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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화 님의 서재입니다.

학생부터 시작하는 천재 소드마스터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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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화
작품등록일 :
2024.03.03 23:06
최근연재일 :
2024.03.29 15:1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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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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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7,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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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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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화이트 크리스탈 (6)

DUMMY

키트는 뻗은 검을 회수하며 생각했다.


‘이놈, 뭔가 이상하다.’


기사의 오러.

그것은 분명 개인이 바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재능으로 결정된다.


거기에 정신적 깨달음이 더해진다.


즉, 기사로서의 실력은 오러와 대응한다는 거다.


‘오러는 낮은데 실력은 높다고?’


그것은 불가능하다.

바로 그것이 이상하다는 거다.


“너, 도대체 뭐하는 놈이지?”


- 까아앙!


다시금 검이 부딪힘과 동시에, 눈앞의 저 인간이 든 검의 오러가 눈에 띄게 깎여나갔다.


“크윽!”


고작 이 정도.

이 정도에 비틀거리고 오러의 밸런스가 무너진다.


그런 형편없는 오러다.


분명 놈은 약하다.


“그런데 어떻게 내 검을 막아내는 거냔 말이다!”


까아아앙-!!


그러나.


공격을 당하는 순간.

검과 검이 부딪히는 그 잠깐의 순간.


그 찰나의 순간.

오직 그 순간만이 빠른 거다.


자신의 움직임을, 마치 ‘미래를 보기라도 하듯’ 미리 읽는 것만 같다.

그렇게 착각할 정도의 빠른 속도를 보여준다.


“대답해!”


비틀비틀거리던 놈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왜.”

“이 새끼, 이 새끼가···!”


키트는 이성의 끈이 가느다랗게 끊어지려고 하는 것을 느꼈다.


‘쓸어 버릴까?’


가능하다.

당장 힘을 끌어올려서, 오러의 출력을 높이기만 하면.


아예 입도 뻥긋 못하게 도륙屠戮을 내버릴 수도 있다.


장담한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모조리 짓밟아서, 시궁창에 던져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만······.


키트는 숨을 내쉬었다.


‘안 된다.’

‘지금, 이 이상으로 내 힘을 끌어올릴 순 없다.’


온몸을 기어 다니는 것 같은, 방향을 알 수 없는 불쾌하고 뾰족한 이 살기.


그 도망친 줄 알았던 그 금발 여자.


궁사弓師의 살기다.


기사와 궁사가 들판에서 만난다면, 실력의 단계가 2계단은 낮은 기사가 그 궁사를 쉽게 잡을 것이다. 당황하고 어버버하는 궁사를 손쉽게 요리하겠지. 궁사는 기사를 저지할 수 없다.


그러나 숨어있는 궁사가 기사를 쏜다면, 상황은 반대가 된다.

실력이 2단계 낮은 궁사가 기사를 잡는 것도 어쩌면 가능하다.


궁사는 특수한 상황에서 강하다.

마치 지금과 같은.


기사는 검과 자신이 이어져 있기에, 오러를 계속해서 공급해 넣을 수 있기에.

검기와 검강의 유지시간이 길고 지속성과 단단함이 높다.


그러나 궁사는 다르다.

화살은 몸을 떠난다.

오러를 담아 쏘아 보내야 한다.

자신의 몸과 떨어져야 하기에, 위력은 약해지기 마련.


그래서 자신의 모든 오러를 그 비장의 한 발에 담는다.


그 살기.

자신의 머리를 노리고 있는 그 한 발.

그것이 꾸준하게 키트 자신을 겨냥하고 있었다.


그 살기가 말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자신에게서 신경을 돌리면, 관심을 끄면-

방어를 위해 안배해둔 오러를 조금이라도 공격으로 돌린다면-


너를 죽이겠다고.


“젠장!”


키트는 머리 끝까지 차오르려는 화를, 숨을 내쉬며 다스리며 말했다.


“오냐, 꼬마들아. 해보자꾸나.”

“하는 건 아까부터 계속하고 있었는데.”

“말이 많구나!”


놈은 몸은 무너져가는 와중에도 입은 계속 살아있었다.


하지만 오러가 좀 부족해도, 정직하게 붙기만 하면 분명 이긴다.

아직까지, 눈앞의 음침한 인간 놈과 자신 사이에는 하늘과 땅 같은 차이가 있었으니까.


한 번으로 안 된다면,

여러 번 두들기면 된다.


그것이 연격連擊이다.


몰아치고, 몰아치고, 몰아치고.


- 카앙!


오러가 담긴 서로의 검이 세차게 부딪혔다.


그러나, 저 인간의 오러의 재생 속도가 훨씬 느리다.


그때를 노리는 거다.


“놈!”


- 카아앙!


놈의 검이, 팔이.

힘을 잃고 떨어졌다.


키트는 신형을 갈무리하며 멀어지려는 신시에게 재빨리 따라붙었다.


어떻게든 피해보려 하지만, 피할 곳은 없다.


어쩔 수 없이 뻗어지는 손.


다시금 오러와 오러의 맞닿음.


- 카아앙!!


그리고 그것의 반복.


연격.


잡을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잡았···!”


그렇게 생각했‘었’다.


연격으로 휘몰아쳐 드디어 잡았다 싶을 때였다. 순간 놈의 발이 비틀거리듯 독특한 스텝을 밟았다.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순간적으로 가속하며 자신에게 뛰어 들어온다 싶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뒤로 빠지며 자신의 검의 포위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속도였다.


“무슨···!”


정확히는, 아까부터 자꾸 저 인간이 사용하는 신묘한 보법이었다.

마치 몇십 년을 익히고 수련해온 사람처럼, 신체 강화와 보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


그것은, 이미 어떤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병든 닭처럼 늘어지는가 싶더니 순간 뛰어올라 덤벼드는 줄 알았고, 막으려 검을 들고 보았더니 어느새 뒤로 물러나 재정비하고 있는 형국이다.


키트는 지금, 마치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풀컨디션이었다면, 한주먹거리도 안 될 놈이······.’


그러나 시간이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결국 키트는 입을 열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빠져나가는구나. 미꾸라지 같은 놈.”

“허억, 헉······.”


놈은 휘몰아친 연격에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그러나 키트의 눈에는 그 모습조차 연기로 보였다.

키트는 일갈했다.


“네가 할 줄 아는 것은 도망치는 것밖에 없는가? 기사로서의 명예도 없단 말이냐! 분명 내려와서 정정당당히 겨루기로 하지 않았나!”

“먼저 약속을 깬 건 당신인데.”

“···뭐?”

“조건. 인질을 살려주는 게 조건이었잖아.”

“···!”

“그거 다 죽였잖아, 네가.”

“······.”


키트는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

놈의 말이 뼈저리게도 사실이었던 것이다.


키트는 눈을 감았다.

그 눈에는 분노를 넘어, 이제는 순수한 재미를 추구하는 이채가 깃들어 있었다.


“···그래. 그럼 이제부터 ‘제대로’ 해보자.”



그 뒤로 짧고 긴 시간이 흘렀다.


서걱-!


“일단 하나.”


1시 57분.

신시의 왼팔이 잘려 바닥에 나뒹굴었다.



*



서걱-


잘린 팔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일단 하나.”


키트가 말했다.


나는 팔 하나를 내어준 대가로 간신히 몸을 빼낼 수 있었다.


“어딜 가시나.”

“큭.”


그러나 재정비할 새가 없었다.


다시 월류. 신속.


힘겹게 거리를 벌린 후 얼마 남지 않은 오러로 지혈했다.

이것으로 일단 피는 멎었을 터.


호흡이 고르지 않았다.

피로와 고통에 눈이 멀 것 같았다.


‘얼마나··· 지났지.’


“30분.”

“···!”


마치 내 생각이라도 읽은 듯, 놈이 알려주었다.


“생각하는 소리가 들렸어.”

“··네 개그는 나보다도 재미가 없군.”

“칭찬으로 듣겠다. 그런데···”


놈의 눈빛이 흥분으로 번들거렸다.


“너, 고요계구나.”

“···!”

“네놈의 계界를, 오러의 색깔을 잘 읽을 수가 없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고요계라는 거냐.”

“그러나 아까부터 네가 펼치는 기묘한 보법. 그리고 마치 내 움직임을 읽는 것 같은 독특한 느낌. 그런 희한한, 이해할 수 없는 방식. 거기에 읽히지 않는 오러라면 역으로 생각해 봤을 때 그건 고요계 밖에 없지.”


상처가 깊다.

나는 이야기를 더 해야 했다.

시간을 끌어야 했다.


왜냐하면, 내 오러의 재생속도는 놈에 비해 형편없이 낮았으니까.


“너는 확실히 생물계가 맞군.”

“음?”

“아까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생물계는 평소에는 자신의 기량보다 유약한 성향을 보이나 생물인 자기 자신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들었다. 그 강화를 통해 자신을 넘어서는 기량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맞다. 그러니 항복해라.”

“뭐?”

“나는 빨리 그 금발 여자와도 싸우고 싶다. 그년은 궁사弓師지만 동시에 기사騎士이기도 하다. 자기강화에 들어선 지금, 얼른 겨뤄보고 싶군. 지금 항복하면 네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

“잘 생각해라. 너는 이미 팔 하나가 잘렸지. 체력의 소모가 있을 터. 너는 약해지기만 할 뿐이고 나는 강화에 들어가 강해지기만 할 뿐이다. 승부는 결정났다. 옳은 판단을 해라.”

“글쎄. 이제야 팔 하나를 잘랐는데, 4개 다 잘릴 즈음이면 시간 딱 맞겠는걸.”

“바보 같은 선택을 했구나. 하긴, 너도 나쁜 상대는 아니다. 너를 죽이고, 여자를 죽이겠다.”


키트는 검을 입술로 핥았다.

놈의 눈이 환희로 번들거렸다.


“다음에는 다리를 노려주마.”


파앙-!


순간 놈이 있던 자리에 파공음이 이는 듯했다.


공격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오로지 나의 기감에, 심안心眼에 의존했다.


퍼엉-!


대포알 같은 소리와 함께 방금까지 내가 있던 자리에 채찍 같은 묵직한 오러의 상흔이 남았다.

거대한 돌덩이가 박살나고 조각들이 점점이 튀었다.


‘이 미친놈이···!’


다시금 이어지는 공격.

광기로 번들거리는 놈의 두 눈이, 철저하게 내 오른 다리를 노리고 공격해왔다.


한순간이었다.

검을 피했다고 방심한 순간, 이번엔 놈의 발이 내 복부를 향해 노리고 들어왔다.


퍼억-!


몸을 웅크려 막았다.

오러와 오러의 반발로 나는 크게 밀려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쉴 틈 없이, 다시 놈이 내게 달라붙는다.


“날 더 재밌게 해줘! 내게 깨달음을 줘!”


막고, 찌르고, 흘리고, 피하고, 걷어내고.


나는 생각한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이때까지 여유로운 척을 해왔지만, 사실은 알고 있다.


이제 진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몸이 좋지 않아······.’


최대한 제어해보려 하고 있지만, 때때로 몸이 움직이지 않고 멈춰버리곤 했다.

갑작스런 오러의 폭발에 익숙하지 않은, 그리고 순간 가속을 반복한 월류의 부작용으로 인한 오러 역류 현상이었다.


한 번 더 오러 역류가 터지면, 이번에는 죽음을 피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절대적 오러의 한계.


그것이 미웠다.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이.

과거와 비교하면 너무나도 약해진, 할 수 있는 게 얼마 없는 쓰레기인 몸.


‘왜··· 안 되는 거냐.’


격렬한 싸움 속에서, 머리만이 다른 세계에서 동작한다.


전생에선 간단했던 기술들이, 추억 속의 풍경처럼 흐릿하다.


쓰레기가 된 것은 몸뿐만이 아니다. 환생의 과정에서 ‘재능’과 관련된 것은 기감 외에는 대부분 잊혀졌으니.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


죽음이, 사고가 늘 그렇듯이.

그 앞에 선 나는 너무나도 무력하고 얼마 없는 재능조차 젖은 부싯깃처럼 부질없다.


“아까와 같은 기세는 어디로 갔나! 덤벼! 덤벼 보란 말이다!”


생각없는 악마 놈이.

어떻게 덤비라는 거냐.

이제 내가 가진 오러는 바닥을 치고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기적뿐이다.


‘그런데 왜··· 즐겁단 말이냐.’


이 빌어먹을 상황이.

목숨이 경각에 달한 이 상황이.


하루살이처럼 간신히 끊어질 듯 이어진 채, 가느다란 동아줄에 내 온 목숨이 매달려있다.


스승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검을 즐기지 못하는 게 문제다’, 라고.


그렇다면 지금은 왜 즐기지?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큭··· 큭큭······.”


돌연 내가 웃자, 놈도 검을 멈추었다.


“왜 웃지.”

“아니, 고마워서.”

“···그래, 웃어라. 잠시 후면 너는 더 웃을 수 없을 테니. 곧 너는 내 앞에서 사정사정하게 될 거다.”


키트가 공격 자세를 취하며 말을 이었다.


“제발, 그만해달라고 말이야.”



*



“제발 그만하면 안돼···?”


하늘색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울면 안 된다.

몸이 떨리고 시야가 흐려진다.

무엇보다, 살기가 옅어질지도 몰랐다.


리아나는 그럼에도 흐느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어서.


“벗어나게 해줘······.”


결과는 누가 봐도 확연했다.

길어야 10분. 그조차도 최대한 낙관적인 지표일 것이다. 신시는 더 버티지 못할 것이다. 한팔이 잘린 채 헐떡이며, 놈의 공격을 피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이제야 2시간 중 1시간이 지났다.

황도로부터는 어떠한 소식도 없다.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이제는 무언가를 해야 했다.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자신 뿐이다.


“내가··· 내가 해야 돼.”



어딘가에서 매미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지금은 여름도 아닌데.


리아나는 떨리는 손으로 시위를 겨냥했다.


살기는, 그것을 유지하는 것조차 큰 체력을 소모한다.

게다가 그 방향을 읽을 수 없도록 정교하게 컨트롤하는 은은한 살기라면 더더욱.


1시간가량을 계속 집중해서 겨눠야 했기에, 리아나 역시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달궈진 뺨에 달라붙는 머리카락들이 거슬렸다.


희미한 꿈처럼 깜빡이는 세상.

그 속에서 누군가가 속삭였다.


- 통어.


- 실전에서 페어는 서로에 대한 깊은 믿음과, 서로의 호흡까지 일치시킬 수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카 교수님이었다.


그때의 일이 아주 먼 과거처럼 느껴졌다.


- 모든 싸움에는 흐름이 있다. 싸움이라는 것은 작고 작은 순간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흐름이지. ···나의 기술, 나의 공격이 통할 수 있는 순간은 단 한순간, 찰나다. 싸움에서 이긴다는 것은 이 흐름 속에서 그 찰나를 찾아내는 긴 과정이다.


- 그 흐름은, 예를 들어 이렇다.


-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수십 번도 넘게 다시 되새기고 복습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을 정도로.


왜냐하면, 이것은 전 제국에 4명 밖에 없는 현인, 기사로서의 정점.

그랜드마스터의 가르침이었으니까.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이 당해오던 평생의 무시를 해결해줄, 간절히 찾아 헤매던 기도와도 같았으니까.


- 수많은 ‘안 된다’ 속, 그 속에서의 찰나의 ‘된다’. 그 찰나의, 찰나의 순간. 오직 그때만이,


- ‘된다’.


하지만 지금, 리아나는 그것을 외면하고 싶었다.

귀에도 눈꺼풀이 있다면 감았을 것이다.


대신 리아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마치 그렇게 하면 소리가 안 들리기라도 할 것 마냥.


- 통어의 단계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자신이 그 찰나를 읽을 수 있는가?


- 두 번째. 나의 페어가 역시 그것을 같이 읽었다는 것을 그 찰나의 순간 확신하는가?


- 세 번째. 그리고 나의 페어가 나도 그 찰나를 읽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다는 것을 역시 확신하는가.


신시는 자신에게 ‘감’이 있다 했다. 기감인지 뭔지 하는.


그것은 아마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신시와 성막 밖으로 나가기 전.


리아나는 분명 말했던 것이다.


‘나는 못 쏜다’, 고.


신시는 알겠다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여기까지, 지금의 상황까지 봤을까?

팔이 잘리고 죽음이 경각한, 지원까지는 1시간여가 남은 지금의 이 상황까지?


절대 그럴 리 없다.


'안 된다.'


신시가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자신이 겨눠주고 있었어서다. 여기서 쏘면, 그리고 만약 실패하면. 맞추지 못하면.


신시는 바로 죽을 거고, 위치가 들킨 자신조차 죽을 거다.


'안 된다. 안 된다.'


리아나는 성벽 앞에서 몸이 터져 죽어 나갔던 사람들을 생각한다.

자신도 그렇게 될 거다.

끔찍하게 살해당할 거다.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지금 쏜다고 해도 리아나 자신의 한발만으로 키트를 잡을 수는 없었다. 놈의 방어는 물샐 틈이 없이 견고하다. 결국, 신시가 적확한 타이밍을 읽고 틈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거다.


같은 흐름을 읽고 서로를 믿는다.

그것이 통어다.


하지만 통어 같은 거, 될 리가 없다.

애초에 신시와는 맞춰본 적도, 맞은 적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1시간 동안 가만히 있다가 쏘는 한 발에 통어가 이뤄진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게 되리라고 기적을 믿는 건 오만이다.


한마디로 우행.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가만히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 적어도, 자신은 죽지 않는다.


이것은 비겁한 일이 아니다. 최선의 일이다. 조금만 더 있으면 반드시 황도에서 원군이 온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이건 전부 신시의 계획이었다. 나는 쏘지 못한다고 했다. 절대로 내 탓이 아니다, 그러니까······.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 넌 그게 문제야. 너는 그대로면 평생 무리다.


리아나는 숨을 멈췄다.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때의 그, 먼 곳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던 종소리.


생생했다.


“아니야······.”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 네게 부족한 2점. 그것이 얘에겐 있다.


- 요한을 따라가야지. 그게 아버지의 소원이다. 요한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 얘는 안 되겠군. 오빠는 뛰어났는데.


“아니야, 아니야······.”


신시는 진짜 용기를 냈다.

자신은 감히 엄두도 못 낼.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 믿어라.


리아나는 흠칫 몸을 떨었다.


1차 시험의 그때, 똑바로 자신을 바라봤던 신시의 눈동자.


그뿐이었다.

왜 지금 생각난 건지 모를 한 장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했을지 모르는 그 말.


그런데, 그 순간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리아나는 그것을 믿을 수 없었다.


“진짜······.”


바보 같은 짓이다.

진짜 바보 같은 짓인데······.


바람이 한 줄기 불었다.

모든 세상과 유리된 이 순간.


고요했다.


여기서 손을 놓으면, 활시위를 놓으면 끝이겠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그런데, 그런데 왜······.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 나는 네가 못한다고 생각 안 해.


어떻게 나보다도 더 나를 믿어주고 있는 걸까.


'된다.'




그리고 리아나는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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