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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k 님의 서재입니다.

특성으로 다시 사는 용병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Badak
작품등록일 :
2022.05.18 23:19
최근연재일 :
2022.07.27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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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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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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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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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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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흑마법사 토벌작전 (4)

DUMMY

우리가 감동적인 통성명을 마치고 있을 때, 저쪽 수풀을 헤치고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레너드와, 그런 레너드를 앞세운 트레이스 지부장, 용병들, 그리고 수인들이었다.


“고생했다.”


트레이스 지부장은 오면서 레너드에게 모든 이야기를 들은 건지, 나를 치하하면서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힘들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약한 소리 하기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구만.”


“속이 힘듭니다, 속이.”


“큭큭, 그래. 알았다. 네가 고생한 것은 내가 잊지 않으마. 그나저나 수인들은 모두 모아 함께왔다. 혹시 떨어져 있다가 흑마법사 놈의 수작에 당하면 안되니까. 이 수인들이 마지막인건가?”


“네, 맞아요. 이제 마을 사람들을 모두 찾았다고 하네요. 다행이죠.”


“그래, 다행이다.”


나와 대화를 마친 트레이스 지부장이 늑대 수인, 말론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말론은 순간적으로 트레이스 지부장과 눈이 마주치자 긴장한채로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양 손에 손톱을 뽑아내고는 경계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저, 말론. 저 분은 제 상관이시고, 이 일을 도와주기 위해 오신 분이에요. 흑마법사 토벌전에서 주력을 맡으실 분이기도 하구요. 괜찮습니다.“


“하.. 그래. 인간을 믿기 어려워서 그렇다. 그리고 강해도 너무 강해서..”


그는 손톱을 슬쩍 집어넣으면서도 끝까지 경계의 눈빛을 늦추지는 않았다. 트레이스 지부장이 감당할 수 없는 강자라고 느낀 것 같았다.


“그래도 말론 씨가 지부장님이 강한 건 바로 알아보나 봅니다. 말론, 여기는 우리 용병들을 이끌고 있는 트레이스 님입니다. 트레이스 님, 수인족의 리더 격인 말론입니다.”


“리더는 아니다. 그냥 대전사일 뿐이지.”


말론은 트레이스 지부장과 눈인사를 나눴다. 악수라도 할 법한 분위기인데, 말론은 끝까지 손을 내밀지 않았다.


“이런 횡액을 당한 것에 대해 같은 인간으로서 사과한다. 너희들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 같겠군.”


“상상하지도 못했던 재앙을 만나 우리 동족들이 고통받고 있어 너희들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원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인들이 있었지만, 그 마법사놈의 패악질에 뿔뿔이 흩어졌지. 그들이 살아있는 지, 죽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너희들을 도저히 좋게 볼래야 볼 수가 없다.”


“저, 수인은 범죄자가 없어요?”


그 때, 갑자기 치고들어온 레너드가 한 마디 했다. 듣고 있다가 인간 전체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나보다.


“아뇨, 그렇지 않아요. 수인 중에서도 범죄자도 있고, 살인마도 있습니다. 피와 전투에 미쳐 날뛰어 다른 종족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치는 이들도 있지요.”


그 대답은 아르문디가 대신했다. 저거, 분명히 누군가를 저격한 것 같은데.


“살육자 칼리우스는.. 엘프 종족에게는 분명히 씻을 수 없는 상처겠지. 그래, 맞다. 우리 종족에도 분명히 살인자와 범죄자는 존재한다.”


아르문디가 엘프라는 걸 모르는 트레이스 지부장과 용병들의 눈치를 봤다. 아직 그들은 저 발언을 통해 아르문디가 엘프임을 눈치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왜 단 한 명의 인간으로 인간 종족 전체를 증오합니까? 물론, 그 인간이 당신들에게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엘프들도 칼리우스라는 존재 하나 때문에 수인족 전체를 미워하지는 않는데요.”


“그.. 하. 네 말이 맞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 말이 모두 맞겠지.”


아르문디의 질문에 말론은 한숨을 쉬면서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방금까지 꼬리가 커져서 트레이스 지부장을 경계하던 전사는 어디갔는지, 지금은 비에 홀딱 젖은 강아지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 증오를 쉽게 가라앉힐 수가 없다. 일 년도 아니고, 반 년도 아니고, 고작해야 한 달 전에 벌어진 일이란 말이다. 평화롭게 살아가던 우리 마을에 갑자기 인간 하나가 찾아와서 우리 동족을 갈갈이 찢어버리고, 언데드로 다시 일으켜 영원한 안식조차 방해했다. 이성적으로는 그 인간과 너희들이 같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마음이 그걸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그 말에 아르문디는 입을 꾹 닫았다. 그의 솔직한 심정이 전해져왔기 때문이었을까.


“이해하오. 나도 이 이상을 바라지 않겠소. 다만, 우리가 흑마법사를 토벌하러 왔으니 길을 열어주기만을 바라는 바요. 보아하니, 그쪽도 강해보이고 다른 수인들 중에서도 실력자가 꽤 있어보이더군. 그대들이 우리의 길을 막는다면 많이 힘들어질 것 같소.”


“우리를 대신해서 일족의 복수를 해주겠다는데 내가 어찌 인간들의 길을 막겠는가.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그의 눈이 흉흉하게 빛났다. 나는 왠지, 그가 말할 조건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말씀하시오.”


“그 토벌대라는 것에 참가하고 싶다. 우리도 전사들이 있다. 전사대를 꾸려서, 그곳에 합류하겠다. 다른 이들이라면 몰라도, 저 자와 하이 엘.. 아니, 그 일행이 있는 곳이라면 믿을 수 있다.”


방금 하이 엘프를 말하려다 만 것 같은데. 지금 우리를 배려해 준 건가?


하긴, 저번에도 인간들 앞에 나서기 전에 엘프의 모습을 취하고 있던 아르문디가 다시 반지를 끼며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간 적이 있긴 했다. 아르문디가 본래 정체를 드러내는 것을 꺼려한다는 것 정도는 기억하고 있겠지. 근데,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배려해 줄 줄은 몰랐다.


“그런가? 카멜과 다른 일행들이 이번 일로 인해 큰 신뢰를 심어준 모양이군 그래. 카멜, 네 생각은 어떠하냐?”


“저는 좋습니다. 말론과 그 밑의 전사 수인들은 분명히 강해요. 흑마법사의 전력이 얼마나 강할 지 모르는 상태에서, 저런 강자들이 합류해준다면 분명 이득이 되겠죠.”


“우리와 어울리기 어려울 수 있는데도?”


“솔직히 말해서 신전 병력 따로, 용병들 따로, 이오스 님과 그 휘하 기사들 따로. 셋으로 찢어져서 전투를 치룰 것 아닙니까? 우리가 하나로 뭉친 군대도 아니고, 문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일단 나는 동의한다. 아펠 신관님과 이오스님께도 여쭤보고, 그들까지 동의한다면 합류할 수 있도록 배려하지.”


“이게 내 유일한 조건이다. 이 조건도 들어줄 수 없단 말인가?”


“자자, 진정하세요. 당신이 수인 무리의 뜻을 결정하는 사람 중 하나이듯, 트레이스 지부장님의 입장도 같아서 혼자만의 뜻으로 모든 것을 단 번에 결정할 수 없을 뿐입니다. 거절할 이유는 어딜 봐도 없으니까, 그냥 쉬고 계시면 알아서 합류하실 수 있게 될 겁니다.”


클로에가 얼른 나서서 과열된 분위기를 식혔다. 나는 이런 것엔 영 약한데, 클로에는 참 대단하단 말이지. 넉살도 좋고, 친화력도 좋고, 다만 성격이 불 같아서 문제지.


“하.. 알았다. 내가 아직까지 흥분을 모두 다스리지 못한 모양이군. 동족들을 돌보고 있겠다. 좋은 대답을 들려다오.”


“저희도 여기에 남을게요, 지부장님.”


나는 수인들을 쓱 훑어보고 트레이스 지부장에게 먼저 요청했다.


“너희들까지?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


“수인들은 지금 전체적으로 다들 많이 지치고 다쳤어요. 혹시라도 외부의 습격이 있다면, 같이 싸워줄 사람이 필요할 것 같네요.”


“그런 거라면 우리 용병들을 남기는 게..”


“신뢰할 수 있게 된 대상이 남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하.. 너희도 지쳤을텐데. 알았다.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두 명은 남기고 가야겠다. 둘과 함께 이들을 잘 보살펴주거라. 우리가 가지고 온 식량과 응급치료도구들은 모두 두고 가지.”


둘? 누구? 하고 트레이스 지부장의 뒤를 힐끗 보니, 상황이 급해 보지 못했던 반가운 얼굴 둘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하, 우리다, 카멜.”


“오는 길에 봤는데, 깔끔하게 기절만 시킨 솜씨가 아주 죽여줬수. 고생했을 것 같은데, 좀 쉬셔.”


멜과 로토스였다. 이들이 합류할 것을 예상했는데 다른 인원들이 합류할 때 얼굴이 보이지 않아 오지 않았나보다, 했는데 늦게나마 합류했었나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벌써 너희들이 출발했다지 뭐야. 그래도 얼른 트레이스 지부장님 뒤에 붙어서 졸졸 따라왔지.”


멜과 로토스는 정겹게 인사하면서 우리 일행과 모두 인사를 나눴다. 늑대 수인 말론은 인간이 이렇게나 많은데 동족들이 모두 무력화 되어 있는 것이 걸리는지 자꾸 여기저기 눈알을 굴리면서 불안해했다.


“왜요? 배고프세요?”


“아니다.”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생각해보니까, 아무것도 제대로 못 먹고 날뛰어서 뱃가죽이 등가죽에 붙겠구만. 대충 식사 준비할테니까, 다른 분들 챙기면서 혹시 다친 데 있으면 저거 발라주세요. 아니다, 아예 한 명 붙여드리겠습니다. 크렉 님!”


크렉이 얼른 달려와서 내 앞에 섰다.


“이런 건 크렉이 전문이시잖아요. 가서 수인들 다친 곳 있나 보고, 확인해서 치료해주세요.”


“카멜···”


크렉은 뭔가 억울한 말투로 나를 불렀다. 그제야 그의 행색을 확인하니, 말도 아니었다. 찢어지고, 갈라지고, 할퀴고 별별 상처로 가득차서 의복이 남아나지 않을 정도의 상태. 힘드셨구나···


“어떻게.. 근접전 경험치는 좀 많이 쌓으셨나요..?”


“응.. 레이피어 쓰는 거.. 생각보다 손에 착착 감기더라.. 어떻게 해야할 지 알 것만 같은 그런 것도 있고.”


“다행이네요.. 이제 그럼 가서 치료를 도와주세요..”


“나는···?”


“치료하시면서 치료해주세요..”


“야박하네..”


크렉은 한숨을 푹 쉬면서 응급 치료 용품들을 잡아챙겼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많아도 출혈이 크게 있어보이지도 않고, 그냥 스친 상처가 대부분이니까 괜찮겠지.


“클로에, 아르문디. 둘은 톰에게 받은 약초탕 재료들로 최대한 많이 약초탕을 끓여주세요. 멜 님, 로토스 님, 두 분은 양쪽으로 갈라져서 혹시나 적이 접근하지는 않는 지 보초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레너드, 저와 함께 식사를 준비하시죠. 지부장님이 다행이도 식량을 많이 두고 가셨으니까, 이 수인분들을 배불리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먹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알겠어.”


“그렇게 할게요.”


“알겠네.”


“그렇게 하겠수다.”


“넵!”


각자의 대답이 들려오고, 우리 일행은 일사불란하게 찢어져서 각자 맡은 일을 시작했다. 불을 피우고, 물을 퍼오고, 냄비에 요리를 시작하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공터를 가득 채우는 맛있는 냄새.


킁, 킁.


솔직한 수인들의 코가 음식 냄새를 맡았는지 킁킁 거리면서 움찔거리는 게 웃기면서도 귀여웠다. 혹시 실례일까봐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는데, 그건 나만 그런 게 아닌 모양.


“카멜 님.”


“네?”


“너무 웃긴데 어떡하죠. 웃으면 큰일나겠죠?”


레너드의 얼굴을 보고 내가 터질 뻔 했다. 안면근육을 쥐어짜듯이 어떻게든 일그러뜨리면서 웃음을 참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는 모양. 어쩔 수 없었다.


특히 어린 수인들은 킁킁 거리면서 일어나 코를 앞장세워 음식이 조리되고 있는 곳으로 좀비처럼 걸어오고 있기까지 했다. 어떻게 안 웃을 수 있겠나.


“마린, 조금만 기다리렴. 아직 식사가 다 완성되지 않았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을 거야.”


목소리는 익숙한데, 너무 어울리지 않는 말투가 들려 힐끔 바라보니 말론이 7-8살 밖에 되지 않은 수인을 어르고 달래면서 속삭이고 있었다. 여우귀가 특징적인 수인은 귀와 코, 꼬리를 번갈아 찡긋 거리면서 칭얼거리고 있었다. 배가 많이 고픈 모양이었다.


“히이잉..”


“그래, 그래 착하지. 조금만 기다려라.”


저런 모습도 있었던가. 말론이 색다르게 보였다.


약초탕을 가져와서 다행이었다. 물이 끓기만 하면 조리 완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약초탕 덕분에 아이들을 먼저 먹이고, 일반 요리로 어른들을 먹이면서 수인들의 배고픔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었다.


300인분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지만, 야전에서 다져진 숙련도로 어떻게든 대처했다. 물론 양이 부족한 감이 있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가 가져온 식량 자체가 얼마 되지 않는걸 뭐.


비상식량까지 모두 탈탈 털어서 50인분쯤, 약초탕으로 약 50인분 해서 겨우 100인분 정도로 300명을 먹인 셈이었지만, 그래도 간단히 요기는 한 듯 수인들의 얼굴에 활기가 돌았다.


“사냥이라도 해 올 인원이 있으면 좋을텐데 다들 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건 어렵겠네요. 아마 밑에 내려간 분들이 우리의 상황을 아니까, 먹을 것을 충분히 챙겨올 겁니다. 그 때까지 조금만 참으세요.”


나는 봤다. 늑대 수인 말론이 배가 고픈 듯 코를 킁킁거리면서도 음식에는 일체 손을 대지 않는 것을. 그는 내 생각보다 참을성 있고 어른스러운 사내였다.


“괜찮다. 이 정도는 견딜만 하다.”


“마을이 멉니까?”


“그렇게 멀지는 않다. 여기서 두 시간 정도면 갈 수 있지. 하지만 마을에 갔다가, 인간들이 이곳을 못 찾으면 어떻게 하나? 그리고, 당장 우리 동족들은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게 더 중요하다. 산길을 두 시간이나 타는 것은 몸에 무리가 갈 수도 있어.”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인원을 조금 보내서 먹을 것이라도 챙겨오게 할까요.”


“그것도 괜찮겠군. 내가 앞장서겠다.”


아닌 척 해도 배고팠나보다.


늑대 수인 말론을 위시해서 수인 10여명, 그리고 레너드, 클로에, 아르문디까지 보내고 나서야 공터가 조금 조용해졌다. 크렉은 수인들의 상처를 대충 돌봐주고 돌아왔는지, 바닥에 주저앉아 자신의 상처를 확인하고 있었다.


“오, 악덕 대장 오셨는가. 아주 제대로 부려먹더군, 그래.”


“아이, 왜 그러십니까. 크렉 밖에 이 일을 해줄 사람이 없으니까 그랬죠.”


“어휴, 말이나 못하면. 그래도 얼추 보니까 심각한 상처를 입은 사람은 없어보였다. 우리가 입은 상처들이 더 심각한 것 같아. 생각해보면, 어제 정말 험난했지. 그렇지 않나?”


300의 수인을 상대한 어제는 크렉의 말대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수인들의 기본 육체능력은 확실히 인간들보다 더 뛰어났고, 짐승의 형태로 변했을 때는 본능적으로 움직였기에 예상할 수 없어 위협적이었다. 전사들에게는 본능에 몸을 맡기는 게 실력을 깎아먹는 행위일 수 있겠지만, 민간인들은 오히려 더 위협적으로 변했었다. 적어도 오러를 사용할 줄 아는 자들이 나서야 그들을 기절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던 수인들.


“그러게 말입니다. 어제 참 힘들었죠. 죽는 줄 알았네요.”


“앓는 소리 한 번 제대로 안하던 자네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닌것 같군 그래. 하하, 그래도 수고했네. 일을 마치고 보니까 아주 뿌듯해.”


어떻게든 수인들을 모두 구했다.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물론 부상자는 조금 있기는 했지만, 살았다는 게 어딘가.


만족스러웠다. 앞으로 벌어질 흑마법사와의 일전도, 부상자는 있을 지언정 사망자는 없는 선에서 잘 진행되면 좋을텐데.


그 때였다.


“저기..”


아까 말론이 끼고 돌던 8살 정도 되어보이는 여우수인이 내게 다가왔다. 이름이 뭐였더라?


아···


“마린! 마린이라고 했나? 무슨 일이니?”


“어, 제 이름을 아시네요!”


“아까 말론 님이랑 이야기 하는 거 들었어. 그래, 무슨 일이야?”


“아까 그거.. 어떻게 만드는 건지 궁금해서요.. 맛있었어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내 눈치를 보는 소녀. 저 멀리서 그녀의 부모로 보이는 여우 수인 둘이 화들짝 놀라 이쪽으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정말? 맛있었어?”


“평소에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었어요! 고기가 없는 게 조금 아쉽긴 한데, 고기야 넣어 먹으면 되는거니까.. 헤헤.”


“나중에 내가 많이 가져다줄게. 이 일이 끝나면. 어때?”


“헉! 좋아요!”


소녀는 내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을 할 때 이렇게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로 도장을 찍는 건 어느 종족을 가도 똑같은건가.


“그래, 약속할게. 이제 얼른 엄마아빠한테 가봐. 걱정하시는 것 같다.”


내 주변까지 다가오기는 했지만, 아이가 나와 대화를 하고 있자 어쩔 줄 몰라하는 두 수인. 나는 얼른 마린을 둘에게 돌려주었다.


“저..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두 분 다 휴식이 더 필요하실 거 같네요. 좀 더 쉬세요.”


“예..”


참 인간이랑 비슷하다 싶었다.


“되게 귀엽네. 그치 대장?”


“네, 진짜 귀엽네요. 그나저나 카멜이라고 부를 거면 그걸로 통일하시고, 대장으로 부를 거면 그걸로 고정해주실래요? 왜 왔다갔다 하시는 건데요.”


“그거야 내 마음이지? 대장 같으면 대장이고. 카멜 같으면 카멜이고. 억울하면 얼른 용병대 만들어서 대장 자리 꿰차든가!”


“참.. 나. 억울해서 내가 만들겁니다.”


“나야 좋지!”


“끼워드린다고는 말씀 안드렸는데요?”


“헹? 퍽이나. 참 농담도 잘하셔.”


“···.”


“농담···.이지?”


이 숲에 들어온 이후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사람들을 대하는 게 편해진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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