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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력 님의 서재입니다.

소꿉친구와 아카데미 속으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추진력.
작품등록일 :
2021.02.24 05:57
최근연재일 :
2023.11.0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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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544

작성
21.03.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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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인정(2)】

DUMMY

바실레이아 공작가엔 직계 혈통인 세 자매가 있다.


그중 막내가 렐리아 바실레이아. 내 약혼녀이자, 한보름이다. 그리고 그 위로 존재하는 두 명의 언니 중 차녀, 메르엔 바실레이아.

그녀가 내 앞에 서 있었다.


‘틀림없어.’


자신의 어머니와 닮아 반짝이는 황금빛 금발에, 바실레이아 공작가의 상징인 자주색 눈동자를 가진 외모. 그 모습은 원작 제아전에 등장했던 그녀의 그래픽과 완전 판박이였다.


게다가 조금 전 나보고 ‘막내 새끼의 약혼남’이라 부르지 않았던가? 아마 저 막내 새끼가 렐리아를 칭하는 것일 테니 확실하다. 원작에서도 메르엔과 렐리아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는 건 자주 언급됐었고···



‘이제 아카데미는 졸업한 건가.’


메르엔이 다녔던 봉화 아카데미.

불꽃 마법만을 주력으로 다루는 학생들을 모아둔 아카데미다. 그래서인지 메르엔의 주 마법 또한 불속성.


‘올해로 20살이었지.’


아카데미는 4학년까지 있으니 이제 막 졸업했을 거다. 그리고 가문의 수습 마법사부터 차근차근 힘을 기르는 모양인데. 하필이면 그녀가 내 상대로 지목되었다.



“혹시 안 들려요? 그쪽이 막내 새끼 약혼남이냐니까요?”

“막내 새끼가 렐리아 영애를 칭하는 거라면 맞을 겁니다.”

“영애라니. 그냥 악녀라고 불러요. 근데 그쪽 저년이랑 약혼한 거 후회하죠?”


메르엔은 금발을 귀 뒤로 넘기며 입꼬리를 올렸다. 원작에서도 둘이 사이가 안 좋기로 유명했다만, 설마 벌써부터 이렇게 물어뜯을 줄은 몰랐다.


“행복했던 적은 있어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뭐어··· 협박이라도 당했나요?”

“마음대로 생각해주시죠.”

“······콩깍지가 단단히 쓰이셨네.”


메르엔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그녀는 관중석에서 얼굴에 미소를 띄우던 렐리아를 흘겨봤다.


“쯧. 짜증 나는 년.”

“······.”

“빨리 시작이나 하죠.”


자매 사이가 참 살벌하다. 게다가 렐리아의 저 웃음을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평소에 둘이 어떤 사이였는진 대강 눈에 보인다.


잡설은 여기까지.

메르엔이 손을 움직여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붉은 보석이 박혀 있는 지팡이.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그것에 의아한 듯 메르엔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준비는?”

“필요 없습니다.”

“···흠.”


그녀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 이내 메르엔은 고양이 같은 눈을 움직여 눈앞의 남자를 탐색했다.


허리춤에 채워진 검과 가방 안에 들어있는 여러 무기들. 아마 저걸로 기습 공격을 하려는 모양이다.


“뭐, 좋아요. 그럼 이제 시작하죠.”

“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검집 자체를 빼 들어 멀리 던져 버렸다. 새까만 검집이 날아가 무대 뒤로 사라진다.


“···지금 뭐 하세요?”


그것을 본 메르엔이 얼떨떨하게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은 채, 허리에 묶인 무구 가방을 풀어 헤쳤다. 쇠붙이가 서로 부딪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내 그것마저 무대 뒤로 휙 날아가 버렸다.

이것으로 무장은 완벽히 해제된 상태. 메르엔은 지팡이를 쥔 손아귀에 힘을 꽉 주며 외쳤다.


“뭐 하시냐구요!”

“잠깐 몸 좀 풀었습니다.”

“···뭐요?”


그냥 쇼 한 거다. 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아버지와 장인어른.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다. 물론 승리도 확신된 상태다.


“허. 부부는 끼리끼리 만난다는 게 사실이네요. 당신도 멍청해요.”

“그런 걸로 치죠.”

“···참나.”


메르엔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눈앞의 남자가 아까 전까진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예사롭지 않았기에.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나보다.


‘역시 소문은 틀리지 않았어.’


후작가의 미친 망나니 새끼.

세인 샤이.

세간에서 떠돌던 그의 소문은 확실했다. 오만하고, 뽐내는 걸 좋아하는 성격. 솔직히 말하면 실망이 크다.


소문 따윈 믿지 않고,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겠다며 아버지를 졸라 쫓아왔는데. 저런 녀석의 근처에 렐리아를 뒀다간 악녀 기질이 더 심해질지도 모르겠다.

내심 렐리아를 걱정했던 그녀는 이참에 확실히 때려눕혀서 이번 약혼을 무마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시작하죠.”

“예.”


대련이 시작되었다.

나는 자리에서 그녀가 먼저 움직이길 기다렸다. 그 모습을 본 메르엔의 표정이 찌푸려진다. 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여 허공에 마법진을 그렸다.


저것이 기본적인 마법사들의 싸움 방법. 나는 그 모습을 잠깐 바라보다가, 이내 몸속에서 꿀렁거리던 독을 이용했다.


「메두사의 독을 사용합니다.」

「─독성: 10/15」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그 뒤로 마법진을 그리고 있던 메르엔의 손이 멈추는 게 보인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신의 손목을 바라봤다.


“···어?”


손목부터 손가락까지, 움직임이 멈췄다. 그것도 마법진을 그리던 그 자세 그대로. 마치 돌처럼 굳기라도 한 듯 말이다.


‘이게 무슨···’


고위 마법을 쓰기 위해서 꼭 필요한 단계인 마법진을 그리지 못하게 되었다. 메르엔은 급하게 마나를 모아 평범한 불꽃 마법이라도 만들어 내려 했다.


푹!


“커헉!”


그사이에 다가온 나는 메르엔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그녀의 배가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와 함께 허리가 젖혀져, 몸이 앞쪽으로 쏠렸다.

덕분에 균형감각을 잃은 메르엔이 비틀거리며 뒤로 넘어지려 했다. 나는 그녀의 딱딱하게 굳은 손목을 잡아, 지팡이를 뺏어 던졌다.


“끄허윽···!”


메르엔의 몸이 바닥에 붙는다. 나는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타, 움직임을 막았다. 이내 메르엔의 목을 가볍게 쥐며 말했다.


“제가 이긴 것 같습니다.”


너무 간단하고도, 순식간에 끝나버린 시합.

메르엔은 내 손목을 쥐며 떨쳐내려 했고, 나는 순순히 그녀의 목을 놨다.


“커헉! 으억···”

“인정하시는 겁니까?”

“으에··· 미, 친놈아··· 치료사 불ㄹ, 쿨럭!”


메르엔이 목을 쥐며 캑캑댄다. 그녀의 입에서 투명하고도 진득한 액체가 터져 나왔다. 위액이다. 복부를 세게 강타당하여 일어난 증상.

나는 가슴팍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치료사 부르라고··· 켁!”

“그전에 할 말이 있지 않습니까?“

“므언 개 소리야··· 크엑.”

“렐리아를 년이라고 칭한 거.”


손수건을 예쁘게 접어 다시 가슴팍에 넣어뒀다. 그리고는 메르엔의 얼굴 쪽으로 고개를 가까이 댔다. 표정은 전투 전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사과하셔야죠?”

“······”


메르엔은 고개를 들어 올려 세인을 바라봤다.

무섭다.

조금 전 사용한 말도 안 되는 능력도, 끝까지 치료사를 부르지 않는 저 미친 성격도, 아직까지 몸 위에 올라타 움직임을 막는 것도.

그래서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더 크게.”

“미, 미안하다고!”

“베르. 치료사를 불러라.”


나는 옆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것에 무대 밑에서 대기 중이던 베르가 땀을 삐질 흘리며 달려나갔다.


이것으로.

대련은 막을 내렸다.



***



무기를 쓰지 않고 제압했다.

정확히는 우리 딸··· 그러니까 메르엔이 마법진을 그릴 때, 순간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것에 메르엔이 당황한 것을 보아 세인 녀석이 한 짓일 터.


‘···움직임을 멈추는 마법이라도 있는 것인가.’


대마법사란 칭호를 달고 있는 자신조차도 이해하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술수를 쓴 것일까.


‘아티팩트는 아닐 터인데···’


아티팩트를 썼다기엔 그런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에 저 녀석은 대련이 시작하기 전에 몸의 무구들을 모두 벗어 던졌다.


‘···설마.’


폴레의 머릿속에 한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본인이 직접 만든 비전 마법.

자신이 녀석에게 사용했던 시간을 정지 시키는 마법처럼 본인이 만든 비전 마법일 가능성이다.


‘···나중에 확인해봐야겠군.’


폴레는 생각을 접어두며 속도를 높였다. 현재 그는 부화한 용인 세리아를 보러 가는 길. 녀석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혹여나 인간을 공격할 마룡으로 변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대마법사인 그가 확인차 들리는 것.


철컥-

이내 세레아의 방을 벌컥 열었다. 안쪽에 아무도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던 터라 그의 움직임은 거침없었다.


“아우아?”

“···”


폴레는 방으로 들어와 세리아가 누워있는 아기용 침대 앞에 섰다. 새하얀 얼굴에 대비되는 흑발, 총명하게 반짝이는 자주색 눈동자.

누가 봐도 어여쁜 아기가 폴레를 향해 손을 허우적댔다.


“하부디!”

“···말은 어느 정도 가능한 건가.”

“하아부우디이!!”

“거 참. 시끄러운 녀석이군.”


폴레는 무심한 눈으로 세리아를 슥 훑고는 공기 중의 마나를 움직여 녀석의 상태를 살폈다. 몸 안에 악한 기운은 없다. 다행히 건강상태 또한 무척 우수하다.


‘잘 크기만 하다면 대륙이 난리가 나겠구나.’


대륙 최강의 종족인 용이다.

과연 이 핏덩어리 녀석이 크게 되면 얼마나 강해질까. 폴레는 그런 생각을 하며 세리아의 앞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참고로 오는 길에 손가락을 깨끗이 씻었다. 비누칠은 필수였다.


“우으에!”

“···내 손가락은 먹는 게 아니다.”


세리아는 그의 말을 무시하며 검지를 미친 듯이 빨았다. 폴레는 침 범벅이 된 자신의 검지를 빼 들며 말했다.


“스읍- 녀석아. 아니래도.”

“으에에···”


세리아의 동글동글한 얼굴이 찌푸려진다. 화가 난 것이다.


“허. 네가 화나면 뭐, 어쩌려고 그러느냐.”

“어므아··· 이르그야···”

“그러냐? 네 어미한테 이르겠··· 뭐?”

“어므아··· 으에응···”

“···말하는 아기 녀석은 참 귀찮구나.”


폴레는 하는 수 없이 자신의 검지를 세리아에게 내줬다. 그러자 세리아는 환하게 웃으며 그의 검지를 쪽쪽 빨았다. 그렇다고 해서 마나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평소 몸에 두르고 다니는 마나 방어막이 조금씩 흡수되고 있었다.


“마나를 먹는 건가?”

“우웅!”

“···그렇군.”


폴레는 자신의 마나를 소수 검지에 옮겼다. 그러자 세리아는 눈을 크게 뜨며 그의 검지를 미친 듯이 빨았다. 맛있고 질 좋은 마나가 폭포수처럼 흘러넘친다.


‘우으!’


이것은 신세계다.

아직 미숙한 맛이던 엄마와 아빠의 마나 와는 차원이 다르다. 달고, 입안에서 톡 쏘는 맛이 중독성 있다.


“쭈웁! 쭈웁!”

“큼··· 이거 꽤 간지럽군.”


폴레는 가만히 손가락을 내주었고, 이내 시간이 조금 흘렀다. 마나를 배불리 먹은 세리아가 자신의 토실토실한 배를 문지르며 꺼억 트림을 뱉어냈다. 뮬리가 해주는 것을 보고 익힌 것이다.


“···혼자서 트림하는 아기는 난생 처음 보는군. 역시 용이라 그런지 익히는 게 빠른 건가.”


폴레는 턱을 쓰다듬었다. 그때, 노곤한 표정을 짓던 세리아가 눈을 퍼뜩 뜨며 외쳤다.


“하부디! 짜라기!”

“짜라··· 뭐?”

“짜라기이!!”

“···짤랑이?”

“우으!”


폴레는 방 주변을 둘러보다 발견한 짤랑이를 세리아 앞에서 흔들었다. 그것에 기쁜 것인지 세리아를 환하게 웃으며 손과 발을 짝짝 쳤다.


“우으에!”

“···기분 좋으냐?”

“우!”

“···허허.”


그의 입에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제국의 몇 없는 대마법사란 양반이 아기 앞에서 짤랑이를 흔드는 꼴이라니. 이걸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찌 될까.


‘아무도 없으니 상관없나.’


폴레는 그렇게 말하며 아기 렐리아가 좋아했던 짓을 해보기로 했다. 그는 세리아를 들어 올리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우르르- 까꿍!”

“우으에에!!”

“하하, 요 녀석. 그렇게도 기쁘냐?”

“우으!!”


짝짝-

세리아가 더 해달라는 듯이 손뼉을 치며 폴레를 부추긴다. 그것에 흐뭇한 미소를 지은 퓰 리가 이번엔 더욱 크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입을 열었다. 그때, 살짝 열린 방문 사이로 누군가 들어왔다.

세인과 렐리아.

그들은 문을 열었고, 이내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우르ㄹ-”

“장인···어른?”

“아, 아빠···!”

“······까꿍.”


세리아를 들어 올린 채.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폴레.

그 모습을 보던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저, 전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나두.”

“자, 잠깐 기다리ㄱ-”


쾅!


방문이 굳게 닫혔다.

폴레는 멍한 표정을 지었고, 그에게 들려 있던 세리아는 손뼉을 짝짝 쳤다.


“우으에!”


짝- 짝-

공허한 방안에.

세리아의 손뼉 소리만이 울러 퍼졌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당...

꾸벅...
차칸 독자님들...!
빨리 댓글을 다는 겁니닷...!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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