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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력 님의 서재입니다.

소꿉친구와 아카데미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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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력.
작품등록일 :
2021.02.24 05:57
최근연재일 :
2023.11.03 21:34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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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4,544

작성
21.03.1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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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인공 던전 실습(1)】

DUMMY

***



“으어···? 요기 쪼꼬릿 오디 가써···?”


유진은 케이크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본래 케이크 위에 장식되어 있어야 할 초콜릿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초콜릿 장식에 발이라도 달린 걸까 놀랐지만, 어린 유진은 그런 미신은 믿지 않았다.


“어, 어디찌···”


유진은 식탁 의자에서 내려와 집안 이곳저곳을 뒤졌다. 자신의 방, 부모님 방, 부엌, 거실, 심지어 화장실마저도. 그러나 초콜릿 장식은 발견되지 않았다.


“으어···”


어릴 때부터 달달한 걸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 그건 유진도 마찬가지. 그는 쏟아질 듯한 눈물을 참으며 자신의 방 장롱을 열었다. 부모님 몰래 숨겨두었던 초콜릿을 꺼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보름아?”

“히익!”

“너, 너···! 고거 내 쪼꼬!”


장롱 안쪽에선 끈적한 갈색 초콜릿을 잔뜩 묻힌 채, 케이크 장식을 먹어치우고 있던 한보름이 보였다. 유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한보름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내꺼··· 쪼꼬···”


유진의 눈가에 투명한 물이 일렁인다. 한보름은 자신의 손가락에 묻은 초콜릿을 유진의 입에 쏙 넣으며 말했다.


“나머지 너 주께. 나 차카지?”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는 어린 보름. 유진은 입안의 손가락에 묻은 초콜릿을 꿀꺽 삼켰다. 엄청나게 달다. 그와 함께 보름의 손맛으로 인해 약간 짜다.


“쪼꼬···”

“히히. 내가 남겨둬써! 마시찌?”

“···시러.”

“웅?”

“쪼꼬··· 시러···”


아마 그 때문일 거다.

유진··· 아니, 내가 단 음식을 싫어하게 된 이유가.




“···으음.”


나는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켰다.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악몽을 꾼 듯한 기분이다. 분명 무서운 꿈이었겠지. 나는 한 차례 하품하고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곤히 잠들어 있는 렐리아와 세리아가 보였다.


“코오···”


렐리아는 피곤했는지 작게 코를 골았다. 나는 그녀의 입가에 묻은 침을 닦아내고, 볼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말랑해.”


볼살을 콕 찔렀다. 새하얀 볼을 손가락이 파고 들어간다. 다행히 렐리아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기에 몇 번 더 반복할 수 있었다.


“우음···”


렐리아가 몸을 뒤척인다. 그녀는 이불을 모두 품에 안고서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나는 그런 렐리아를 잠시 바라보다가, 시계를 보며 이불을 팍 뺏어 들었다.


“일어나!”

“우, 으어?!”


렐리아가 놀란 눈으로 허공을 응시한다. 이윽고 나와 눈을 마주친 그녀가 주변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아침···?”

“벌써 해가 중천이야.”

“우으···”


렐리아가 눈을 비비며 하품했다. 그녀는 습관처럼 입가를 닦고서 잔머리를 뒤로 넘겨 정리했다.


“사실 더 자도 되는데 그냥 깨웠어. 나 먼저 씻을 테니까 좀만 더 자.”

“뭐? 너 이씨-”


렐리아가 베개를 집었다. 나는 잔소리 폭격이 시작되기 전에 씨익 웃고서 방을 나섰다.



“···하아.”


방에 혼자 남은 렐리아.

그녀는 손에 쥔 베개를 침대에 던져두며 다시 몸을 눕혔다. 하지만 잠은 이미 달아난 상태. 눈을 감아봤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그러나 눈을 감은 덕분일까.

다른 감각이 예민해진 기분이다. 렐리아가 누운 곳이 세인이 자던 자리라 그런지 그의 냄새가 났다.


“···킁.”


약간 달다. 그러면서 또 친숙한 냄새. 25년을 옆에서 지내오며 그의 체취를 모를 수가 없었다. 버스에서 어깨에 잠을 청할 때나, 같이 신나게 뛰어놀 때 났던 냄새다.


“···음.”


이게 뭐하는 짓이야.

아침부터 친구가 자던 자리의 냄새를 맡고 있다니. 얼굴이 붉어진 그녀가 몸을 일으켜 볼을 긁었다.


“···딸. 잘 잤어?”


때마침 침대 중간에서 잠을 청하던 세리아가 데굴데굴 굴러왔다. 렐리아는 알을 껴안으며 몸에 품었다. 어젠 그렇게 차가웠던 것이 지금은 무척 따뜻하다.


“기분 좋다. 우리 딸 엄청 따뜻해.”


세리아를 껴안고 있으면 피곤이 날아가는 느낌이다. 생각해보면 오늘 아침도 무척이나 상쾌하고 개운했다. 꿈은 약간 기분 나빴던 것 같지만, 육체는 한결 편안해졌다.


‘배탈도 안 났고···’


어제 그렇게 차가운 음식을 먹었는데 괜찮다. 어릴 적부터 차고 단 음식을 이렇게 가득 먹으면 항상 배탈이 났었는데.

그럴 땐 유진이 배를 문질러 줬다. ‘유진이 손은 약손!’ 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물론 중학생 이후부턴 안 그러긴 했지만.


“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배를 문질렀다. 하지만 별다른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렐리아는 세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딸 덕분인가?”


알이 그렇다는 듯 뒹굴 거린다. 렐리아는 그런 알껍데기를 쓰다듬으며 껴안았다.


“그렇지? 오구구 우리 딸 벌써 효도해.”


「용이 기뻐합니다.」

「용의 메시지: 세리아 차케!」


“우리 딸 나 닮아서 벌써 천재네.”


“뭐래, 나 닮았구만.”


어느새 다 씻은 나는 마른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들어왔다. 당연하지만 옷은 입은 채였다. 렐리아는 세리아를 내려두며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이제 나 씻는다?”

“그래그래.”


렐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방을 나섰고, 나는 옷장을 열어 아카데미 체육복을 꺼내 들었다. 평소라면 제복을 입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재밌겠네.’



오늘은.

꽤 과격한 훈련이 있는 날이다.



***



제국 아카데미.

명실상부 대륙 최고의 아카데미 중 하나. 그런 제국 아카데미의 교육은 다소 특별하다.


학생들을 데리고 실제 던전을 공략하러 간다든지, 괴수를 토벌하러 간다든지, 마수를 잡는다든지. 대부분의 아카데미에서 위험의 문제로 꺼리는 일들을 교육이란 명목하에 진행한다.


물론 그런 위험성이 가득한 교육은 고학년 학생들만 받는다. 아무리 그래도 아카데미에서 학생의 안전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신입생들은 꽤 빡빡한 훈련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훈련이 오늘 기다리고 있다.


〔 인공 던전 실습 〕

이름 그대로 아카데미 측에서 만든 인공 던전을 클리어하는 수업. 고학년이 되어 진짜 던전에 들어가기 전, 몸을 적응하게 만드는 훈련이라 생각하면 된다.




“전부 모인 것 같군.”


모르카의 날카로운 눈빛이 운동장 전체를 휩쓸고 갔다. 플래티넘 반의 전체 인원이 각진 자세로 정렬된 상태다.


“다들 오늘 수업이 뭔진 미리 들었을 거다. 인공 던전 실습. 말 그대로 지금부터 너희는 아카데미 측에서 만든 인공 던전에 들어가 그것을 클리어하는 훈련이다.”


운동장에 차렷자세를 취하던 학생들의 표정이 긴장으로 물든다. 아무리 최고 단계 반이라 하더라도 이 중에서 던전을 들어가 본 학생은 몇 없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진 마라. 던전 내부에 설치된 수정구를 통해 실시간으로 조교들이 너희 모습을 관찰하고 있으니. 만약 조금이라도 위험한 모습이 보인다면 조교나 교관이 달려가 구해주겠다.”


모르카의 뒤엔 임시 교관복을 입은 조교들이 보였다. 참고로 그들이 조교라 해서 약하진 않다. 하나하나가 모두 고급 인력들. 그들이 학생들을 지켜본다면 크게 다치는 일은 없을 거다.


“이제 수업 방식을 설명하도록 하지. 우선 인공 던전 실습은 3명이 조를 이루는 조별 평가다.”


그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어렵진 않다. 던전 내부는 어지러운 미로 형태의 동굴로 형성되어 있으며, 그곳에 숨겨진 포인트볼을 모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팀 순서로 성적이 결정된다.


포인트볼은 겉면에 적힌 숫자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기에 높으면서도 많은 양의 포인트볼을 얻는 게 이번 실습의 핵심이다.


“···이 정도면 설명은 다 됐군. 그럼 조를 호명하겠다. 참고로 조는 완벽히 랜덤하게 짜였다. 처음으로-”


모르카는 종이를 손에 쥔 채, 학생들 이름을 호명했다. 이름이 불린 학생은 앞으로 나가 같은 조끼리 모여 벌써부터 계획을 짜는 중이었다.



“세인 샤이.”


내 이름이 불렸다. 나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학생들이 이쪽으로 힐끔 시선을 보낸다. 그들의 눈엔 호기심이 가득했다. 아마 저번 대련 이후로 나에 대해 궁금해 하는 학생들이 많아진 모양.


“다음으로 렐리아 바실레이아.”


‘이게?’

‘아니, 이거 조작 아니냐.’


모르카의 호명 소리에 나와 렐리아는 서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원작에선 룰렛뽑기로 조원을 뽑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조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아예 몰랐기 때문이다.


‘뭐··· 너랑 하면 1등은 따 놓은 거네.’

‘맞긴 하지. 그래도 다른 팀이었으면 내 팀이 1등이었을걸?’

‘그럼 내기하든가.’

‘···크흥.’


렐리아가 내 옆에 바로 섰다. 나는 그녀를 콕콕 찔렀고, 렐리아는 이쪽을 째려봤다.


‘하지 마.’

‘내기하자니까?’

‘···싫어.’


약간 아쉽다. 그러나 곧이어 모르카 교관의 목소리가 들려왔기에 자세를 고쳐 잡았다.


“다음으로···”


학생들의 이목이 쏠린다. 저 망나니들과 같은 조는 누구일까-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윽고 들려온 모르카의 목소리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류미 그레스. 앞으로 나와라.”


류미 그레스.

원작 제아전의 주인공이자, 엘프 왕의 손녀.


“네.”


산뜻한 대답이 들려왔다. 나와 렐리아의 고개가 자동으로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돌아간다.


새하얀 백발과 청아한 벽안, 여타 엘프들처럼 뾰족한 귀.

류미 그레스.

그녀가 학생들 틈 사이를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런 류미의 걸음걸이엔 귀태가 절로 묻어나왔고, 빠져들 듯한 백발이 고귀하게 찰랑거렸다.


‘오··· 역시 렐리아보다 예쁘네.’

‘죽어.’

‘농담이고 여보보단 안되지.’

‘이럴 때만 여보야, 뒤지려고.’

‘그럼... 자기야?’


나와 렐리아가 속마음으로 티격대는 사이, 우리 앞에 도착한 류미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음··· 저기요?”


그녀의 목소리에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그건 렐리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달라진 분위기. 그럼에도 류미는 싱긋 웃으며 손을 건넸다.


“반가워요. 전 류미 그레스라고 해요.”

“반갑군.”

“그러시구나.”


말투가 띠껍다. 하지만 이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자신보다 높은 사람이 아닌 이상 모두 이 아니꼬운 말투로 나오게 되어 있었으니까.


그러나.

류미는 호구처럼 미소 지었다.


“두 분 모두 좋으신 분 같아요.”


도대체 어디가?

의아했으나, 곧이어 들려온 모르카의 목소리에 당황할 틈도 없었다.


“3조 집합.”


우리를 부르는 목소리다. 류미는 나와 렐리아의 두 손을 맞잡고 걸었다.


“다 같이 힘내봐요?”

“···?”

“···?”


나와 렐리아는 황당한 얼굴이 됐다. 원작은 주인공으로 플레이했기에 실제 류미의 성격은 잘 알지 못했지만···


‘호구 아니야?’

‘그냥 순진한 거라고 해.’


서로 생각이 같나 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자동으로 들 만큼 류미의 성격은 순진한 소녀 같았다.


‘···좋은 애 같지?’

아마도?‘


그럼 좋은 거겠지.

우린 함께 인공 던전 앞에 섰다. 거대한 동굴. 안쪽은 얼마나 어두운지 자세히 보이지도 않았다.

그 앞에 서 있던 조교 한 명이 우리에게 다가와 말했다.


“3조 맞죠?”

“맞아요.”

“아, 그럼 여기에 이름 적어주시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의 말에 우린 각자 이름을 적었다. 그러자 교관은 시계를 보며 몸을 비켰다.


“이제 들어가시면 돼요. 건승을.”


조교의 말.

그것에 나와 렐리아는 눈을 반짝였고, 류미는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외쳤다.


“3조 힘내봐요!”

“···알겠다.”

“그러죠···”



우린 서로를 바라보며.

인공 던전 안쪽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작가의말

실검 소꿉 어디갔죠?

흠...
그래도 투베! 
감사합니다!!
후원금 보내주신 분들, 커뮤니티에서 제 작품언급해주신 분들도 모두 감사해요! 
댓글, 추천 부탁드리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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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훈련 캠프 - 담력훈련】 +45 21.03.18 2,290 131 13쪽
22 【훈련 캠프 - 숙소】 +52 21.03.17 2,510 156 11쪽
21 【인공 던전 실습(2)】 +43 21.03.16 2,557 127 14쪽
» 【인공 던전 실습(1)】 +21 21.03.15 2,681 122 12쪽
19 【요리】 +31 21.03.14 2,951 134 15쪽
18 【전리품】 +23 21.03.14 2,977 138 13쪽
17 【우리 사이의 데이트】 +53 21.03.13 3,223 169 14쪽
16 【리치의 탑(2)】 +57 21.03.12 3,092 162 18쪽
15 【리치의 탑(1)】 +26 21.03.11 3,308 178 11쪽
14 【낮잠】 +28 21.03.10 3,391 149 12쪽
13 【대련(2)】 +27 21.03.09 3,399 138 13쪽
12 【대련(1)】 +25 21.03.08 3,620 141 14쪽
11 【즐거운 아카데미 생활】 +17 21.03.08 3,779 148 16쪽
10 【우리 아카데미에서 동거해요】 +38 21.03.06 4,090 192 14쪽
9 【약혼식(2)】 키스신 + 작은 공지사항 +39 21.03.05 4,205 192 14쪽
8 【약혼식(1)】 +32 21.03.04 4,026 160 13쪽
7 【아찔한 데이트(2)】 +23 21.03.03 4,158 165 13쪽
6 【아찔한 데이트(1)】 +25 21.03.02 4,549 171 13쪽
5 【소꿉친구(3)】 +16 21.03.01 5,063 178 12쪽
4 【소꿉친구(2)】 +29 21.02.28 5,423 195 13쪽
3 【소꿉친구(1)】 +15 21.02.27 5,735 181 13쪽
2 【망나니 세인】 +13 21.02.27 6,524 186 13쪽
1 【Prologue.】 +27 21.02.27 7,795 22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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