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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력 님의 서재입니다.

소꿉친구와 아카데미 속으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추진력.
작품등록일 :
2021.02.24 05:57
최근연재일 :
2023.11.0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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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544

작성
21.03.1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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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리치의 탑(1)】

DUMMY

북부 산맥은 두 가지의 별명이 있다.


하나는 괴수의 땅이고, 다른 하나는 죽음의 땅이다. 전자는 말 그대로 서식 중인 괴수가 많아서 그렇다. 반면 후자는 북부 산맥의 일정 부분 때문이다.


마치 시들어버리기라도 한 듯 썩어버린 숲과 검고 질척한 흙으로 이루어진 땅.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 아직까진 밝혀진 게 없으며 제국에서 그곳으로 사람을 보내봤지만, 모두 기억을 잃은 채 돌아온 이상한 곳.


덕분에 북부 산맥은 위험 지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물론 죽음의 땅 근처엔 가지 않는다면 괜찮겠지만 말이다.




“거기 갈 거지?”

“어. 그러려고 의뢰받은 거니까.”


나는 알을 품에서 놓아주며 말했다. 그러자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알이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15번째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현재 부화 시기: 362일」



‘진짜 노가다네.’


지금까지 온종일 퀘스트만 했다. 그런데도 줄어든 부화 시기는 고작 3일. 그렇다고 퀘스트가 쉬운 것도 아니고, 또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 알의 부화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듯하다.


“세리아는 이제 자는 것 같으니까 우리도 나갈 준비 하자.”

“교관님께 말은 해뒀어?”

“당연하지.”


모르카에게는 미리 말해뒀다. 그러니 오늘부터 나와 렐리아가 돌아올 때까지는 출석이 인정될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마차 타고 하루 정도.’


왕복 이틀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그 정도면 이 드넓은 제국 땅에서 얼마 되지 않는 거리다. 렐리아는 준비하기 위해 방을 나섰고, 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갖춰 입었다.


이윽고 미리 꺼내둔 유리병 하나를 집어 들었다. 검붉은 액체가 들어있는 유리병. 그것은 이번에 먹을 새로운 독이었다.


‘비헬롬의 독.’


4계절 내내 잠만 자는 곰, 비헬롬. 커다란 몸집처럼 육식동물인 비헬롬은 잠이 무척이나 많다. 하지만 잠을 잘 땐 위험에 노출 되기 때문에 비헬롬에게는 두 가지 무기가 있다.


바로 날카로운 이빨과 그 안에 내장된 독.

녀석의 독은 한 번 주입 당하게 되면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며 점점 의식을 잃게 된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지지.’


정신을 잃은 적을 비헬롬은 잔인하게 잡아먹는다. 그것으로 식량을 비축하여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


똑-


유리 마개를 땄다. 페르안의 독 때처럼 고약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눈을 질끈 감고서 곧장 들이킬 수 있었다.


꿀꺽-


독이 목을 넘어간다. 함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머리가 어지럽고, 몽롱해진다. 마치 수면 마취라도 하는 듯한 기분. 눈을 떴을 땐 시야마저 흐릿해졌다.


「특기 독성」

「• 주입된 몸속의 독에서 특정 부분을 면역으로 방어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정신줄을 꽉 붙잡는다. 순간 아득해졌던 의식이 되돌아 왔다. 시야도 잠시 암전되었다가 이내 정상적으로 보인다.


「독을 섭취하셨습니다.」

「스탯 독성이 올라갑니다.」

「─독성: 10/10」


메시지창을 지워버린 뒤, 방 한쪽에 세워진 나무 가방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안에서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툭-


나무 가방을 열었다. 이윽고 안쪽에 있던 각종 무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얇고 가늘게 늘어진 침과 단검, 은실, 가죽장갑 등등.

나는 그것들을 허리에 매어진 작은 가방에 차곡차곡 넣어뒀다. 그런 뒤 가죽 장갑을 손에 꼈다. 손가락 부분이 없는 반장갑이다.


‘준비는 다 됐고.’


마지막으로 시험해보기 위해 얇은 침 하나를 가방에서 빼 들었다.


「각종 무기술을 사용합니다.」

「─독침술毒針術」

「숙련도: 20」


낯설었던 침의 감각이 다소 편안해졌다. 나는 시험 삼아 방안 벽 한 곳에 침을 날렸다.


톡-


정확히 조준한 지점에 침이 꽂혔다. 태어나서 한 번도 침을 다뤄 본 적은 없지만, 특기 덕분에 숙련도가 적응된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해.’


나는 벽에 박힌 침을 빼 들어 다시 허리춤의 가방에 넣어두었다. 그러자 방문이 열리며 준비를 끝마친 렐리아가 들어왔다.

그녀는 아카데미 제복 대신 움직이기 편한 바지를 입고 있었다.


“준비는 다 됐어?”

“어. 이제 나가자.”


나는 그렇게 말하며 알 쪽으로 향했다. 렐리아 또한 이쪽으로 와 알껍데기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엄마 아빠 갔다 올게.”

“조금만 기다려.”


그것을 마지막으로.

우린 숙소를 나왔다.



.

.

.

「용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



원작 제아전이 흥행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당시에는 없던 아카데미라는 곳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아카데미의 여러 캐릭터와 매력적인 스토리에 빠져들었다.


그다음은 숨겨진 히든피스 덕분이다. 예를 들어 아까 발견했던 히든 퀘스트. 그것 또한 제아전에 숨겨진 요소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런 히든피스는 대륙 곳곳에 숨겨져 있었고, 그중에서 하나가 북부 산맥 ‘죽음의 땅’이다.


그 땅에 발을 드리게 되면 어떠한 탑으로 전승하게 된다. 거기다 그곳에서 최상층의 보물고를 발견하게 되면 어마어마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죽음의 땅 히든피스.

우리는 그것을 깨기 위해 하루 동안 마차를 타고 달렸다. 이윽고 북부 산맥의 코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 북부 산맥은 매우 위험하다오.”

“알고 있다. 걱정 하지말거라.”


나는 그렇게 말하며 마부에게 금화 하나를 쥐여주었다. 고작 하루 마차 요금치곤 배는 비싼 가격. 마부는 허겁지겁 금화를 받아들곤 유유히 떠나갔다.


마차가 사라지고 남은 입구.

이곳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아무래도 죽음의 땅 때문이겠지.’


여긴 판타지 세계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소문이나 괴담 같은 것을 진짜라 믿는다. 게다가 저주받은 땅은 이름부터 많이 꺼림칙하다. 그런 곳에 마을을 트고 살아가고 싶은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으··· 좀 추운데?”

“얇게 입어서 그렇지.”


나는 겉옷을 벗어 렐리아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다행히 사이즈가 훨씬 커서 그런지 렐리아를 모두 감쌀 수 있었다.


“넌 괜찮아?”

“예전부터 맨날 이래 왔는데 뭘. 네 덕분에 추위는 안 타게 됐어.”

“···그거 좀 미안하네.”


딱히 춥진 않았다. 그저 보름이 예전부터 추위를 많이 타는 성격이기에 그럴 거라 생각한다. 나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맥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음. 여기가 확실하네.”

“길은 다 외우고 있지?”

“그럼. 그때 형들이랑 공략집까지 만들어서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


제아전의 히든피스 위치를 알려주는 공략집.

당시 초딩이지만 랭킹 1위였던 유진은 검도장 형들과 함께 공략집을 만들어 배부했다.


‘덕분에 확실히 기억해.’


그때 워낙 즐거웠던지라 시간이 흘러도 아직까지 기억에 남았다. 나는 렐리아를 옆에 붙이고서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랑 딱 붙어 있어. 여긴 괴수도 나오니까.”

“웅···”


물론 렐리아도 엄청나게 강하다. 게다가 빙의 전 렐리아가 괴수와 수도 없이 싸웠었기에 딱히 무섭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입을 꾹 다물며 세인의 옆에 붙어있었다.

사심이다.



‘뭐지.’


어째서일까?

나와 렐리아가 걷는 동안 괴수는 털 끝자락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근처를 피해 다니는 듯, 저 멀리서 이쪽을 확인한 괴수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뭐 때문에 그러지? 눈엔 공포감이 서려 있었다. 흡사 무서운 무언가라도 본 듯한···


「용의 축복이 세인과 렐리아를 보호합니다.」


“···?”

“뭐, 뭐야.”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창. 나와 렐리아는 그것을 보며 당황했다. 이내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설마 세리아가···?”

“우리 딸 천재 맞다고.”


아직 태어나기도 전에 효도하다니. 이런 효녀를 본 적 있는가? 아빠는 눈물이 나려 그런다···


“출발하기 전에 세리아를 쓰다듬어서 그런 건가?”

“그럴 수도 있겠네. 무튼 덕분에 괴수들이 우릴 피하고 있어.”


용의 축복이다.

괴수, 아니 대륙 전체 종족 중에서 가장 강한 존재. 그런 용의 축복을 두려워하지 않는 괴수가 어디 있을까.



“저기 맞지?”

“어. 경계선이 딱 보이네.”


우리는 아무런 위협 없이 계속해서 걸었다. 이윽고 발견할 수 있었다. 평범한 땅과는 다르게 까만색으로 이루어진 땅. 그것의 경계선은 무척이나 명확하게 보였다.


나는 렐리아의 손을 잡았다. 여기서부터 조금 더 들어가게 되면 탑으로 전승된다. 그때, 함께 이어져 있지 않으면 서로 다른 곳으로 이동되기 때문에 손을 잡은 것이다.


“손이 차네.”

“넌 왜 이렇게 뜨거워.”

“네가 하도 때려서 그런 것 같··· 농담이야.”


그렇게 우린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경계선 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렐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손 꽉 잡아, 자기야.”

“···언제까지 그렇게 부를 거야?”

“음. 우리가 정식으로 결혼해서 여보라고 부를 때까지?”

“지랄.”

“어허. 욕 금지야.”


결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다. 우린 어떻게 되는 걸까? 현재 약혼을 한 상태지만, 끝에선 결국 파혼을 하는 것인가?


‘···음.’


나중에 생각해보자.

나는 작게 고개를 흔들어 잡생각을 떨쳐내고서 렐리아와 함께 경계선으로 발을 들였다.

그러자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죽음의 땅에 입장하셨습니다.」



그 뒤로 조금 더 걸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나타난 안개가 우리 시야를 방해했다.


“곧 전승되나 봐. 힘 꽉 줘.”

“굳이 안 그래도 되지 않나?”

“맞지. 근데 손잡는 거 좋아하잖아.”

“···누가?”

“네가.”

“지랄.”


살짝 들킨 뻔한 렐리아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뾰로통한 표정과는 다르게 손아귀에는 힘을 더 주었다.

···사심 맞다.



“좋으면서 싫은 척하긴.”

“네 손이 뭐가 좋다고 그래?”

“따뜻해서?”

“···참나.”


놀리는 건 이쯤 하자. 솔직히 이런 으스스한 분위기에서 장난이라도 치지 않으면 무서워 죽을 것 같다.



우린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그러자 안개가 더욱 짙어지고, 이내 한 가지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리치의 탑 입구에 도착하셨습니다.」

「강력한 흑마법이 발동합니다.」


치지직!


나와 렐리아의 발밑에 검은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것은 우리를 집어삼키듯 더욱 크게 발광하며 빛을 내었다.


「─강제로 전승됩니다.」


이윽고 그 빛은 우리 전체를 감쌌다. 나와 렐리아는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몸 전체에 무언가 닿는 게 느껴졌다. 그것이 점점 잦아들자, 우린 눈을 떴다.


“···도착이야.”


어두운 방 안.

곳곳에 쳐진 거미줄과 쓰러진 해골 더미들, 그것과 더해 검은색 벽돌로 만들어진 벽면은 음산하기 그지없었다. 발밑에는 아까 봤던 마법진과 똑같은 것이 홈 형태로 존재했다.


띠링!


「리치의 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탑 최상층에는 엄청난 보물이 잠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주시길.」



원작 그대로의 메시지창이다. 나는 그것을 보며 말했다.


“금방 끝내자.”

“그래. 여긴 좀 무서워서 싫어.”


탑의 길이는 5층.

그럼 이곳을 탈출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일주일? 한 달? 원작 스토리 대로 진행하게 된다면 아예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린 아니다.



“하루면 충분해.”



24시간.

그 정도면 이곳을 털기 충분하다.


작가의말

세인과 렐리아의 결혼식.

쓰고싶습니다. 쓰고싶어요. 그거 쓰려고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쓸 수 있냐구요?
아따 투베 들고 유료화 가야 나오지 않겠우? 
그걸 어떻게 하냐구요? 알았으면 전 심해에 박혀있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망생이를 글쓰게 하는 법은 알고 있습니다.
1. 나데나데 댓글 (효과 제일 좋음)
2. 좋아요 (이거 보려고 맨날 세로고침함)
3. 뽀뽀... (사심이다)
헷.
부탁드립니다... (제발류.... 나 매일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 아이디는 기억하고 이써... 큼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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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훈련 캠프 - 담력훈련】 +45 21.03.18 2,291 131 13쪽
22 【훈련 캠프 - 숙소】 +52 21.03.17 2,510 156 11쪽
21 【인공 던전 실습(2)】 +43 21.03.16 2,557 127 14쪽
20 【인공 던전 실습(1)】 +21 21.03.15 2,681 122 12쪽
19 【요리】 +31 21.03.14 2,952 134 15쪽
18 【전리품】 +23 21.03.14 2,978 138 13쪽
17 【우리 사이의 데이트】 +53 21.03.13 3,223 169 14쪽
16 【리치의 탑(2)】 +57 21.03.12 3,092 162 18쪽
» 【리치의 탑(1)】 +26 21.03.11 3,308 178 11쪽
14 【낮잠】 +28 21.03.10 3,392 149 12쪽
13 【대련(2)】 +27 21.03.09 3,400 138 13쪽
12 【대련(1)】 +25 21.03.08 3,620 141 14쪽
11 【즐거운 아카데미 생활】 +17 21.03.08 3,779 148 16쪽
10 【우리 아카데미에서 동거해요】 +38 21.03.06 4,090 192 14쪽
9 【약혼식(2)】 키스신 + 작은 공지사항 +39 21.03.05 4,206 192 14쪽
8 【약혼식(1)】 +32 21.03.04 4,027 160 13쪽
7 【아찔한 데이트(2)】 +23 21.03.03 4,159 165 13쪽
6 【아찔한 데이트(1)】 +25 21.03.02 4,550 171 13쪽
5 【소꿉친구(3)】 +16 21.03.01 5,064 178 12쪽
4 【소꿉친구(2)】 +29 21.02.28 5,423 195 13쪽
3 【소꿉친구(1)】 +15 21.02.27 5,735 181 13쪽
2 【망나니 세인】 +13 21.02.27 6,524 186 13쪽
1 【Prologue.】 +27 21.02.27 7,796 22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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