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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화 님의 서재입니다.

학생부터 시작하는 천재 소드마스터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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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화
작품등록일 :
2024.03.03 23:06
최근연재일 :
2024.03.2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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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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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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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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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사야 (2)

DUMMY

무려 일주일 만에, 나는 안정기간을 마치고 유페되었던 저택으로부터 나올 수 있었다.


“허허. 하필 오늘이 종전기념대축일이라니. 맛있는 걸 먹여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됐구만.”


그리고 나는 지금 이시리엘 백작과 한 식탁에 앉아있었다.


금으로 된 촛대와 화려하게 세공된 은제 식기. 그러나 새하얀 식탁보 위에 올려진 음식은 대귀족의 식사라고 하기에는 제법 단촐했다. 무스프와 삶은 감자 두 알, 그리고 기름에 볶은 고추 조금. 마지막으로 뜨거운 블랙커피 한잔이 올려진 음식의 전부였다.


종전기념대축일.

외지에 남아있는 다른 여덟 개의 섬도시들과 마찬가지로, 50년 전의 대재앙 당시 세라티움의 영주는 침공하는 마물과 악마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맞서 싸워 세라피움의 크리스탈을 지켜냈다.


말 그대로 대재앙, 전 제국이 공격받는 상황에서 황실로부터의 지원은 기약이 없었다. 게다가 극동의 세라피움이었으니 기대하기는 더더욱 힘든 상황이었다.


꺼져가는 크리스탈의 빛 앞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지원을 기다리며.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후의 결전 전에 남아있는 모든 음식을 모아 사람들에게 나누어준 것.


그것이 바로 연한 무스프 반 그릇과 삶은 감자 두 알, 그리고 기름에 볶은 고추 조금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최후의 그날, 대마법사 지즈키엘이 4대 성물 중 하나인 성구 ‘축복받은 화이트비’를 찾아내었다.

성구로부터 크리스탈까지 힘이 전달되며, 끝나가는 순간 도시의 중앙으로부터 기적처럼 빛의 장막이 펼쳐져 세라티움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살아남은 외지의 섬도시들은 이 종전기념대축일만큼은 하루 동안 이때의 각 지방의 기념 음식만을 먹는 전통이 있었다.


“볶은 고추는 남자한테 좋다네! 하하하!”


아무리 그래도 대귀족의 식사라고 신경을 쓰긴 쓴 모양이었다. 전통식이라면 맹물 마냥 연한 맛이 나야 하는 무스프지만, 이것은 고소하니 제법 동물성 지방의 풍미가 났다. 닭육수를 쓴 모양이었다. 건더기도 제법 충실했다.


그리고 그 기름지고 고소한 무스프의 그 맛은 삶은 감자 그리고 기름에 볶은 고추와 제법 잘 어울렸다. 부드러운 감자를 숟가락으로 살짝 으깬 뒤, 볶은 고추를 조금 올려 고소한 스프에 녹여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거기에 위를 싹-씻어주는 뜨끈-한 블랙커피 한 모금까지.

캬, 이거야 이거. 이 맛이야.

천상의 맛이라구~


“잘 먹으니 좋구만. 그래, 가타부타 집어치우고 본론부터 얘기하지.”


이시리엘 백작은 분명 편한 옷차림이었고, 대화의 장소도 격식 없는 식탁이었다. 그럼에도 이시리엘 백작에게서는 대귀족다운 묘한 압박감이 흘렀다.


“자네는 바스톨에서 살아남은 단 두 명의 생존자이지 않나. 그래서 자네를 보면 내 딸 같아. 계속 마음이 쓰이고 그렇네. 자네는 딱히 연고가 없다지? 괜찮다면 내가 후견인으로서 지원을 해줄까 싶은데.”

“지원, 말씀이십니까?”

“그래, 앞으로의 살아갈 일을 돕는다는 뜻이야. 뭘 원하는가? 이곳에 정착하고 싶다면 내 좋은 가게를 차려줌세. 목 좋은 곳에 생과일주스점을 차려줄 수도 있고, 확실하게 공무원으로 일하게 해줄 수도 있고. 또는 이곳이 지긋지긋해서 내지로 가고 싶다 한다면 넉넉히 돈을 건네줄 수도 있네.”


호의를 베풀면서도 무작정 베푸는 것이 아니라, 베풀어도 괜찮겠냐고 묻는 것이 어른 같았다.


그리고, 속의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더더욱 어른 같았다.


이시리엘 백작 아저씨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웃음 뒤편에서 그의 의중을 본다. 애초에 지금의 이 상황은 연출이다. 일부러 점심식사라며 식당으로 장소를 잡은 것도. 전통이니 뭐니 하며 가벼운 식사를 준비한 것도. 편한 옷차림인 것도. 사람 좋게 허허 웃는 아저씨인 것도.


‘모두 내가 부담을 느끼지 않고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하는 연출.’


하지만 그는 이시리엘 백작이다. 이렇게 사람 좋은 아저씨인 척하지만, 그는 외지의 여덟 섬도시 중 하나인 세리피움을 관장하는 영주이다. 섬도시라고해도 그 규모와 크기는 어마어마하다. 그것도 내지도 아닌 외지에서 수많은 풍파를 겪어왔을 사람이고, 무엇보다 이렇게 한가로운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이, 나를 위해 시간을 쓴다.

더불어 자기의 외동딸인 이사야랑 만나게 하기 전에 나를 직접 먼저 만났다.

그건 무슨 의미일까?


“그래, 이 중에 무엇을 원하는가. 말만 하게!”


나는 시험받고 있다.

그는 내가 먼저 말하길 바라고 있다.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저는 그것들을 바라지 않습니다.”

“무어야?”


백작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곧 눈썹을 가늘게 좁혔다.

예상외의 대답에 놀란 눈치였다.


내가 열심히 수련을 한 이유.

그것엔 보여주기식 이유도 있다.

첫인상은 중요하니까.

노력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물론 그동안 수련만 한 것은 아니다. 열심히 생각도 했다.

그렇게 일주일 시간을 쓴 내가 내린 결론.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지금 당장 에소릴에 입학 못 한다.’


이 몸은 생각보다 굉장히 쓰레기다.

그리고 에소릴은 제국 최고의 명문이다.

내겐 도화선이 필요하다.


끝과 끝을 이어줄 끈이 필요하다.


‘이 아저씨의 도움을 받으면 가능하다.’


동부 최고의 섬도시 세라티움의 영주인 이시리엘 가문.


전생에서 이미 겪었던 나는 알고 있다. 에소릴에는 ‘특대생’이라고 불리는 특별 입학 전형이 있다. 말 그대로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위한 전형. 대귀족들이 잠재력이 있는 아이를 직접 추천하는 전형이다.


어떻게 보면 청탁이라 볼 수도 있겠으나, 제국 최고의 명문인 에소릴답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잘못하면 계속 꼬리표로 따라다닐, 귀족이 자신의 명예를 걸고 책임을 져야 하는 추천인 것이다.


“대신, 제가 바라는 것은 에소릴에 입학하는 것입니다.”

“···!”


이시리엘 백작은 내가 한 말에 눈을 크게 떴다.

한순간에 내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달은 것이다.


곧 허어- 하는 작은 한숨과 함께, 이시리엘 백작은 물을 들이켰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던 그가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저택의 시종들로부터 들었다. 그 일이 있은 후로부터 줄곧 수련을 하고 있다지. 내 그것에 대해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좀 알아보자니 너는 원래 검에 그렇게 애정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찌하여 갑자기 이렇듯 의욕을 보이는 것이냐?”


역시 대귀족. 벌써 거기까지 신상 조사를 했다.

저것은 나를 떠보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진심인지를 끌어내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해준다.


뻔한 상황에선 더욱 뻔뻔하게.


나는 고개를 조금 숙인 채, 아련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꿈을 꾸었습니다.”

“···?”

“그날 빈방의 화장실에 숨은 저는 어둠 속에서,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그곳에서, 시시각각 저에게 다가오는 막대한 공포감 속에서!”


나는 얼굴에 철판을 두른 채 말을 이었다.


“저는 가만히 눈을 감고 꿈을 꾸었습니다······. 그 꿈속에서 검을 휘두르는 상상만으로 저는 버텼습니다.”

“지금 도대체 무슨 소리를···”

“처음에는 검이 미웠습니다!”


백작의 말을 끊고, 나는 격렬하고 애절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친구들을 뺏어가 버린 그것이 미웠습니다! 하지만 괴로움 속에서 결국 저를 지탱해준 것도 검이었습니다······.”


내 말에서는 절절한 진심이 묻어나왔다. 어쩌면 당연했다. 정말로 내가 겪었던 일이기도 하니까.

이시리엘 백작은 한껏 당황한 모양새였다.


“그···그렇다 해도 너는 세상을 모른다! 에소릴은 그냥 입에 담을 수 있는 학교가 아니다! 단순한 복수심만으로는 힘들 거다. 힘든 길이 될 거다. 그리고 일시적인··· 그래! 일시적인 감정이다!”

“한때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

“처음에는 힘들었습니다. 이게 다 무슨 의미인가 고뇌에 빠지기도 했죠··· 하지만!”


순간 ‘하지만!’ 이후 할 말이 없어졌다.

되는대로 말하다 보니 할 말이 없어진 것이다.

나는 일단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숙였다. 감정이 벅차오른 척을 하기 위함이었다.


‘잠깐만.’


그때 번뜩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자기 딸을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외부로부터 지킨 이유. 그리고 지금 나를 먼저 만난 이유.


‘이시리엘 백작은 딸을 정말 아낀다.’


대충 듣자 하니 아내도 사고로 잃었다고 한다. 당연히 아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외동딸이 사고를 당했다.

그럼 무슨 생각을 할까?

당연히 딸을 내지로 보내고 싶겠지. 그것도 전 제국 내에서 황궁 다음으로 가장 안전하다는 에소릴로 보내고 싶을 거다.


나를 먼저 찾아왔다는 건 그런 뜻이다.

그리고 지금 내게 시작부터 보이고 있던 태도.

내 의중을 알아보려는 행동들.


‘왜?’


그 이사야라는 애가, 아무래도 에소릴에 가고 싶지 않아 하는 거겠지.


나라도 그렇겠다.

내 입장에서는 정말 생면부지의 모르는 애들이 죽은 거지만, 이사야라는 애에게는 당장 어제까지 같이 얘기하고 밥 먹고 놀던 애들이 죽은 거다. 혼자 살아남았다는 그 죄책감은 어마어마하겠지.


여기까지 빠르게 판단을 끝낸 나는 다시금 목소리를 깔았다.


“제가 따님을 설득하겠습니다.”

“무슨 말이냐?”

“따님은, 에소릴에 가고 싶지 않아하시지요?”

“그걸, 어떻게······.”


나는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당연한 일이지요.”


반면, 이시리엘 백작은 눈을 크게 뜬 채 나를 바라보았다.

뭐가 당연한 건지 제발 알려달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됐다. 넘어왔다.


나는 마지막으로 호흡을 끌어올려, 그를 호통치듯 말했다.


“한 번이라도, 따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셨습니까?”

“···!”


나는 일부러 강한 말을 사용했다.

부모님들이라는 건 자기 자식에게 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모님들이라는 건 이 나이대의 애들의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서 역시 약하단 말이지.


딸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친구라는 애가 에소릴에 간다 한다? 게다가 대신 설득해준다 한다? 수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시리엘 백작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설득, 한다고? 자네가?”

“대신 설득에 성공한다면, 저를 같이 에소릴에 보내주십시오. 저는 가능합니다.”

“어떻게 가능한가?”


나는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았다.

창밖을 보며 눈동자를 어쩐지 쓸쓸해 보이도록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같은 아픔을 겪은 단 하나뿐인 사람이니까요.”

“···!!”


오랜 침묵의 시간이 지났다.

대화가 끊긴 방은 굉장히 조용했다.

톡톡, 백작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는 소리만이 오래도록 들렸다.


“내 진작 보통 애가 아닐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


통했느냐, 아니냐.


“네가 요구하는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목 좋은 곳에 생과일주스점을 차려주거나 적당한 돈을 쥐어주는것보다 더. 그러나 내 딸을 설득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거다. 나도, 내 가신들도, 뛰어난 성직자들도 계속 설득을 해왔지만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양쪽의 어려움이 맞으니 맞는 거래라고 할 수 있겠지. 좋다. 네가 성공한다면, 네가 말한 것을 들어주겠다. 내 명예를 걸고 약속하겠다.”


됐다, 통했다.

그렇게 말한 백작은 볼일이 끝났다는 듯 성격 한번 시원하게 바로 일어섰다. 그러나 나가려던 그가 순간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아,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걸 안 물어봤군.”

“예?”

“내 딸이랑은 좀 친한가?”


친하지는 않지만.

거의 스토커에 가까운 사람이 쓴 3년 어치 일기장을 몇 번이고 탐독하긴 했지.

그럼 대충 친하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가볍게 양심을 털어낸 나는, 선연히 웃으며 대답했다.


“절친한 친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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