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추진력 님의 서재입니다.

소꿉친구와 아카데미 속으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추진력.
작품등록일 :
2021.02.24 05:57
최근연재일 :
2023.11.03 21:34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139,127
추천수 :
6,538
글자수 :
294,544

작성
21.03.10 22:40
조회
3,391
추천
149
글자
12쪽

【낮잠】

DUMMY

제국 아카데미의 학비는 무척이나 비싸다.


다른 아카데미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는 지원금이 있지만, 그마저도 경쟁이 무척 치열하다.


결국 학비 부족으로 아카데미를 다니지 못하는 평민 학생들이 늘어나자, 아카데미 측에서는 그 부분을 메꾸기 위해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제국 아카데미 의뢰소.

사람들이 용병들에게 의뢰를 맡기듯, 아카데미 학생에게 의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의뢰는 지명 의뢰와 게시판 의뢰로 나누어져 있고, 오늘 나에게는 하나의 지명 의뢰가 들어왔다.



“세인, 왔나?”

“모르카 교관님··· 오랜만입니다.”


교수, 교관이 모여있는 교무실.

그 안에서도 실전 전투 담당 교관 모르카의 자리 앞에 멈춰 섰다.


“손은 좀 괜찮은지 모르겠군.”

“3일 정도 쉬고 나니 완치되었습니다.”

“그것참 다행이다. 하마 타면 또 교장 놈한테 불러갈 뻔했구나.”


그럼 몇 번 불러간 적 있다는 소린가.

나는 뒷짐을 지고서 나지막이 입술을 벌렸다.


“제게 지명 의뢰가 들어왔습니까?”

“그래. 그것도 네 가문인 샤이 후작가에서 말이야.”


샤이 후작가에서 내게 지명 의뢰가 들어왔다. 그렇다면 아버지··· 그러니까 샤이 후작가의 가주인 데르엔이 보냈다는 것인데.


‘갑자기?’


원작에 이런 내용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원작에서 세인은 반에선 가만히 있다가, 아카데미 밖 술집에서만 소란을 일으키는 특이한 놈이었으니까.


“아무래도 나와의 대련에서 이겼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더구나.”


그래서인가.

실제로 데르엔은 세인의 대련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하였다.


‘···드디어 재능을 꽃피우는 것인가?’


아카데미와 약혼에, 약혼자 특별 전형으로 동거까지 하더니···

그것으로 아들이 진짜 변하긴 했나 보다. 데르엔은 그것으로 인해 기쁨을 느꼈고, 동시에 한가지 의심이 들었다.


‘과연 어디까지일까...’


아들의 재능은, 또 현재의 실력은 말이다. 턱을 괴던 데르엔은 곧장 집사 베르에게 연락을 넣었고, 곧 아카데미로 지명 의뢰서가 발송되었다.



“아들이 다쳤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은 모양이군요.”

“물론 그것도 들었지 않겠는가? 하지만 대련이 3일 지난 지금쯤 다 나았다고 생각하나 보겠지.”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도 아들에게 지명 의뢰라니 너무 한 것 아닌가?


“지명 의뢰는 거절 가능합니까?”

“가능하다.”

“일단 내용부터 보고 싶습니다.”


모르카는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진 두루마리 문서 하나를 집었다. 이윽고 묶인 붉은 실을 풀어내며 내고서 내게 건네주었다.


“한 번 보거라.”

“감사합니다.”


살짝 거친 질감의 종이. 나는 그것을 촥 펼쳐 안의 내용을 천천히 읽었다.



──────────

〔지명 의뢰서〕


• 지명 학생

- 세인 샤이


• 의뢰인

- 데르엔 샤이


• 의뢰 내용

- 제국 북부의 산맥에서 자라나는 식물 페르안의 독성을 채취하기.


• 보상

- 가주의 인정, 30골드

──────────



지명 의뢰서를 읽던 내 눈이 크게 떠졌다. 이윽고 속으로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의뢰를 받게 되면 학교 수업은 어떻게 됩니까?”

“수행 기간은 출석 인정이 된다.”

“···하겠습니다.”

“할 수 있겠나?”


모르카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식물 페르안이다. 제국 북부의 산맥에서만 자라는 페르안.


귀하기는 어찌나 귀한지 산을 아무리 뒤져도 찾기가 힘든 독약(毒藥)이며, 그것의 독성은 순도 높은 금속이라도 쉽게 녹일 수 있기 때문에 드워프들이 무척이나 찾는 것이다.


‘최근엔 암시장 말고는 따로 구할 방도가 없다 들었는데···’


심지어 암시장마저도 누군가가 싹쓸이해가 남은 재고가 없다 한다.

그런데 이것을 망설임 없이 받아들이다니. 게다가 북부 쪽 산맥에는 꽤 강한 괴수들이 살기 때문에 수준 높은 의뢰다.


‘···이 정도면 제 아들을 시험하는 게 아니라 죽이고 싶은 거일지도 모르겠군.’


모르카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를 말리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의뢰 내용이 도를 넘은 것 같다. 이건 내가 따로 처리할 테니···”

“괜찮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단 한 가지 부탁이 있다면 렐리아와 함께 가고 싶습니다. 보상도 n··· 아니, 반으로 나누도록 하죠.”

“···그 부분은 내가 말해보지. 한데 정말 괜찮겠나?”


모르카는 정말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 남자가 무척이나 강하고, 또 무섭게 생기긴 했어도 자기 학생만큼은 끔찍이 아끼는 사람이다.


“정말 괜찮습니다.”

“···우선 알겠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돌아 교무실을 나갔다. 이윽고 숙소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방금 한 가지의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페르안의 독은 알껍데기도 녹일 수 있잖아?!’


그럼 우리 세리아의 알도 녹일 수 있지 않을까?



***



나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렐리아를 찾았다. 이윽고 방에서 나온 렐리아에게 페르안의 독성 설명과 세리아에 대해 말하자, 그녀도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뒤로 곧장 알껍데기에 페르안의 독을 가져다 대자 떠오른 것은···


「용의 가호로 인해 독성이 무마됩니다.」


“아.”

“···이게 안 되네.”


실패였다. 솔직히 고작 독으로 용의 알껍데기를 녹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대륙에서 가장 강한 종족인 용의 알을 그렇게 쉽게 깰 수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하긴 하다.


그럼 여기서 끝인 걸까.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 하나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잠금 된 고대용의 퀘스트 발생.」

「─퀘스트: ‘용의 알을 부화시키는 법’이 생성되었습니다.」



“···뭐야.”

이, 이거 퀘스트지? 그리고 뭐? 용의 알을 부화시켜···?“


렐리아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용의 알을 부화시키는 법이라니··· 이런 퀘스트는 처음 들어본다.


“잠금 된 이라는 거 보니까 히든퀘 같은데···”


퀘스트를 얻는 방법은 다양하다. 원작 스토리대로 차근히 플레이하여 얻거나, 아니면 지금처럼 특별한 상황에 퀘스트가 열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을 히든 퀘스트라 부른다.



「• 용의 알은 그 무엇보다 견고하고, 고귀하며 단단합니다. 게다가 용의 가호가 보호 중이기에 쉽게 부실 수 없습니다.」

「• 하지만 부화 시기를 앞당기는 방법은 존재합니다. 각종 퀘스트를 클리어하다 보면 부화 시기를 더 빨리 앞당길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퀘스트」

「: 알을 즐겁게 만들어 주십시오.」

「부화 시기: -1시간」

「현재 부화 시기: 1년」



“자기야, 이게 뭐냐...”

“나, 나한테 물어본다고 알 것 같아? 우선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하는 것 같은데···”

“···알 즐겁게 해주기? 간단하지. 딸.”


뒹굴-


알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알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 엄마 7살 때 뭐했는지 알아? 우리 집에서 몰래 공포영화 보고 바지에 오줌 지렸다.”


진실이다. 실제로 어릴적 보름은 유진의 집에서 몰래 공포영화를 보다가 바지에 오줌을 지린 적이 있다.

그것이 떠오른 렐리아가 눈을 크게 뜨며 외쳤다.


“야, 이 개-”


띠링!


「알이 즐거워합니다.」

「용의 메시지: 어무아 바부!」


“용의 메시지···?”

“아, 아니 딸··· 왜 즐거워하는 건데···”


우리가 당황해할 동안 또다시 새로운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였습니다.」

「부화 시기가 1시간 줄어듭니다.」

「현재 부화 시기: 364일 23시간」


「두 번째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 알을 따뜻한 품에서 낮잠을 재우십시오.」

「부화 시기: -23시간」



“···이런 미친.”

“이거 개 노가다 아니냐? 근데 저 용의 메시지는 우리 세리아가 말하는 거지?”

“그런 것 같아··· 일단 네가 품어봐.”

“어, 웅.”


렐리아는 침대 위에 놓인 알을 껴안았다. 이윽고 침대에 벌러덩 들어 눕고서 알을 쓰다듬었다.


“코오- 자자.”


「알이 이게 아니라고 합니다.」

「용의 메시지: 아부아! 아부아도 가치 자!」



“···나?”


「알이 그렇다고 합니다.」


“으음···”


나는 렐리아를 마주 보며 누웠다. 이윽고 알을 품고 있는 그녀를 껴안았다. 왜인지 모양새가 이상하게 되었지만···


「알이 기뻐합니다.」

「용의 메시지: 뽀뿌도 해저!」


“뽀, 뽀뽀···”

“······.”


렐리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설마 이거 우리보고 하라는 소리인가?


「알이 재촉합니다.」

「용의 메시지: 얼르응!」



“아,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뽀뽀하라니. 그건 나마저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나와 렐리아는 서로를 마주 보며 긴 아이컨텍을 하였다.


“에반데···”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냥 이러고 자면 안 돼···?

그렇게 몇 분간 있자, 렐리아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너··· 눈 뜨지 마아···”

“···왜?”

“무, 묻지는 말고······”


그 뒤로는 작게 뒤척이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이윽고 귓가에 숨소리가 크게 들렸다. 렐리아의 것이다. 이내 뜨거운 콧김이 느껴졌고, 숨소리가 살짝 거칠어진 듯 했다. 그것은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렐리아의 콧김이 코앞까지 도착했다 생각했을 때.


쪽-


볼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그것은 촉촉하고, 약간의 떨림이 존재했다.


“···크흥.”

“······”


눈을 떴다. 이불로 입가를 감싼 채 어쩔 줄 몰라하는 렐리아가 보인다. 나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


할 줄 알았으면 볼에 비누칠이라도 해둘걸.

이렇게 볼 뽀뽀마저 빼앗겨 버렸다··· 물론 렐리아 또한 처음이었다.


“······.”


불편한 적막이 방안을 가득 메꾸었다. 그러나 어디선가 달달한 향기가 나는 듯했다. 생각해보면 이 좁은 방안에 남녀가 둘이 있다는 것부터-



‘동해 물과 백두산이···’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애국가를 외웠다. 4절은 기억나지 않아 3절까지만 외우고서 렐리아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 이, 이제 재워야지.”

“어, 움. 어···”


나는 다시 렐리아 쪽으로 손을 가져다 댔다. 이윽고 알을 중간에 둔 채 어깨를 감싸자, 아까와는 다르게 렐리아가 살짝 떨었다.


“부, 불편하면 그냥 놓을게.”

“아··· 아니. 그, 퀘스트··· 해야지.”


아, 맞다. 퀘스트.

나와 렐리아의 시선이 동시에 알 쪽으로 움직였다. 이윽고 하나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알이 분노합니다.」

「용의 메시지: 나하테 뽀뿌해다라니까··· 아부아 어무아눈 바부야···」



“······.”

“······.”


이런 미친.

그런 뜻이었다니. 그럼 누구한테 해달라는 것인지 정확히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괜히 오해해서 현재 상황을 의식하게 되어버렸다.


“뽀, 뽀뽀 하자.”

“어, 응···”


쪽-

쪽-


알의 양쪽에 우리의 입술이 맞닿았다. 그러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알이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용의 메시지: 이대루 코오 자여!」


이대로 자자고?

아니, 죽어도 못 잔다. 눈을 감으면 달콤한 향기가 의식되고, 그렇다고 눈을 뜨면 렐리아가 보여 견디기 힘들다.


“···그 렐리아. 먼저 자면 안 될까.”

“아니, 너 먼저 자. 제발···”


그녀도 똑같은 상황인가 보다. 어쩔 수 없이 나와 렐리아는 동시에 눈을 감고서 속으로 양을 수천 번이나 세었다.


그렇게 장장 2시간이 지나서야 낮잠이란 것을 늦은 오후에 잘 수 있었다.


그런 나와 렐리아 사이에 있던 알.

그것이 살짝 움직였다. 마치 두 명의 손을 마주 잡는 듯.



「알이 따뜻한 부모의 정을 느낍니다.」

「알의 호감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용의 메시지: 어무아 아뿌아, 사라해여···」



우리 셋은, 그대로 깊은 잠에 빠졌다.


작가의말

???: 달달한 화도 하나씩 넣어...

라고 했던 것 같은데 저 지킨거 맞죠? 여러분 이런거 원한거 맞죠? 예? 

맞으면 좋아요 댓글!!

아니면...?

그래도 좋아요 댓글!!

사랑합니닷...!

좋아요와 댓글은 망생이를 살리는 지름길 입니다아아아앗...!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소꿉친구와 아카데미 속으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훈련 캠프 - 둥지】 +43 21.03.19 2,348 120 12쪽
23 【훈련 캠프 - 담력훈련】 +45 21.03.18 2,290 131 13쪽
22 【훈련 캠프 - 숙소】 +52 21.03.17 2,510 156 11쪽
21 【인공 던전 실습(2)】 +43 21.03.16 2,557 127 14쪽
20 【인공 던전 실습(1)】 +21 21.03.15 2,681 122 12쪽
19 【요리】 +31 21.03.14 2,951 134 15쪽
18 【전리품】 +23 21.03.14 2,977 138 13쪽
17 【우리 사이의 데이트】 +53 21.03.13 3,223 169 14쪽
16 【리치의 탑(2)】 +57 21.03.12 3,092 162 18쪽
15 【리치의 탑(1)】 +26 21.03.11 3,308 178 11쪽
» 【낮잠】 +28 21.03.10 3,392 149 12쪽
13 【대련(2)】 +27 21.03.09 3,399 138 13쪽
12 【대련(1)】 +25 21.03.08 3,620 141 14쪽
11 【즐거운 아카데미 생활】 +17 21.03.08 3,779 148 16쪽
10 【우리 아카데미에서 동거해요】 +38 21.03.06 4,090 192 14쪽
9 【약혼식(2)】 키스신 + 작은 공지사항 +39 21.03.05 4,205 192 14쪽
8 【약혼식(1)】 +32 21.03.04 4,027 160 13쪽
7 【아찔한 데이트(2)】 +23 21.03.03 4,158 165 13쪽
6 【아찔한 데이트(1)】 +25 21.03.02 4,549 171 13쪽
5 【소꿉친구(3)】 +16 21.03.01 5,063 178 12쪽
4 【소꿉친구(2)】 +29 21.02.28 5,423 195 13쪽
3 【소꿉친구(1)】 +15 21.02.27 5,735 181 13쪽
2 【망나니 세인】 +13 21.02.27 6,524 186 13쪽
1 【Prologue.】 +27 21.02.27 7,795 220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