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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k 님의 서재입니다.

특성으로 다시 사는 용병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Badak
작품등록일 :
2022.05.18 23:19
최근연재일 :
2022.07.27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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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824

작성
22.05.18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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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돈이... 복사가 된다고?!

DUMMY

내가 아는 미래에서 난 지독한 가난뱅이였다.


전장에 서서 병사로, 후에는 간부로 17년을 싸웠지만 손에 든 것은 없었다. 뇌물을 상납하지 못해 승진에서 밀렸으며, 위험 지역으로 배치되었고, 좋은 병장기를 쓰지 못했다.


더불어 정치에 당해 모함으로 처형까지 당했다.


그런데 그 모함의 죄명이 나를 더욱 화나게 했다. 그 모함의 죄명은 다름 아닌-


적국과의 내통과 금품수수, 횡령이었다.


나는 돈이 없었고, 돈이 없었기에 당했다. 무력이 있는 자들, 금력을 가진 자들, 정치력을 가진 자들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난세를 헤쳐나가며 나 같은 이들을 제물삼아 더욱 승승장구했다.


돈이 없는 것은 무죄라는 걸 깨달은 것은 내가 죽을 위기에 처하고 나서였다. 아무리 억울함을 주장해봐도 먹히지 않았고, 결국 나는 처형당했다.


그런데 다시 돌아와있다. 무려 17년 전의 여름, 내가 처음으로 전장에 섰던 그 때로.


“자, 오늘의 수당이다. 네가 직접 베어낸 오크만 35마리다. 두당 10실버가 걸려있었으니, 총 3골드 50실버겠군. 축하한다. 아마 네가 우리 천인대에서 가장 많은 수당을 받았을거다.”


기본급 외에 전투에서의 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전투수당. 오크 한 마리를 베어낸 값으로 10실버라면 용병세계에서는 말도 안되는 박봉이었지만 병사의 수당으로는 적절했다. 온전히 본인의 성과만으로 수당을 받는 용병과는 다르게, 병사에게는 승진에 유리한 전공점수와 기본급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군요.”


그제야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내 눈앞에 갑자기 떠오른 저 황금의 기사라는 말은, 내가 정당하게 받아야 할 돈 만큼을 추가로 지급하는 괴물 같은 능력이라는 걸.


“그렇다는 말은..”


저게 있으면, 다시는 내가 배를 곪거나 내 휘하에 있는 이들이 금전적으로 쪼들려 어려울 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알아서 내 몸값을 올려놓는 일이 필요하겠지만.


전투가 끝나자, 휴식시간이 찾아왔다.


그제야 나는 내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나는 과거로 돌아왔다.


과거에서 나는 돈 문제에 얽혀 억울하게 죽었지만, 내 억울함을 하늘이 알아주었는지 새로운 기회를 준 모양이다. 그것도 ‘황금의 기사’라는 말도 안되는 사기 능력과 함께.


두 번째. 병사의 신분은 이제 나에게 걸림돌이다.


원래의 역사대로라면, 나는 이곳에서 무려 3년을 복무하게 된다. 죽음과 맞닿은 접경지역이었지만, 그 대가로 내가 챙겨가는 것은 쥐꼬리만한 봉급이 다였다. 내가 잡아죽인 오크만 해도 백 단위가 넘어갔지만, 그 전공은 있는 집 자식의 것으로 세탁되어 나는 내 성과를 온전히 누릴 수 없었다.


그렇다면 병사로 남아있을 메리트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결정했다. 용병이 되는 것으로.


작금의 대륙은 난세에 처해있었다. 절대 강국으로 군림하던 제국이 내부 분열로 무너지고, 황위 계승자들이 각자의 파벌을 이끌고 왕국을 세우고 있는 상황. 조금만 세력이 있는 귀족들은 자신들만의 왕국을 세우겠다며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제국의 깃발 아래 숨죽이고 있었던 약소국들도 이제는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니게 되었다. 여러 개여 찢어진 제국의 힘은, 약소국들이 힘을 모은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만큼 약화되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용병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오르는 중이었다. 지금의 조그마한 힘이, 후세의 커다란 격차로 벌어질 수 있는 기회의 시대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식견만 가지고 있어도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저마다 이 대륙의 대세에 탑승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몬스터들의 준동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위협적이었지만, 더 이상 사람들은 이 문제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랬기에 후에 커다란 파도가 대륙을 휩쓸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 한 몸 바쳐 그 몬스터들의 파도를 막기 위해 노력해봤던 사람으로서,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이 가난하게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난 더 이상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돈이 모자라서 배를 곪는 일도 겪고 싶지 않았고, 남의 눈치를 보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강해지고, 부자가 되어 호령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남의 집 개나 노예가 아니라 말이다.


“임마, 카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이제 곧 점호시간이다.”


꿈은 창대했지만, 현실은 아직 비루했다. 나는 오러를 다룰 줄 아는 기사도, 마나를 다룰 줄 아는 마법사도 아닌 일개 병사일 뿐이다. 창 쓰는 솜씨가 남들보다 조금 나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오러를 다뤄본 기억이 있었다. 15년 후, 간부가 되어서야 익힐 수 있었던 오러 훈련법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 훈련법만 있다면 내 개인의 무력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좀 더 나은 무력을 얻기 위한 노력 뿐이었다.


“그렇습니까.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아까는 완전 얼이 빠져있더니, 지금은 완전 베테랑이란 말이지. 하긴, 신병에게 전장은 항상 험난한 곳이지.”


그런 말을 해대는 내 고참병은 오크가 달려올 때 막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내 뒤에 숨어 벌벌대기만 했었다. 귀여워서 비웃음이라도 날려주고 싶었지만, 신병인 나는 그럴 만한 위치가 아니었다.


“고생했다. 자네가 카멜인가?”


점호시간이 되어, 막사앞에 정렬하여 서있자 지나가던 기사 하나가 내 얼굴을 힐끗 보고 말을 걸어왔다.


“병사 카멜! 예, 그렇습니다.”


“아주 군기가 바짝 들었구만. 요즘 신병 훈련소는 아주 제대로 된 모양이야. 자네 같은 신병이 들어오니 든든하군. 이번에 오크를 열 다섯마리나 잡았지?”


기사의 눈빛이 이상하다. 내가 서른 다섯마리를 잡았다는 것을 이 작자가 모를 리가 없다. 그러지 않고서야 내게 말을 걸 이유가 없으니까. 그런데 왜 열 다섯마리라고 하는 걸까?


“예, 그렇습니다. 기사님이 곁에서 거들어 주셔서 열 다섯마리나 잡을 수 있었습니다. 곁에서 스무마리나 처리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허허, 무슨 소린가 이 친구. 막시무스 도련님이 스무마리를 베셨다고 들었는데, 나로 착각한 모양이군?”


역시나 이럴 줄 알았다.


“아, 기사님처럼 너무 용맹하셔서 제가 착각했나봅니다. 네, 막시무스 도련님이 맞습니다.”


“역시 그랬구만. 막시무스 도련님이 훌륭하시긴 하지. 자네, 제대로 배웠어.”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서 지나가는 기사. 그걸로 끝이다. 내게 떨어지는 것은 없다. 과거에도 그랬고, 이대로 가면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시발.”


그가 지나가자마자 곁에 서있던 병사들이 욕설을 내뱉었다.


“잘했다. 잘했는데, 아 이걸 잘했다고 해야하는 게 어이가 없네. 설마 오늘 들어온 신병 전공까지 탐낼 줄은 몰랐다. 미리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우리 막사를 총괄하는 십인대장, 머록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내게 다가왔다.


“그나저나 어떻게 안 거냐? 그렇게 전공 뺏는 작업 들어온다는 거 누가 말해주기라도 한거야?”


“안 그러면 기사님한테 한 대 맞을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오, 잘 아네. 만약 니가 곧이곧대로 말했으면 니 정강이부터 박살났을거다. 그리고 귀족의 전공을 빼앗는다면서 치도곤을 당했겠지. 하, 시발. 그래도 절반은 챙겨줘야지 35마리 잡은 놈한테서 20마리 분 전공을 뺏아가는구나.”


“다 안 뺏긴게 어딥니까.”


항상 이런 식이었기에, 난 이런 류의 행패에 익숙했다. 하지만 주변 동료 병사들은 막 들어온 신병이 닳고 닳은 고인 물처럼 이야기하자 의외였는지 나를 새삼스런 눈빛으로 쳐다봤다.


“너 뭐 입대 2회차냐?”


“그런 건 아니고, 마을에 병사 출신들이 좀 많았습니다.”


“휴, 어려서부터 세상 좆같음은 다 맛보는구나. 그래, 들어가자. 너 오늘 활약한 건 우리가 다 안다.”


형식적인 점호가 끝나고 막사로 들어가게 되었다. 다들 오늘의 전투가 피곤했는지 얼른 자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굳이 점호를 시키는 걸 보면, 역시 귀족놈들의 허례허식은 알아줘야 했다.


“자, 오늘 제일 활약한 막내가 말번이다. 다들 불만없지?”


“예, 없습니다!”


“좋습니다!”


불침번에서 가장 꿀 자리인 초번과 말번. 원래 막내들은 가장 고된 순서를 맡아야 하지만, 오늘만큼은 내가 안쓰러웠는지 그 누구도 눈치를 주는 사람이 없었다.


“쉬어라, 막내야. 오늘 고생 많이 했다.”


머록 십인장.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었구나. 내가 한창 적응하고 있을 때 이미 전사해버려서 어떤 사람인 지 알 틈도 없었는데.


저 자리에 올라갔던 사람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머록처럼 신병을 이렇게 일일이 배려해주기가 마냥 쉬운 일은 아님을 알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됐다. 오늘 너한테 목숨 빚 안 진 새끼 이 막사 안에 아무도 없어. 쉬어라.”


그건 또 맞는 말이긴 하다.


여튼 말번초를 서게 되었기에, 나는 막사에 편히 누울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잠에 든 것은 아니었다.


내가 간부가 되어서야 얻을 수 있었던 ‘제국 초급 장교 오러 훈련법’을 수련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줄여서 ‘초급 훈련법’이라 불리우는 이 방법의 장점은 어떤 자세에서든지 연공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몸을 움직이면서 하는 연공이 가장 효율이 높다고 생각했지만, 눕거나 편한 자세에서 하는 연공도 나쁘지는 않았다.


주변의 마나를 느끼고, 몸으로 끌어들이고,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오러로 전환시키는 내용만 담겨있는 아주 기초적인 훈련법이지만 난 그걸로도 감지덕지였다.


이미 느껴본 마나지만, 이 몸으로는 단 한 번도 마나를 느껴보지 못했기에 얼마나 걸릴지가 관건이었다. 저번에는 마나를 느끼는 데에만 무려 한 달이 걸렸었다. 그런데도 주변 사람들이 놀랐었지.


어렸을 적부터 익힌 것도 아니고, 나이 30을 넘어서 입문했는데 마나를 느끼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었다.


지금 내 나이 17살. 지금부터 수련한다면 확실히 다른 미래를 만들 수 있겠지.


떠오르는 잡생각들은 얼른 털어버리고, 훈련법을 머릿속으로 되뇌이며 바로 마나를 탐지하기 시작했다.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나는 내 미래가 생각보다 더 황금빛일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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