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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력 님의 서재입니다.

소꿉친구와 아카데미 속으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추진력.
작품등록일 :
2021.02.24 05:57
최근연재일 :
2023.11.03 21:34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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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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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8
글자수 :
294,544

작성
21.03.0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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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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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글자
13쪽

【약혼식(1)】

DUMMY

경매장의 뒤편에선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었다.


“구매하신 상품은 어떻게 챙겨드릴까요?”

“한곳에 모아두면 우리가 알아서 가져가겠다.”


흰색 가면을 쓴 남자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러고서 정성스럽게 포장된 신원 불명의 상품과 그 외의 것들을 한쪽에 모으기 시작했다.


“그럼 계산은···”

“지금 일시금으로 내도록 하지.”


나는 렐리아에게 슬쩍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탁자 위의 허공에 검은 구멍이 생겨나더니, 이내 그곳에서 수많은 금화-골드-와 여러 귀금속이 쏟아져 내렸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 그럼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흰색 가면을 쓴 남자는 다른 직원을 더 불렀다. 이윽고 그들은 금화와 반짝이는 것들을 모두 챙기고서 계산을 진행했다.


나는 그동안 시계를 보며 침음을 삼켰다. 현재 시각은 새벽을 넘기고, 해가 뜨는 중이었다. 지금 당장 달려간다 해도 언제 도착할지는 모른다.


‘나··· 죽는 건 아니겠지.’


그래도 렐리아가 데리고 간다 했으니··· 죽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렐리아의 손을 꽉 잡으며 속으로 말했다.


‘애 엄마. 살려줘.’

‘지랄.’


시간이 좀 지나, 흰색 가면을 쓴 남자가 다가왔다. 그의 뒤엔 가지런히 정리된 금화와 귀금속들이 있었다.


“계산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물품들은···”

“그냥 나가주기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하지.”

“그럼··· 알겠습니다.”


직원들은 금화와 귀금속들을 챙기고 방을 나섰다. 나와 렐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에 쌓인 물품 쪽으로 다가갔다.

물품들의 가장 위에는 특별 상품으로 나왔던 것이 놓여있었다.


“우리 딸. 반가워.”

“···크흥.”


렐리아는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히며 뒤로 슬쩍 물러났다.


“여보. 빨리 우리 딸한테 인사해.”

“지랄하지 마··· 바, 반가워.”

“푸흡.”


렐리아의 주먹이 내 머리로 다가왔다. 충분히 피할 수 있을 만큼 느리다. 그리고 약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피하면 안 된다.

그랬다간 오히려 더 맞을 수도 있다.


“폭력은······.”

“네가 맞을 짓을 하잖아!”

“그래그래.”


나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났다. 렐리아는 한숨을 내쉬며 허공에 아공간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서 렐리아와 나는 미친 듯이 물품을 담았다.


“우리 딸. 잠시만 기다리렴. 엄마 속에서···”

“진짜 뒤질래?!”


마지막으로 특별 상품을 아공간에 넣었다.

나중에 보자, 딸.


우웅-


아공간이 소리내며 닫히자, 방안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나는 렐리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근데 나 쉴드 쳐줘야 돼. 안 그러면 가주한테 진짜 죽을 수도 있어.”

“그냥 죽으면 안 돼?”

“사랑해.”


나는 렐리아에게 온갖 아부를 떨며 암시장을 나왔다.



***



쿵!


가주 데르엔은 탁자를 내리쳤다. 그의 얼굴은 침착했지만, 가주실의 안쪽엔 분노와 불신이 가득했다.


“···세인과 영애가 뭐라고?”


데르엔에게 충성심 높은 기사는 눈을 덜덜 떨며 말을 이었다.


“네, 네엡. 그··· 세인 도련님과 렐리아 영애님께서 사··· 사랑의 도주를 하셨다고··· 합니다!”

“···허어.”


데르엔은 어질한 머리를 부여잡았다. 도대체 저게 무슨 소리인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사랑의 도주 같은 걸 하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누가 데리고 갔지? 만약 그게 세인 그놈이라면······”

“아, 아닙니다! 렐리아 영애님께서 데리고 가셨습니다!”

“그걸 어떻게 아는가?”


데르엔의 말에 충성 기사는 품 안에 넣어뒀던 종이를 펼쳤다. 이윽고 그것을 소리 내어 읊조렸다.


“뮬리! 나··· 세인님이랑 잠시 다녀올 곳이 있어!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

“···라고 하셨다 합니다.”


그걸 굳이 여자 목소리를 흉내 내가며 알려야 하는 걸까. 데르엔은 묻고 싶었지만, 자신이 너무 겁을 줬다는 걸 떠올렸다. 이윽고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되었다. 공작가에는···”


똑똑!


방문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나 급했으면 가주실 임에도 불과하고 소리에 다급함이 묻어 나왔다.


“들어오거라.”


데르엔의 말에 가주실의 문은 조심히 열렸다. 그러나 들어온 기사의 모습은 한걸음에 달려온 것인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허억··· 가, 가주님을 뵙습니다!”

“그래. 무슨 일인가.”


가주실에 들어온 다른 기사는 숨을 고르는 것조차 잊으며 소식을 전했다.


“야반도주(?)하신 도련님과 영애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야반? 아니 되었다. 그럼 지금 당장 둘을 불러오거라.”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섰고, 데르엔에게 렐리아의 말을 전했던 충성 기사도 안심의 한숨을 내쉬며 방을 나섰다.


그렇게 가주실에 남은 데르엔.

그는 굳은 얼굴로 작게 중얼거렸다.


“설마 이 나이에 벌써 손주를···”


아직 데르엔의 나이는 40대.

장남이 22살이고, 차남이 20살, 그리고 막내인 세인이 16살이다.

아직 어리긴 하다만 요즘은 다들 그때쯤에 낳는다고도 하고, 세인 녀석과 렐리아라면···


“···흠.”


살짝 걱정되었다.



***



“세인. 그리고 영애.”


나는 렐리아의 손을 잡으려다가 말았다. 렐리아가 알아서 잘 변호해주겠지···


“부르셨습니까, 아버지.”

“···부르셨나요, 가주님.”


데르엔은 턱을 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만 봐도 숨이 조여 죽을 것 같다. 하지만 얼굴이 차갑게 식었기에 티 나지는 않았다.


“세인. 네가 말해 보아라. 무슨 짓거리를 하다 왔는지.”

“······.”


나는 잠시 멈칫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대충 생각은 해두었지만, 그렇다고 잘 풀릴지는 모르겠다.


“렐리아 영애님과 잠시··· 도시를 구경하다 왔습니다.”

“그걸 나더러 믿으란 말인가?”


데르엔이 눈이 가늘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독이라도 주입하고 오는 건데. 심장이 터져 죽어버릴 것만 같다.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믿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아버지께서 생각하시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정말입니다.”

“···렐리아 영애. 이번엔 당신이 이야기해주시죠.”


렐리아 동공을 흔들며 내 쪽으로 슬쩍 눈빛을 보냈다. 그런다고 내가 뭘 해줄 수 있는 게 있을까. 이렇게 보니 외박을 하다 들켜 여자친구 아버지에게 꾸중을 듣는 것 같다.


“세인님 말씀대로예요. 그저 도시 구경만 하다 왔습니다. 참고로 제가 먼저··· 꼬, 꼬셨습니다.”

“······공작가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데르엔의 말뜻은 이러했다. 이번 건을 본인이 알리긴 곤란하니 직접 말하라는 이야기. 렐리아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은 제가··· 추종한 것이니 아버지께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세인, 너는 남고 렐리아 영애님은 나가주시죠.”


아니 왜 나만 남겨. 나는 천천히 렐리아 쪽을 돌아봤다. 그래도 지켜줄 거지?


“넵! 그럼-”


렐리아는 그딴 건 없다는 듯 내 쪽으로 조금의 눈길조차 주지 않고 방을 나섰다.

······배신자.


“세인.”


딱딱한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데르엔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느냐?”

“없었습니다.”

“그럼 되었다. 하지만 만약 10개월 전후로 소식이 들려온다면 그 책임은 네가 지어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다행히 이번 건은 이것으로 마무리되는 것 같다. 솔직히 제국 제일 검- 소드마스터인 데르엔 앞이라 겁났지만, 아들이라 그런지 살려는 두나 보다.

아··· 그냥 공작가와 연줄이라 그런 건가.


“내일 렐리아 영애와 약혼식이 있다. 알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그건 예정대로 진행하겠다. 가봐라.”


나는 데르엔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서 나왔다. 그리고 곧장 달렸다. 본관을 뛰쳐나와 렐리아가 기다리기로 했던 장미 공원 쪽으로 향했다.

붉은 장미로 조형된 숲을 지나 벤치에서 쉬고 있는 렐리아 앞에 멈춰섰다.


“야!”

“뭐, 뭐야. 뛰어왔어? 왜?”

“우리 내일 약혼식!”


약혼식이라는 말에 렐리아의 볼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야, 야, 약혼시기··· 그게 뭐, 왜?”


렐리아는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었고, 발음도 세어 나갔다.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 그때 키스해야 돼.”

“으악!”


렐리아는 얼마나 싫었는지 몸을 떨며 벌떡 일어났다. 물론 렐리아의 속은 달랐다.


‘너, 너무 빠른데!’


손 정도는 잡아도··· 키스라니!

너무 빠르다.

렐리아는 입을 틀어막으며 말했다.


“지, 지짜루?”

“아니. 구라지. 그냥 놀리고 싶었어.”


이거 하려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아까 나를 두고 튄 렐리아를 놀리고 싶어서. 나는 실살 웃으며 렐리아 옆자리에 앉─


“크억!”

“이 개새끼야!”


푸욱! 푸욱!


렐리아의 새하얀 손이 내 복부에 꽂혔다. 등, 목, 다리, 팔, 어깨··· 등등. 렐리아의 주먹은 고무라도 된 것 마냥 내 몸 곳곳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너무 심했나···’


적당히 할 걸 그랬다. 나는 별로 아프지도 않은 렐리아의 전신 마사지를 맞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사실 진짜 키스하는데.’


미안하다.

구라에 구라였단다.


“자, 잠깐··· 이제 그만해.”

“···후우.”


나는 렐리아의 화가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그녀는 진정되었는지 팔짱을 끼며 볼을 부풀렸다.


“그··· 렐리아. 우리 아카데미도 가는 거 알지?”

“······알아.”

“우리 거기 약혼자 특별 전형으로 들어갈 거야.”

“그게 뭔데?”


렐리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걸 정말 모르는 모양이네. 하긴 게임을 해도 이 부분에 대해선 자세히 나오지 않으니 모를 수 있다. 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동거하는 거야. 숙소 한 방에서 쓸 수 있어.”

“···도, 동ㄱ......”


렐리아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나는 일찍 일어나 하녀들에게 몸을 맡기는 중이었다.


“도련님! 이번엔 이것도 입어보죠!”

“···그래.”


하녀들은 나를 장난감 인형 취급하며 옷을 입혔다가, 벗겼다가를 반복하였다.


‘···힘들어.’


근력과 체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그냥 피곤하고 몸이 무거워졌다. 이른 아침부터 곧 점심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도대체 몇 벌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 것일까.


“후후··· 이 정도면 충분히 멋지시네요.”


하녀는 넥타이를 꽉 조인 뒤 거울에서 슬쩍 나와주었다. 덕분에 나는 거울 속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잘생겼네.’


옷은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지만, 얼굴 덕분인지 전혀 촌스럽지 않았다.


“이제 가도록 하지.”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옷매무새를 정리하였다. 이윽고 약혼식이 열리는 연회장 쪽으로 가기 위해 몸을 돌렸을 때, 방문이 벌컥 열리며 하녀가 들어왔다.


“도련님! 렐리아 영애님께서 찾아왔습니다!”


일순 몸짓이 멈췄다. 방문 쪽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렐리아는 나를 그러도록 만들었다. 세상이 멈추었고, 그녀만이 고고한 자세로 걸어 나왔다.


새하얀 드레스는 그녀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머리 위에 올린 장미 화관은 렐리아의 아름다움과 거친 성격을 꽃송이와 가시로 표현해주는 것 같았다.


‘...예쁘네.’


이윽고 멈췄던 세계가 다시 움직인다. 렐리아는 내게 천천히 다가와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데도, 정말 예쁘다.


“세, 세인님.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시군요, 영애.”


나는 렐리아의 손을 잡았다. 이윽고 눈을 마주 보며 싱긋 웃어주었다.


‘쪼개지마.’

‘아직도 화났어? 미안해.’


렐리아는 내 손에 힘을 꽉 주고서 어깨를 붙잡았다.


“함께 가요.”

“···좋습니다.”


나와 렐리아는 함께 걸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하녀들은 천천히 자리에서 물러나 비켜주었고, 뒤에서 얼굴을 붉혔다. 렐리아는 은근슬쩍 내 귓가에 속삭였다.


“키스 한데잖아, 시발아.”


렐리아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거 물어보려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아는가?

생판 알지도 못하는 하녀를 붙잡고 입을 땔 때.

그 이야기를 물어볼 때···!

얼마나 창피했는지 절대 모를 것이다.


“스읍. 욕하면 안 돼. 아기가 배운다ㄱ···”


푸욱···


음.

이번엔 정타다. 미친 듯이 아프다. 장식품이 내 배를 꾸욱 눌렀다.


“크윽··· 미, 미안해.”


나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 안에 있는 반지 케이스를 더듬었다. 어젯밤에 잠까지 줄여가며 직접 고른 반지. 덕분에 오늘은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최대한 렐리아··· 아니, 한보름이 좋아할 만한 외관으로 골랐으니 그녀도 무척 기뻐할 것이다.


...그렇겠지?


“가자.”


나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렐리아와 함께 약혼식이 열리는 본관 연회장 쪽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03. 05

멘탈 깨지고 쓴거라 너무 이상하길래 조금 수정했습니다. 작가의 말은... 아침에 일어나고 보니 너무 부끄러워서 지웠습니다... 큼... 늘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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