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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화 님의 서재입니다.

학생부터 시작하는 천재 소드마스터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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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화
작품등록일 :
2024.03.03 23:06
최근연재일 :
2024.03.29 15:1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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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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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이사야 (4)

DUMMY

이시리엘 백작은 현기증을 느끼고 있었다.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로 그는 고개를 젖혔다.

정확히는, 그는 굉장히 놀라고 있었다.


이 불가해한 현상에 대해서.


신시라는 그 소년은 내로라하는 고위 성직자들이며 아버지인 자신이며, 온갖 친인척들의 간언에도 꿈쩍 않던 이사야를 단 몇 시간 만에 설득해냈다.


아니, 설득의 수준이 아니다.

이사야는 ‘가게 해달라고’ 오히려 부탁했다.

그렇게 매달릴 정도로 자신의 딸을 그 짧은 시간에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어떻게 가능했단 말인가.’


최소 짧아야 몇 주, 길게는 몇 달이 걸릴 거라 생각했던 일이다. 심지어 이시리엘은 이사야의 마음이 낫고 에소릴로 보내는 것에 1년을 더 들이는 것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큰 사건이었고,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 소년은 단 하루 만에 자신의 딸을 바꾸어 놓았다.


이시리엘 백작은 자신이 외지 섬도시의 영주로서 제법 많은 인간군상을 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을 보는 눈 역시 많이 길러왔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런 독특한 놈은 또 처음이었다.


보통 놈이 아니다. 난 놈이다. 처음에 자신 있게 설득 가능하다고 말할 때만 해도 독특한 놈이라곤 생각했다.

하지만 반신반의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속에 구렁이가 그득그득 들어차 있는 것만 같다. 종잡을 수가 없다. 능글맞고 여유롭다.


더구나.

자신의 딸인 이사야는 여신 아가다의 총애를 받고 있다.

아가다는 ‘역경을 이겨내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여신.

그 신시라는 아이를 만난 후로 이사야는 내면의 무언가에 영향을 받아 변화가 생긴 것인지, 그 신성력까지 증대되어 안 그래도 뛰어났던 이사야의 신성력은 하나의 ‘격’을 넘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나 그 소년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되었단 말인가?’


집사 테오도르의 보고에 따르면 그 신시란 놈은 재능이 뛰어나지 않다.

아니, 거의 없는 수준이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겨우 오러를 일으킬 정도의 소드엑스퍼트 최하급. 흔하디 흔한 삼류검사의 수준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정신력과 태도는 어디에서 나오는 거지?’


재난을 겪을 순 있다.

그리고 그 재난 속에서 번득이는 재치로 운 좋게 살아남을 수도 있다.

그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후에 복수를 꿈꾸며 노력까지 하는 것은, 어지간한 마음의 강함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은 불가능하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부터 그는 수련을 시작했다.


그것도 하루종일, 온전히, 모든 시간을 다 써서.

앞으로 잘 살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겠다는 자신의 말에도 전혀 영향이 없었다. 동부 최대의 섬도시 세라티움의 영주인 자신, 이시리엘 백작의 지원이다. 보통의 아이라면 먼저 귀를 쫑긋하고 들어보기라도 하고, 자신에게 무엇이 이득이 되는지를 저울질 했을 것이다. 더구나 고아라지 않았나.


하지만 놈은 그 모든 것 대신 에소릴에 입학하는 단 하나만을 바랬다.


놈은 필사적이다.


마치, 무언가 반드시 이뤄야만 할 강한 목표가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것은 아마 떠나간 친구들에 대한 복수일 것이다.


여러모로 어쩐지 괘씸한 애긴 하지만, 이시리엘은 그의 마음의 강함만큼은 인정하기로 했다.


그랬기 때문에,


“솔직히 좀 놀랐네. 그 천하의 이시리엘이 청탁을 하다니.”


연결된 수정구로부터 음성이 흘러나왔다.

수정구 너머에는 주름이 진 얼굴의, 그러나 강대한 기골을 가진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오래된 친구이자 소드마스터에 오른 기사, 동시에 에소릴의 교수이자 입학처장이기도 한 피스였다.


입학처장.

보통 학장이 되기 직전에 주로 거쳐 가는 직책이기도 하다.

굉장히 높은 지위라는 뜻이다.

게다가 제국 내 유일무이한 최고의 대학, 에소릴에서라면 더더욱 권위 있는 직책이다.


그리고 그런 권위 있는 입학처장을 향해 이시리엘 백작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용을 보냈으니 대충 알 거 아닌가.”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둘은 과거에 같이 수학하며 힘든 시간을 함께 보냈던 동기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제국 내 최고의 대학이며 모든 인재가 모이는, 황제도 아끼며 눈여겨 보고 있는, 성구 축복받은 화이트비를 보관하고 있는 그 ‘에소릴’의 입학처장이라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단순히 실력만으로는 안 된다.

에소릴 교수들의 투표로 뽑히는 자리. 이는 당연하게도 정치적 개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시리엘은 그 정치적 뒷배 중 하나였다.


“그 내용이 문제란 말이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특별전형인 특대생으로 지원한다고 해도 소드엑스퍼트 최하급을 추천하라니. 도대체 어떻게 입학시키라는 말인가.”

“아이, 거참. 입학처장 자리 올랐다고 유세는. 그냥 해주면 될 것을, 꼭 그리 잔소리를······.”

“그냥 해주면 될 것이 아니라, 아무리 그래도 너무 낮다는 거네.”


이시리엘 백작은 이럴 때 피스를 조용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것을 실천했다.


“야, 너 평생 검만 휘둘러서 굳어있는 그 머리로 에소릴 교수 되겠다고 했을 때 누가 도와줬어. 어? 누가 논문 첨삭해주고 검토해줬어?”

“응? 아니··· 지금 갑자기 그 주제가 왜 나오나···”

“그리고 너 결혼은? 10살 연하의 이쁘고 상냥한, 그리고 너랑 잘 맞는 사람으로다가 찾아서 소개시켜 준 거 누구야. 그 자리 마련해줬던 거 누구야?”

“큼, 흠··· 그건 내가 늘 고맙다고 하지 않나··· 알겠네, 알겠네. 그 이야기를 꺼낼 정도로 자네가 아낀다는 얘기지. 알았네. 으흠, 흠, 어쨌든, 자네 딸은 그 ‘성 아가다의 기쁨’ 덕분에, 신성력을 펼쳐주는 그 목걸이의 보호막 덕분에 살았다 쳐. 그럼 그 소년은 어떻게 살아남았단 말인가? 둘이 한 방에라도 있었나?”


피스는 자신에게 불리한 주제가 나오자 재빨리 화제를 전환했다.

이시리엘 백작은 그것을 알면서도 툴툴대며 당해주었다.


“그럼 그놈이 나한테 죽었지.”

“그러면 어떻게 된 건가.”


그는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그날에 있었던 일에 관해.


신시는 이시리엘 백작에게 올린 보고서에서, 일차적으로 마력화재알람이 울린 것에서 이상함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문을 작게 여닫는 소리가 새벽 내내 꾸준히 주기적으로 울렸다는 사실, 마지막으로 창밖의 운동장에서 영문 모를 괴한이 기숙사 쪽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고 이를 통해 의심을 하게 되었다는 거다.


그리고 이렇게 소리 없이 살해할 정도면, 자신의 실력으로는 이길 수 없을 것이 확실하기에 몸을 숨기는 것이 유일한 방법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아카데미의 생활이 힘들다 보니 학교를 관두는 아이가 좀 있다. 당연히 2인실의 방을 혼자 쓰게 되는 경우나 아니면 아예 2인실 방이 텅 비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자신의 방은 끝방이었고, 살인을 했다면 당연히 이전까지의 방들에게서 범인이 빈방을 보았을 경험이 쌓였을 거라 생각, 그래서 방을 비워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을 거라고 합리적으로 추론한 것.


그렇게 아침이 오기까지 빈방인 척을 하여 화장실 구석에 숨어 살아남았다.


그것을 다 들은 피스는 어느새 팔짱을 낀 채로 시선은 천장으로 향해있었다. 생각에 열중하면 나오는 자연스런 그의 버릇이었다.


“인상적이네.”

“더 신기한 건 그거야. 살아남은 것도 용한데 그 뒤로 수련에 바로 매진하더라니까. 게다가 내가 여러 가지의 현실적이고 좋은 제안을 했는데 다 거절하고는 에소릴에 보내달라고만 하더라니까?”


한동안 둘 사이에는 고요가 흘렀다.

둘은 오래 알고 지냈기에 그 고요의 의미를 알았다.

결국 피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알겠다.”


가끔 있다.


재앙 같은 사건을 겪고 무너지지 않고 더 강해지는 사람.

몸과 정신은 연결되어있다. 그리고 보통, 그런 경우 태생적으로 한계 지어졌다 생각한 재능도 뒤늦게 열리는 경우가 있다.


이를 ‘개화’라고 한다.


“왜 네가 신경 쓰는진 알겠어. 그래. 그 정신력에. 만약에 얘가 검의 재능까지 깨우친다면······.”



“그건 정말 무섭긴 하겠군.”



*



이사야를 설득한 뒤부터 일주일 뒤.


이시리엘 백작의 저택 내부에 있는, 건물로 둘러싸인 네모난 푸른 잔디의 정원에서 우리는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마침내 에소릴에 입학 허가를 받아냈고, 집을 떠나기 전의 마지막의 식사가 마련된 것이다. 에소릴에 가면 제법 오래 이곳을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여, 지금 이시리엘 백작과 나는 넓은 정원에 딱 하나 놓여있는 테이블에 사이좋게 앉아있었다. 테이블에는 이미 각자의 자리에 스프가 한 접시씩이 놓여있었다.


“그런데 이사야는 어디 있지요?”

“곧 올 거네. 일단 먼저 먹지.”


이시리엘 백작은 먼저 스프를 한입 했다.


“으음··· 역시······.”


어쩐지 묵묵한 표정이 된 백작이 끄덕거리며 맛을 음미했다.


그것을 보고 일단 나도 한입 했다.


“와······.”


나 역시 음식의 놀라운 맛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작 음식만으로 이 정도의 살의를 일으킬 수 있다니?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뭐가 말이지?”

“이거 이 음식의 맛 말입니다. 이게 도대체가······.”

“앗 요리는 제가 했는데 맛이 이상한가요?”


그때 불쑥 내 옆으로부터 이사야의 목소리가 끼쳐왔다.

내 앞에 앉아있는 이시리엘 백작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씰룩이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이 째째한 딸바보 아저씨가 뭔가에 지금 앙심을 품고······.


“그게, 맛이······.”


맛이 너무 이상하다, 라고 할려다가 나는 멈췄다.

아까는 첫입이었지 않나. 내 착각일지도 모른다.

나는 다시금 스프를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어보았다.


‘크아악···!’


이게 진짜로. 맛이. 사람이 내는 것이 가능한 건가?

저 순진무구한 얼굴로 이런 악마 같은 음식을 조리했다고?


“역시 신은 공평하시네.”

“···네?”

“아니야. 한 접시 더 달라는 말이야. 그리고 백작님도 맛있게 드시던데, 백작님 것도.”

“···!”


이사야의 얼굴이 말 그대로 꽃이 피는 듯 확 하고 환해졌다.

이사야는 신나서 뛰쳐나갔다.


“네, 네! 금방 더 만들어올게요! 2인분으로 만들어올게요!”


그리고 그 말에 대조적으로, 금방까지 내 표정을 보며 웃던 이시리엘 백작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이사야가 멀어지자, 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읊조리듯 말했다.


“지금 해보자는 건가, 자네.”

“예···? 뭘 말입니까···?”


한껏 의아스런 표정을 한 채 나는 되물었다.


“이런, 이런 독한 놈······.”


다시금 요리가 나왔다.

접시에서는 식재료들의 소리 없는 괴성이 들려오는 듯했다.


-살....려..줘,,


우리는 그것을 먹었다.

물론, 먹기 전 마음속으로 각오는 했다.

하지만 그 맛은 각오를 아득히 넘어서는 맛이었다.


이시리엘 백작의 상태도 좋아보이진 않았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었고, 어쩔 줄 모르며 다리를 떨었고, 눈동자는 갈 곳 없이 흔들렸다.

그 흔들리는 눈동자는 말을 하고 있었다.


여긴 지옥이라고.


나도 이젠 그만 달라고 차마 말하지는 못했다.

이사야가 기대에 찬 얼굴로 옆에서 보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이사야가 손이 큰 편이 아닌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이번 그릇까지로 이 재앙이 끝나는 것일까 기대하는 찰나, 이번에는 백작 아저씨가 말했다.


“한 접시 더.”

“자, 잠깐만요···!”

“응? 아아니, 신시, 왜 그러나? 설마 맛이 없기라도 한 건가?”


말려야 했다. 누군가는 이 족쇄를 끊어야 했다. 이것은 나란히 지옥으로 가는 승차권이다. 서로 상처밖에 남지 않는 전투가 될 것이다.


생긋생긋-


그러나 너무나도 순수하게, 자신이 무언가를 대접할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워 하고있는 이사야의 얼굴. 그 앞에다 대고 차마 맛이 없다고, 그만 먹고 싶다고 할 수가 없었다.


“아, 아닙니다······.”

“응! 금방 만들어올게!”


이사야가 다시 요리를 하러 떠나자, 나는 그제서야 말할 수 있었다.


“정말 이렇게 나오실 겁니까.”

“먼저 시작한 건 자네일세.”


그렇게 쓸데없는 자존심을 건 지옥의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하나지만, 불행한 가정의 모습은 제각각 다르다고 했던가.


맛있음과 달리 맛없음에는 한없이 다양하고 새로운 경지가 있었다.


주방이 있는 내부의 건물로부터는 종종 말소리가 들려왔다.


- 채소는 어떤 세제로 씻으면 되나요?

- 아가씨! 안됩니다!

- 어? 채소를 비누로 씻으면 안 되나요?


라는 말에는 윗속의 것들을 전부 게워낼 뻔했다.


몇 접시가 오갔을까.

우리는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늘어져 있었다.


“허억, 허억. 내 자네 같은 사람을 기사 중에서 많이 봤지. 강한 사람.”

“가, 감사합니다.”

“내가 말하는 건 음식 때문이 아니네··· 쿨럭.”


음식의 독기의 여파 때문인지, 이시리엘 백작은 잠시 숨을 내쉬며 그것을 갈무리한 후 말을 이었다.


“내 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건 무슨 질문이지, 도대체?

일단 반드시 신중해야 한다. 이 사람은 굉장한 딸바보니까.


대답에 대한 반응을 예상해보자.


관심이 없습니다 – 무어야? 내 딸이 눈에 차지 않는단 건가? 이런 호로자식을...

관심이 있습니다 – 아니 감히 금지옥엽 내 외동딸을 넘봐? 이런 호로자식을...


대답 여하에 따라 에소릴의 입학이 취소될지도 몰랐다. 그 정도로 중한 문제였다.

그런데 문제는 정답이 없었다.


다행히 그는 답을 바란 건 아닌 모양이었다.

이시리엘 백작은 좀 찌뿌둥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어떻게 내 딸인데 자네가 더 잘 설득한 거지, 하고 기분이 안 좋았었네. 그래서 이렇게 치졸하게나마 음식으로 복수한 거고.”


역시 앙심을 조금 품었던 건가.


“모르겠다. 나는, 내 딸이, 그런 얘기를 아빠와 해줬으면 했다. 나에게 더 의지해줬으면 했다. 그래도 그 나이대는 역시 친구구나.”


이시리엘 백작은 뒤의 집사를 불렀다.


“테오도르.”

“네.”


집사는 미리 준비했던 듯 하나의 작은 함을 내게 건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은색의 반지였다.

그 반지에는 어딘가 익숙한 문양이 그러져 있었다.


“이시리엘 백작 가문의 문장이다.”

“···!”

“위급할 때 대충 이거면 어느 정도 해결될 거네. 그 문양을 내보이면 웬만한 건 해결할 수 있을 거야. 그렇다고 너무 막 쓰진 말고.”


그 의미를 나는 알고 있었다.

이것을 주는 것에는 그 가문이 한 사람을 온전히 믿는다는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누군가에게 이 반지를 보여주며 ‘이시리엘 백작님이 명령하신 내용이다’라고 하며 뭔가를 시키면 그는 일단 내 말을 들어줘야 한다. 물론 후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긴 하겠지만.


그리고 자세히 보니 아티펙트인 것 같았다.

일회용 마법을 담을 수 있는.

이거 귀한 건데.


“이것을 제가 받아도 되는 겁니까?”


질문의 뜻을 해석하자면 우리가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는 아니지 않냐, 는 것이다.


“언젠가 내 딸이 직접 말할 거라 생각한다만, 내 딸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네.”


아픔?


“사야는 내 마지막 희망이다. 그러니 부탁의 의미로 주는 거네.”

“···감사합니다.”


일단 뭔지는 모르겠고, 이 정도의 물건은 받을 수 있을 때 받아두는 것이 상책이다. 기분이 바뀌기 전에 얼른.


이시리엘 백작은 만족한 듯 웃더니 말했다.


“그런데··· 내 딸이 돌아오기 전에 이 접시를 다 비워야겠군.”


훈훈한 분위기를 깨는 그 말에, 나는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시리엘 백작은 집사 쪽을 흘깃흘깃 보면서 말하고 있었다.


“이거 참··· 이 접시를 비워야겠군. 비워야 할텐데······.”


집사 테오도르는 ‘도대체 내가 왜···?’라는 표정이었지만 결국 접시 앞으로 다가왔다,

어쩔 수 없었다. 집사인걸. 까라면 까야지.


이시리엘 백작은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자네도 비워야지?”

“아닙니다. 배가 좀 불러서요. 게다가 생각해보니 저희가 먹는 동안 줄곧 뒤에서 지켜보고만 있던 집사님께도 이 행복을 온전히 나누는 게 어떨까 합니다.”

“흠··· 듣고 보니 일리가 있어.”


집사는 울먹이듯 배신당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으나 나는 모른 척했다.


그렇게 행복하게 늘어져 있는 남자 둘 앞에서 집사 하나는 꾸역꾸역 울면서 접시를 비웠다.


역시 권력이 좋구나.

권력의 위대함을 통감하며, 우리 둘은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햇볕이 화창했다.

저 멀리서 햇빛을 받으며 이사야가 접시를 든 채 달려오고 있었다.


그 풍경 속에서 이시리엘 백작은 나지막이 말했다.


“···내 딸을 잘 부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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