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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화 님의 서재입니다.

학생부터 시작하는 천재 소드마스터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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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화
작품등록일 :
2024.03.03 23:06
최근연재일 :
2024.03.29 15:1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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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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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7,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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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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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화이트 크리스탈 (4)

DUMMY

회의장은 폐쇄되었다.


짙은 침묵이 깔렸다.


성주뿐 아니라, 아까와는 다르게 가신들까지 모두 집결해 있었다.

마치 청문회처럼 우리를 둘러싼 것은 무거운 분위기였다.


이사야는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이사야의 은색 단발 아래로 그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뻔했다. 모두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 거다.

괴롭겠지. 그때와 같은 일이 또 자신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위로해줄 생각은 없다.

성직자도 정신적 성장을 이뤄내야 한단 점에서는 기사와 같다.


무엇보다, 이사야는 그렇게 약하지 않다.

지금만 봐도 가느다랗게 리아나의 옷깃을 부여잡고 있었다. 이곳엣 서서, 모든 것을 보고 들으려 한다는 거다. 회피하지 않겠다는 거다.


하지만.


“······.”


지금 당장, 이 침묵의 여론은 불리했다.

놈이 원한 건 우리의 목숨도 아니다.

단지 강자와의 대결이라는 명목.


“······흠.”

“으음.”


모두 시원하게 말하지를 못하고 있을 뿐.

우리가 내려가서 이겨줄 순 없는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악마는 교활하다.


사람에게 ‘어쩌면’ 될지 모른다는 희망을 심는다.


그리고 그 ‘어쩌면’이 ‘역시나’가 되었을 때.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었을 때.

악마는 그 낙차를 별미로 삼는다.


놈이 왜 인질을 안 죽였을까? 그건 간단하다.


'죽이면, 명분이 생겨 버리니까.'


우리가 나가지 않을.

시민들이 분노할.


그러나 죽이지 않았기에,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우린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놈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거다.


구역질이 난다.

악마들의 행동은 늘.


리아나와 낙자일 역시 처음부터 이 침묵의 의미를 견뎌내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죄를 지은 사람들처럼,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시선을 떨구고 있다.


이러는 와중에도 시간은 가고 있었다.

금쪽같은 시간이.


먼저 얘기를 꺼내준 것은 니키티스 유크시 부백작이었다.


“저는, 생도님들께서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성주님!”


그의 폭탄과 같은 선언에,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밖에 나가면 수많은 시선을 받을 터. 이 안에 계십시오. 절대적으로 보호하겠습니다.”


그 표정은 담담했다.

마치 당연히 그래야 되는 얘기를 하는 투였다.


물리적 보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밖에 나가서 견뎌야 될 그 모든 아우성.

그것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 성주도 제정신이 아니네.’


그리고 그는 후에 엄청난 지탄을 받게 되리라.

물론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2시간. 그 후면 크리스탈의 연결은 틀림없이 복구될 거고 황도 세라피움으로부터 영웅들이 와주리라.

우리는 에소릴로 돌아갈 거고 이곳의 일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지.


관료들이 절규하듯 소리쳤다.


“하지만 성주님!”

“아뇨. 저희를 도와주러 오신 분들입니다. 이분들을 사지로 내몰 수는 없습니다. 에소릴의 인재입니다. 잃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만! 놈이 말했지 않습니까! 20분 뒤부터 1분에 한 명씩 죽이겠다고! 산채로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으란 말입니까!”


성주와 가신들의 논쟁이 폭풍의 중심이라면,

외곽에서는 중얼중얼 거리듯 들려오는 주변의 지탄 역시 동반된다.


“쟤가 그 이사야라는 애야?”

“저저, 가만히 입 다물고 있는 것 좀 봐, 참.”

“괜히 나서서 축복이니 뭐니 설치지만 않았어도.”


나는 기억한다.

지금 이사야를 손가락질하며 욕하는 그 사람이, 고작 잠깐 전의 연회에선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손을 맞잡았던 것을.


그러나 화는 나지 않는다.

그게 당연한 인간의 습성이니까.


왜나하면, 나도 쓰레기거든.


“생도님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 관료의 노골적인 물음에, 리아나가 되묻는다.


“뭐죠. 그 말투는.”

“아닙니다. 그저 예비 영웅이 되실 분들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을 뿐입니다. 해보지도 않고 일단 안 된다고 하시진 않으시겠지요.”

“뭐라고요?”


그 사이를, 성주가 중재했다.

성주가 리아나를 보며 차분히 묻는다.


“기사들끼리는 실력의 상하를 판별할 수 있다 들었습니다. 저 밖에 있는 악마가, 훨씬 더 강한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두 분의 기사분께서 져서, 저 악마가 소드마스터에, 그러니까 진마에 오르게 되면 큰일이 나겠군요?”

“...그렇죠.”


성주의 저 말은 리아나를 향한 공격이 아니다.

오히려, 도움이다.

그 사실을 모두에게 주지시키기 위한.


그 파급은 엄청났다.


그 한 마디로 장내의 분위기가, 우릴 내보내는 게 오히려 죄인 것처럼 되어버렸으니까.


그러나 아까부터 우리를 계속 공격하던 한 가신이 그런 것쯤은 상관없다는 듯, 호통치듯 우릴 보며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요! 말을 해! 말을 하란 말이다!”


이사야는 대답을 할 상태가 아니고, 낙자일은 이런 상황에 윽박지를 대담함이 없다.

리아나는 여기서 더 말하면 저 가신과 싸울 것 같다.


그랬기에, 나는 일어서서 앞으로 나섰다.


“뭐, 저희 생각도 성주님과 같습니다.”

“무어야?”

“기다리는 것. 그게 가장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지요. 그것이 정석입니다.”


그래. 판을 깔아줬다,

성주가 우리 편이다.

이대로 편승하면 된다.


“정석입니다만...”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다.

전생에서 난 이런 상황에서 도망쳤다.


그러니까 최연소로 소드마스터에 올랐지만 그 뒤에는 노력하지 않았던 거다.

그러니까 그 뒤에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던 거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얻을 것과 잃을 것.


더 크게, 대국적으로 봐야 한다.


2차 시험은 축복받은 화이트비의 점지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은 그 예언의 힘 덕분이다.

그리고, 나는 어찌 되었건 성검 아우플리온의 도움을 받은 전적이 있다.


그런 내가 여기서 그렇게 쉽게 죽을까?


물론 여기엔 어떤 논리적 근거도 없다.

하지만······.


“···제 잘못이에요.”


이제껏 한마디 하고 있지 않던 이사야가 불쑥 말했다.

물기 있는 목소리였다.


“제가 축복만 안 했다면. 모두가 인질로 잡히실 일도 없으셨을 테죠.”

“이사야. 그만해라.”

“제가 내려가겠어요. 저만 내려가면 돼요, 제가······.”

“우리가 가만히 있을까? ‘응 그래 이사야 잘 가, 잘 죽어’ 하고 보낼까?”

“하지만···!”


손을 들어 이사야의 말을 막은 나는,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겁니다. 이게 악마가 원하는 겁니다. 기사가 내려와서 대결하거나, 성직자를 내려보내라. 2개의 선택지를 줘놓고, 그곳에서 우리가 선택하게 만드는 거죠. 그런데 사실은 2개의 선택지 모두 악마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고요. 치졸하고 비겁하죠.”

“그게 어쨌다는 거야!”

“좋아요. 솔직해져 봅시다. 우리 모두가 아닌 척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최선은 내려가서 기사답게 싸우고, 이기면 된다는 것을요. 그게 최선이죠. 누구도 다칠 일 없고. 죽을 일도 없고.”

“...!”


성주가 다급하게 말했다.


“안 되오!”

“저희를 위해주신 건 감사합니다. 그러나. 착각하시면 안 됩니다. 저는 철저하게 저희를 위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내가 목소리를 깔며 단호하게 말하자 다들 놀라서 움찔했다.


“뭐, 여기 다른 애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저는 순수한 선의만으로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럼···”

“기사로서 도망치면. 지금은 잠깐은 편해지겠지만. 영원한 마음의 짐으로 남겠지요.”


그랬다. 나는 전생에서 늘 도망쳤다. 나는 열심히 할 이유가 없다는 핑계로 늘.

그리고 그것이 나의 족쇄가 되었다.


그러나 이번 생의 나에겐 목적이 있다.


나는 복수해야 한다.


“그 마음의 짐 하나하나로 소드엑스퍼트가 소드마스터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더 나아가, 소드마스터에서 그랜드마스터에 못 오르는 경우도 허다하지요.”


그렇기 때문이다.


마음의 짐은 기사뿐 아니라 성직자에게도 당연하게 적용된다.

이사야의 수준이 높은 것은 알았지만, 소도시의 성막을 유지할 정도로 막대한 신성력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다.

그야말로 막대하다.


대국적으로, 나는 이사야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도망치면 이사야의 성장을 막는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성공하면, 나는 많은 것을 얻을 것이다.


성주, 니키티스 유크시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 말씀, 진심이시겠지요?”


모두가 나를 본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진심입니다.”

“그럼 계획을 말씀해주십시오.”

“제 계획은 이렇습니다.”


나도 양심은 있다.

나만이 위험한 계획이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한테는 재능이 있습니다. ‘기감’이라는 재능이지요.”

“지금 무슨 말을...”

“저희를 빼고 성주님과 그 가신 분들을 합하면 딱 10명이 있으시군요.”


나는 주먹을 높게 들었다.


“가위바위보. 해봅시다.”

“성주님 앞에서 무슨 무례한 짓이냐!”

“글쎄, 일단 해봅시다.”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이겼다, 이겼다, 이겼다, 이겼다, 이겼다, 이겼다, 이겼다, 이겼다, 이겼다, 이겼다.


“...!”

“...!”

“대체 이게 무슨...!”


한 번, 두 번은 다들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를 때쯤이 되자 좌중은 일제히 침음성을 흘렸다.


“방금, 저는 비긴 적조차 없습니다. 모두 이겼죠. 확률로는 3의 10 거듭제곱이니, 몇만 분의 1의 확률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한 번에 해냈습니다.”


감각.

기감.

내가 가진 재능.


“···저는 오직 이 감각만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모두의 눈이 커진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깨달은 것이다.


“2시간. 고작 2시간입니다.”

“······.”

“저는 놈을 이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지 않을 순 있습니다.”


이미 나는 시험해봤지 않나.

이 몸, 이 낮은 상태로 리아나와 대련하면서 고수와의 대련에 익숙해졌다.

나는 죽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아니다.


나는 이사야를 보며 물었다.


“2시간. 버틸 수 있어?”


이사야가 그 큰 눈으로 나를 마주 본다.


이사야는 바보가 아니다.

천성이 착하고 바를 뿐이다.

그것은 엄연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이다.

자신의 대답이 무엇을 의미하게 될지 알기에.

어쩌면 나와 리아나를 사지로 몰아넣는 일임을 알기에.

이사야는 대답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저는, 저는...”


나는 원래 쓰레기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호통치는 거 잘하거든.


“버틸 수 있어, 없어! 그것만 말해!”


잠깐이었다. 아주 잠깐.


이사야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그러나 이사야는 울지 않았다.


다만 작고 곧은 목소리로 말했다.


“버틸 수... 있어요.”


나는 숨을 내쉬었다.


“그럼 됐다.”



나는 작전을 설명했다.

2분여 정도나 되었을까. 짧았다.

설명이 끝난 후, 나는 되새기듯 말했다.



“이사야와 낙자일은 여기 남는다.”


그리고.


“리아나와 나는 내려간다.”

“형님...!”



우리는 놈을 잡는다.


놈을 역으로 사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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