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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치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전쟁: 시작은 마왕부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희치
작품등록일 :
2017.10.10 01:22
최근연재일 :
2018.09.23 13:54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107,487
추천수 :
1,724
글자수 :
632,766

작성
18.06.18 16:05
조회
1,135
추천
16
글자
19쪽

몬스터

DUMMY

018. 몬스터




지뉴는 초원의 낮은 언덕 너머 전투를 보니 이전 밤의 대화가 떠올랐다.


* *


“우리 모험가 조합에서의 중요한 의뢰 중 하나가 몬스터 브레이크라네. 혹시 알고 있나?”


크녹카가 모험가 조합을 설명하는 도중 물었다.


“네. 몬스터 대량 발생을 막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뉴는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봤던 정보를 기억하여 답했다.


“그래 맞아. 몬스터의 대량 발생을 막는 것이지. 그럼 그 몬스터에 대해서는 아나?”


크녹카가 다시 질문하자 지뉴는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다른 게임이라면 플레이어에게 몬스터는 레벨 업의 중요한 자원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더 카오스’는 스킬 레벨 외에 레벨 업 시스템이 없었고, 등급이란 것이 그 자릴 차지하고 있었다.

몬스터를 아무리 잡아도 등급의 상승은 미비했다.


“이 몬스터란 놈들은 판게아 대륙에 사는 생물과는 다른 존재야. 번식이나 증식을 통해 태어나고 자라나는 존재가 아니란 말이지.”


크녹카의 설명에 지뉴는 조용히 머리를 끄덕이며 듣기만 했다.


“몬스터는 세계의 틈새에서 끊임없이 나와 살생과 파괴만 일삼는 백해무익한 놈들이지. 아 무익은 아닌가?”


“세계의 틈새요?”


“그래, 세계의 틈새. 멀쩡한 허공이나 땅, 물속 등에서 균열이 생기며 다른 차원이 열리는 느낌이랄까. 아공간과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이지.”


크녹카는 자신이 겪은 일을 회상하듯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세계의 틈새에 대해서는 좀 있다 하고, 몬스터에 대해 다시 설명하지.”


“네.”


“이 몬스터란 놈들은 판게아 대륙의 모든 종족이 가지고 있는 마나가 흐르지 않고, 오직 마기만을 품고 있는 존재라네. 그렇다고 우리 마족이나 마기에 물든 동물, 마물과도 다르다네.”


지뉴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설명은 계속됐다.


“어떤 이들은 이 몬스터들이 ‘마신전쟁’ 이후 여신에게 봉인 당한 마신의 부산물이라는 이들도 있고, 마신 부활의 징조라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네. 몬스터란 존재의 본질이 어찌 되었든 몬스터 퇴치는 우리 모험가 조합의 중요한 의뢰이자 사업 수단이야. 몬스터 부산물로 각종 아이템을 만들 수 있거든. 후후후”


크녹카의 말처럼 몬스터는 오래전부터 판게아 대륙에 나타났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세계의 틈새는 주변을 거의 쑥대밭으로 만들 정도로 강력하고 많은 숫자의 몬스터를 쏟아 냈으며, 분쟁이 끊이지 않는 대륙에서 각국의 큰 골칫거리였다.

그러다 몇 년 전에 등장한 소생자들로 이루어진 모험가 조합이 몬스터 브레이크로 영향력을 넓혔고, 지금에 이르렀다.

몬스터 부산물 역시 다른 아이템과 같이 등급이 존재했으며 가격 책정도 같았다.


“모험가 조합에 가입하게 되면 이 몬스터란 놈들을 바로 알아볼 수 있게 되지.”


크녹카는 그렇게 모험가 조합에 대해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 *


크녹카의 말대로 지뉴와 변강쇠는 언덕 아래에서 고블린 무리와 싸우고 있는 몬스터를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크랩투스]


몬스터의 위로 선명한 붉은색 이름이 보인 것이다.


‘더 카오스’에서는 플레이어가 캐릭터에 전생하게 되면 원활한 스토리 전개를 위해 캐릭터가 알고 있던 주변 인물이나 도시, 사물 등의 이름과 간략한 설명을 잠시 표시해 주기는 했다. 하지만 몬스터의 이름은 그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표기되어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었다.


‘크랩투스’의 이름은 붉은색이었고 그 색깔 보가 더 붉은 몸을 하고 있었다. 단단해 보이는 껍질로 온몸을 둘러싼 놈은 게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다리는 12개로 커다란 두 개의 집게발 외에도 다른 다리 모두 집게발이 있었다.

전체 크기는 집채만 해서 큰 집게발보다 싸우고 있는 고블린들이 훨씬 작았다.


몬스터 크랩투스와 고블린 무리의 싸움은 너무 일방적이었다. 크랩투스의 집게발에 의해 고블린의 몸은 두 동강 났고, 다른 고블린들의 조잡한 공격은 크랩투스의 붉은 껍질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찌익! 꽈드득!

크랩투스는 고블린들의 공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방금 두 동강 낸 고블린의 몸을 입에 가져가 씹어 먹었다.


꾸욱! 스으윽!

지뉴는 양손의 단검에 마기를 주입했다.

얼마 전에 고블린 무리에 공격당했던 그였지만 지금은 저들을 구해야 할 것 같았다.


“변강쇠님은 우선 여기서 상황을 지켜봐 주세요.”


지뉴는 왼쪽에서 긴장한 채 전투를 바라보는 변강쇠에게 말했다. 일반 고블린에 비해 마기 주입으로 공격력은 월등하겠지만, 방어력은 별 차이 없을 것이다. 좀 전의 고블린처럼 크랩투스에 먹힌다면 소생도 불가능하리라.


“예. 조심하세요.”


변강쇠 역시 자신의 능력을 알기에 기다리기로 했다.


스윽! 파바박!

자리에서 일어난 지뉴는 언덕 아래로 내달렸다.

크랩투스의 뒤로 달려간 지뉴는 우선 놈의 제일 뒤쪽 다리에 마기를 주입한 단검을 휘둘렀다.

휘익! 츠걱! 키긱!


- 키에에엑!


“뭐?”


지뉴는 크랩투스의 다리를 베는 순간 거친 느낌에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상에게 74의 피해를 줬습니다.]

[대상에게 23의 피해를 줬습니다.]


크랩투스의 껍질은 생각보다 두껍지 않았다. 하지만 지뉴의 공격은 놈의 껍질을 뚫고 작은 상처를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 키아아악!


쿵! 쿵! 부웅!

작은 상처이긴 했지만 고블린들에게 상처 한번 입지 않았던 크랩투스는 뒷다리의 통증에 거칠게 뒤돌아 자신을 공격한 지뉴에게 커다란 집게발을 휘둘렀다.

적은 데미지에 당황하고 있던 지뉴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단검을 들어 방어했다.

카앙!


“우와악!”


[925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퍼억! 촤아악!

[27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느리지만 강력한 공격에 십여 미터를 날아간 지뉴는 예전 카네크와의 전투가 생각났다. 아니, 크랩투스의 신체 능력은 오히려 카네크 보다 강해 보였다.


쿵! 쿵! 쿵! 쿵! 쿵!

매우 화가 났는지 크랩투스는 붉은 눈을 번뜩이며 지뉴를 향해 거대한 몸을 움직였다.


- 키악!


지뉴의 근처에 다다른 크랩투스는 커다란 집게발을 치켜든 후 지뉴를 향해 휘둘렀다.


휘우우웅! 쿠웅!


하지만 묵직한 공격과 비교해 속도는 지뉴가 피하지 못할 공격이 아니었다.


“후우··· 후우···”


지뉴는 크랩투스의 공격을 피한 후 공격하지 않고 놈을 살폈다.


쿵! 쿵! 쿠웅!

크랩투스는 공격이 실패하자 거대한 몸을 뒤늦게 지뉴가 서 있는 방향으로 돌렸다.


- 키아악!


후우웅! 콰앙!

이번 공격 역시 묵직하지만 단순한 공격이라 집게발은 애꿎은 풀밭만 헤집어 놓았다.


쿵! 쿵! 쿵! 후우웅! 콰앙! 쿵! 쿵! 쿵! 후우웅! 쿠웅!

지뉴와 크랩투스의 싸움은 주변 수풀과 땅을 갈아엎고 있었다.


- 키에에엑! 키엑!


공격이 계속 빗나가자 크랩투스는 더욱 날뛰었다. 하지만 지뉴는 크랩투스가 때린 지면의 파편에 맞기만 할 뿐 직접적인 공격은 받지 않고 있었다.


“······.”


크랩투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던 고블린 무리는 그 자리에 서서 그저 크랩투스와 갑자기 나타난 지뉴의 전투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고··· 고블린 사··· 사신?”


“?”


싸움으로 지친 고블린 무리 중에서 누군가 지뉴를 알아본 듯 말했다.


“아··· 아냐. 케엑.”


하지만 이내 다른 고블린들의 시선에 입을 닫았다.


“지뉴님···”


언덕 위에서 지켜보는 변강쇠 또한 그저 싸움을 지켜볼 뿐이었다. 마음은 같이 싸우고 싶었지만 지뉴의 공격에도 멀쩡해 보이는 몬스터였다. 변강쇠가 끼어든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어 보였다.

다행이라면 몬스터의 공격은 번번이 지뉴가 아닌 지면만 때리고 있다는 것이다.


‘후우··· 단순한 놈이라 다행이네.’


크랩투스의 공격을 피해 다니는 지뉴의 표정은 처음과 비교해 편해 보였다. 튼튼한 방어력과 강력한 공격력이 있지만, 녀석의 패턴은 너무 단순했다.


꾸욱! 스으윽!

다시 한번 크랩투스의 공격을 피한 지뉴는 <검치 단도>를 허리춤에 차고 <마기의 그림자>에 마기를 주입했다.

단검을 둘러싼 마기는 칼날을 감싸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치 장검처럼 길이가 늘어났다.

마기 주입량을 늘린 것이다.


파앗!

단검에 마기를 주입한 지뉴는 크랩투스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옆으로 피하는 것이 아닌 앞으로 튀어 나갔다.


후우우웅! 콰앙!

지뉴가 떠난 자리에 크랩투스의 육중한 집게발이 지면을 강타할 때 지뉴는 놈의 아래로 파고들었다.

크랩투스의 아래를 지나며 마기 양을 늘린 단검으로 놈의 배를 갈랐다.


츠카가가각가각!

[대상에게 3,232의 피해를 줬습니다.]


- 크이아아아!


크랩투스는 괴성을 지르며 버러진 배의 상처로 피를 쏟아 냈다.


“대··· 박!”


공격에 성공 후 크랩투스의 뒤쪽으로 나온 지뉴는 자신의 공격력에 할 말을 잃었다.


배에 상처를 입은 크랩투스는 더욱 난폭하게 집게발을 휘두르며 지뉴를 찾아 몸을 돌렸다.

쿵! 쿵! 쿵! 쿵!


- 키야야야악!


크랩투스의 뒤를 잡은 지뉴는 놈이 돌아서는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며 뒷다리를 공격했다.

스컥!


[대상에게 1,298의 피해를 줬습니다.]


- 키야약!


분명 마기로 이루어진 칼날은 크랩투스의 다리 두께보다 길었지만, 온전히 잘라내지 못하고 절반 정도의 상처를 냈다.

높은 방어력과 다리 부위라 그런지 데미지도 배를 공격했을 때보다 높지 않았다.

지뉴는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재차 반 정도 잘린 다리에 단검을 휘둘렀고 말끔하게 잘라낼 수 있었다.

스걱!


[대상에게 1,426의 피해를 줬습니다.]


- 키야악! 크아!


쿠웅!

크랩투스는 공격에 쓰는 두 개의 커다란 집게발 외에 온전한 아홉 개의 다리가 지면에 닿아 있었지만 절단된 다리 쪽으로 기울어 주저앉았다.


츠가각! 스걱!

지뉴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반대쪽 다리 하나를 두 번의 공격으로 잘라냈다.


- 키아악!


쿵! 쿠웅, 쿵!

크랩투스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일어나려 했지만,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 키에엑! 키엑!


쿠웅! 쿵! 콰앙!

크랩투스의 마구잡이 공격과 몸부림을 피해 세 번째 다리를 자르고 나자 700이 넘던 마기가 바닥나며 칼날이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스으으으···


“허억, 허억···”


- 키아아! 키아악!


쿵! 쿵! 쿠구구 쿵! 쿵! 쿵!

이리저리 지뉴를 찾아 몸부림치던 크랩투스는 마기를 채우기 위해 멀찍이 떨어져 있던 그를 발견하고 입에 게거품을 물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세 개의 다리를 잘린 몸을 이끌고 지뉴에게 달려들기가 힘들었다.


지뉴는 크랩투스의 주변을 돌며 마기를 채워 나갔다. 크랩투스의 발광적인 몸부림으로 주변은 초토화되었다. 변형된 지형 때문에 지뉴는 도망 다니기 힘들었지만 크랩투스 역시 이동과 공격이 힘겨워졌다.


스으윽!

마기를 거의 채운 지뉴는 다시 단검에 마기를 주입하고 이동 속도를 높여 크랩투스의 사각으로 다가갔다.



*


- 키야아약! 캬아! 크아악!


“후우···”


크랩투스의 움직임이 둔해져서 이번 공격으로 다섯 개의 다리를 자른 지뉴는 다시 놈에게서 떨어져 숨을 돌렸다.


- 크르르! 크으으···


쿵! 지이익··· 쿵! 지이익···

크랩투스는 불규칙하게 잘린 다리들과 멀쩡한 네 개의 다리를 움직여 배를 지면에 끌며 지뉴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광기에 물든 얼굴은 입에서 나온 게거품과 흙, 묽은 피로 범벅이 되어 볼썽사나웠다.


“후··· 웁!”


마기와 체력을 다시 회복한 지뉴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여전히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크랩투스에게 달려갔다.


두 개의 커다란 집게발은 아직 건재하였기에 이번에도 지뉴는 크랩투스의 뒤로 돌아가 놈의 몸 위로 올라갔다.

튼튼한 방어력을 선사했던 크랩투스의 단단한 껍질은 놈의 집게발이 자신의 등 뒤로 향할 수 없게 방해했다. 덕분에 지뉴는 놈의 등 위에 오른 후 심하게 흔들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위협을 받지 않았다.


안정적으로 자세를 잡은 후 <마기의 그림자>에 마기 주입량을 늘렸다.

스르르륵!

마기의 칼날이 장검처럼 길어지고, 마구잡이 공격이 시작됐다.

휘익! 꽈직!


- 키에엑!


휘익! 꽈직! 휘익! 푸욱! 휘익! 꽈직!


- 크야아악! 크야악!


마기 주입량을 늘린 공격만 했기에 마기와 체력의 한계가 몇 번씩이나 찾아왔다.

그렇게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공격에 결국 크랩투스는 쓰러졌다.


쿠웅웅!

[대상에게 2,732의 피해를 줬습니다.]

[대상을 죽였습니다.]

[마기 흡수로 대상의 마기 17을 흡수합니다.]

[마기의 수치가 일정치를 넘어 캐릭터의 신체 능력이 향상됩니다.]


크랩투스가 쓰러지자 등 위에 있던 지뉴가 고함을 질러댔다.


“우아아아아악!”


또다시 강력한 상대를 쓰러트린 것이다.



* * *


난 마족이다. 최하급 마족 고블린.

이름은 없다. 주변 녀석들과 마찬가지로···

어미는 인간이었고, 아비는 고블린이지만 정확히 누군지는 모른다. 어미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

그저 또래 고블린들과 한데 모여 일부 어른들에게 키워졌을 뿐이었다. 모두가 어미고, 아비이며 형제였다.


두 발로 걷고, 말을 알아듣게 됐을 때는 무리를 따라 이동하고, 사냥했으며 인간이나 엘프 등 다른 종족의 마을을 습격해서 약탈하고 암컷들을 납치했다. 심지어 마족까지도···

최하급 마족이라 그런지 마을을 습격하고 나면 무리 중 반 이상이 돌아오지 못했다. 하지만 줄어든 만큼 어린 고블린들이 태어나고 자라나 그 자리를 메웠다.


인간이나 엘프 암컷들은 무척 크고 아름다웠다.

모든 것이.

어른들은 납치한 암컷들을 도망가지 못하도록 묶어놓고 번식행위를 했다.

암컷들은 처음엔 비명이나 악다구니를 부리며 저항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눈은 초점이 없어지고, 저항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나면 어린 고블린이 태어났다.


나도 번식행위를 할 만큼 자랐지만, 낄 수 없었다. 같은 고블린 암컷조차 차지할 수 없었다.


암컷을 볼 때마다 다리 사이 물건은 딱딱해지고, 암컷에게 달려들게 되지만 다른 고블린들에게 힘에서 밀려나고 맞았다.

충분히 내 자리도 있어 보이는데···


그렇게 별다른 일 없이 반복적인 일상을 지냈다.

구에로님을 만나기 전까지.


고블린이면서 이름이 있는 구에로님은 대단했다. 무리의 우두머리를 일격에 죽이는 것은 물론 허공에서 물건을 꺼내거나 넣을 수 있었다.

고블린 신처럼 보였다.


구에로님은 강력한 힘을 앞세워 고블린 무리와 부족을 규합하기 시작했다. 오크 부족도 우리를 함부로 대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마왕님의 중앙 제국 침공에 휘말린 우리는 큰 피해를 받았고, 마왕님이 소멸하신 후 구에로님을 따라 엘프의 영역에 숨어들었다.


엘프의 영역에선 구에로님의 능력으로 이전보다 쉽게 다른 종족의 암컷들을 납치할 수 있었다.


전쟁으로 지치고 다친 우리는 구에로님의 인도에 풍족한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다른 종족의 암컷들을 마음껏 품을 수 있었다.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정화”


감미로운 암컷의 음성이 들리자 맛있는 음식과 눈앞의 아름다운 암컷이 사라졌다.

몸은 늘어지고, 힘이 쭉 빠졌다.


“키에엑?”

“뭐, 뭐냐!?”

“크엑··· 뭐야··· 왜 이렇게 힘이 없지?”

“여긴 어디냐?”

“? 어?! 엘프 여자다 케헤헤? 야 비켜!”


다른 녀석들도 이전 보다 지쳐 보였다.


“크아아악! 아아아악!”


온몸에 피칠을 한 고블린의 괴성이 들린 후 악몽이 시작되었다.


“너 이 새끼! 내 순정을 빼앗으려 했겠다!”


“? 뭐라는 거야? 죽여 저놈을 죽여라!”


우리의 신과 같은 구에로님도 그곳에 있었지만, 무척 화가 난 채 소리질렀다.


“키엑? 누구?”

“앗! 구에로님이다!”

“키에엑!”

“캬아악! 죽여라!”

“킥!? 뭐야 이놈들 눈이 왜 이래?”


그러자 수많은 고블린들은 초점 없는 눈으로 우리 쪽을 향해 달려들었다.


“비켜!”


그리고 악몽의 주인공이 검은 칼을 휘두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크에엑!”

“괴물! 괴물이다!”

“고블린 사신이다! 도망쳐!”


사신! 그래 고블린 사신이었다.

흉포한 눈으로 그의 앞에 있거나 막아서는 고블린들은 사지가 절단되면서 죽어 나갔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무서워 보이는 고블린은 처음이었다.


아니··· 고블린이 맞기는 해?


“우아아악!”


일부 고블린들이 사신을 피해 달아났다. 나도 이대로는 죽기 싫었다. 좀 전에 눈앞의 암컷들을 두고도 아직 해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죽을 힘을 다해 도망쳤다.


도망친 고블린들은 여러 방향으로 갈라진 동굴로 흩어져 사라졌다. 내가 속한 무리의 숫자는 이십 남짓 됐다.

우리는 이틀을 달려 엘프의 영역인 라우드 대삼림을 벗어났다.

위기에서 벗어난 우리는 계속 이동하며 풀뿌리나 나무 열매 등으로 주린 배를 채웠다.

그리고, 운 좋게 초원에서 사슴을 사냥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슴 고기를 맛보기도 전에 붉은 괴물에게 습격을 받았다.


이 붉은 괴물은 마기를 풀풀 풍기며 우리를 하나, 둘 잡아먹었다.

우리가 아무리 놈을 공격해도 놈의 껍질엔 긁힌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다.


찌익! 꽈드득!

또 고블린 하나가 놈에게 잡아 먹혔다. 이 무리를 이끌었던 변변찮지만 좋은 녀석이었는데···

공포와 절망으로 정신이 아득해질 때 기적이 일어났다.


어디선가 나타난 고블린 전사가 놈을 상처 입히고 유인해 간 것이다.


“고··· 고블린 사··· 사신?”


고블린 전사와 몬스터의 싸움을 넋 놓고 지켜보던 무리 중 누군가 말했다


“?”


“아··· 아냐.”


모두가 쳐다보자 그 고블린은 얼버무렸다.


괴물과 싸우고 있는 고블린 전사를 다시 봤다.

괴물의 공격을 피하며 마기를 두른 검으로 놈의 다리를 자르고 있는 고블린 전사.

크기는 보통 고블린보다 훨씬 커 보였다. 이마를 가로지르는 두 개의 큰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고블린 사신!

엘프의 영역 동굴 안에서 보았던 그였다. 덩치는 커졌지만, 저 얼굴 잊을 수가 없었다.

서··· 설마 그때 도망친 우리를 직접 죽이러 나타난 건가?


쿠웅웅!

고블린 사신에게 드디어 붉은 괴물이 쓰러졌다.


“우아아아악!”


우아악! 깜짝 놀랐다.

고블린 사신이 포효한다. 다음은 우리 차례일까?


살고 싶다.

어쩌면 사신은 우리를 죽이러 온 것이 아니라, 구하러 온 것일지도 모른다.


후다다다닥!

무리가 사신에게 달려간다.

나도 따라 달리고 있다.


작가의말

고블린 이야기 뺄까 하다가 그냥 넣었네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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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몬스터 브레이크 +1 18.06.26 1,033 16 16쪽
25 몬스터 브레이크 +1 18.06.25 1,040 16 17쪽
24 두크레 +1 18.06.24 995 14 15쪽
23 두크레 +1 18.06.23 997 16 15쪽
22 두크레 +1 18.06.22 1,020 14 18쪽
21 중앙 제국군 +1 18.06.21 1,046 18 18쪽
20 고블린 무리 +1 18.06.20 1,102 17 15쪽
19 고블린 무리 +2 18.06.19 1,067 17 19쪽
» 몬스터 +3 18.06.18 1,136 16 19쪽
17 모험가 조합 +2 18.06.17 1,127 17 17쪽
16 모험가 조합 +1 18.06.16 1,162 16 18쪽
15 조우 +2 18.06.15 1,161 16 18쪽
14 조우 +1 18.06.14 1,221 21 15쪽
13 변화 +2 18.06.13 1,199 20 16쪽
12 위기의 그놈 +1 18.06.12 1,186 21 17쪽
11 위기의 그놈 +3 18.06.11 1,213 19 17쪽
10 위기의 그녀 민들레 +1 18.06.10 1,228 18 17쪽
9 사망하셨습니다. +2 18.06.09 1,258 20 18쪽
8 사망하셨습니다. +2 18.06.08 1,419 21 17쪽
7 그들의 능력 +3 18.06.07 1,633 21 15쪽
6 습격 +2 18.06.06 1,499 24 17쪽
5 습격 +2 18.06.05 1,567 23 17쪽
4 습격 +2 18.06.04 1,665 27 17쪽
3 두 고블린 +3 18.06.03 2,057 22 16쪽
2 어제는 마왕 +4 18.06.02 2,341 31 17쪽
1 시작은 마왕부터 +4 18.06.01 3,492 3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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