지 기술이 결합된 콤비네이션이다.

최소 소드마스터 이상. A2에 오를 정도가 아니면 흉내조차 못 낼 기술이다.


지금은 당장 내 피라미 같은 목숨을 몇 초 부지하는 데 쓰이고 있을 뿐이지만.


‘미······친.’


일어서려던 나는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에 얼굴을 찌뿌렸다.


오러 역류 현상이었다.

검이 맞닿은 순간 상대의 방대한 오러가 어쩔 수 없이 검을 타고 내 몸으로 들어오며, 상흔과 같은 강한 충격을 내장 곳곳에 남긴 것이다.


“허허. 시간만 있었다면, 정말 대성했을지도 모르는 싹이구나.”

“······.”

“방금 살짝 보였다. 너, 내 검과 닿는 그 짧은 순간 손목을 비틀었어. 바꾼 그 방향. 그게 내 오러를 흘려낸 거야.”


단 두 번의 맞닿음.

분명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했다.

놈은 대충 두 번 휘둘렀다.

그것만으로 나는 배를 붙잡은 채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고, 놈은 웃으며 나를 칭찬하고 있다.


그렇게 웃으며 내게 다가오던 놈이,


“···!”

“···!”


갑자기 허리를 숙임과 동시에 몸을 뒤로 뺐다.


“···무, 무슨?”


놈은 눈을 크게 떴다.

동시에 나는 깨달았다.


해줬구나, 리아나가.


“살기군. 살기는 있는데. 도저히 방향을······”


키트는 무언가 깨달은 듯 말을 멈췄다.


“그렇군. 그 금발 여자애는 내 눈을 멀게 한 사이에 도망친 게 아니었나.”


리아나 다이브비체와 수련하며, 걔한테 매일 같이 엄청 처맞으면서 다양한 기술을 알게 됐다.

리아나의 콤플렉스는 아마도 오러의 양.

무슨 수를 써서도 B를 넘어서지 않는 자신의 등위이겠지.


“그래.”


대신 리아나는 그 컨트롤을 극한으로 연마했다.


“찾아봐. 더 집중해서 온 힘을 다해봐. 아무리 집중해도 못 찾을걸.”

“···!”

“못 찾겠지? 살기의 방향.”

“놈···!”

“너보다 격이 낮아 방심했겠지. 왜 방향조차 조금도 읽히지 않는지 의아하겠지. 어떻게 그 오러의 양으로 이렇게 정교한 오러 컨트롤이 가능한지 놀라고 있겠지.”

“이··· 건방진 놈들이······.”


나는 일어섰다.

시간은 충분히 끌어줬다.


놈과 얘기하는 그 시간, 내장을 뒤틀던 오러 역류가 복구된 것이다.


“역으로 노려지는 맛은 어때?”

“···!”


놈은 아까와 달리 나를 조롱하지도,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바로 살기 때문이다.

이제 놈의 신경과 오러는 늘 절반 이상이 리아나에게 분배되어야 할 거다.


“살기로 네 신경을 뺏고, 힘을 낮춘다. 그리고 내가 상대한다······.”


안에서는 이사야가 막대한 신성력으로 계속 성막을 유지시켜 줄 거거든.


낙자일이 전서구로 더 빠른 통신을 시도하고 있거든.



그리고 내 기감.


내 재능은, 목숨이 경각한 상황에서 더욱 강렬해지고 분명해지거든.


“아까··· 술래잡기라고 했었지.”

“···!”


앞에는 기감을 가진 나.

뒤에는 리아나의 활.


“들어와.”

“이놈······.”

“나를 눕혀봐.”


2시간.

2시간이 지나면, 황도에서는 반드시 원군이 온다.


“아니면 죽는 건 네가 될 거다. 키트.”

“이··· 이놈이···”


그 대답으로, 나는 선연히 웃으며.

아까 키트가 내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우리, 다시 해보자.”

“이 찢어 죽일 새끼가!”


활활 타오르는 오러를 몸과 검에 두른 채, 놈의 신형이 폭풍처럼 내게로 부딪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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