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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력 님의 서재입니다.

소꿉친구와 아카데미 속으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추진력.
작품등록일 :
2021.02.24 05:57
최근연재일 :
2023.11.0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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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544

작성
21.03.0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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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글자
12쪽

【소꿉친구(3)】

DUMMY

샤이 후작가는 소문이 금방 퍼져간다.


온종일 고된 업무를 마치고 쉬는 하녀들에게 샤이 후작가의 가십거리는 좋은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샤이 후작가에 돌았던 소문을 나열해보자면······.


‘세인 도련님이 또 술에 취해 돌아오셨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하녀에게 손찌검을 하셨다.’

‘마약에 취해 난동을 부려 가주실로 불려가셨다.’


등등··· 이처럼 망나니 세인의 악행에 대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좋은 선행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으나, 조금 상스러운 내용이었다.


‘세인 도련님이 렐리아 영애를 첫 만남에 꼬셔버렸다!’


···이걸 좋아해야 할까.

물론 가문 입장에서는 좋은 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과는 좀 많이 왜곡되었으나, 이미 엎질러졌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여기 하녀들은 미쳤어. 무슨 소문을 그따위로 퍼뜨려?”

“그럴 수도 있지, 뭐.”

“넌 아무렇지도 않냐?”


렐리아의 말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오히려 여기서 더 반응했다간 여론만 안 좋아질 뿐이야. 그럴 바에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낫지. 그리고 아버지도 은근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

“아버님- 아니, 후작께서?”


렐리아가 말실수를 했지만, 그럴 수 있기에 넘어갔다.


“어. 애초에 날 살려둔 이유도 너 때문인데 당연한 거지. 근데 팔꿈치 좀 치워줄래?”

“싫은데. 이 자세가 편해.”


렐리아는 아까부터 내 어깨 위에 팔꿈치를 올려 얼굴을 손에 배고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때문에 어깨가 저려왔지만, 렐리아의 고집에 그냥 내버려두었다. 어차피 렐리아가 가벼웠기에 아직 버틸 만 했다.


게다가 빙의 전에도 이런 스킨십은 항상 했던 거라··· 이젠 그냥 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중이다.


“그래서 암시장에 갈 거란 거지?”

“어. 그러려면 우리 둘이 몰래 나가야 하는데···”


그 방법이 또 마땅한 게 없었다. 렐리아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내게 말했다.


“데이트 간다고 하는 건 어때?”

“···징그러운 말 하지 말라며.”

“아니, 그럼 뭐 어쩔건데. 방법이 그것밖에 없잖아?”


렐리아가 제시한 의견은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 일만 했다. 렐리아- 아니, 바실레이아 공작가에게 밉보여선 안 되는 샤이 후작가가 나와 렐리아의 데이트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도 함께 갈 사람을 붙일 텐데.”

“그건 따돌리면 되지.”


렐리아의 덤덤한 말에 나는 고개를 그쪽으로 돌렸다. 렐리아는 뒷머리를 묶었기에 새하얀 목선엔 잔머리가 나 있었다.


‘음.’


잠깐 눈길이 그쪽으로 갔지만, 곧장 렐리아의 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확실히 네 능력이면 해볼만 하지.”


렐리아의 특기는 공간.

당연히 텔레포트처럼 공간을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아카데미에 입학하기도 전이라 렐리아의 특기가 그 정도 까지 숙련이 되었냐가 문제인데···


“왜 특기로 가?”


렐리아는 웃으며 소파 밑에 있던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아까 응접실에 들어올 때도 저게 있었지만, 안의 내용물은 알지 못했다.


“짠.”

“···아.”


텔레포트 마법진이 새겨진 종이.

바실레이아 공작가의 마차가 샤이 후작가로 오는 동안 사용했던 것이다.

렐리아는 그것을 흔들며 말했다.


“이걸로 가면 안들 킬 거야. 공작가라 돈도 많아서 그런지 비싼 거거든.”

“······확실히 그 정도라면 괜찮겠네.”


품질이 꽤 좋다.

이 정도면 최소 7서클 이상의 마법사가 만든 것.

바실레이아 공작가 자체가 마법명가이다 보니, 이런 물건은 흔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누가 말할래?”

“네가 말해봐, 남자답게. 렐리아 영애님과 데이트 가고 싶다고.”

“그 발언 성차별인데? 그런 거 요즘 조심해야 해.”


렐리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럼 내가 말하냐?”

“······아버지께 말해볼게.”


이야기가 어느 정도 끝나갔다. 때마침 응접실 문에서 똑똑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인 도련님, 렐리아 영애님. 그··· 말씀들은 모두 나누셨습니까?”


베르의 말에 내 얼굴은 차갑게 식었고, 곧장 말투가 바뀌었다.


“베르. 무슨 일이냐.”

“푸흡···”

“······.”


그것에 렐리아가 비웃었다. 나는 렐리아의 이마에 살짝 딱콩을 먹여 조용히 시켰다.


“아이씨··· 아프잖아.”

“너 입 좀 닫고 있어 봐.”

-“그··· 이야기가 끝난 거 맞으시죠? 제가 중간에 방해한 거라면······.”

“아니다. 중요한 이야기···는 모두 끝났으니 문을 열어도 좋다.”


베르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눈을 가리고 천천히 들어온 뒤, 슬쩍 눈을 떴다.


“하하··· 다행입니다.”


베르녀석이 말하는 다행히 뭔지 좀 듣고 싶다. 베르는 큼큼거리고서 내 앞으로 와 보고를 시작했다.


“후작님께서 도련님과 영애님을 저녁 만찬에 초대하셨습니다. 다른 형제분들은 모두 자리를 비운 까닭에··· 세 분이 식사하게 되실 겁니다.”

“그렇군······.”


렐리아가 팔꿈치로 나를 살짝 쳤다. 그때 데이트 이야기를 꺼내란 소리다.


“마침 아버지께 할 말도 있는데 잘됐다. 시간은 언제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당장 준비할까요?”

“그럼 빨리 말하지 그랬나."


베르는 어물쩍거리다가 허허 웃었다.


“혹시 몰라서 말이죠.”

“······준비할 건 딱히 없겠지?”

“넵. 지금 바로 가시면 됩니다.”


베르의 말에 나는 렐리아의 손을 낚아채고서 일어났다.


“어, 어······.”


렐리아가 당황한 눈빛으로 날 쳐다봤지만, 살짝 미소 지을 뿐이었다.


“그럼 가시죠, 영애.”

“······네. 아버님··· 아니, 후작님과 식사라니. 떨리네요.”

“이제부터 아버님이라 불러야 할 겁니다.”


렐리아의 손에 힘줄이 잡혔다. 얼굴에 억지 미소가 가득했다.


‘미쳤냐?’

‘그냥 이런 이미지로 밀고 나가자.’


나는 렐리아와 손을 잡고서 응접실을 나섰다.

그런 도련님과 렐리아를 바라보던 베르.

그는 멋지게 난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쩌면 새로운 도련님이 생길지도 모르겠군. 유모를 뽑아야겠어.”


다음에 유모차도 한 번 보러 가야겠다. 딸랑이랑 어린이용 검은 필수겠지.


“이름은 세인님과 렐리아님을 적절히 조합해서 아드님이면··· 레인이 좋겠군. 공주님이면 세리아가 좋겠다, 좋아!”


베르의 얼굴에 아빠 미소가 번졌다. 그는 아직 시작도 안 된 것에 김칫국을 시원하게 말아먹고서 뇌내망상을 거듭했다.



***



식당은 본관에 있지만, 응접실과는 정 반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때문에 이동하는 와중에 여러 하녀와 마주쳤고, 어째서인지 그들의 눈빛이 조금 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의 시선이 렐리아와 마주 잡고 있는 손에 향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새 붉어진 렐리아의 귀에 향하기도 했다.


‘더워?’

‘...지랄 말고 그냥 가.’


저 입 때문에 친구가 없지.

나는 렐리아를 무시하고서 계속 움직였다. 그런 와중에 어떤 하녀가 달려와 내 옷자락을 잡았다.


“어깨 부분이 구겨져 있습니다.”

“고맙다.”

“예, 엣? 고맙···? 아, 넵.”


하녀는 잠시 당황하는 듯했지만, 구겨진 어깨 부분을 바르게 펴주었다. 아까 렐리아가 팔꿈치를 올렸던 부분이다.


옷매무새가 모두 깔끔해지자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나와 렐리아는 그녀를 건너 커다란 문 앞에 당도했다. 그러자 문앞에 서 있던 두 하녀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열거라.”

“세인 도련님과 렐리아 영애님 들어가십니다!”


동시에 커다란 문이 양옆으로 열렸다. 그러자 식당의 풍경이 보였다. 일자로 길게 뻗은 식탁과 쓸데없이 개수만 많은 의자.


그 일자 식탁 중앙의 커다란 의자에는 샤이 후작가의 가주- 데르엔이 앉아 있었다.


데르엔의 눈길은 우리가 맞잡고 있는 손으로 향했다가 이내 얼굴 쪽으로 이동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후작님을 뵙습니다.”

“···세인, 앉거라. 영애, 앉으시죠.”


렐리아와 나는 가주의 양옆에 앉았다. 중앙이 아니었기에 렐리아와 나는 마주 보는 형식이 되었다.


“···렐리아 영애. 공작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아버님은 잘 계십니다. 간간이 후작님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이러쿵저러쿵.

서로 격식을 차리는 인사가 오갔다. 그것이 모두 끝나고서야 본격적인 음식이 나왔다.


“···그렇군요. 그럼 세인은 어떤 것 같습니까?”


데르엔의 기습 질문.

렐리아는 나를 슬쩍 흘겨보더니 입을 열었다.


“···저, 정말 멋지고 자상하신 분 같습니다. 그리고 또··· 잘생겼기도 하셨구요.”

“저희 막내가 제 어미를 닮아 한 외모 합니다.”


데르엔은 이번에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서 물었다.


“세인. 넌 렐리아 영애님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


렐리아, 아니 한보름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투 많고, 욕심 많고, 양보심 없고, 이기적인 여자? ···그래도 조금 귀엽지.’


렐리아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자, 그녀의 표정이 잠시 거칠어졌다.


‘속으로 내 욕했지?’

‘······아뇨?’


나는 데르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렐리아 영애님은 착하고, 배려심이 많고··· 또 귀, 귀여우신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


막내와 영애의 대답을 모두 들은 데르엔.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녀석들 콩깍지가 제대로 꼈군.’


도대체 뭔 개소리를 씨불이는 건지. 서로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일은 모두 잊기라도 했단 말인가?


한쪽은 망나니에, 또 한쪽은 악녀 주제에 그런 말을 하다니. 만약 이 자리에 다른 이가 있었다면 배를 잡고 낄낄 웃었을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티 낼 수는 없었다.


그냥 이대로 끼리끼리 만나서 잘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 기념 해서 세인의 정신머리가 고쳐지고, 그가 타고난 재능을 뽐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럼 맛있게 드시지요.”


어느새 식탁 위에 가득 쌓인 음식이 보였다. 나와 렐리아는 무언가를 먹을 기분이 아니었지만,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그리고 식사가 막바지에 들어섰을 때.

렐리아가 내 종아리를 살짝 찼다.


‘크윽··· 폭력은······.’

‘개소리 말고 빨리 말해.’


나는 렐리아를 슬쩍 째려보고선 곧장 데르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

“무슨 일이지?”

“제가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데르엔은 수건으로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았다.


“부탁? 그게 무엇이냐?”


나는 한차례 심호흡을 했다. 렐리아는 데르엔 몰래 킥킥 웃었다.

저거 진짜 악녀 아니야?


“······렐리아 영애님과 도시에 데이트를 가고 싶습니다.”

“······데이트?”

“어머··· 세인님······.”


렐리아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정말 처음 들었다는 듯이 연기했다.

이게 아닌데? 너도 맞장구 쳐주는 거 아니었나?


“정말 그런 말을··· 부끄럽습니다, 세인님.”

“그릇 치, 치워드리겠습니다.”


때마침 나타난 하녀가 동공을 떨며 그릇을 거둬갔다. 그녀의 손은 지진이라도 난 듯 미친 듯이 흔들렸다.

또 후작가에 소문이 돌겠구나···


‘너 이따가 보자.’


눈빛으로 렐리아에게 경고를 보내두고서 데르엔을 쳐다봤다.

그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채로 말했다.


“결혼식도 하기 전에 손주를 보기는 싫군. 외박은 안된다.”

“······외박은 아닙니다. 그저 구경만 하다 오겠습니다.”

“흠. 그럼 후작가의 기사와 바실레이아 공작가 측에서 온 마법사를 대동하거라. 그렇다면 허락해주지.”


데르엔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렐리아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외박이 안 되는 건 좀 아쉽네요.”

“······?”

“······.”

“뭐, 그렇다구요. 이제 갈까요? 세인님?”


렐리아의 순수한 웃음.

그 모습은 그녀가 악녀가 아니라면 지을 수 없는 미소였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유를 말씀드려 보자면... 아침부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힘들어써여... 덕분에 글도 안써지구... 한숨 자다가 꾸역꾸역 글쓰고, 퇴고해서 올립니다.. ㅠㅠ 
아파서 미안해요!
대신 차칸 독자의 댓글과 좋아요, 선작으로 나을 수 이써여! 
차칸 독자는 댓글 남기고 가는고에오~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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