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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력 님의 서재입니다.

소꿉친구와 아카데미 속으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추진력.
작품등록일 :
2021.02.24 05:57
최근연재일 :
2023.11.0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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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544

작성
21.03.1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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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훈련 캠프 - 둥지】

DUMMY

아침이 밝았다.


어젯밤엔 꽤 심각한 일이 있었지만, 다행히 뒷정리는 어찌저찌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훈련 캠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날이다.



“훈련캠프에 대해 설명해주겠다.”


모르카는 그렇게 말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외딴 섬에 아카데미 학생들을 모두 가둬둔다. 우린 거기서 살아남아야 한다.

팀은 같은 아카데미끼리이고, 굳이 같이 다니진 않아도 된다. 다른 아카데미 학생과 마주쳤을 땐, 가슴팍의 휘장을 빼앗으면 그 학생은 죽은 거로 간주하여 탈락이다.


그리고 24시간이 지나면 훈련캠프는 종료. 그때 아카데미끼리 합산하여 가장 많은 휘장을 얻은 곳이 최종 승리.

모르카는 모든 설명을 마치곤, 등 뒤에 있는 커다란 포탈을 바라봤다.


“이제 여기로 들어가 이동하면 된다.”


소리를 내며 일렁이는 포탈.

그 앞에 정렬된 여러 아카데미 학생들은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몇 번 경험해본 고학년들은 이를 갉았고, 신입생들은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나와 렐리아는 웃고 있다.



‘가능하지?’

‘가능하다니까.’


세리아를 더 빨리 부화시킬 방법.

그게 포탈 너머의 섬에 존재한다.



***



알이 어떻게 부화하는지 아는가?

종류마다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이 어미의 따뜻한 품속에서 천천히 부화한다. 덕분에 알 안에서 안전하게 자란 녀석이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거다.


그런 반면 우리 세리아는?

품어줄 어미나 둥지가 없다. 따뜻하게 해주려고 잘 때 이불에 푹 덮어 함께 자지만, 그렇다고 부화 시기가 낮춰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섬엔 방법이 있다. 섬의 끝에 있는 화산. 그 안쪽에 숨겨진 동굴엔 작은 둥지가 존재한다. 그곳에 방법이 있다.


그리고 우린 동굴로 가기 위해.

짐 덩어··· 아니, 류미를 버렸다.


“어, 어디 가셨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류미.

나와 렐리아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류미의 주변에 있던 제국 아카데미 선배들은 그녀를 보며 당황했다.


“얘도 데려가?”

“음···”

“하 씨. 다른 두 명은 어디로 튄 거야.”


그런 그들 중, 한 여자 선배가 나와 류미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길게 뻗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혹시 우리랑 같이 다니실래요?”

“엣···?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다들 좋아할 거에요.”


그녀의 말에 뒤에 있던 다른 선배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빨간 머리 남자 선배는 어깨를 으쓱였다.


“우리가 언제?”

“넌 끼어들지 말고 가만히 있어.”

“···잰 왜 나한테만 저래.”


불평했지만, 싫진 않은 표정이다. 다행히 류미는 그들과 함께 섬 저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렐리아를 툭 쳤다.


‘우리도 이제 갈까?’

‘빨리 가자. 괜히 가는 길에 누구 만나면 안 돼.’


화산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나와 렐리아는 단번에 나무의 꼭대기까지 올라 나무를 건너며 이동했다. 이곳은 학생들에게 잘 보이지 않을뿐더러 더 빨리 이동할 수 있다.

나무 밑으로 다른 아카데미 학생들이 숨거나 미리 잠복하는 게 보인다.


‘더 빨리 가야 해.’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화산까지 도착해야 한다. 우린 더욱 속도를 높였다. 섬의 크기가 그리 크진 않기 때문에 화산은 금방 보였다.


우뚝 솟은 모양과 꼭대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새하얀 연기.

현재는 활동이 멈춘 휴화산이다. 예전엔 굉장히 큰 분화가 있었던 거로 알고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니, 잠깐. 넌 그런 걸 어떻게 아는 거야?”

“이걸 왜 몰라? 너 제아전 역사북 안 봤어?”

“···그걸 사는 놈이 있냐?”

“네 옆에 있잖아.”


가끔 히트친 게임은 그 세계관의 역사가 책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제아전이 그런 경우였고, 나는 엄마를 졸라서 샀었다. 그리고 몇백 번씩 돌려봤다.


“으휴. 랭킹 2위라는 놈이 게임 세계관도 안 외우네.”

“네가 미친 거야, 이 도라이놈아.”

“어허. 우리 도장 형들도 같이 봤거든?”

“외우진 않았을 거 아니야.”


맞긴 하다. 대부분이 그냥 호기심에 몇 번 훑어봤지 나처럼 공부하듯이 달달 외운 놈은 없었다. 나는 뚱한 얼굴로 앞을 보며 말했다.


“곧 도착이니까 조심해.”


아무리 활동을 멈춘 휴화산이라지만, 예전엔 활발히 움직였던 놈이다. 어떤 이상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하는 건 당연하다.


탁-

우리의 발걸음이 휴화산 앞에서 멈췄다. 이제 겉면에 뚫린 동굴을 찾아야 한다. 나와 렐리아는 그 주변을 걸으며 화산 위쪽으로 고개를 올렸다.


붉은 흙으로 이루어진 단단한 외벽.

높이는 30층 아파트 정도 되어 보인다. 우린 그 주위를 한참 걷다가, 화산에 뚫린 거대한 동굴을 발견했다.


“저거 맞지?”

“어. 게임 속이랑 똑같아.”


동굴까지의 높이가 꽤 있다. 화산의 외벽을 타고 넘어가기엔 경사가 꽤 가파르다. 나는 허리춤에 매달아둔 가방에서 은실을 꺼냈다.


거미 남자의 거미줄처럼 길게 뻗어지는 은실.

그 끝에 갈고리 모양의 쇠붙이를 묶은 다음 동굴 입구로 휙 던졌다.


꽈악!

끝 부분이 걸렸다. 나는 은실의 길이를 조금씩 조절하고서 힘차게 당겼다. 그러나 끝 부분이 단단하게 고정된 덕에 갈고리가 풀리지 않는다.


“이 정도면 되겠네. 꽉 잡아.”


나는 렐리아를 업고서 은실을 타고 올라갔다. 살짝 휘청거릴 때도 있었지만,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윽고 동굴 입구까지 올라온 나는 렐리아를 내려두고 은실을 풀었다.


“···뜨거워.”

“조심해.”


동굴 안쪽에서 뜨거운 열풍이 느껴진다. 렐리아는 아공간에 미리 준비해둔 방열 마법이 걸린 망토 두 개를 꺼냈다. 나는 그것을 건네받아 몸에 둘렀다.


아까보다 훨씬 낫다.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렐리아의 손을 맞잡았다. 뭐가 있는 건 아니지만, 어두운 걸 싫어하는 렐리아의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



“오···”

“예쁘다···”


동굴 안쪽을 더 들어가 보니 눈에 들어온 광경은 무척 신비로웠다. 암벽의 갈라진 틈새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불빛이 눈을 간지럽힌다.

마치 용암 속을 걷는 듯하다.



치이익···

바닥에 신발이 닿을 때마다 고기 익는 소리가 들린다. 이러다 밑창이 녹을 것 같았기에 아공간에 준비해온 부츠로 갈아 신었다.



“동굴 엄청 넓네.”

“피닉스 둥지로 이어졌으니까.”


피닉스.

고대 대륙에서 전해져 나오는 환상의 괴수.


‘이 안쪽이 녀석의 둥지지.’


불사조라고도 불리는 피닉스의 둥지. 이 안쪽에 피닉스나 알은 없지만, 그들이 살았던 ‘둥지’가 남아있다.



“여보.”

“···하아. 왜.”

“우리 애 태어나면 신혼여행 갈래?”

“그 입 좀 닫아주라. 제발.”


랠리아가 맞잡은 손을 놓으며 팔짱을 꼈다. 그리고 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는 그녀의 팔을 쿡쿡 눌렀다.


“태어나기 전에 가도 괜찮아.”

“시발아.”

“미안.”


그렇게 싫나.

살짝 슬프다.

하지만 렐리아의 진짜 생각을 달랐다. 그녀는 얼굴을 굳히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 신혼···’


신혼여행.

이제 막 결혼한 새내기 부부가 함께 여행을 가는 것. 세리아가 태어나면 부부와 아이가 함께 가는 거다.


‘···음.’


나쁘지도 않을 것 같다. 그녀가 알기론 왕도 가까운 곳에 온천이 있다. 그곳에 가면 즐거울 것 같ㄷ...


‘···’


생각이 너무 나갔다. 렐리아는 뜨거운 공기에 얼굴을 붉히며 손으로 부채질했다. 더워서 그렇다. 더워서 그런 거야.

라고 자신에게 되뇌었다.



“보인다.”


나는 손으로 정면을 가리켰다. 그러자 혼자 생각에 잠겨 있던 렐리아가 화들짝 놀라며 앞을 봤다.


“어··· 그, 그러네.”

“무슨 생각했어?”

“아무것도 아냐.”

“그래. 신혼여행은 진짜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조까.”


렐리아가 중지를 폈다. 나는 그녀의 중지를 조물락 거리며 함께 걸어갔다.


후우웅···

뜨거운 바람이 가득해진다. 이윽고 동굴의 끝에 도착했을 때 보인 것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와.”


붉지만, 황금빛을 내뿜는 나뭇가지.

그것 수만 개가 서로 엉켜 이루어진 둥지가, 거대한 동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둥지가 너무 큰데?”

“다 안 들고 갈 거니까 괜찮아. 딱 세리아 크기의 알을 품을 정도면 돼.”


너무 욕심내면 안 된다. 딱 필요한 양만 가져가자. 어차피 가져가 봤자 쓸 일도 없다.


“조금만 가져가자.”

“웅.”


렐리아는 허공에 아공간을 만들었고, 나는 둥지 앞으로 한 발자국 움직였다.

치이익─

방열 마법이 걸린 부츠가 빠르게 타들어 간다. 곧장 발을 뺐다. 그러나 신발 밑창은 이미 다 타버렸다.


“···이거 잘못하면 내가 타 죽겠는데.”

“조심해.”


공기가 뜨겁지 않아서 열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애초에 원작에선 캐릭터가 걸어가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쯧. 방법이 없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신발을 모두 벗었다. 바지 기장 끝 부분을 걷어 올렸고, 양말마저 벗어 던졌다.

완벽한 맨발 상태가 된 지금.

발이 꽤 뜨겁다.


그러나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행동을 한 게 아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서 몸속의 독을 운용했다.


「메두사의 독을 사용합니다.」

「몸 일부를 굳힐 수 있습니다.」

「─발바닥부터 발목까지 굳게 됩니다.」

「독성: 10/15」


따다닥-

발이 돌처럼 굳었다. 부츠 길이 정도. 나는 발을 땅에 내리쳤다. 다행히 돌처럼 굳어서 그런지 아프지 않았다.


“좋아.”


다시금 둥지를 향해 한 발자국 내디뎠다.

치이익-

소리는 들려오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발이 익는 건 아니었다. 나는 안심 한 채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치이이···

그렇게 몇 발자국 더 걸어, 둥지 앞에 도착했다. 크기가 사람의 서너 배는 더 큰 둥지. 나는 그 겉면에 튀어나온 잔가지 몇 개를 바라봤다.


「메두사의 독을 사용합니다.」

「몸 일부를 굳힐 수 있습니다.」

「─손바닥부터 손목까지 굳게 됩니다.」

「독성: 5/15」


손을 들어 올렸다. 그것은 실시간으로 천천히 굳어가고 있었다. 이내 돌같이 딱딱해진 감각이 손목까지 오게 되었고, 나는 손가락에 힘을 줬다.


“···잘 움직여.”


자기 자신에게 사용한 독이라 그런지 굳은 손가락이 움직인다. 만약 안 됐더라면 특기 독성의 능력을 사용해 면역으로 움직이려 했다.


“후우.”


한차례 심호흡을 한 뒤, 잔가지를 쥐었다.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손에 힘을 주어 잔가지를 뗐다.


파사삭-

잔가지가 손바닥에 남는다. 나는 그 외에도 잔가지 몇 개를 더 따서 렐리아가 만들어둔 아공간에 넣었다. 그러길 몇 분.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되었을 때,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괘, 괜찮은 거 맞지?”

“어··· 근데 살짝 어지럽다.”


처음 사용해보는 독이라 그런지 머리가 아프다. 나는 독성의 효과를 풀고서 신발을 신었다. 그리고 렐리아를 바라봤을 때, 허공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신화급 재료 - 피닉스의 나뭇가지를 획득했습니다.」

「─진행 중이던 퀘스트 ‘용의 알을 부화시키는 법’이 자동으로 발생합니다.」

「──」

「히든 퀘스트」

「: 피닉스의 나뭇가지로 둥지를 만들어 알을 품어주십시오.」

「부화 시기: -300일」



나는 메시지창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곧 세리아의 얼굴을 볼 수 있겠다.


작가의말

오늘 좀 일찍 올립니다.

어디 갈 때가 있어서...

때문에 내일 좀 늦을 수 있습니다.

사랑하구요, 사랑하구요, 댓글과 추천은 망생이의 멘탈을 지키는 건강한 사랑입니다.

항상 고마워여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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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와 아카데미 속으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훈련 캠프 - 둥지】 +43 21.03.19 2,349 120 12쪽
23 【훈련 캠프 - 담력훈련】 +45 21.03.18 2,291 131 13쪽
22 【훈련 캠프 - 숙소】 +52 21.03.17 2,510 156 11쪽
21 【인공 던전 실습(2)】 +43 21.03.16 2,557 127 14쪽
20 【인공 던전 실습(1)】 +21 21.03.15 2,681 122 12쪽
19 【요리】 +31 21.03.14 2,952 134 15쪽
18 【전리품】 +23 21.03.14 2,978 138 13쪽
17 【우리 사이의 데이트】 +53 21.03.13 3,223 169 14쪽
16 【리치의 탑(2)】 +57 21.03.12 3,092 162 18쪽
15 【리치의 탑(1)】 +26 21.03.11 3,308 178 11쪽
14 【낮잠】 +28 21.03.10 3,392 149 12쪽
13 【대련(2)】 +27 21.03.09 3,400 138 13쪽
12 【대련(1)】 +25 21.03.08 3,620 141 14쪽
11 【즐거운 아카데미 생활】 +17 21.03.08 3,779 148 16쪽
10 【우리 아카데미에서 동거해요】 +38 21.03.06 4,090 192 14쪽
9 【약혼식(2)】 키스신 + 작은 공지사항 +39 21.03.05 4,206 192 14쪽
8 【약혼식(1)】 +32 21.03.04 4,027 160 13쪽
7 【아찔한 데이트(2)】 +23 21.03.03 4,159 165 13쪽
6 【아찔한 데이트(1)】 +25 21.03.02 4,550 171 13쪽
5 【소꿉친구(3)】 +16 21.03.01 5,064 178 12쪽
4 【소꿉친구(2)】 +29 21.02.28 5,423 195 13쪽
3 【소꿉친구(1)】 +15 21.02.27 5,735 181 13쪽
2 【망나니 세인】 +13 21.02.27 6,524 186 13쪽
1 【Prologue.】 +27 21.02.27 7,795 22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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